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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래로 강해지는 헌터님-68화 (68/221)

068 현질의 문제점(2)

이사요시가 왼손에 들고 있던 서류를 확인한 후, 다시 대한민국 헌터들을 쭈욱 둘러봤다.

누군가를 찾듯이 잠깐잠깐 멈춰 서류를 한 번 헌터를 한 번 확인하던 이사요시가 눈을 가늘게 뜬 채로 입을 열었다.

“한……윤? 아니, 한……유루? 한율? 한율 헌터 님?”

헌터들의 시선이 자연스럽게 돌아갔다.

군복을 입은 사내.

라인데인이라는 무시무시한 마법으로 크라켄을 토벌한 헌터.

헌터들은 이사요시가 왜 한율을 찾는지 단번에 이해하고 핸드폰을 꺼내거나 다시 화면에 떠 있는 지도를 확인했다.

“아, 예.”

“본부에 도착하면 다시 설명 드리겠지만, 미리 알고 계시는 것이 좋다고 판단하여 먼저 말씀드리겠습니다.”

“크라켄인가요?”

“……예, 그렇습니다.”

고개를 끄덕인 이사요시가 진지한 표정으로 말했다.

“한율 헌터님을 비롯해 크라켄을 상대했던 스무 명의 헌터님들은 자국 헌터들과 함께 크라켄을 토벌할 겁니다.”

***

부산에서 후쿠오카 공항으로 이동.

다시 후쿠오카 외곽에서 가장 가까운 군부대로 이동.

또다시 군용 비행기를 타고, 나가토시와 가장 가까운 군부대로 이동.

군용 비행기에서 내린 한율이 자연스럽게 주변을 둘러봤다.

최악의 상황까지 고려한 것인지 전차와 전투기 주변에 많은 사람들이 모여 있었다.

헌터들도 있었…….

“……음?”

“왜 그러지?”

짐을 따로 챙겨와 조금 늦게 군용 비행기에서 내린 이대한이 고개를 갸웃하고 있는 한율을 불렀다.

“아니, 뭔가…… 헌터들이…….”

“……?”

한율을 따라 잠시 고개를 갸웃했던 이대한이 주변을 둘러봤다.

군인들이 보였고, 헌터들이 보…….

“으음……. 어디서 많이 본 듯한…….”

“그지? 나만 그런 느낌 받은 게 아니지?”

그때였다. 두 사람이 이해할 수 없는 익숙함에 당황하고 있을 때, 군용 비행기에서 내리던 한 헌터가 그들의 의문을 풀어줬다.

“저쪽은 유명한 게임.”

“게임이요?”

“네. 몬스터 사냥꾼이요.”

“……아!”

거대한 몬스터를 사냥하는 게임에 나오는 유명 캐릭터와 똑같은 복장을 한 헌터가 있었던 것이다. 능력 또한 근력과 관련되어 있었는지 다루는 무기 또한 게임에서 나오는 초대형 대검이었다.

“저쪽은 만화.”

“만화?”

한율과 이대한이 고개를 돌렸다.

세 자루의 검을 허리에 차고 있는 녹색 머리의 헌터, 등에 커다란 도를 메고 있는 흑색 도복의 헌터…….

“저쪽은 닌자.”

두 사람이 다시 고개를 돌렸다.

검은 복면을 착용한, 검은 천 갑옷의 헌터들이 천막 아래에 모여 짧은 단검, 비수를 점검하고 있었다.

“저쪽은 사무라이.”

일본도를 허리에 패용하고 있는 새하얀 도복의 헌터.

“…….”

“…….”

“이야, 우리 대한민국의 캡은 이 광경을 보고 어떤 생각이 드는지 매우 궁금하네.”

“뿌듯하게 생각한다. 나처럼 캐릭터를 사랑해 캐릭터를 따라 하는 사람들이니까.”

“…….”

본전도 못 건진 한율이 멍한 표정으로 이대한을 바라봤다.

한율의 의문을 풀어주던 헌터가 이해한다는 듯 고개를 휘휘 저었다.

“익숙해지세요.”

“네?”

“일본이잖아요. 안 그래도 코스프레니, 뭐니 하면서 난리인데, 당당하게 꾸밀 기회를 포기하겠습니까.”

바로 이해가 되었다.

한율과 이대한은 한층 편안하게 일본 헌터들을 구경했다.

“여러분들은 저를 따라오시면 됩니다.”

