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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래로 강해지는 헌터님-74화 (74/221)

074 예상 밖의 상황(2)

한율은 제작을 하고 청일 그룹은 공급을 한다. 그렇기 때문에 청일 그룹이 일본과의 계약에서 얼마를 떼어먹든 한율과는 관계가 없었지만, 이상남, 이상민 부자는 한율을 끌어들였다.

사전 조치를 위해서다.

제작자와 대화를 나누지 않고 타국에 비싸게 판매하면서 많은 논란이 생길 것이고, 그 논란은 청일 그룹에 큰 타격을 줄 수 있기 때문이다.

“일단 가장 중요한 가격에 관해 물어보겠습니다. 얼마까지 생각하고 계십니까.”

“으음…….”

마시고 간다고 하니 테이크아웃 잔이 아니라 유리잔이 나왔다. 유리잔을 들어 카페라테를 마신 한율은 얼음 하나를 잘근잘근 씹으며 고민하다가 되레 강복남에게 물었다.

“얼마나 남겨 먹고 계시죠?”

“……예?”

“주문서요. 가격을 얼마로 설정했는지.”

“아, 원가의 10%입니다.”

“오. 싸게 파네요?”

“4서클 이상부터는 10%라고 해도 싸다고 말할 수는 없죠.”

“하긴…….”

4서클 마법 주문서는 5천만 원.

여기서 10% 인상한 가격으로 판매하면 5,500만 원.

현재의 경지로 제작이 어려울 뿐이다. 5서클, 6서클에 오르면 4서클 마법 주문서도 2서클 마법 주문서를 제작하는 것처럼 제작 속도가 줄어들 것이다.

“말 안 나오게 설정한다면 얼마 정도죠?”

“으음, 지금은 소량이니 20%. 대량 제작이 가능하게 되면 15% 정도겠군요.”

“가격을 맞추는 것은 어렵고요?”

“어렵죠. 나라가 반대할 겁니다. 주문서는 1회용. 사람들은 계속해서 찾을 수밖에 없으니까요.”

나라가 청일 그룹, 그리고 한율을 욕할 것이고, 대한민국 국민들이 청일 그룹을, 그리고 한율을 욕할 것이다.

“그럼 그렇게 해 주세요.”

“그럼 발주 수량입니다. 생산량을 늘릴 수 있겠습니까?”

“아뇨. 지금으로서는 어려워요.”

태블릿 PC를 두들기던 강복남이 고개를 들었다.

“지금은 어렵다는 말씀은?”

“성장하면 생산량을 늘릴 수 있습니다.”

“그렇군요. 성장이라…….”

그 후로도 강복남은 한율에게 여러 가지 질문을 던지며 의견을 물었다.

가격, 발주량, 헌터와 민간인 구분해서 판매하는 수량, 발주 기한.

헌터 협회에 판매를 맡기느냐, 아니면 청일 백화점 일본 지부에 판매를 맡기느냐.

연구를 해도 마법을 배우지 못한 이상 복사는 불가능하지만, 복사의 흔적을 찾으면 판매를 중단하느냐, 아니면 몇 차례 경고를 하고 판매를 중단하느냐.

일본에서 주문서 탈취를 위한 범죄가 발생할 경우 그냥 거래를 금지하느냐, 아니면 일본 헌터 협회에 일 처리를 맡기고 일이 끝날 때까지 거래를 임시 중단하느냐 등등.

1시간이 넘게 질의응답이 이어졌다.

“더럽게 힘드네요.”

등받이에 몸을 편안히 기댄 한율의 말에 강복남이 태블릿 PC에 적은 내용을 정리하고 빙긋 웃었다.

“다른 나라와 거래가 진행될 때는 다른 해외 영업팀에서 방문할 겁니다.”

“……일본 거래를 타국에도 적용하면 안 되나요?”

“그래도 되죠. 뭐, 빈곤 국가와 거래를 할 때는 현금과 함께 물물 거래가 진행되기 때문에 한율 님의 허락을 받기 위해 찾아오겠지만요.”

“어쨌든 된다는 거네요?”

“예. 대신 판매하는 나라의 국력에 따라 금액이 인상되거나 인하될 겁니다.”

“그 정도야 뭐.”

“그럼 돌아가면 바로 본사에 연락해 한율 님의 의견을 전달하겠습니다.”

