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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래로 강해지는 헌터님-69화 (69/221)

069 존재감(1)

초능력을 각성한 헌터들은 가끔 그런 생각을 한다.

아~~~~ 이런 능력도 있었으면 좋았을 텐데.

욕심이다?

아니다.

헌터는 목숨을 걸고 몬스터와 싸운다. 당연히 더 좋은 무기를 원할 수밖에 없고, 더 뛰어난 능력을 원할 수밖에 없다.

특히 게이트의 변화가, 그것도 매우 위험한 쪽으로 변화가 일어난 상황이라면 그런 경향은 더더욱 강해진다.

“……몰랐나 보네.”

술렁거리는 일본 헌터팀들을 빤히 바라보던 한율의 말에 그 옆에 앉아 있던 이연희 헌터가 조심스럽게 입을 열었다.

“한율 님은 마법보다는 하양이 아빠로 더 유명하니까요.”

“……그래도 마법산데요? 다중 능력자?”

“다중 능력자가 최초인 것은 아니죠.”

“…….”

한마디로 하양이의 등장으로 자신의 존재감이 희미해졌다는 것이었다.

“또 하나.”

“……?”

일본 측 헌터들을 바라보던 한율이 고개를 돌렸다.

“윈드 워리어.”

“아, 씹……. 아, 죄송합니다.”

“후후. 괜찮습니다.”

이연희가 가볍게 미소를 지으며 설명을 이었다.

“타국에서도 한율 님은 마법사 한율이 아닌 윈드 워리어, 또는 하양이 아빠로 더 유명하답니다. 실제로.”

실제로?

“마법사로서 존재감이…….”

“저 마법사로서 최초 등장한 게 청일고 브레이크 사고입니다만.”

최초, 마법사 한율로서 모습을 드러낸 것은 수많은 방송국이 방송 중인 청일고 브레이크 현장에서였다.

“하지만 총을 쓰셨죠?”

“……어? 그렇죠?”

“지금처럼 군복 입고 오셨고요.”

“그랬었…네요?”

“그리고 그때는 억울한 군저씨라는 별명이 있으셨고요.”

하나하나가 묵직한 팩트가 되어 명치를 후려갈겼다.

마법사, 한율이라는 이름으로 기사를 뽑는 게 조회 수가 높을까.

아니면, 억울한 군저씨라는 이름으로 기사를 뽑는 게 조회수가 높을까.

“어, 게이트 변화 당시에도 마법사로서 존재감을 뿜뿜 내보인 것 같은데…….”

“게이트 변화라는 충격적인 사건. 그리고 하양이가 있죠.”

“하, 하지만 분명 인터넷에서 마법사 한율로 이름이.”

“나왔죠.”

“예!”

“처음에만.”

“…….”

그랬다.

처음에만 마법사, 한율과 페밀리어, 하양이라는 이름으로 기사가 쏟아졌다.

이후?

게이트의 변화라는 충격적인 사건이 있었다.

“골든 베어 변이 사건.”

“파트너!”

반대편에서 들려오는 캡의 모습을 한 이대한의 모습을 확인한 한율이 이를 갈며 이연희를 돌아봤다.

“경매장.”

“이름 감췄잖아요.”

방긋.

“……어인 습격 사건!”

“반나절도 안 지났어요, 한율 님.”

“…….”

그랬다.

마법사로서 가장 존재감을 뿜뿜 내뱉었던 어인족 브레이크 사건이 발생한 지 반나절도 채 지나지 않았다.

“그, 그래도 그 전에 방송으로 주문서라는 것을 공개했는데.”

“그러네요.”

한율의 표정이 환해졌다.

하지만 그것도 잠시.

“하지만 일본은 모르고 있었겠죠.”

“……브레이크.”

한국에서 브레이크가 일어날 때, 일본에서도 같은 시간에 브레이크가 발생했다.

“어, 음…….”

“……?”

“이연희 헌터님?”

“네?”

“즉, 저는 뭐였나요?”

“……네?”

“아니, 사람들에게 저는 어떤 헌터였는지 갑자기 궁금해져서요.”

그래도 언론을 몇 번 타면서 나름 인지도가 쌓였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뭔가 생각한 것과는 전혀 다른 방향이었음을 알게 되어버렸다.

“으음……. 일단 헌터 협회에서는 유망주로 보고 있어요.”

“……헌터 협회에서요?”

“네. 헌터 협회에서.”

“…….”

“…….”

“끝인가요?”

“끝입니다. 유망주, 또는 기대주.”

솔직히 헌터 협회가 자신을 어떻게 보는지는 궁금하지도 않았다.

