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78 엔젤 트윈스(2)
“와! 진짜 마법 배우길 잘했다는 생각이 드네.”
“뭐?”
“마법을 배워서 이렇게 큰돈을 벌었잖아.”
“…….”
만약 한율이 다른 헌터들처럼 한 가지 능력만 사용하는 초능력을 각성했다면?
건물은 구입했을 것이다. 엄청난 시간이 필요하겠지만.
“근데 오빠.”
“왜.”
“여기 땅이잖아.”
“땅이지.”
“땅값 내는 건 둘째 치고.”
둘째 치고?
한율이 고개를 돌렸다. 그러자 한유라가 아주 진지한 표정으로 물었다.
“건물 올릴 돈도 충분해?”
“……훗!”
짜증 나는 웃음을 터트린 한율, 그가 자연스럽게 부동산 어플을 나와 전화번호부 어플을 띄웠다.
우우웅.
-늦은 시간에 무슨 일이냐?
“청일 건설이요.”
-……응?
“할인해 주나요?”
-건물 올리게?
“네. 길드 사무실 겸 훈련소 겸 집으로 사용할 건물을 올릴 거거든요.”
-할인해도 많은 돈이 필요할 텐데?
“최고급 인력이 함께하는 데도 많이 필요할까요?”
최고급 인력?
한율이 이상남의 물음에 다리를 꼬고…….
“허리 나가. 풀어.”
한율이 꼬았던 다리를 풀고 말했다.
“네. 마법을 사용하는 최고급 인력이요.”
***
11월 1일.
즐거운 마음으로 자신이 좋아하는 방송을 시청하던 사람들이 화면 하단에 나타난 글을 발견하고 인상을 살짝 찌푸렸다.
“갑자기 뭐야. 또 브레이크야?”
자연재해보다 더 무서운 게이트의 폭주.
화면 하단에 나타난 글을 보며 작은 목소리로 중얼거린 사람들이 하단에 나타난 글을 집중해서 읽기 시작했다.
목숨이 걸린 일이다. 위치, 그리고 폭주 시간을 확인하기 위해 잠시 좋아하는 방송에서 시선을 떼는 것은 당연한 일이었지만, 그들은 우측에서 나타나 좌측으로 이동하는 글, 이미 한 번 사라진 후에 다시 글이 나타났음에도 좋아하는 방송에서 시선을 떼고 그 글을 읽고 말았다.
[대한민국 최초 마법사, 한율이 밝힌다. 마법은 기술이며, 공부를 하면 누구나 마법을 사용할 수 있다. 한율의 마법 강의는 KBC2 TV에서 저녁 8시에 방영됩니다.]
“마법? 에? 마법?”
“강의? 마법을 가르쳐 준다고?”
TV를 시청하던 사람들이 홀린 듯이 리모컨을 잡고 KBC2 채널로 이동했다. 아직 방영까지 2시간이나 남았음에도 채널을 돌릴 생각을 못 했다.
인터넷 서핑을 즐기던 사람들도 마찬가지였다. 자연스럽게 유명한 대한민국 포털 사이트에 들어간 사람들도 검색란 아래, 광고창이라 불리는 곳에 나타난 글을 확인하고 재차 그 글을 읽기 시작했다.
[대한민국 최초 마법사, 한율이 밝힌다. 마법은 기술이며, 공부를 하면 누구나 배울 수 있다. 지금 바로 접속하세요! (방송은 저녁 8시에 시작됩니다.)]
“……에?”
“뭐?”
“마법이 기술? 초능력이 아니라?”
모두가 홀린 듯이 방송 시작까지 2시간이나 남았음에도 불구하고 광고란을 클릭하거나 채널을 돌렸다.
또는 스마트폰을 들어 인터넷에 접속했다.
인기 포털 사이트 실시간 채팅창은 이미 난리가 난 상황.
100만 구독자를 꿈꾸는 BJ코인의 라이브 방송 실시간 채팅창도 마찬가지였다. 시간이 날 때마다 은근슬쩍 유명해진 한율과 친분을 쌓았다는 이야기를 했기 때문이다.
⤷코인! ㄱㅅ꺄! 너도 알고 있었냐?
직접 카메라를 들고 찾아간 게이트, 그 게이트에서 활동 중인 헌터들을 소개하는 콘텐츠를 진행하던 BJ코인이 뜬금없는 욕설에 고개를 갸웃했다.
