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71 크라켄 토벌 작전(1)
최초.
한율은 라인데인의 위력이 얼마나 강력한지 몰라서, 그리고 크라켄의 신체 능력이 얼마나 단단한지 몰라서 직접 주문 영창과 메모라이즈 마법을 이용해 연속해서, 그것도 3회나 연속해서 라인데인을 퍼부었다.
한국 측 헌터들이 예측하기로 그 3연격 라인데인에 의해 통솔에 특화된 변이종 몬스터가 사망했다고 추측했다.
“통솔에 특화된 거니까요.”
“그래서 변수가 아니라고요? 통솔인데?”
“아무리 통솔력이 좋아도 인간보다 좋을까요?”
“…….”
몬스터와 몬스터의 대결이라면 통솔에 특화된 변이종 몬스터는 큰 변수로 작용할 것이다.
하지만 몬스터와 인간의 대결이라면 통솔에 특화된 변이종 몬스터는 큰 변수로 작용되지 않는다.
‘하긴, 인간을 상대로 머리싸움은 좀 그렇지.’
먼 옛날 인간들은 짱돌을 들고 싸웠다. 조금 발전하니 창, 칼, 활 등등 다양한 무기를 개발해 싸웠다. 거기서 더 발전하자 단 한 발로 도시를 날려 버리는 무기를 개발해 싸웠다.
하루 온종일.
과장……. 아니, 실제로 인간은 집단전에 매우 익숙한 생명체였다.
아무리 통솔력에 특화된 몬스터가 존재해도 몬스터가 머리싸움으로 인간을 이기는 것은 불가능했다.
“은신 능력은요?”
“모습을 감추는 것이지 ‘존재’를 없애는 것은 아니니까. 최루탄 뿌리면 나오겠지요.”
손가락으로 톡톡 화면을 가리키는 소키치.
한율이 다시 스마트폰에 띄운 실시간 영상을 확인했다.
이미 통솔에 특화된 변이종 몬스터는 모습을 감춘 상태였다.
하지만 한율은 그놈이 어디 있는지 알 수 있었다.
열화상.
소키치의 부탁이 있었는지 열화상 화면으로 바뀌는 것도 모자라 붉은 원을 영상에 띄워 통솔에 특화된 몬스터의 위치를 알려 주었기 때문이다.
“그래도 통솔에 특화된 놈이 있다는 사실을 알려 줘야 하니…….”
영상을 내린 소키치가 누군가와 통화를 한 뒤에 스마트폰을 회수하고 작전팀을 바라봤다.
“한국팀은 크라켄에 집중해주십시오.”
“어인, 그리고 한율 님의 호위를 동시에 맡으시겠다는 것입니까?”
“예. 우리 쪽이 인원이 더 많으니까요.”
총 3팀으로 나뉜다.
1팀(한국팀)은 크라켄.
2팀(일본 1팀)은 한율 호위.
3팀(일본 2팀)은 어인.
“그럼 마지막 준비에 들어가 주십시오. 작전 실행 5분 전에 연락드리겠습니다.”
헌터들의 준비가 완벽해도 후방 지원팀의 준비가 끝나지 않으면 움직일 수 없다.
소키치의 말이 끝나기가 무섭게 헌터들은 사방으로 흩어졌다.
마지막 준비에 들어간 헌터들을 확인한 한율 역시 근처에 있는 나무에 등을 기대고 앉아 다른 헌터들처럼 마지막 준비에 들어갔다.
“어디 보자…….”
4서클 마법사가 메모라이즈 마법을 사용해 저장할 수 있는 마법의 숫자는 총 네 가지.
‘라인데인 세 개와 실드 하나.’
자연스럽게 눈을 감고 메모라이즈 마법을 외운 한율이 저장해 둔 마법을 하나하나 살펴본 후에 거래창을 열었다.
마법 구슬만 따로 떼어 낼 수 있지만, 총기와 함께 꺼냈다. 일본 헌터들이 자신을 지켜준다고 해도, 전투에는 어떠한 변수가 발생할지 알 수 없으니 무기는 챙기는 것이 좋다고 생각한 것이다.
‘탄창은…….’
일반탄을 채운 탄창.
하급 마석을 섞은 마탄을 채운 탄창.
상급 마석을 섞은 마탄을 채운 탄창.
고민하던 한율이 상급 마탄을 채운 탄창을 꺼냈다.
고가에 판매되는 상급 마탄이었지만, 돈 아깝다고 하급 마탄 쓰다 위험에 처하는 것보다 상급 마탄을 사용하더라도 확실한 안전을 확보하는 것이 좋다고 판단한 것이다.
