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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래로 강해지는 헌터님-70화 (70/221)

070 존재감(2)

청일 고등학교.

“하아.”

“……?”

대화를 나누던 두 소녀, 이유리와 유세희가 한유라의 한숨 소리를 듣고 고개를 돌렸다.

“유라야.”

“응?”

“고만 쉬어.”

“……응?”

“한숨 고만 쉬라고.”

한숨을 푹푹 내쉬며 등교하는 것에서 끝나지 않았다. 한유라는 수업을 들으며 한숨을 쉬었고, 쉬는 시간이 찾아오자 스마트폰을 꺼내 인터넷을 확인하며 한숨을 쉬었다. 심지어 점심을 먹는 도중에도 한숨을 쉬었다.

물론 이해를 못 하는 것은 아니다.

“야. 방송 봤잖아. 방송.”

하루 전, 오후.

수많은 방송국에서 부산 상황을 실시간 중계했다.

수천 마리가 넘는 몬스터들이 부산을 공격한 사건이다. 사람들의 시선이 집중되는 것은 당연한 일.

“오빠가 어, 오빠가 말야. 어. 얼마나 잘 싸워.”

쉬는 시간이 찾아오자마자 스마트폰을 꺼내 실시간 방송을 확인한 유세희는 멍하니 한율의 활약을 지켜보다가 말했다.

“시바. 개쩐다.”

청일고 브레이크 사건으로 직접적으로 한율의 능력을 직접 봤고, 경매장 습격 사건으로 간접적으로나마 한율의 능력을 확인했다.

하지만 억울한 군저씨, 그리고 윈드 워리어라는 웃긴……. 독특한 별명 때문일까?

한율의 능력을 제대로 확인하게 된 유세희는 자신도 모르게 욕설을 뱉을 정도로 놀랐다.

“오빠 실력 봤잖아.”

거대한 벼락을 내려쳐 초대형 몬스터를 일격에 쓰러트리는 장면이 뉴스마다 방영되었고, 수많은 기사가 되어서 인터넷에 올라왔다.

“그래도 안심이 안 되네.”

“그거야 뭐.”

가족이니까.

한유라가 말을 잇지 못하고 어깨를 으쓱하는 유세희를 바라보다 다시 스마트폰 화면을 바라봤다.

방송국은 직접 취재에 성공하지 못했다.

전투가 종료된 후 피로에 시달리는 헌터들을 하이에나들에게 던져줄 정도로 헌터협회가 막장은 아니었기 때문이다.

하물며 한율은 전투 종료 직후 일본의 지원요청에 의해 일본으로 출발했다.

우우웅.

스마트폰이 진동했다. 화면에 떠오른 이름은 ‘창피한 놈.’

초록색 버튼에 손가락을 올렸던 한유라가 유세희, 그리고 이유리의 시선을 느끼고 스피커 모드를 켰다.

“괜찮아?”

-어. 10분 뒤? 10분 뒤에 출발할 거야.

“토벌하러?”

-어. 그래서 연락했는데.

위험한 걸까?

부산 브레이크 전투보다 위험한 걸까?

한유라는 물론 유세희와 이유리까지 전투에 참가하기 전에 연락을 한 한율의 행동에 표정이 딱딱하게 굳는 순간이었다.

-진짜 기념품 필요 없어?

“…….”

-유라야?

“…….”

-동생아?

“야아아아!”

***

“어우, 아직도 귀가 울리는 거 같네.”

“……당연한 거다.”

일본 측의 끊임없는 질문 세례.

한율은 출발 시각까지 15분밖에 남지 않자 질의응답 시간을 전투 종료 후로 미루고 회의실을 나와 한유라에게 연락했다.

위험?

위험하다.

하지만 통화가 연결되기가 무섭게 들려온 동생의 걱정 어린 목소리에 기념품을 언급할 수밖에 없었다.

바로 옆에 서 있던 이대한의 말에 한율이 어깨를 한 번 으쓱하고 근처에 설치된 자판기 앞으로 이동했다.

음료를 고르는 것도 잠시, 자연스럽게 탄산음료 앞으로 손가락을 가져갔던 한율이 고개를 돌려 이대한을 바라봤다.

“야.”

“그래. 파트너.”