가장 늦게 비행기에서 내린 일본 협회의 이사요시가 두 사람 앞에 서서 빙긋 웃었다.

한율, 이대한 그리고 크라켄과의 전투 당시 한율을 지켜주던 여덟 명의 헌터들을 데리고 이사요시가 찾은 곳은 건물 안에 위치한 2회의실이다.

똑똑똑.

노크를 하고.

“한국 헌터분들이 도착했습니다.”

도착을 알리고.

“들어와.”

회의실 안쪽에서 대답이 들려오자 이사요시는 바로 문을 열고 옆으로 한 걸음 물러섰다.

‘ㄷ’ 형태로 테이블이 설치된 회의실.

헌터들이 당당하게 회의실 안으로 들어서자 가장 상석에 앉아 있던 30대 초반의 사내가 자리에서 일어났다.

“지원 요청을 받아 주셔서 감사드립니다. 크라켄 토벌 작전을 책임지고 있는 이모카와 소키치라고 합니다.”

일본어로 인사를 했지만, 안내인 겸 통역사, 이사요시의 도움으로 소개를 들을 수 있었다.

“한국에서 파견된 지원팀 부팀장, 이연희라고 합니다.”

임성현과 함께 지원팀을 이끄는 헌터, 이연희가 앞으로 나서서 소키치의 인사를 받았다.

“만나서 반갑습니다, 이연희 헌터님. 그럼 바로 작전 회의에 들어가고 싶은데 괜찮으시겠습니까?”

“네.”

고개를 끄덕인 이연희 헌터는 대한민국 헌터들과 함께 ‘대한민국 헌터팀’이라는 명패가 놓인 자리로 이동했다.

“아, 한율 님은 제 옆에 앉아 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제가요?”

“네.”

“…….”

크라켄 토벌 작전에서 가장 중요한 역할을 맡아야 한다.

고개를 갸웃하며 반문한 것도 잠시, 한율이 요청대로 그녀의 옆자리에 앉았다.

“대한민국 토벌팀도 도착했으니 바로 회의에 들어가지.”

소키치의 말에 서류를 들고 거대한 모니터 앞에 서 있던 헌터가 다시 입을 열었다.

“크라켄. 어인들과 함께 일본을 공격한 크라켄은 여섯 마리입니다. 그중 한 마리는 첫 번째 전투에서 토벌할 수 있었습니다.”

남은 크라켄은 다섯 마리.

“이유는 아시다시피…….”

대한민국 토벌팀을 힐끔 훔쳐보며 말끝을 흐리는 헌터.

소키치가 그런 헌터에게 말했다.

“있는 그대로 말하게.”

“……알겠습니다. 이유는 방심했기 때문입니다.”

첫째, B급 게이트가 폭주한 것이다.

둘째, 폭주한 게이트에서 쏟아져 나온 몬스터 중 절반만이 일본을 공격한다.

셋째, 처음부터 대피가 아닌 방어를 목적으로 작전을 세웠다.

“A급 헌터들이 처음부터 참가했으면 이렇게까지 심각해지지는 않았을 것입니다.”

B급 게이트가 폭주한 것이기 때문에.

게이트에서 쏟아져 나온 몬스터 중 그 절반만이 일본을 공격할 것이기 때문에.

대피가 아닌 방어를 목적으로 탄탄한 방어선을 구축하고 있었기 때문에.

그런 이유로 A급 헌터들은 이번 브레이크 전투에 참가하지 않았다.

물론 모든 A급 헌터들이 참가하지 않은 것은 아니다. 크라켄 토벌 작전팀을 맡은 A급 헌터, 소키치와 함께 또 다른 A급 헌터가 참가했지만 여덟 명이나 되는 A급 헌터 중 단 두 명만이 브레이크 전투에 참가했을 뿐이다.

“한 가지 확인하고 싶은 사항이 있습니다.”

이연희가 소키치를 바라보며 손을 들었다.

“예, 이연희 헌터님.”

“왜 A급 헌터들이 이번 브레이크 전투에 참가하지 않은 겁니까?”

“A급 게이트의 위험도가 생각보다 높았습니다. 현재 S급 헌터 중 한 명이 중상을 입고 입원한 상황입니다. 그래서 A급 헌터들도 A급 게이트 소멸 작업에 참가한 상황입니다.”

“아, 그렇군요.”

왜 단 두 명의 A급 헌터만 이번 브레이크 전투에 참가했는지 이해할 수 있었다.