이연희의 대답에 고개를 끄덕인 한율이 근처에 있는 헌터를 돌아봤다.

“억울한 군저씨요.”

“…….”

“아, 참고로 제 친구들이 형을 그렇게 불러요.”

“친구?”

“네.”

고교생이긴 하지만 B+등급이기에 일본 지원에 참가한 헌터의 대답에 힘이 빠졌다.

한율이 다른 헌터를 바라봤다.

“윈드 워리어?”

“친구들?”

“아뇨.”

“……그럼?”

“부모님이 오빠를 그렇게 부르더라고요.”

“…….”

준비되어 있던 화과자를 오물오물 씹던 여성 헌터의 대답이다.

헌터들은 유망주, 기대주.

10, 20대는 억울한 군저씨.

30, 40대는 윈드 워리어.

“…….”

잠시 고민하던 한율이 스마트폰을 꺼냈다. 슬쩍 일본 측 헌터들을 훔쳐본 한율이 회의가 진행되지 않을 정도로 시끄러운 것을 확인하고 전화번호부를 열었다.

-여보세요.

“아, 할아버지.”

-어, 그래. 무슨 일이냐? 필요한 거라도 있느냐?

“아뇨. 궁금한 게 있어서요.”

-궁금한 거?

“네. 할아버지 친구분들이 저를 아시나요?”

-알지.

오!

청일 그룹 회장 이상남의 대답에 자신감이 차오른 한율이 조심스럽게 물었다.

“마법사로요?”

-마법사?

“네?”

-아, 마법사였지. 우리 율이.

“……할아버지 친구분들은 저를 어떻게 아시는 거죠?”

-황금.

“왜요?”

-왜긴 왜겠느냐. 주문서라는 물건 때문이지.

“…….”

-아, 참고로 우리 가족은 은인이라고 부르고 있으니 이상한 생각은 하지 말고. 하하하하!

***

한율은 생각했다.

‘와, 까딱 잘못했으면 질문 폭탄 맞았겠네.’

마법사의 등장으로 회의실이 술렁거리자 소키치가 헛기침을 터트려 사람들을 진정시켰다. 하지만 헌터들의 시선은 회의 주관자가 아닌 한율에게 향했다.

그다음?

질문거리가 수십, 수백 개는 되는지 일본 측 헌터들은 한율을 빤히 바라보며 손을 들었다.

질문을 던지기 시작하는 그 순간, 그 순간부터 회의 시간이 예상보다 길어질 것이라 판단한 소키치가 강제로 회의를 이어가 예정대로 크라켄 토벌과 관련된 이야기가 회의실을 가득 채웠지만 말이다.

‘아니, ‘맞았겠네’가 아니네.’

‘맞겠네’다.

회의 주관자가 설명을 이어가건 말건 일본 헌터들은 한율을 뚫어져라 바라보고 있었으니 말이다.

“그럼 작전 회의는 여기서 마치도록 하겠습니다. 작전 지역으로 출발하는 것은 지금으로부터 2시간 후…….”

사사사삭!

작전 회의를 진행하던 헌터의 말이 끝나기도 전에 일본 측 헌터들이 다시 한율을 바라보며 손을 들었다.

“어, 음……. 작전 실행까지 편안히 휴식을 취하시면 되겠습니다. 작전 지역으로 출발하기 30분 전에 집합 장소를 방송, 그리고 문자 메시지를 통해 전달해 드리겠습니다.”

작전을 설명하던 헌터가 인사를 마치고 90도까지 접었던 허리를 폈다.

“…….”

“…….”

일반적인 상황이라면 회의를 진행하는 데 필요했던 서류를 챙기고, 모니터를 끄고 회의실을 빠져나가야 했다.

하지만 작전을 설명하는 헌터는 회의실을 벗어나지 않고 한율을 바라봤다.

일본 측 헌터들을 이끄는 소키치도 마찬가지였다.

회의를 진행하는 헌터에게 수고했다는 말을 건넨 소키치는 자리에서 일어나 이연희에게 다가가지도 않았다. 그 또한 다른 헌터들과 마찬가지로 한율을 바라봤다.

“…….”

손을 번쩍 들어 올린 채로 자신을 바라보고 있는 일본 측 헌터.

진지한 표정으로 자신을 바라보고 있는 소키치.

한율이 슬쩍 고개를 돌렸다.

일본 측 헌터뿐만이 아니었다. 한국 측 헌터들도 궁금한 것이 있는지 입가에 작은 미소를 띤 채로 자신을 바라보고 있었다.

“여러분들은 대충 알고 있지 않나요?”

