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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래로 강해지는 헌터님-79화 (79/221)

079 한율의 마법 강의(1)

-어색하네. 어, 안녕하세요. 마법이라는 능력을 각성한 한율이라고 합니다.

화면을 가득 채운, 착용하고 있는 국방색 얼룩무늬 옷에 자꾸 시선이 가는 남성, 한율을 빤히 바라보던 몇몇 사람들이 스마트폰을 들었다.

저녁 8시.

KBC2 TV, 청일 백화점, 헌터 협회에서 진행 중인 방송은 라이브 방송이 아니었다. 우측 상단에 ‘live’라는 표시가 없는 것도 있지만 인터넷에는 염력 마법을 사용해 물건을 나르고 있는 한율의 사진이 떡하니 첨부되어 있는 기사가 계속해서 올라왔기 때문이다.

사람들이 다시 스마트폰에서 시선을 떼고 모니터 또는 TV를 봤다.

-저는 능력으로 각성했지만, 각성과 동시에 머릿속으로 자동적으로 들어온 지식을 통해 마법은 기술, 노력만 하면 누구나 배울 수 있는 기술이라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아, 물론 재능이 없으면 아무리 노력해도 배우지 못하지만요.

어색하다. 그리고 말을 정리하지 않고 내뱉는다.

하지만 그런 모습이 도리어 신뢰성을 높여주었다.

-그럼 바로 시……작하기 전에, 마법이라는 기술을 공개하는 이유를 설명해 달라고 부탁하네요. 어디 보자.

카메라를 똑바로 바라보던 한율이 고개를 살짝 들고 천장을 가만히 바라봤다.

그렇게 30초 정도 흘렀을까?

탄성을 흘린 한율이 미안하다는 표정을 지은 채 카메라를 바라보며 말했다.

-지인에게 마법을 전수했습니다. 그래서 감출 수 없다고 판단했습니다. 한 번 기술을 공개하며 비밀의 틈이 생겼으니 언젠가는 밝혀질 거라고 판단한 거죠. 그렇다면 왜 이렇게 스케일을 크게 해서 공개하느냐.

몇몇 사람들이 호기심을 가지고 방송을 지켜봤다.

-마법사를 양성할 수 있는, 그러니까 각성을 하지 않았음에도 초능력을 사용할 수 있다는 것을 이용해 저에게 범죄 행위가……. 아, 직접적으로 말해도 된다고요?

1인 방송을 처음 하는 게 분명한 것처럼 어색하고 서투르다.

카메라 밖으로 고개를 돌렸던 한율이 다시 미안하다는 표정을 지은 채 말을 이었다.

-저를 감금하거나 납치하거나, 가족을 협박할 수도 있다고 판단했습니다.

감금, 납치, 협박.

무시무시한 이야기에 방송을 시청하던 몇몇 이들이 흠칫 떨 때, 몇몇 이들은 동의하듯이 고개를 살짝 끄덕였다.

각성을 하지 않았음에도 초능력을 사용할 수 있는 마법사를 육성할 수 있다. 그러니 수많은 국가에서 회유, 그것이 어렵다면 납치, 그리고 협박이라는 행위를 통해 한율을 강제할 가능성이 있었다.

그렇다면 감금은 무엇일까.

“아, 우리나라.”

방송을 시청하던 몇몇 사람들이 작은 목소리로 중얼거렸다.

타국에 마법사를 육성할 수 있는 ‘마법사, 한율’을 지키기 위해 그를 감금, 정확하게 말하면 자유를 빼앗을 수가 있다.

몇몇 사람들이 예상한 대로 타국, 그리고 각성 범죄자들의 납치, 또는 협박 행위를 걱정해, 그리고 직접적으로 대상을 언급하지 않은 채 감금을 경계한다는 이야기를 덧붙인 한율이 말을 이었다.

-그래서 생각했습니다. 그냥 대대적으로 알려 아군을 늘리자. 뭐, 아군이 늘어나는 만큼 적들도 늘어나겠지만 아는 사람만 알고 있는 이야기로 남기는 것보다는 안전하잖아요.

-뭐, 이런 일을 벌여도 납치, 협박, 감금 행위를 저지르려는 국가 및 각성 범죄자들이 있겠지만, 저는 은혜를 잊지 않습니다.

A라는 국가가 한율을 납치하려고 하는데, B라는 국가가 그 사실을 알았다. 그렇다면 이 B라는 국가에는 두 가지 선택지가 주어진다.