“돈 있냐?”

“돈은 있지. 일본 화폐가 아닐 뿐.”

“…….”

돈은 자신도 있다. 이대한과 마찬가지로 일본 화폐가 아닐 뿐이지.

“환전은…….”

“어렵겠지.”

“그지? 군부대에서 환전은 어렵겠지?”

“뭐, 화폐를 바꿔 달라면 바꿔 주겠지만…….”

일본 측 헌터들에게 요청하면?

대충 환율을 계산해서 화폐를 바꿔 줄 것이다.

문제는 그다음, 대화를 이어 갈 기회를 찾은 일본 측 헌터는 자신에게 질문을 던질 것이고, 자신은 그 질문에 순순히 답하며 남은 휴식 시간을 피곤하게 보낼 게 뻔했다.

한 명이 찾아오면?

당연히 또 한 명이 찾아오고, 또 한 명이 찾아오겠지.

통역?

문제없다.

스마트폰에 설치된 번역기를 이용하면 되니까.

그렇다면 헌터가 아닌 일본인에게 요청한다?

몬스터의 습격으로 심각한 일본인들에게 환전을 요구하는 거다. 욕먹을 게 뻔했다.

“콜라 마시고 싶은데. 콜라.”

“흐음. 솔의 맛은 없나.”

“……솔의 맛?”

“솔의 맛.”

솔의 맛.

이 음료를 여기서 들을 줄이야!

한율이 거래창을 열어 그 안에 보관 중인 솔의 맛 음료를 꺼내 내밀었다.

“자, 솔의 맛.”

“…….”

“안 받아?”

“역시…….”

역시?

“역시 우리는 운명의 파트너가 분명하다. 취향이 똑같아.”

‘아냐, 그거 아냐.’

한율이 빠르게 고개를 저었다.

“아냐. 좋아하는 사람이 있어서 가지고 다니는 거야. 좋아하는 사람이 있어서.”

“내가 아는 사람인가?”

“아니. 그냥 아는 지인.”

‘불의 정령왕이라고 있어.’

“아, 민트 초코 아이스크림도 있는데 그것도 줄까?”

“그걸 누가 먹나.”

바람의 정령왕이 좋아하던데?

“…….”

정령왕의 이름을 언급하지 못해 어깨를 으쓱했던 한율이 천천히 걸어오는 여성 헌터를 발견하고 그녀를 불렀다.

“이연희 헌터님.”

“네?”

“민트 초코 좋아하세요?”

“사랑합니다.”

이대한이 희한하다는 표정으로 이연희를 바라봤다.

하지만 이연희도 마찬가지였다.

방긋 웃으며 한율의 질문에 대답하는 것도 잠시, 이대한이 들고 있는 솔의 맛 음료를 확인하고 희한한 사람을 보는 듯이 그를 쳐다봤다.

“이연희 헌터님?”

“네.”

“일본 돈, 그러니까 엔화 있으세요?”

“있습니다. 조금밖에 가져오질 못했지만.”

“그럼 민트 초코 아이스크림 드릴 테니까.”

천천히 손을 든 한율이 자판기를 가리켰다.

“콜라 좀 사 주실래요?”

***

크라켄 토벌 작전 지역.

어인들의 침공 경로 중 하나였는지 단 한 척의 배도 존재하지 않는 항구 도시.

“이미 확인한 사항이지만 골치가 아프군.”

일본팀 팀장 소키치, 스마트폰을 이용해 항구 도시를 살피던 그의 말에 작전 참가자들이 고개를 끄덕였다.

주민들이 대피한 항구 도시가 어인들의 도시로 바뀌어 있었다.

저택에 머무르는 것이 아닌 선착장에 머무르고 있었지만, 크라켄의 명령일까? 아니면 변이종 중에 무력이 아닌 통솔력을 타고난 변종 몬스터의 명령일까?

일본 측 헌터들은 물론 한국 측 헌터들까지 스마트폰을 바라보며 고민할 때, 한율이 조심스럽게 손을 들고 자신의 의견을 말했다.

“변종 몬스터가 아닐까요?”

“왜 변종 몬스터라고 생각하십니까.”

“한국을 공격했던 어인들도 조금 체계적으로 움직였거든요.”

“체계적?”