“대충 알고 있는 거잖아요. 말 그대로 대충.”

고등학생 헌터의 대답 고개를 살짝 끄덕인 한율이 회의실을 쓰윽 둘러본 후에 그들이 원하는 말을 뱉었다.

“질문받겠습니다?”

일본 측 헌터가 물었다. 당연히 한율은 일본말을 못 하기에 통역사, 이사요시를 바라봤다.

“어떤 마법사입니까?”

“어떤 마법사라뇨?”

고개를 돌린 이사요시는 일본 측 헌터에게 한율의 말을 전달해 상세한 질문 내용을 듣고 한율에게 그대로 전달했다.

“익스펙토입니까, 파이어볼입니까?”

“파이어볼이요.”

“오오오!”

이사요시의 통역이 끝나기가 무섭게 일본 측 헌터들이 감탄사를 뱉었다.

“주문서! 주문서라고 하셨는데, 혹시 아티팩트도 가능합니까?”

“뭐가 가능하다는 거죠?”

“제작이요.”

“아. 네. 제작도 가능합니다.”

“오오오!!!”

한목소리로, 그것도 똑같은 감탄사를 뱉으니 자신도 모르게 웃음이 나왔다.

한율이 고개를 휙휙 저은 후에 질문 신청자들을 살폈다.

여전히 많다.

일본 측 헌터들은 열에 아홉이 손을 들었고, 한국 측 헌터들은 고등학생 헌터와 준비된 화과자를 홀로 해치운 여성 헌터가 손을 들었다.

“그럼 홀로 스물다섯 개의 화과자를 해치운……. 동생?”

“하양이는 뭘 좋아하나요?”

“……하양이?”

“네.”

“나한테 궁금한 건 없고?”

“제가 부산에 있을 때요. 바로 옆에서 오빠를 지켰거든요.”

“그런데?”

“무력은 대충 안다고요.”

“…….”

“그래서 하양이는 뭘 좋아해요?”

하양이라…… 하양이가 뭘 좋아하더라.

“……착한 사람?”

“착한 사람?”

“어. 착한 사람.”

먹는 거?

가리지 않는다.

좋아하는 거?

사람들하고 노는 걸 좋아한다.

하지만 선악을 구분하는 능력 때문인지 성향에 따라 사람을 가린다.

“응, 착한 사람.”

“헤에……. 그렇구나.”

“…….”

“…….”

“불러 줘?”

“네!”

눈을 반짝이며 큰 목소리로 대답하는 여성 헌터를 위해 한율은 하양이를 소환했다.

앙!

테이블 위에 소환되자마자 한율을 바라보며 큰 목소리로 울음을 터트리는 하양이를 보며 여성 헌터들의 뺨이 흐느적거리기 시작했다.

“저 화과자 스물다섯 개를 홀로 처치한 누나랑 놀고 있을래?”

“오빠!”

한율을 바라보며 버럭 소리치는 것도 잠시, 여성 헌터는 짧은 다리를 열심히 놀려 다가오는 하양이의 모습에 바로 행복이 가득한 미소를 그렸다.

“카, 카와이(귀, 귀여워).”

일본 측 여성 헌터들이 자리에서 일어나 조심스럽게 이동했다.

하양이의 등장으로 질문자가 반으로 확 줄어들었다.

한율은 가장 앞에서 열성적으로 손을 들어 올리는 일본 측 남성 헌터를 바라보며 물었다.

“뭐가 궁금하시죠?”

“마법 중에 그림자 속으로 몸을 숨기는 마법이 있습니까?”

“……네?”

“없다면 혹시 인비저빌리티 마법은 있습니까?”

“…….”

이유를 물어볼 필요는 없었다.

질문을 던진 헌터는 검은 천 갑옷에 후드를 뒤로 젖히고 마스크를 턱 아래로 내렸지만, 올리기만 하면 바로 복면이 되는 일반적인 사람들이 알고 있는 ‘닌자’의 모습을 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있습니까! 말씀해 주십쇼!”

“무슨 기자 회견 같네…….”

작은 목소리로 중얼거린 것도 잠시, 한율은 이사요시가 자신의 말을 전달하려 하자 혼잣말이라는 말을 반복한 뒤에 대답했다.

“투명 마법이 있기는 해요.”

“오오오!!”

“근데 생각하는 것만큼 뛰어난 효과를 가진 건 아닙니다.”

“상관없습니다! 모습을 감출 수 있다는 것이 중요하니까요!”

“…….”

실용성보다 퀄리티, 그러니까 닌자로서의 완벽함을 추구한다.

역시 일본!

“어, 다음 분?”

사사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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