“형님, 앞뒤 다 자르고 욕부터 박으시면 뻔뻔한 저라도 마음이 상합니다만?”
⤷마법! 마법! 마법! 레비오사!
“매직 미사일, 파이어볼일 텐데요.”
⤷뭐가 됐든 마법!
“네, 마법이 왜요? 헌터인 한율 님이 각성한 능력이잖아요.”
⤷그거 기술!
앞뒤 다 자르고 본론만 언급하는 것으로 보이는 글.
BJ코인이 다시 고개를 갸웃하고 너무 흥분한 나머지 시간을 달라는 말과 함께 시청자가 진정하고 있을 때, 수십, 수백 명이나 되는 사람들이 라이브 방송에 몰려들었다.
“뭐지? 왜 갑자기 많이 찾아오셔?”
⤷BJ코인님! 한율 님하고 아는 사이라면서요!
⤷BJ코인님! 알고 계셨어요? 한율 님하고 아는 사이라면서요!
⤷BJ코인님 맞습니까? 한율 님의 지인이라는?
뭐지?
대체 방송하는 그 짧은 시간 동안 세상이 어떻게 돌아갔기에 사람들이 흥분해서 방송에 들어온 거지?
“어, 음. 저기 차근차근 설명해 주시겠습니까?”
⤷한율 님이 마법은 기술이다. 누구나 노력하면 마법을 배울 수 있다고 저녁 8시에 마법 강의를 한다고 광고가 떴어요! 인기 포털 사이트에 들어가면 광고란에 떡하니 붙어 있어요!
마법은 기술이다?
누구나 배울 수 있다?
방송을 하던 BJ코인은 물론 기존 시청자들까지 벙찐 듯 아무 말도, 어떠한 글도 채팅창에 남기지 않을 때였다.
눈을 부릅뜬 BJ코인이 바로 마우스를 잡고 즐겨찾기에 추가해 둔 인기 포털 사이트로 이동했다.
[대한민국 최초 마법사, 한율이 밝힌다. 마법은 기술이며, 공부를 하면 누구나 배울 수 있다. 지금 바로 접속하세요! (방송은 저녁 8시에 시작됩니다.)]
광고 배너에 떡하니 올라와 있는 글에 눈이 동그랗게 떠졌다.
“엉?”
자신도 모르게 이상한 감탄사를 뱉은 BJ코인이 마우스를 움직여 광고 배너를 클릭했다. 자연스럽게 주소창을 확인…….
“헌터 협회?”
⤷D음은 청일 백화점 공식 사이트로 넘어감!
⤷ㅅㅂ! 지상파 방송에서도 방송한대!
⤷코인아! 알고 있었냐! 마법이 기술이라는 거!
“…….”
BJ코인이 시청자들의 질문에 대답하는 대신 스마트폰을 꺼냈다.
한참이나 울리던 기본 벨소리가 멈추고 한율의 목소리가 들려오자 BJ코인이 무의식적으로 채팅창을 확인했다.
⤷스피커! 스피커!
⤷스피커 모드! 스피커 모드!
요청과 함께 쏟아지는 후원금.
‘미, 미친!’
1분도 채 안 돼서 수백, 아니 수천만 원을 후원받았다.
“혀, 형님.”
-예? 제가 형님이에요?
“……예. 제가 한 살 어립니다.”
-그렇군요. 아, 그런데 왜 전화하셨죠?
“제가 방송 중인데 혹시 실례가 안 되면 스피커 모드로 바꿔도 되겠습니까?”
-…….
무례한 부탁이었을까?
생각할 가치도 없다.
무례한 부탁이다. 쏟아지는 후원금 때문에 순간적으로 정신줄을 놓았던 BJ코인이 어떻게든 수습하기 위해 사과를 하려던 때였다.
-그러죠.
“예?”
-어차피 홍보도 해야 하니까요.
“……가, 감사합니다!”
BJ코인이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다. 그것도 모자라 그랜절을 박고는 바로 스마트폰을 키보드 앞으로 가져와 조심스럽게 스피커 모드를 터치했다.
“혀, 형님?”
-네. 코인 씨.
“…….”
⤷친하지는 않은가 보네.
⤷글게. 코인은 형님. 마법사는 코인 씨.
“형님, 제가 더 어린데 편하게 말을 놓아주시면 안 될까요?”
-흐음……. 그래? 그러지 뭐.
“감사합니다!”
상대가 상대인지라 또 한 번 그랜절을 박으며 감사 인사를 한 BJ코인이 실시간 채팅창을 확인하고 바로 물었다.
