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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래로 강해지는 헌터님-73화 (73/221)

073 예상 밖의 상황(1)

부상자 관리, 몬스터 시체 처리, 어인의 도시 게이트 소멸 작업, 현장 복구 작업 등등.

할 일은 많다.

하지만 한국 지원팀이 할 일은 없었다.

목숨을 걸고 몬스터와 싸워 준 한국팀에게 작업을 넘기기는 너무 염치가 없다고 생각한 일본이 모든 작업에서 한국 지원팀을 제외했기 때문이다.

치유 능력자, 염동력 관련 능력자 등은 정당한 보수를 받고 일본 헌터 협회에 고용되어 작업에 뛰어들었지만, 전투 관련 능력자들은 대부분 일에서 제외되어 휴식을 취하고 있었다.

한율?

“힐.”

일본 협회에 고용되어 다양한 작업에 참가했다.

병원을 방문해 부상자에게 치료 마법, 힐을 걸어 주고.

“사이코키네시스.”

몬스터 시체를 옮기기 위해 염력 마법, 사이코키네시스를 사용하고.

“어스 필드.”

붕괴된 도시를 찾아 지형을 변화시키고, 또 염력 마법으로 잔해를 옮기고.

강제적으로 작업에 참가한 것은 아니다. 한율 또한 다른 대한민국 헌터들과 마찬가지로 일본 협회에 제안을 받았고, 그 제안을 수락해 작업에 참가했다.

“……만능이군요.”

헌터 협회 직원 겸 통역가 겸 안내인. 이제는 비서(임시)라는 직함을 얻은 이사요시의 말에 어스 필드를 사용해 구덩이를 메우던 한율이 어깨를 으쓱했다.

“뭐, 저도 참 사기적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이제 어디로 가면 될까요?”

아침 식사를 마치자마자 병원을 방문해 힐 마법으로 부상자를 치료한 뒤, 몬스터 사체를 옮기기 위해 전장으로 이동했다. 그곳에서 점심 식사를 하고 복구 작업에 참가하기 위해 도시로 이동했다.

“잠시만 기다려주십시오.”

이사요시가 태블릿 PC를 꺼냈다.

남은 업무를 확인하는 이사요시.

브레이크 전투가 종료되고 나흘.

일본 헌터들은 물론 타국에서 지원 온 헌터들 덕분에 작업 속도는 예상보다 빨라져 사흘째부터 휴식시간이 늘어나기 시작했다.

짐을 옮기는 헌터.

열심히 기계를 움직이는 건축 기사.

천막 아래에서 식사를 준비하는 요리사.

마지막으로…….

“저래도 돼요?”

“예?”

자연스럽게 태블릿 PC에서 시선을 뗀 이사요시가 한율의 턱짓을 따라 고개를 돌렸다. 마이크를 든 여성이 카메라 앞에 서서 열심히 떠드는 모습이 보였다.

“위험을 알리는 것은 물론 일반인 봉사자들을 모을 수 있으니까요.”

“흐음…….”

헌터 협회와 이야기를 나누었는지 유명한 일본 헌터가 옆을 지나가도 인터뷰를 요청하지 않았다. 그러니까 작업을 방해하지 않고 무너진 건물과 카메라만 번갈아 바라보며 상황을 알리는 데에만 집중했다.

하지만 그런 직업 정신이 투철한 여성 아나운서의 마음을 흔드는 이가 존재했으니.

“…….”

자신의 마을이라고 작업이 끝나지도 않았는데 마을로 돌아와 작업을 돕고 있는 사람들이 있었다.

문제는 그런 사람들이 자식들을 대피소에 남겨 둘 수 없다고 판단해 어린아이들이 천막 아래에 모여 있었다는 것이다.

한율은 천막 아래에 모여 있던 아이들이 너무 심심해해서 하양이를 소환했다.

“쟤는 왜 저기에 있대?”

커다란 눈을 깜빡이며 여성 아나운서를 올려다보는 하양이.

“어, 알아차렸다.”

직업 정신이 투철한 여성 아나운서가 아래를 힐끔 훔쳐보고 다시 카메라로 시선을 돌렸다. 바로 눈을 동그랗게 뜨고 고개를 휙 숙여 하양이를 바라보았지만 말이다.

카메라 감독도 처음에는 인상을 찌푸렸지만, 여성 아나운서를 따라 아래를 내려다보고 여성 아나운서를 담던 카메라를 아래로 내렸다.