소키치는 이연희가 작은 한숨을 내쉬면서 고개를 끄덕이자 감사의 인사로 똑같이 고개를 한 차례 숙인 후에 다시 회의를 진행하던 헌터를 바라봤다.

“계속하게.”“알겠습니다. 그럼 지금까지 확인한 크라켄의 능력을 말씀드리겠습니다. 크라켄은 공격에 마나를 사용하지 못합니다. 방어에도 마나를 사용하지 못합니다. 다만 재생 능력을 사용할 수 있습니다.”

커다란 지도를 띄운 모니터 화면이 바뀌었다.

상석에 앉아 있는 소키치, 헌터인 그가 크라켄의 다리를 자르는 동영상, 정확하게는 크라켄의 다리가 재생되는 동영상으로.

“오로지 재생 능력에만 마나를 사용합니다. 그래서 작은 데미지를 쌓아 크라켄을 토벌하는 것은 불가능합니다.”

대한민국 S급 헌터, 검의 주인은 크라켄을 토벌했다.

하지만 검의 주인은 뛰어난 실력, 그리고 능력이 부여된 무기를 이용했기에 가능했던 것이었다.

“약점은?”

“초대형 몬스터로 분류되는 만큼 움직임이 느리다는 것입니다. 공격력만 따진다면 A급 몬스터 중 최하위에 속하는 몬스터와 동일한 공격력을 지녔습니다.”

“크라켄 토벌 작전은 어떻게 되지?”

“대한민국 헌터, 한율 님을 중심으로 진행됩니다.”

우측 상단에 방송국의 이름이 걸려 있는 화면으로 바뀌었다.

-라인데인!

한율의 영창이 끝나기가 무섭게 하늘에서 벼락이 떨어졌다. 크라켄의 머리 위에 생성된 마법진을 통과하면서 화력이 증폭되자 화면은 아주 잠시지만 새하얀 빛으로 물들었다.

이내 빛이 사라지며 화면이 보여 주는 장면은 새까맣게 타 버린 크라켄이 뒤로 넘어지는 장면.

“영상을 통해 확인한 결과, 한율 님이 사용하신 라인데인이라는 마법은 캐스팅 시간이 오래 걸립니다. 그러니 한율 님은 지키는 데 집중하고, 동족의 사망으로 위험을 느낀 크라켄이 도주할 것을 대비해 크라켄의 움직임을 봉쇄합니다.”

“즉, 두 팀으로 나눠 움직인다?”

“예. 참고로 한율 님의 안전은 자국 헌터팀이…….”

작전을 설명하던 일본 헌터가 말끝을 흐리면서 동의를 구하자 이연희 헌터가 고개를 끄덕인다.

“괜찮습니다.”

한국팀은 크라켄의 움직임을 봉쇄.

일본팀은 한율의 호위.

“크라켄은 어떻게 막죠?”

회의에 참석한 일본 측 여성 헌터가 손을 들어 작전을 설명하던 헌터에게 물었다.

“……그게.”

“……?”

“한율 님의 도움이 필요합니다.”

또?

너무 한국 측 헌터에게 의지한다는 생각이 들어 일본 측 헌터들이 인상을 찌푸릴 때, 작전을 설명하던 헌터가 다른 동영상을 재생시켰다.

높이 도약한 헌터들이 종이를 찢는 장면이다.

찢어진 종이에서 흘러나온 푸른 마나가 헌터들 발아래로 모여 반투명한 방패로 바뀌었다.

방패 위에 선 헌터들이 크라켄에게 화력을 집중해 어그로를 끈다.

“……저, 저게 뭐죠?”

어인들의 습격으로 다른 나라의 상황까지 알아볼 시간이 없던 일본 헌터들이었다.

이해할 수 없는 광경에 젊은 헌터가 묻자 작전을 설명하던 헌터가 한율을 바라보며 설명했다.

“대한민국의 헌터, 한율 님은 마법사이십니다.”

“……!”

오랜 시간이 필요하지만 어마어마한 위력을 지닌 라인데인이라는 초능력을 각성한 헌터로만 알고 있었다.

하지만 상상을 초월하는 정체에 일본 헌터들은 말문이 막혔다.

“마, 마법?”

“예. 한율 님은 마법사이십니다.”

“그, 그럼 지금 크라켄의 움직임을 봉쇄하기 위해 허, 헌터들이 사용한 것은……!”

“예, 그렇습니다. 마법 주문서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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