“형님. 제가 인터넷을 돌아다니던 중에 광고를 하나 봤거든요. 오늘 저녁 8시에 마법 강의를 한다고요?”
-어. 맞아.
“……마법은 기술이며, 노력만 하면 누구나 배울 수 있고요?”
-그것도 맞지. 단 재능이 있느냐, 없느냐에 따라 마나 홀을 만드는 시간, 서클을 생성하는 데 걸리는 시간, 마법을 습득하는 데 걸리는 시간이 다르지.
⤷재능 없으면 얼마나 걸리냐고 물어봐.
“재능 없으면 얼마나 걸립니까?”
-평생을 노력해도 못 배우지.
⤷재능의 유무 확인 방법!
“재능의 유무 확인 방법이 있나요?
-기초 마나 호흡법을 배우고 일주일. 그 안에 마나를 느끼면 평범. 사흘 안에 마나를 느끼면 재능이 있음. 한 달을 노력해도 마나를 느끼지 못하면 재능 없음.
⤷각성자도 마법을 배울 수 있나요?
-배울 수는 있는데 몬스터를 사냥하면 알아서 성장하는 스킬이 아닌 공부와 수련이 필요한 기술이기 때문에 차라리 아티팩트를 쓰는 게 나아.
⤷왜 숨겼나요?
-능력도 지킬 힘이 있어야 능력이니까.
⤷그럼 왜 이제 와서 공개한 건가요?
-제자가 마법으로 사람들 돕다가 걸렸어.
⤷이렇게 대대적으로 공개하는 이유는?
-각성을 하지 않았음에도 초능력을 사용할 수 있는 능력자를 육성하는 거니까. 각성 범죄자들이 나를, 아니면 가족을 납치할 수가 있고, 외국에서 나를 납치할 수도 있으니까 차라리 능력을 공개해 대대적으로 사람을 받아 아군을 늘리려고.
“……어, 저기 형님?”
시청자와 한율 사이에 대화 창구가 되었던 BJ코인이 한율을 불렀다.
-어, 왜.
“그렇게 솔직하게 말씀하셔도 되는 건가요?”
-여기서 더 감추면 이상하지 않을까?
그렇다.
⤷잠깐, 기초 마나 호흡법이라고 했는데, 더 좋은 마나 호흡법이 존재하는 건가요?
-제가 만들 길드에 들어오면 가르쳐 줍니다.
계속된 질문 폭탄에 자신이 대화 창구로 이용되는 것을 알아차렸는지 말을 높여 대답하는 한율의 변화에 BJ코인은 모니터에서 눈을 떼지 못했다.
후원금이 쏟아지다 못해 폭발하고 있었다.
⤷길드 가입 방법은요?
-1서클 생성, 1서클 마법 사용. 그리고 면접.
⤷면접은 어떻게 진행되나요?
-하양이가 면접 봐요.
⤷네?
-하양이가 면접 본다고요. 하양이가 통과시키면 통과.
“……왜요?”
-하양이가 성향을 볼 줄 알아서.
“성향?”
-지금 눈앞에 있는 사람이 착한 사람인지, 나쁜 사람인지 알아본다는 거야. 거기다 그렇게 통과해도 청일 그룹, 대한민국, 그리고 헌터 협회가 뒷조사를 할 거고.
⤷범죄 아닙니까?
-꼬우면 가입 안 하면 됩니다.
-범죄자에게, 내 기술을 유출시키려는 스파이에게 기술을 넘길 생각은 없으니까요.
틀린 말은 아니다. 하지만 대답하는 방식 때문인지 옳다, 옳지 않다로 싸우며 채팅창이 소란스러워지자 BJ코인이 계속 궁금했던 걸 물었다.
“그런데요, 형님.”
-어. 왜.
“지금 뭐 하고 계십니까?”
-응? 그건 왜?
“아니, 계속 이상한 소리가 들려서요.”
드르르르륵 하는 소리가 들렸고, 깡깡 하는 소리가 들렸다.
-아아, 알바 중.
“……예?”
-알바 중이라고.
마법사가 알바?
“무슨 알바요?”
-공사장 알바.
“왜 형님께서…….”
-땅 사느라 돈을 많이 썼거든.
땅?
“집 지으세요?”
-집 겸 길드 사무실 겸 훈련소.
⤷위치이이이이이이!
⤷위치이이이이이!
⤷물어봐! 위치! 길드 위치 물어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