“어, 하양이 송…….”

“하양이의 팬은 매우 많습니다.”

방송 사고라 판단해 하양이를 송환하려던 한율은 갑작스러운 이사요시의 말에 송환을 멈추고 고개를 돌렸다.

“……예?”

“오천 명 정도 되더군요.”

“뭐가요?”

“팔로워 수.”

팔로워?

오천 명?

“일본 팔로워가 오천 명이라는 건가요?”

“예. 그리고 팔로워를 하지 않고 가끔 들어가 사진을 구경하는 사람들은 그보다 많을 겁니다.”

놀라운 이야기다. 하지만 그 이야기를 왜 지금 하는 걸까?

이사요시가 고개를 갸웃하는 한율을 확인하고 빙긋 웃으며 대답했다.

“브레이크 전투가 일어난 도시에 하양이가 있다. 나흘이 지났으니 아직 사흘이 남았다. 자원봉사를 지원하면 바로 옆에서 하양이를 만날 수 있다.”

“…….”

독하다.

아닌가? 자원봉사자를 늘리기 위한 행위였으니 독하다는 말은 안 어울리려나?

“아, 찾았습니다. 30분 거리에 있는 병원으로 이동하시면 될 것 같습니다.”

“그럼 바로 가죠.”

“하양이는 어떻게 하죠?”

“마나를 충분히 부여해 주었으니 나중에 부르려고요.”

“그래도 되는 것입니까?”

“네. 전 저기서 하양이를 데려올 만큼 냉정한 사람이 아니어서.”

머쓱한 표정으로 답하는 한율이 걸음을 옮겼다.

이사요시가 그런 한율을 보고 다시 고개를 돌렸다.

하양이의 갑작스러운 실종 때문인지 천막 아래에서 놀고 있던 아이들이 뛰쳐나와 카메라 감독과 여성 아나운서를 삥 둘러싼 채 하양이를 올려다보고 있었다.

하양이를 데려가면?

여성 아나운서가 하양이를 독차지했다는 생각에 울먹이는 아이들이다. 그런 아이들의 앞에서 하양이를 송환해 데려간다?

인간으로서 못 할 짓이다.

***

닷새.

남은 시간은 이틀.

호텔 로비, 의자에 앉아 스마트폰을 만지던 한율은 자동문이 열리며 한 무리의 사람들이 들어오자 자연스럽게 고개를 들고 그들을 바라봤다.

사람을 보낸다는 이야기는 들었지만, 그 사람이 몇 살인지, 어떻게 생겼는지 듣지 못했다.

하지만 알아볼 방법이 있다.

남자 셋, 여자 둘.

허리 또는 등에 무기를 달고 있다.

한율이 다시 스마트폰으로 시선을 돌렸다. 그리고 몇 분이 더 흘러 또 한 번 자동문이 열리며 한 무리의 사람들이 들어오자 다시 고개를 들고 확인했다.

남자 셋, 여자 둘.

동일하다. 하지만 한율은 자리에서 일어났다.

모르는 사람이 ‘넷’밖에 되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잘 지내셨습니까.”

허리까지 내려오는 흑발의 미녀, 허리에 칼을 차고 있는 검은 양복의 미녀가 고개를 꾸벅 숙이며 인사하자 한율도 고개를 꾸벅 숙여 인사를 받았다.

“네. 별일 없으시죠?”

“조금 바쁩니다.”

“……?”

“주문서가 등장했고, 주문서의 능력이 공개되었으니까요.”

“아하.”

흑발의 미녀, 배희연의 말에 한율은 어색한 미소를 머금은 채 탄성을 흘리고 고개를 돌렸다.

때마침 명함을 꺼낸 사람들이 가슴 안주머니로 지갑을 회수하고 있었다.

“그, 부회장님께서 말씀하신?”

“아, 예. 만나서 반갑습니다. 청일 그룹 해외 영업부 일본팀 팀장, 강복남이라고 합니다.”

“마법사 한율이라고 합니다.”

마법사로서의 존재감이 너무 없다는 것을 깨달았다. 그래서 한율은 당분간 ‘헌터’가 아닌 ‘마법사’로 자신을 소개하기로 마음먹었다.

“……그럼 너무 늦은 시간이라 바로 일을 진행하고자 하는데 어떠십니까.”

“저야 좋죠.”

마나 호흡법을 돌려야 했다. 레스트에게 받은 마법서를 읽어야 했고, 만약을 대비해 메모라이즈 마법에 저장해 둔 마법을 새로 고쳐야 했다.