첫 번째, A국가와 동조한다.

두 번째, A국가의 범죄 사실을 밝힌다.

만약 이 두 가지 선택지 중에 첫 번째 선택지를 택한다?

장점은 A라는 국가와 함께 마법이라는 기술을 공유할 수 있다는 것.

단점은 기술자의 신뢰를 잃는 것이기에 기술자에게서 기술을 빼앗는 것이 어려울 것이며, 혹여나 마법사를 납치했다는 사실이 밝혀지면 수많은 비난에 직면하게 된다.

그렇다면 두 번째 선택지를 고르면 달라질까?

달라진다.

대한민국은 물론 전 세계에서 이 방송을 보고 있을 것이다. 뭐, 번역 자막을 아래에 깐 것도, 통역가와 함께 방송을 진행하는 것은 아니지만 분명 전 세계에서 이 방송을 보고 있을 텐데, 그는 그런 방송에서 말했다.

물질로써 은혜에 보답한다고.

만약 마법을 요구한다면?

빚의 크기에 따라 다르겠지만 분명 더 상위의 마법을 가르쳐 줄 것이다. 그것이 어렵다면 주문서, 또는 아티팩트라는 마법 물건, 즉 매직 아이템으로 보답할 것이고.

-그럼 다시 본론으로 들어가서 일단 기초 마나 호흡법에 대해 알려 드리겠습니다.

게이트와 함께 지구를 찾아온 마나를 흡수하는 기초 마나 호흡법.

-청일 그룹의 배희연 헌터님의 도움을 받아 확인해 본 결과, 일반적인 방법, 그러니까 휴식을 통해 마나를 회복하는 것보다 5할을 더 빠르게 마나를 흡수한다고 합니다.

각성하지 않은 일반인은 물론 헌터들까지 방송을 시청하고 있었다.

방송을 시청하고 있던 헌터들이 화면에 다이브할 기세로 달려들었다.

-재능이 있다면 기초 마나 호흡법을 반복해서 외울 경우 사흘에서 나흘 사이에 마나 홀이 생성될 겁니다. 재능에도 상, 중, 하로 단계를 나누면 상은 사흘에서 나흘, 중은 일주일에서 보름, 하는 한 달에서 한 달하고도 보름 사이입니다.

칠판에 ‘기초 마나 호흡법’이라는 글을 적고 그 아래에 호흡법의 내용을 적었던 한율이 계속해서 입을 열었다.

그렇게 한 시간.

기초 마나 호흡법에 대해 설명하고, 기초 마나 호흡법의 장점과 주의점을 알린 한율이 어딘가를 바라보며 고개를 갸웃했다.

-예? 재능이 없으면요?

영상을 업로드하던 도중 편집을 해 질문자의 목소리를 지운 것 같다.

한율이 잠시 고민한 후에 대답했다.

-반년에서 1년? 어쨌든 만들 수 있냐고요? 네. 만들 수야 있죠. 마나를 다루는 데 재능이 없어 마나 홀에 담긴 마나를 사용할 수 없지만.

노력하면 헌터들처럼 마나 홀이 생성된다. 그래서 눈을 반짝이던 시청자들이 아쉬움에 한숨을 내쉴 때, 한율이 누군가에게 ‘넘어가도 되나요?’라는 질문을 던지고 비어 있는 보드에 마카를 끄적이기 시작했다.

이번에 적은 제목은 ‘서클’

-기초 마나 호흡법으로 마나 홀을 생성 후, 1서클 마법을 습득하기 위해 노력하다 보면 어느 순간 왼쪽……. 아니지 우심장이신 분도 계시니까. 심장 주변에 큰 원이 생성됩니다. 옷 까도 돼요? 아, 안 돼요? 아니, 무슨 예능 보면 웃통 까는 사람들 많은데. 아, 그래도 많은 사람이 보고 있어서 안 된다고요? 쩝!

“이럴 거면 그냥 질문자의 목소리를 넣은 방송을 하지.”

아니면 자막을 넣거나.

실소를 터트리거나 고개를 절레절레 흔든 시청자들이 다시 마법 강의에 집중했다.

한 시간.

장장 한 시간에 걸친 서클과 마법의 상관관계 강의가 끝났다.

두 시간.

-10분만 쉬죠. 그리고 1서클 마법 강의는 두 시간 동안 진행되니까 참고하시고요. 아, 광고 보낸다고요? 아, 그럼 광고 보시고 오시겠습니다.

