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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래로 강해지는 헌터님-72화 (72/221)

072 크라켄 토벌 작전(2)

콰과과광!

하늘에서 떨어진 뇌전의 창.

순간적으로 화면이 새하얀 빛으로 가득 찼다. 방송 오류가 아니기에 가만히 지켜보자 빛이 사라지고 새까맣게 타 버린 크라켄이 화면에 들어왔다.

“저게 C급이라는 게 말이 되나.”

주문을 외우는 데 오랜 시간이 걸린다는 단점이 있고, 위력이 큰 만큼 마나 유동 또한 매우 커서 아무리 몸을 숨기고 주문을 외워도 적에게 자신의 위치를 들킨다는 단점이 있다.

여기서 끝이 아니다. 발동한 후에도 뇌전의 창이 내려치기 전까지 시간이 걸린다는 단점도 있다.

하지만 그런 단점을 모두 고려하더라도 라인데인은 인정할 수밖에 없는 마법이었다.

임성현이 실드 위에 털썩 주저앉은 헌터, 안도의 한숨을 내쉬는 헌터들을 확인하고 무전기 주파수를 바꿔 크라켄 토벌팀에게 말했다.

“수고하셨습니다.”

-임성현 헌터님도 수고하셨습니다.

같은 헌터 협회 소속인 이연희 헌터가 무전을 받았다.

임성현은 이연희에게 몇 가지 명령을 내린 후에 다시 한번 수고했다는 인사를 남겼고, 크라켄 토벌팀에 속한 모든 헌터들이 연달아 전하는 수고했다는 말을 전달한 후에 다시 후방지원팀의 채널로 주파수를 돌렸다.

“크라켄 토벌팀의 피해 상황은?”

-중상자와 경상자가 있습니다. 하지만 사망자는 없습니다.

“……다행이군. 크라켄 토벌팀 피해 보고서도 같이 올리고 쉬도록.”

-예. 수고하셨습니다.

뒤이어 ‘휴식이다’라는 누군가의 외침이 무전기를 통해 흘러들어왔지만, 임성현은 피식 실소를 터트리고 다시 어인 토벌팀 채널로 주파수를 돌렸다.

하지만 잠시 고민을 하더니 이내 스마트폰을 꺼내 인터넷에 들어갔다.

어차피 한국 헌터 협회로는 후방지원팀에서 연락을 할 것이기 때문이다.

인기 포털 사이트에 들어간 임성현 헌터가 검색란 클릭, ‘일본 A급 게이트’를 적고 검색 버튼을 터치했다.

일본에서 지원 요청이 왔을 당시, A급 게이트의 폭주까지 13시간밖에 남지 않았었다.

⤷A급 게이트 폭주까지 남은 시간은 1시간! 소멸 횟수 또한 1회!

⤷첫 번째 위기는 넘겼다! 하지만 점점 다가오는 두 번째 위험!

A급 게이트.

브레이크 현상이 발생하기까지 1시간.

남은 소멸 작업 횟수는 1회.

S급 헌터들은 물론이고 다수의 A급 헌터들이 참가했다. 한국 측은 S급 헌터가 단 두 명밖에 없어 보내지 못했지만, 외국에서 참가한 S급 헌터들도 두 명이나 됐다.

-선배님.

무전기와 연결한 이어폰, 전투가 종료되었지만 보고를 받기 위해 여전히 귀에 꽂고 있던 이어폰을 통해 후배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어, 왜.”

-한율 헌터님에게 연락이 왔습니다.

마법사, 한율.

크라켄을 토벌하는 데 가장 큰 공적을 쌓은 인물이자 대한민국 국민들의 안전을 책임져 줄 주문서 제작자.

“주파수는 토벌팀?”

-네.

“알겠다. 쉬어라.”

-예. 수고하셨습니다, 선배님.

임성현이 후배의 인사를 받고 주파수를 돌렸다.

“예, 한율 님. 임성현입니다.”

-어?

“……음? 왜 그러십니까?”

-아뇨. 그, 언제 집에 가냐고 물은 것뿐인데 팀장님이 나타나서요.

자신도 모르게 실소를 터트린 임성현이 작은 미소를 그린 채 대답했다.

“보상, 그리고 부상자 지원 때문에 일주일 정도 걸릴 것 같습니다. 아, 물론 먼저 돌아가셔도 상관없지만요.”

-그럼 먼저 돌아가…….

“한율 님께서는 크라켄 보상이 있으니.”

-…는 것은 예의가 아니죠.

“…….”

-…….

“큭큭큭.”

-험험험.

***

“참 신기하지 않아요?”