“분명 어인 기사나 상어 어인, 복어 어인이 일반 어인보다 더 상위 등급에 위치한 몬스터일 텐데 가장 늦게 공격했습니다. 영상을 보니 일본을 공격한 어인들도 마찬가지인 것 같던데요.”

그랬다.

어인 기사들이 일반 어인보다 신체 능력이 뛰어나다.

하지만 부산을 공격한 것은 일반 어인이 먼저였다.

마치 일반 병사들이 힘을 빼놓으면 상위직들이 토벌을 하는 방식이랄까.

“크라켄도 마찬가지고요.”

크고 넓적한 다리를 크게 올려쳐 대기하고 있던 어인들을 높이 띄워 방어선을 뛰어넘었다.

크라켄의 전투 방식을 생각하면, 크라켄의 머리에서 나온 전략이라고 믿을 수가 없었다.

“그럼 우리나라에도 통솔에 특화된 변이종 몬스터가 있었다는 말씀이신가요?”

“아무리 생각해도 크라켄의 머리에서 나올 전략이라고 볼 수는 없잖아요.”

“…….”

그렇긴 하다. 크라켄의 머리에서 나올 수 있는 전략이라고 생각할 수 없었다.

몇몇 헌터들이 고개를 끄덕이며 동의할 때, 이연희 헌터가 한국 헌터에게 물었다.

“그럼 언제 죽었을까요?”

“라인데인 떨어졌을 때 죽지 않았을까요? 지휘자들은 대부분 후방에서 대기하니까요.”

라인데인 마법이 바다 위에 떨어졌을 때, 라인데인은 크라켄은 물론이고 수십, 수백 마리가 넘는 어인들의 목숨까지 앗아갔다.

“이런 가정을 해 봤는데…….”

소키치의 목소리.

헌터들의 시선이 자연스럽게 돌아갔다.

“어인의 도시였나?”

“예?”

“게이트 이름.”

“……그렇습니다.”

준비된 통신기를 귀에 꽂고 있어 소키치의 말을 이해할 수 있어 한국 측 헌터들까지 바라볼 때, 그가 천천히 입을 열었다.

“영주.”

“…….”

게이트의 난이도는 B+등급.

게이트 가디언은 가장 하위에 속해 있지만 분명 A급에 해당하는 몬스터.

일반 어인이 있고, 어인 기사가 있다.

그렇다면 영주(領主-Lord)도 있지 않을까?

“병사가 있고, 기사가 있는데. 영주가 없을 리가…….”

“…….”

그럴듯하다.

찾아온 오랜 침묵 끝에 소키치가 화면을 끄고 누군가에게 연락을 취했다.

“침공한 어인들 실시간 영상 좀 보내 주게. 129번? 아니, 그 채널 말고, 확대한 영상. 아, 130번?”

두 팀으로 나뉘어 작전을 진행하는 상황이다. 이미 위성을 이용해 감시 중이었는지 채널이 존재하자 소키치를 시작으로 헌터들이 130번 채널로 화면을 돌렸다.

수천 마리가 넘는 어인들 사이에서 특정 어인을 찾는다?

“찾았네요.”

“그러게요.”

“왜 몰랐지?”

“어인들을 하나하나 살필 이유가 없어서 그런 거 아닌가. 중요한 것은 어인들의 경로였으니까. 몬스터 종류를 확인하는 것도 방어선 전투 영상을 보면 되었고.”

“그래도 변이종을 알아차리지 못한다는 건…….”

일본 헌터가 의아한 표정으로 중얼거릴 때였다. 실시간 영상을 주시하던 헌터들이 탄성을 흘렸다.

“아!”

“아하.”

빼빼 마른 어인.

어인들의 인사를 받고 있던 어인이 흐릿해지더니 이내 영상에서 사라졌다.

“통솔력에 특화된, 그래서 무력이 동족보다 부족해 도주 능력인 은신 능력을 습득한 변이종 몬스터였군.”

“…….”

침묵. 그것도 아주 기나긴 침묵이 이어졌다.

한율이 그런 침묵이 어색한지 조심스럽게 화면에서 시선을 떼고 소키치 헌터에게 물었다.

“변수인가요?”

“음? 변수는 아니지요.”

“……아녜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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