“조금 아쉽네.”
아티팩트.
현재 거래창에는 아티팩트가 보관되어 있다.
하지만 아티팩트에 부여한 마법은 1서클 다섯 개, 2서클 세 개, 3서클 두 개.
4서클?
시간이 오래 걸리는 것은 물론 마법진이 너무 까다로워 계속해서 실패해 제작하지 못했다.
“쓰읍!”
진짜 공부할 필요가 있다.
“어디 보자…….”
아티팩트에 부여된 마법을 발동하기 위해서는 마나가 필요하다. 당연히 부여된 마법의 서클이 높을수록 대량의 마나가 필요하고.
그렇다면…….
한율이 실드 마법이 부여된 팔찌형 아티팩트를 꺼내 손목에 착용했다.
2서클 공격 마법?
통하지 않는다.
3서클 공격 마법?
통한다. 하지만 부상의 정도를 생각하면 어인은 중상, 어인 기사는 경상, 크라켄에겐 피해를 주지 못한다. 그러니 딱 한 번이라도 적의 공격을 막을 수 있는 실드 마법이 부여된 아티팩트를 착용하는 것이 가장 좋다.
“작전 실행 5분 전입니다.”
통신기에서 흘러나오는 소키치의 목소리에 거래창을 닫은 한율이 자리에서 일어나 항구 도시를 바라봤다.
바닷속에 몸을 숨긴 것인지 크라켄은 보이지 않았다.
“좋아. 후딱 끝내고 돌아가자.”
***
타다다다다.
처음은 화려하게 간다?
아니다.
미쳤다고 선착장을 가득 채운 어인들을 도발할까.
호위팀과 함께 천천히 이동하던 한율이 어느 순간 앞으로 튀어 나가는 3팀을 바라봤다.
쉬이익!
촤아악!
땅을 박찬 3팀은 순식간에 어인들 앞에 나타나 무기를 휘둘렀다.
기습을 통해 상당수의 어인을 토벌했지만, 아직도 어인은 압도적으로 많았다.
그야말로 물량 공세에 전장을 확인하던 한율은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더럽게 많네.”
콰아앙!
어느 어인 기사가 오른발로 바닥을 차 어인, 그리고 어인 기사들을 깨웠다.
자리에서 일어나는 어인이 일백 마리, 바닷속에서 모습을 드러내는 어인 또한 일백 마리.
수백 마리가 넘는 어인들이 달려오는 광경은 일반, 열화상, 적외선 등등, 다양한 위성 카메라로 몬스터의 숫자를 확인했음에도 인상을 찌푸리게 만들기에 충분했다.
“이쪽으로.”
역시 후방지원팀이 존재하는 것은 행복한 일이다.
직접 움직이지 않아도 적의 병력, 적의 위치, 전장이 벌어지는 전 지역의 상황을 확인할 수 있다.
한율과 2팀이 앞서 걸어가던 헌터를 따라 이동했다.
도착한 곳은 항구 도시에서 가장 큰 건물, 정확하게는 바다 가까운 곳에 건설된 등대를 제외하면 가장 높은 건물인 마을 회관.
계단을 이용해 옥상에 오른 2팀은 사방으로 흩어져 주변을 경계했고, 한율은 중심에 자리를 잡았다.
크라켄이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다고 가만히 때를 기다린다?
멍청한 짓이다.
한율은 아주 천천히, 그리고 집중해서 주문을 외우기 시작했다.
안 그래도 캐스팅 타임이 길기에 미리 준비하지 않으면 제때 맞추지 못할 수도 있다.
그럼 혹여나 너무 일찍 준비하는 것은 아니냐고 할 수도 있는데, 그런 상황, 즉 변수를 없애기 위해 후방지원팀이 존재하는 것이다.
1분, 5분, 10분.
촤아악!
1팀 헌터들은 선착장을 가득 메운 어인들을 토벌하는 데 정신이 없었다.
3팀?
은밀하게 움직인 그들은 이미 등대에 올라 몸을 숨기고 있다. 놈들이 모습을 드러내면 바로 공격하기 위해서다.
-움직이기 시작했습니다!
잠이라도 들었던 건지 오래도 걸렸다.
한율은 통신기를 통해 흘러들어오는 후방지원팀의 보고에 영창 속도를 높였다.
“한 마리…….”
콰아아아아!
거대한 파도를 일으키며 모습을 드러내는 크라켄.