“네, 부탁드릴게요.”

한율이 웃으며 말했다. 그러자 똑같이 미소로 화답한 강복남이 태블릿 PC를 회수하고 배희연 헌터를 돌아봤다.

“배희연 헌터님. 업무가 끝났습니다.”

“그럼 먼저 들어가십시오. 늦은 시간까지 수고하셨습니다.”

자리에서 일어난 배희연이 허리를 숙여 인사하자 일본 영업팀도 황급히 자리에서 일어나 허리를 숙여 인사를 받았다.

“그럼 한율 님. 나중에 또 인사드리겠습니다.”

“예, 고생하셨습니다.”

해외 영업팀이 자리에서 일어나 인사를 받은 것처럼 이번에는 한율이 일어나 인사를 받았다. 그리고 나오지 말라는 강복남의 부탁에 그 자리에 서서 배웅을 한 뒤, 한율이 자연스럽게 배희연을 돌아봤다.

“무슨 문제라도 생겼나요?”

함께 돌아가야 정상이다.

배희연은 잠시 주변을 쓰윽 둘러보다 작은 목소리로 말했다.

“소리를 차단해 주시겠습니까?”

“협회장과 대화를 나눌 때처럼요?”

“네.”

“……실드.”

반투명한 푸른 실드.

늦은 밤 카페를 찾은 몇몇 사람들이 화들짝 놀라며 푸른 실드를 바라봤지만 두 사람은 사람들의 시선을 무시하고 서로를 바라봤다.

양손을 들어 입을 가린 배희연, 그녀가 바로 본론으로 들어갔다.

“문제가 생겼습니다.”

“어디서요?”

“아가씨께서.”

“……유리요?”

“예.”

재발(再發)? 다시 마나가 뭉쳐 하반신이 마비되었나?

한율이 그런 생각을 할 때, 배희연이 정말 미안하다는 표정으로 다시 입을 열었다.

“아뇨. 재발은 아닙니다.”

“그러면요?”

“들켰습니다.”

“……?”

“……죄송합니다. 들켰습니다.”

“마법?”

“예.”

“……어쩌다?”

“그게…….”

***

한율이 작업 현장을 지원하고, 사람들을 치료하고, 몬스터 시체를 치우느라 이곳저곳을 바쁘게 돌아다니고 있을 때, 이유리, 한유라, 유세희는 청일 그룹 봉사 활동에 참가했다.

이유리가 정기적으로 청일 그룹에서 진행하는 봉사 활동에 참가한다는 이야기를 듣고 한유라, 유세희도 유리를 따라 참가하게 된 것이다.

이번에 소녀들이 방문한 곳은 청일 그룹에서 지원하는 보육원 중 하나인 ‘늘 푸른 우리 집’이었다

“그럼 조금 쉬고 다시 올게요.”

“그냥 쉬지. 뭘 또 와.”

이유리가 봉사자들의 제안에 고개를 좌우로 흔들고 휠체어를 끌고 이동했다.

할 일을 마치고 휴식 시간을 얻은 이유리가 찾아간 곳은 어린아이가 잠들어 있는 방.

조심스럽게 문을 열고 방에 들어선 이유리가 문을 열었을 때와 마찬가지로 아주 조심스럽게 휠체어를 밀어 유아용 침대 앞으로 이동했다.

아이 키우는 게 세상에서 가장 힘든 일이라고 한다. 하지만 그보다 더 힘든 일이 있었으니 그것은 ‘장애’가 있는 아이를 키우는 것이다.

3개월 전에 보육원을 찾아온 어린아이.

소량의 현금, 그리고 자신의 사정, 그리고 장문의 편지와 함께 새벽녘에 늘 푸른 우리 집을 찾아온 아주 귀여운 아이.

곤히 잠들어 있는 아이를 바라보던 이유리의 곁으로 설거지를 마친 한유라, 그리고 청소를 마친 유세희가 조심스럽게 다가왔다.

“……진짜 할 거야?”

“응. 할 거야.”

한율은 모르는 이야기였지만 이유리는 봉사 활동에 참가해 많은 마법을 사용했다.

처음에는 몰래몰래 아무도 모르게 마법을 사용했다. 넘어져 상처가 난 아이에게 치료 마법을 사용해 상처를 치료해 줬고, 마나를 주입해 내상이 있는 아이들을 몰래몰래 치료해 줬다.