할 일은 많다.

강복남은 자신의 제안을 망설이지 않고 받아들이는 한율을 향해 영업 미소라고 느껴지지 않을 만큼 자연스럽게 웃어 보인 뒤 호텔 레스토랑으로…….

“저기.”

“예?”

“저 밖에서 이야기를 나눠도 될까요?”

“……?”

“영 안 맞아서요.”

“뭐가 맞지 않는다는 말씀이신지…….”

“커피가…….”

“…….”

“…….”

“풉!”

해외 영업부 일본팀 여직원은 자신도 모르게 웃음을 터트렸고, 남직원은 슬쩍 고개를 돌리고는 아랫입술을 강하게 깨물었다.

“쿡쿡.”

배희연은 그냥 웃었다.

“하, 하하. 저도 솔직히 호텔 커피는 영 입에 안 맞더군요.”

“그죠? 뭔가 너무 고급스러워서.”

“하, 하하. 예. 그, 그렇죠.”

억지웃음이라는 것을 알고 있다.

‘그렇다고 입에 안 맞는 커피를 마시면서 진지한 이야기를 할 수는 없으니.’

쓰다.

그리고 쓰다.

향이 좋다고는 하는데…….

한율에게는 그냥 향도 썼다.

딸랑.

방긋 웃으며 인사를 건네는 직원.

한율도 그런 직원을 향해 방긋 웃어주고 스마트폰을 꺼냈다.

번역기를 실행 ‘카페라테 주세요’를 작성한다. 마지막으로 직원에게 화면을 보인다.

“제, 제가 대신 주문하겠습니다. 한율 님은 카페라테 맞습니까?”

“네. 아이스로. 사이즈는 작은 걸로 부탁드릴게요. 그럼 계산은…….”

“법인 카드를 가져왔습니다.”

“감사합니다. 사이즈는 큰 걸로 바꿀게요.”

“…….”

“풉!”

“크으으읍.”

청일 그룹 여성 직원의 얼굴은 시뻘게졌고, 남성 직원은 몸을 부르르 떨었다.

배희연?

“하하하하하!”

대놓고 호탕하게 웃었다.

***

청일 그룹 해외 영업부가 자신을 찾아온 이유는 일본 헌터 협회의 주문서 의뢰 때문이었다.

방어는 물론 전투 도중 이동 수단으로 사용할 수 있는 실드.

직접 경험해 본 것은 아니지만 바로 눈앞에서 주문서를 이용한 효율적인 전투 방법을 보았으니 일본 헌터 협회가 주문서 제작 의뢰를 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었다.

아니, 주문서를 이용한 전투 방법이 비효율적이라고 판단해도…….

“일본 헌터 협회에서는 분명 의뢰를 했을 것입니다. 한율 님께서 일본을 방문해 성과를 보이셨으니 답례 차원에서도 당연한 일이었죠.”

“비효율적인데도요?”

“주문서를 사용한 전투가 비효율적이어도 아티팩트, 새로운 능력을 하나 더 얻을 수 있는 아티팩트는 포기할 수 없으니까요. 물론 아티팩트가 시중에 나온 것은 아닙니다. 하지만 게임, 애니메이션 또는 만화를 통해 아티팩트라는 것이 어떤 물건인지 세상에 알려진 상태죠.”

“즉, 미래를 위해 투자? 투자를 한다는 건가요?”

“그렇습니다. 뭐, 주문서를 이용한 전투법이 효율적이라 판단해 미래에는 아티팩트뿐만이 아니라 주문서도 장기적으로 구매하겠지만요. 문제는 일본 측에서 구입한 주문서를 복제하기 위해 연구에 들어갈 수도 있다는 건데…….”

주문서 자체 생산, 아티팩트 자체 생산을 위해 구입한 주문서 및 아티팩트를 연구한다면 독점적 이득이 사라지게 된다.

“그건 걱정 마세요. 완벽하게 복사해도 사용하지 못하는 거니까요.”

“예. 한율 님께서 마법사만이 제작할 수 있다고 하여 우리 청일 그룹도 걱정하지 않습니다.”

그저 설명을 위해 문제를 언급한 것이다. 강복남은 웃으며 말을 받은 후에 서류 가방에서 태블릿 PC를 꺼냈다.

“그럼 내일 있을 계약을 대비해 몇 가지만 확인하겠습니다.”

“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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