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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래로 강해지는 헌터님-80화 (80/221)

080 한율의 마법 강의(2)

6시 30분에 작업 종료.

일급 지급 및 회식 참가를 위한 대기 시간 30분.

7시 회식 시작.

11시 회식 종료.

“어우, 방송 때문에 끝내질 못했네.”

“쓰읍. 지하철이 있으려나.”

버스 시간표를 확인하는 사람들이 있고, 지하철 시간표를 확인하는 사람들이 있었다. 자연스럽게 카운터로 이동해 여성 직원의 곁눈질을 무시하며 계산을 마친 한율이 가게를 나와 사람들에게 말했다.

“택시 타고 가세요. 따로 계좌에 입금했으니까요.”

“사장님! 만세!”

“사장님! 사장님!”

어른들은 웃으며 한율의 이름을 큰 목소리로 수십 차례나 불렀고, 청년들은 고개를 살짝 숙여 감사 인사를 보냈다.

***

하루밖에 지나지 않았지만 대한민국은 시끄러웠다.

당연하다.

각성을 하지 않아도 초능력을 사용할 방법이 있다.

⤷방송 끝나자마자 기초 마나 호흡법 돌렸거든? 마나 홀은 생성되지 않았는데 마나가 뭔지는 알겠더라.

⤷몇 시간 돌렸나?

⤷12시에 시작해서 조금 전까지. 아, 마나를 느낀 건 5시간 정도 지나고.

⤷5시? 오래 걸렸네?

⤷넌 몇 시간인데?

⤷3시간.

⤷구라 KIN.

⤷구라 아님. 진짜 3시간. 내일이면 마나 홀 생길 듯.

⤷ㅋㅋㅋㅋㅋ

너튜브에 올라온 마법 강의 영상 댓글난이 미쳐 날뛰었다. 이제 반나절밖에 지나지 않아 마나 홀이 생성된 사람이 없어 마나를 느끼는 데까지 걸린 시간을 주제 삼아 대화를 나눴다.

⤷기초 마나 호흡법이 이 정도면 상위 마나 호흡법은 대체 얼마나 뛰어난 거야.

⤷길드 가입하면 알려 주겠지.

⤷1서클 생성, 1서클 마법 사용 가능이었지?

⤷ㅇㅇ

⤷헌터는 다른 조건을 붙이는 게 좋다고 생각하는데.

⤷마탑이라도 만들려나?

⤷마탑?

⤷마법사의 탑.

⤷미친, 진짜 판타지가 되어 가네.

헌터들도 마찬가지였다. 기초 마나 호흡법을 돌리니 기존에 수십 배는 빨리 마나를 회복하게 되니 헌터 전용 게시판도 시끄러웠다.

“야, 해 봤냐?”

“개씨발. 하루 웬 종일 해도 마나를 못 느끼겠더라. 너는?”

“난 느꼈지. 7시간이나 걸렸지만.”

“씨발. 어때?”

“와. 씨. 말로 표현이 안 되는데. 씨발.”

학생들도 다를 바 없었다. 그들 또한 마나, 그리고 마법에 대해 이야기를 나눴다.

하지만 가장 마나, 마법이라는 기술의 등장에 흥분한 이들은 그들이었다.

“큭, 큭큭. 드디어.”

“후, 후후.”

“나의 흑염룡이…….”

15살. 중학교 2학년 학생들. 그리고.

“패밀리어는 몇 서클일까?”

“난 반드시 하양이 같은 귀여운 몬스터를 패밀리어 삼을 거야.”

“하양이이이이!”

하양이의 팬들이었다.

기자들도 바빴다. 마법이라는 기술을 공개한 한율은 숨지 않았다. 오히려 숨는 것이 위험하다고 판단해 아예 공개적으로 모습을 드러냈다.

“한율 씨! 한율 씨!”

“한율 씨! 질문이 있습니다!”

청일 그룹 경호팀, 그리고 헌터 협회 소속 헌터들이 공사가 진행되는 현장을 삥 둘러싸고 있어 접근하지는 못했지만, 한마디라도 듣고 기사로 보내 조회 수를 끌어모으기 위해 작업 현장을 찾았다.

방송국?

다르지 않았다. 그들은 아예 방송 차량까지 끌고 와 방송국 이름을 외치며 한율을 불렀다.

“와! 뭐 이리 많냐.”

“흐흐흐. 우리 아들내미가 어제 방송 보고 미쳐 날뛰는 거 보고 딱 알았지.”