호기심에 들어왔던 사람들, 거짓일지도 모르겠지만 초능력을 가지고 싶다는 생각에 진지하게 방송을 시청하던 사람들이 휴식시간을 받은 학생처럼 빠르게 움직였다.

일부는 화장실을 다녀오고, 일부는 앞서 메모한 내용들을 훑어보고, 일부는 긴장이 풀린 듯 축 늘어지고.

10분.

짧다면 짧고, 길다면 긴 시간이었지만 방송을 시청하는 사람들에게 10분은 정말 짧은 시간이었다.

짧은 휴식시간이 끝나자 방송을 시청하고 있던 사람들은 엄한 선생님이 들어온 교실처럼 진지하게 수업(?)에 집중하기 시작했다.

***

일을 마치고 집으로 돌아가려 할 때, 고용주의 제안에 근처 삼겹살집으로 모인 사람들, 멍한 표정으로 방송을 시청하던 사람들이 고개를 돌려 고용주를 바라봤다.

“저게 사실이냐? 아, 아니. 사실입니까?”

“일할 때처럼 말 편하게 하세요.”

“아니, 그게……. 티비에 나오니까 뭔가 대단해 보여서.”

“그렇게까지는 아닌데요.”

민망하다는 표정을 지은 한율이 다시 삼겹살을 입에 넣고 우물우물 씹은 후에 대답했다.

“일단 마나 홀은 재능이 없어도 만들 수는 있어요. 문제는…….”

“재능이 없으면 마나 홀의 마나를 움직이지 못한다?”

20대 초반의 대학생이다.

한율이 미소를 머금은 채 소금장에 고기를 푹 찍어 먹고 고개를 끄덕였다.

“네.”

“사장님. 거, 마나 홀인가 마나 통인가 하는 거 있으면 뭐가 좋은가?”

“마나를 사용하지 못해도요?”

“그려.”

“건강해지죠.”

“오! 건강. 그리고?”

“회복력 상승?”

“회복력 상승?”

“상처 입으면 회복하는 시간이 짧아져요.”

“호오!”

사람들이 다시 고개를 돌렸다.

식사를 마치고 후식을 먹으며 마법 강의 방송을 시청했다.

그렇게 두 시간.

-그럼 마법 강의는 여기서 마치겠습니다. 그리고.

계속 말을 해서 한 손으로 턱을 쓰다듬던 한율이 다시 보드판 앞으로 이동해 마카를 들었다.

이번에 적은 제목은 ‘길드’

-길드를 신설할 겁니다. 조건은 1서클 생성, 1서클 마법 사용, 마지막으로 면접. 면접은 하양이 소환.

빛이 번쩍하더니 한율의 어깨 위로 작고 귀여운 강아지가 나타났다.

-면접은 하양이가 봅니다. 이유는 하양이의 능력 중 상대의 성향, 그러니까 착한 사람인지 나쁜 사람인지 확인하는 능력이 있기 때문이고, 이렇게 면접에 통과해도 청일 그룹, 헌터 협회, 그리고 국가에서 뒷조사를 할 예정이니 참고하시길 바랍니다.

“뒷조사?”

사람들이 고개를 돌렸다.

방송을 시청하며 이해하지 못하는 단어, 또는 설명이 있으면 함께 삼겹살을 먹고, 함께 비냉을 먹던 한율에게 질문을 던지던 인부들이었고, 한율은 그런 물음에 바로바로 대답을 해 주었기 때문이다.

“기술을 훔쳐 갈 사람들은 제외해야죠.”

“어, 그럼 방송은 이게 끝이야?”

“네. 뭐, 시간이 지나면 2서클도 공개하겠지만 그건 먼 미래의 이야기.”

이유가 뭘까?

어른들이 고민할 때, 일용직으로 공사장을 찾은 대학생 중 한 명이 탄성을 흘리며 대답했다.

“공격 마법 때문이군요.”

“네. 공격 마법은 위험하니까요. 실제로 방송에서 공개한 1서클 마법 중에는 공격 마법이 없죠.”

파이어, 아쿠아 등 마나의 힘으로 자연을 끌어오는 마법과 실드 마법만 공개했다. 1서클 공격 마법인 매직 미사일은 방송에서 공개되지 않았다.

“하지만 방어 마법은 공개하셨네요?”

“방어 마법이잖아요.”

당연하다는 듯이 대답하는 한율.

그런 한율의 모습에 대학생들이 피식 실소를 터트리고 자리에서 일어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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