작은 목소리로 중얼거리던 한율은 천천히 눈을 뜨고 크라켄을 바라봤다.
“일단 하나 잡고……. 라인데인!”
부산에서 사용했던 것과 마찬가지로 머리 위에 생성하지 않았다. 생성 위치는 뇌전의 창이 생성되는 구름 위.
콰르르르릉!
***
방어선이 뚫리며 도로가 파괴되었고, 도시가 파괴되었다. 놈들이 더욱더 깊숙이 침공하면 소도시가 아닌 대피한 국민들이 머무르는 중, 대도시를 공격할 상황이다.
그래서 일본은 한국에게 지원을 요청했고, 은근슬쩍 브레이크 전투에 참가하지 않은 헌터들을 나라의 이름으로 불러들였다.
자위대?
당연히 참가한다.
어찌 되었든 나라가 공격당해 큰 피해를 볼 상황이니까.
촤아악!
마지막 어인의 목숨을 취한 한국 지원팀 팀장, 임성현이 크게 숨을 고르고 주변을 둘러봤다.
어인의 피를 뒤집어써서 인상을 찌푸리고 있는 헌터가 있었고, 침공한 모든 몬스터를 토벌했다는 것에 뿌듯해하는 헌터가 있었다.
핸드폰을 꺼내 누군가와 연락을 취하는 헌터가 있었고, 어인의 피가 잔뜩 고인 땅바닥에 털썩 주저앉아 휴식을 취하는 헌터가 있었다.
임성현이 허리에 차고 있던 작은 무전기의 주파수를 바꾸고 입을 열었다.
“피해 상황 보고.”
만반의 준비를 마치고 어인들을 토벌했다. 당연히 처음부터 끝까지 적을 압도하며 전투를 마칠 수 있었다.
하지만 그렇다고 피해가 전무(全無)한 것은 아니었다.
-어인 토벌 작전에 참가한 70명 중 5명 사망, 14명 중상, 18명 경상입니다. 경상자는 며칠이면 회복될 것이고, 중상자는 회복 효과를 가진 영약이 필요합니다.
다섯 명.
“……바로 한국 헌터 협회, 그리고 일본 헌터 협회에 보고해 지원을 받도록.”
씁쓸한 한숨을 내쉬며 침묵하는 것도 잠시, 영약이 필요한 중상자들을 떠올린 임성현은 바로 명령을 내렸고, 알겠다는 후방지원팀의 보고를 받자마자 다른 질문을 던졌다.
“크라켄 토벌팀은 어떻게 되었습니까?”
-여섯 마리 중 다섯 마리를 토벌했고, 현재 남은 한 마리를 토벌하고 있습니다. 117번 채널을 통해 실시간으로 확인 가능합니다.
임성현이 바로 스마트폰을 꺼내 일본 헌터 협회의 요청으로 설치한 방송 어플에 들어가 117번 채널을 확인했다.
상, 중, 하로 나뉜 화면.
임성현이 가장 먼저 상단 화면을 클릭해 화면 크기를 확대했다.
크라켄을 포위하고 있는 대한민국 헌터들이 화면에 들어왔다.
실드 위에 서서 크라켄의 다리를 막는 장면이 보였다.
경험이 쌓였는지 부산에서보다 더 수월하게 크라켄을 상대하고 있었다.
뒤로 가기 버튼을 클릭한 임성현이 다음으로 확인한 것은 중앙 화면이다.
만약의 사태를 대비해 주변을 경계하고 있는 일본 측 헌터들이 보였다.
임성현이 중앙 화면을 넘겨 세 번째 화면을 클릭했다.
군복을 착용한 청년이 눈을 감은 채로 뭐라고 중얼거리고 있었다. 소리를 크게 하니 들을 수 있었지만, 지구의 언어가 아닌 듯 집중해서 들어도 이해할 수도, 어느 나라의 말인지 추측할 수도 없었다.
-……라인데인!
눈을 뜬 군복을 입은 청년이 큰 목소리로 외치자 화면이 바뀌었다.
첫 번째 화면.
크라켄을 포위하고 있는 한국 헌터들의 화면으로.
목소리가 큰 건지, 아니면 통신기를 통해 이야기를 들은 것인지 실드 위에 서서 공격을 막아 내던 헌터들이 몸을 돌려 높이 도약했다.
크라켄에게서 멀어지는 헌터들.
그런 헌터들의 모습에 크라켄은 황급히 바닷속으로 잠수해 도망치려 했지만, 위기를 감지하는 게 너무 늦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