“뭘요?”

삽을 땅에 푹 박고 휴식을 취하던 중년의 사내였다. 그는 고개를 돌려 자신을 바라보는 한율을 향해 씨익 미소를 그렸다.

“오늘 사람 많겠네~.”

“……큭큭.”

“그런데 사장님.”

“네, 아저씨.”

“예상 못 했어?”

“예상은 했죠. 이 정도로 많이 오실 줄은 몰랐지만.”

대체 대한민국에는 신문사가 몇 개일까?

“오! 외국인도 있네.”

한율이 땀을 닦으며 걸어오는 사내의 말에 고개를 돌렸다. 수십 대가 넘는 방송국 차량 사이에 일본어가 적힌 방송 차량, 그리고 중국어가 적힌 방송 차량이 보였다.

“인터뷰해 주면 안 올까요?”

“올걸.”

“그래도 오겠지.”

한율, 그리고 두 사내가 잠시 침묵하다 실소를 터트렸다.

“아, 그런데 정치인이나 거 뭐라고 해야 하나. 외교관? 외교관이라고 해야겠네. 정치인이나 외교관 같은 사람도 올 거라고 생각했는데 그런 사람들은 안 보이네.”

“정치인들은 못 와요.”

두 사내가 고개를 돌렸다.

“정치인들이?”

“게네들이?”

몇 년이 지나도, 몇십 년이 지나도, 세상이 어떻게 변하든 정치인들을 향한 국민들의 불신은 변함이 없다.

“가장 위에 있는 사람하고 대화를 나누고 준비한 계획이어서요.”

“……?”

“…….”

“아, 기간제 대빵?”

“푸핫!”

***

헌터 인사 수석 비서관실, 헌터 인사 비서관 유지태는 대통령에게 전권을 위임받았다. 실제로 헌터 인사 비서실이 하는 일이 대한민국 헌터를 관리, 또는 감시하는 일을 맡았기에 자연스럽게 권한을 위임받은 것이었지만, 그는 단 하루, 아니 반나절도 채 지나지 않아 후회하게 되었다.

따르르르릉.

따르르르릉.

전화가 울린다.

우우우웅.

우우우웅.

핸드폰이 울린다.

띵동. 띵동.

띵동. 띵동.

모니터에는 수십, 수백 개의 새로운 메시지가 쉬지 않고 생성된다.

3시간 전에 메시지창 알림음은 꺼 버렸지만, 그전까지 계속 ‘띵동’ 소리가 들려 자꾸 ‘띵동’ 소리가 머릿속을 울렸다.

“유, 유지태 비서관님. 추, 추가 인력은…….”

방금까지만 해도 감정 없는 목소리로 영어를 쓰던 사내가 통화를 마치자마자 ‘피곤’이 한가득 담긴 목소리로 유지태 비서관에게 물었다.

“……후우. 한 시간 정도 걸린다고 합니다.”

자연스럽게 넥타이를 내리고 한숨을 내쉰 유지태 비서관이 절망 섞인 사람들을 확인하고 고개를 돌렸다.

고개를 돌리니 충전기를 꽂았음에도 불구하고 빠르게 배터리가 소모되고 있는 스마트폰이 보였다.

비서관이 되면서 감정 표현을 잘 하지 않던 유지태가 질색한 표정을 지은 채 다시 고개를 돌렸다.

시야에 들어오는 것은 수백 개의 메시지창이 떠 있는 모니터.

“후우. 일단 10분만 쉬고 다시 시…….”

똑똑똑.

“들어가겠습니다.”

들어오라는 말도 안 했다. 하지만 상황이 상황이다 보니 유지태 비서관은 아무 말 없이 고개를 돌렸다.

“무슨 일입니까?”

“주한 미국 대사관에서 사람이 찾아왔습니다.”

“…….”

“어, 어떻게 할까요. 지금까지와 똑같이 처리할까요?”

대사관에서 사람을 보냈다. 하지만 모두 ‘잠시 기다려 달라’는 말과 함께 돌려보냈다.

하지만 이번에 방문한 국가는 대한민국의 오랜 동맹국.

“하아아아…….”

유지태는 깊은 한숨을 내쉰 후에 넥타이를 고쳐 맸다.

“잠시 기다려 달라고 하세요.”

***

“후루룹. 오. 여기 맛있네요. 주문하신 분 누구세요? 번호 좀 물어보게요.”

짜장면을 먹던 한율이 눈을 동그랗게 뜬 채로 사람들을 돌아보며 묻자 한 사내가 어색한 미소를 머금은 채 손을 들었다.