힐끔 카메라를 훔쳐본 BJ코인이 다시 팔짱을 끼고 모니터에 띄운 영상을 지켜봤다.

소통을 위해 소리는 제거했지만 몇 차례나 반복해서 시청한 영상이기 때문에 ‘소리’는 어색함을 빼면 큰 문제가 되지 않았다.

⤷신기하다고?

⤷뭐가?

⤷뭐가 신기해? 어인들이 들이닥친 거?

⤷그거 폭주 때문이라며.

“아뇨. 몬스터 말고 한율 님이요.”

100만 구독자를 꿈꾸는 BJ코인은 오랜 고민 끝에 자신의 능력, 각성한 헌터라는 특징을 살리기로 했다.

각성한 능력?

전투와 관련된 능력은 아니다. 하지만 헌터는 브레이크 전투에 참가해 다른 BJ들보다 더 화려한 영상을 뽑아낼 수 있었다.

뭐……. 피가 흐르는 영상은 업로드할 수가 없어 리빙 아머와 같은 몬스터 영상을 주로 촬영해 올리지만 말이다.

어쨌든 그렇게 하루하루, 헌터로서의 장점을 살려 열심히 구독자를 늘려 가고 있을 때, 한율이라는 아주 특이한 헌터를 만났다.

그리고 BJ코인은 한율을 만난 순간 큰 기회가 왔음을 직감했다.

이 사람을 주인공으로 영상을 만들면 진짜로 100만 구독자를 달성할 수 있지 않을까?

하양이 아빠.

억울한 군저씨.

윈드 워리어.

총 쏘는 마법사 등등.

정말 다양한 별명을 가진 특이한 헌터.

여기서 끝나지 않는다. 부산 브레이크 전투를 촬영하기 위해 새벽에 일어나 부산으로 향하니 한율이라는 헌터가 마법사이며 주문서라는 것을, 그리고 시간이 필요하지만 아티팩트라는 물건을 제작할 수 있는 제작자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한율 님이요. 이제 반년 됐다더라고요.”

⤷반년? 뭐가?

“각성한 지요.”

⤷…….

채팅창이 순간 얼어붙었다.

가끔 올라오는 것도 ‘……’ 뿐이다.

마침 재생하고 있는 영상에서 한율이 라인데인이라는 마법을 이용해 크라켄을 토벌하는 장면이 올라오고서야 채팅창이 다시 활발해지기 시작했다.

⤷미친. 성장 속도 장난 아니네.

⤷반년. 시바. 반년.

⤷원래 헌터의 성장이 저렇게 빠른가요?

어느 시청자의 질문.

다른 시청자들이 BJ코인보다 먼저 그 질문에 대답했다.

아니다.

저 인간이 이상한 거다.

모든 헌터들이 저런 성장 속도면 게이트는 걱정할 필요도 없었지 등등.

BJ코인이 시청자들의 답변에 동의하듯 고개를 끄덕였다.

“예. 다른 시청자 형님들이 말씀하시는 것처럼 한율 님이 이상한 겁니다.”

⤷그래서 그 비정상적인 헌터는 지금 뭐 하고 있을까? 주문서 제작?

⤷게이트 가지 않았을까? 평일에는 매일 방문하는 거 같던데.

“아, 한율 님은 지금 일본에 계십니다.”

⤷일본?

⤷곤니찌와?

“네. 곤니찌와.”

⤷아, 일본 지원팀?

“네. 일본에서 정식으로 지원을 요청했다고 하더라고요.”

⤷하긴, S급 헌터보다 빠르게 크라켄을 토벌했으니까.

⤷캬! 진짜 미친 성장 속도야. 주모오오!

⤷그런데 그 라인데인이라는 마법은 약점이 더럽게 많다고 하던데.

“네. 주문을 외우는 데 3분이나 걸린대요.”

⤷그게 마법이냐?

⤷3분? 허어.

⤷그래도 3분이면 괜찮은 거 아닌가? 크라켄을 일격에 쓰러트렸잖아.

“어떤 정신 나간 인간이 마법사가 주문을 외우고 있는데 그냥 지켜보고만 있습니까?”

⤷숨어서 사용하면 되잖아.

“무력이라고는 한 줌도 없는 제가 마나의 유동을 느꼈습니다. 한율 님이 라인데인을 사용할 때 말이죠. 그 말은 당연히…….”

⤷몬스터도 느낀다?

“정답. 라인데인은 캐스팅 시간이 길다는 것, 강력한 위력만큼 마나의 움직임도 거칠어 적에게 자신의 위치를 알려 준다고 합니다.”