그러다 한유라와 유세희에게 들켰다.

두 소녀의 다음 행동?

유세희는 이유리를 도왔지만, 한유라는 망설였다.

이유리가 마법을 사용한다는 것을 들키면 자신의 친구는 물론 자신의 가족까지 위험에 처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내버려 둘 수는 없잖아.”

상처를 입은 아이의 손을 꼬옥 붙잡은 채 말하는 이유리의 모습에 그녀를 도와 마법 사용을 숨기기 시작했다.

물론 작은 상처는 치료 마법이 아닌 약으로 치료했다. 문제는 약으로 치료할 수 없는 경우에는 마나를 주입해 자가 치유력을 높여 스스로 회복하도록 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래서 이유리와 두 친구는 청일 그룹에서 봉사 활동을 진행할 때만 보육원을 방문하는 것이 아닌 정기적으로 보육원을 방문해 아이들을 치료했다.

“얼마나 걸릴 거 같아?”

“으음…….”

지금까지와는 다르다. 마나를 주입해 자가 치유력을 높여 내상을 회복하는 것도, 힐 마법을 사용해 화상, 또는 부상을 치유하는 것이 아니다.

자신의 병.

마나가 뭉쳐 발생한 장애를 없애는 것.

“나처럼 마나가 많이 뭉쳐 있는 게 아니고, 마나를 흡수해도 바로 배출하니까. 오늘로 끝.”

“진짜 아슬아슬했다.”

일주일 동안 이유리는 어린아이를 치료했고, 유세희와 한유라는 망을 봤다.

“그래도 대단하네. 2서클이라며.”

“응.”

“근데 3서클 마법을…….”

이유리는 3서클 마법 마나 드레인을 배웠다. 서클이 문제가 되었는지 한율보다 캐스팅 시간이 길고, 흡수하는 마나량도 1/10이었지만 이유리는 마나의 축복을 받은 체질과 마법을 배우며 더욱더 향상된 지능으로 마나 드레인을 습득했다.

“그럼 시작할게.”

“응.”

유세희가 문 앞으로 이동했고, 한유라가 커튼을 친 창문 옆으로 이동해 커튼을 아주 살짝 들어 올려 밖을 살폈다.

“후우.”

이유리는 작게 심호흡을 한 후에 어린아이의 손을 잡고 마나 드레인을 사용했다.

그렇게 10분, 20분, 1시간이 흘렀을 때.

어린아이의 몸에서 마나를 흡수하던 이유리의 몸이 푸른빛에 둘러싸였다.

“에?”

“응?”

문을 아주 살짝 열어 놓고 복도를 지켜보던 유세희, 커튼을 살짝 걷은 채 창밖을 살피던 한유라가 고개를 돌렸다.

그리고 그 순간.

파아앗!

극소량이지만 계속해서 마나를 흡수하고, 컨트롤이 중요한 마나 드레인을 반복해서 사용하며 마법 숙련도가 늘어난 한유라의 몸을 둘러싼 빛이 더욱더 커져 사방으로 퍼져 나갔다.

***

“3서클?”

“……네.”

“목격한 사람은요?”

“최일현 헌터가 갑작스러운 빛의 폭발에 깜짝 놀라 황급히 달려가 사람들의 입을 막았습니다…….”

“그럼 괜찮지 않나요?”

“빛의 폭발은 밖에서도 알아차릴 정도였습니다.”

“사람들이 봤다?”

“……네.”

“빛의 폭발이 꽤 오랫동안 이어졌나 보네요?”

다시 한번 고개를 끄덕이는 배희연이 면목 없다는 듯 고개를 숙였다.

보육원 사람들의 입을 막아도 보육원 근처를 지나가던 사람들의 입은 막을 수 없다.

“……영상이 올라왔나요?”

“막고는 있습니다. 하지만 오랫동안 막지는 못할 것이라고. 거기다.”

“거기다?”

“유리 아가씨께서 치료한 사람이 워낙 많아서.”

“…….”

자신의 능력을 과시하기 위해 마법을 사용했다가 들킨 것이라면 화가 났을 것이다.

하지만 이유리는 사람들을 돕다가 3서클이라는 행운과 불행이 겹치며 들킨 것이었다.

“남은 시간은 어떻게 되나요?”

“일주일입니다.”

“……환장하겠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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