***

헌터 협회.

“게네들이 여길 왜 와?”

“헌터 협회가 한율 님의 마법 강의 방송을 헌터 협회 홈페이지에서 공개했기 때문이 아닐까요?”

“우리는 올리기만 했잖아. 율이에게 궁금한 게 있으면 율이를 찾아가면 되지.”

“협박이 강하게 먹힌 것으로 추측됩니다.”

나는 은혜를 잊지 않는다. 그러니 곤란한 일이 생길 때 도와주면 은혜를 반드시 갚겠다.

이보다는 짧은 내용이었지만…….

“율이와의 관계를 생각해 나를 찾아왔다?”

“예.”

“……나와의 관계는 생각 안 하고?”

헌터 인사 수석 비서관실이 수많은 국가.

헌터 협회는 국내 헌터 길드.

“에휴. 나중에 자리 한번 만든…….”

똑똑똑.

누군가가 협회장실 문을 두들겼다.

문밖에서 느껴지는 기세만으로도 피로가 더욱 짙어졌다.

“하아……. 들어와!”

깊은 한숨을 내쉰 김환성이 큰 목소리로 외쳤다.

협회장실 문을 열고 들어오는 일곱 명의 남녀.

“회의실로 가라. 회의실로.”

“그냥 여기서 하죠. 여기서.”

유명한 A급 헌터의 물음에 김환성, 짙은 다크서클이 생겨 버린 김환성이 그를 노려보며 다시 입을 열었다.

“회, 의, 실.”

***

밥 먹으니 졸리다.

“좀 쉴까요?”

“응? 일 안 해?”

“느긋이 하죠. 바쁜 일도 없는데.”

컨테이너 안.

소파에 몸을 편안히 기대고 있던 한율의 말에 사람들이 고개를 끄덕이고는 의자에 편히 기대앉아 눈을 감았다.

***

청일 그룹.

“어디라고?”

“오성 그룹입니다.”

청일 그룹과 관계가 무척이나 나쁜 오성 그룹까지 연락이 왔다.

청일 그룹은 수많은 기업으로부터 연락을 받고 있었다. 국내는 물론 국외 기업까지.

사업을 위해 너무나 많은 인맥을 만든 탓에 유지태 비서관, 김환성 협회장 못지않게 고생 중이었다.

“나중에 연락하라고 그래. 안 그래도 바빠 죽겠는데 오성 그룹 새끼들이…….”

“전 회장님께서 연락하셨습니다.”

“그 친구 내려갔다매.”

눈을 동그랗게 뜬 이상남의 질문에 여비서가 어색한 미소를 그렸다.

청일 그룹과의 관계가 좋지 않으니 친우이자 라이벌인 ‘전 회장’이 관계 개선을 위해 연락을 취한 건 쉽게 예상할 수 있었다.

“일단 돌리게.”

“네.”

고개를 끄덕인 여비서가 태블릿PC를 터치하자 조용하던 전화기가 시끄럽게 울렸다.

-오, 받았군. 잘 지냈…….

“야. 나중에 하자.”

-그렇게 바쁘냐?

“괜히 인맥을 만들었나 싶다. 그러니 나중에 하자. 나중에.”

-나중은 무슨. 내가 올라가마. 1분도 안 걸려.

“…….”

은퇴를 하고 고향인 홍성으로 내려가 유유자적 인생을 보내는 친구이자 라이벌.

“올라왔어?”

-장남이라는 놈이 부탁하는데 어쩌겠냐.

“…….”

바빠 죽겠는데 빙빙 돌려서 말하는 인간과 대화를 나눌 필요가 있을까?

“하아, 올라와라.”

필요가 있다.

은퇴를 했어도 그는 여전히 오성 그룹의 실세였으니까.

***

우우웅.

“……응?”

“사장. 뭐야. 이번에야말로 정치인?”

“아뇨. 초등학교 동창이라는 놈인데요?”

“응? 동창이요가 아니라 동창이라는데요?”

“네.”

모르는 사람한테서 연락이 많이 왔다. 한율은 자연스럽게 스마트폰을 돌려 날아온 미확인 코코아톡 메시지, 문자, 전화를 보여 주었다.

사람들이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자 자연스럽게 스마트폰을 끄고 테이블 위에 던졌다.

“응? 중요한 전화가 오면 어쩌려고.”

“괜찮아요. 중요한 일이면 사람 보내겠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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