⤷그런데 코인아.

“네, 형님.”

⤷당사자의 허락도 없이 약점을 밝혀도 되냐?

⤷그러게. 이거 고소당해도 이상하지 않다, 코인아.

⤷각도기 챙겨라.

“아아. 걱정 마세요.”

BJ코인은 전투가 끝나자마자 한율에게 접근했다.

목적은 인터뷰.

처음에는 인상을 한껏 찌푸린 채로 거부했었지만, 이내 무슨 생각을 하는 건지 심각한 표정을 지으며 고민하다가 인터뷰를 허락했다.

인터뷰 조건은 한 가지.

“허락받았으니까요.”

방송을 통해 라인데인의 약점을 알리라는 것이었다.

매우 이상한 조건이어서 처음에는 고개를 갸웃했다.

하지만 사람들의 관심을 떨어트리기 위해, 그리고 수많은 길드의 접근을 막기 위해서라는 대답을 듣고 고개를 끄덕이게 되었다.

길드의 관심을 돌리기 위해 약점을 공개한다.

좋다.

큰 제약이 따르는 강력한 힘은 사용하기 매우 까다롭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래도 찾아올 거 같은데.’

오랜 시간이 걸리고 적에게 자신의 위치를 알려 준다.

하지만 그런 단점을 상쇄할 만한 강력한 위력을 지녔다.

캐스팅 시간?

적에게 위치를 알려 주는 거?

호위를 붙이면 된다. 호위를 붙여 3분 동안 적의 공격을 막으면 A급 몬스터조차 일격에 쓰러트리는 마법이 떨어진다.

‘거기다 성장 속도가 미쳤지.’

그야말로 미친 성장 속도다.

앞으로 얼마나 클지 누구도 확신할 수 없다.

BJ코인이 눈동자만 돌려 댓글난을 확인했다. 잠시 침묵했다고 자기들끼리 대화를 나누다가 싸우고 있다.

“갑자기 싸…….”

⤷어디 사냐?

⤷제주도.

⤷운 좋은 줄 알아라.

⤷……야. 너 그때 걔지?

⤷……그때 너냐?

잠시 글을 보니 하양이를 촬영할 당시, 난데없이 싸우던 두 시청자라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아, 두 분이시구나. 하이요.”

⤷닥쳐 봐, 코인아. 야. 우리 그냥 딱 중앙에서 만나는 거 어떠냐?

⤷오라고. 제주도로. 쫄리냐?

⤷와. 와. 시바. 와. 말이 안 나오네.

⤷풉! 우리가 말로 싸우냐? 글로 싸우지.

두 시청자는 싸우고 다른 시청자들은 흥미진진하게 지켜본다.

“아!”

큰 목소리를 내서 시청자들의 관심을 자신에게 집중시킨 BJ코인이 방긋 웃으며 사람들에게 물었다.

“알고 계시죠? 주문서.”

⤷ㅇㅇ

⤷청일 백화점 홈페이지를 띄운 채로 언제 출시되는지 확인하는 중.

“12월 1일부터 판매한다고 하던데요.”

⤷청일 백화점에서 아직 공개하지 않은 이야기인데.

⤷우리 코인이는 어떻게 그걸 알까?

“형님에게 들었거든요.”

⤷형님?

⤷형님께서 청일 그룹에 다니시냐?

“……어, 비슷하죠.”

청일 그룹 소속은 아니지만, 청일 그룹과 손을 잡았다. 제작한 주문서를 판매하기 위해서라고 했다.

⤷코인아. 그럼 아티팩트는 언제 출시되는지 알고 있냐?

아티팩트.

일회용 마법 주문서와는 다르게 마나만 충분히 저장되어 있다면 몇 번이라도 마법을 사용하게 만들어 주는 마법 장비다.

“그건 잘 모르겠네요. 하지만 올해에는 출시되지 않을 겁니다.”

⤷아쉽네.

⤷아쉬워라. 제작하기 힘들어서 그렇겠지?

⤷그렇겠지.

한율에 대한 관심이 주문서에서 아티팩트로 넘어갔다.

홍보를 조건으로 세운 것은 아니지만 무슨 생각인지 자신과 연락처를 교환한 한율을 위해, 그러니까 한율과의 친분을 쌓기 위해 자연스럽게 홍보를 한 BJ코인이 카메라를 바라보며 방긋 웃었다.

“아! 벌써 저녁 먹을 시간이네요. 아쉽지만 오늘 방송은 여기서 마치겠습니다. 그럼 내일 다시 뵙겠습니다! 지금까지 비제이! 코인이었습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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