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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래로 강해지는 헌터님-66화 (66/221)

066 라인데인(2)

2팀 팀장이 바로 소리치며 자신들을 지나쳐 가는 크라켄의 다리를 공격했지만, 크라켄의 다리는 18개.

헌터들이 황급히 움직여 크라켄의 공격을 막았다고 해도 전부 막을 수는 없었다.

“흡!”

헌터들의 공격을 피해 한율에게 다가오는 크라켄의 다리는 두 개.

이대한, 캡이 바로 정면에서 다가오는 크라켄의 다리를 노리고 방패를 던졌다.

쉬이익! 쾅!

스트렝스, 그리고 헤이스트 보조 마법이 걸렸다. 또한, 한율이 주문서 제작 숙련도를 높이기 위해 성장을 잠시 멈췄을 때 이대한은 라이트닝, 문수원과 연락해 게이트 활동 시간을 늘렸다.

이대한이 방패와 충돌해 땅속에 처박힌 크라켄의 다리를 확인하고 양팔을 뻗어 남은 다리를 붙잡았다.

“흐으읍!”

자신의 바로 뒤에 크라켄을 죽일 수 있는 헌터이자 자신의 파트너가 있다. 이대한은 전신의 힘을 주었다.

뒤로 주르륵 밀려나는 것도 잠시 이대한이 마나를 더욱더 끌어올려 멈춰 섰다.

날카로운 가시가 끝에 달려 있는 크라켄의 다리.

그 크라켄의 다리가 한율의 코앞에서 파르르 떨리고 있다.

안도?

아직이다.

이대한이 염력 능력을 사용해 방패를 조종했다.

크라켄의 다리가 땅속으로 처박힐 때, 방패는 하늘 위로 솟구쳤다.

부우웅! 쾅!

히어로 영화의 주인공, 캡을 완벽하게 따라 하고 싶었다.

하지만 경매장 습격 사건 이후, 이대한은 자신의 실력이 매우 부족하다고 판단해 게이트 활동 시간을 늘렸고, 자신의 무기인 방패를 개조했다.

차캉!

염력을 사용해 방패 안쪽에 있는 버튼을 누르자 방패 테두리에서 칼날이 튀어나왔다,

푸욱!

질겨도 너무 질겼다.

칼날이 튀어나온 방패는 다리를 자르지 못했다. 가죽을 찢고 안을 파고들었지만, 그게 전부.

염력 능력을 사용해 밀어 넣어 봤지만, 살을 잘라내지는 못해 이대한은 방패를 다시 공중으로 띄워 땅속에 처박혔던 다리, 즉 다시 다가오는 크라켄의 다리를 노리고 이동시켰다.

그냥 염력 능력으로 이동시키는 것이 아닌 회전을 시켰다.

촤아악!

크라켄도 어인이었던 걸까?

칼날이 튀어나온 방패가 살가죽을 베고 다리에 박히자 붉은 피가 흘러나왔다.

육체의 힘으로 크라켄의 공격을 막았고, 능력으로 크라켄의 공격을 막았다.

하지만 크라켄의 ‘두 개의 다리’를 막아 낸 것일 뿐이었다.

쉬이익!

크라켄의 세 번째 다리가 헌터의 공격을 피해 한율에게 다가오고 있었다.

몸으로 다리 하나를 막았고, 능력을 사용해 다리 하나를 막았다. 그래서 고민하던 이대한이 오른팔을 풀어 팔 하나에 다리 하나를 막아 세우려고 할 때, 아름다운 여인이 한율의 앞에 나타나 검을 휘둘렀다.

촤아악!

아래에서 위로 검을 휘둘러 다리를 베어 버리는 검은 양복을 착용한 아름다운 여인.

“도와드리겠습니다.”

이대한이 A급 헌터 배희연의 말에 다시 양팔에 힘을 주었다. 그리고 방패를 움직여 한율에게 향하는 공격을 막아내기 시작했다.

***

마나를 가득 채우지는 못했다. 하지만 라인데인 두 번, 헌터들이 물러선 후에 크라켄의 움직임을 둔화시킬 웹 마법을 사용할 정도의 마나를 회복했다.

마나 호흡법을 중단한 한율이 눈을 떴다.

푸른 가죽 갑옷의 헌터, 이대한과 검은 양복의 여인, 배희연.

그리고 B급 헌터로 추정되는 헌터들이 자신을 중심으로 큰 원을 만들어 크라켄의 공격을 막아내고 있었다.

“5분!”

한율이 자리에서 일어나 소리치고 마법 준비에 들어가자 큰 원을 그리고 있던 헌터들이 다시 한번 힘을 끌어올려 크라켄의 공격을 막아내기 시작했다.

뇌전의 창 + 증폭 마법진 = 라인데인.

그러니 변경한다.

마법진은 목표 대상의 머리 위에 생성된다. 그러니 마법진의 위치를 조정한다.

5분 이상이 걸릴 수도 있겠지만, 동족의 사망으로 크라켄의 위기 감지 능력이 높아졌으니 시간이 걸리더라도 마법진 생성 위치를 조정하는 것이 좋다.

마법진이 생성됐다.

위치는 라인데인, 뇌전의 창이 생성되는 지점 바로 아래.

“라인데인! 웹!”

큰 목소리로 라인데인 마법의 영창을 마치자 1번 크라켄이 사망하자마자 3번 크라켄을 포위하고 있던 헌터들이 뒤로 물러섰다.

자신의 몸을 지키기 위해 다섯 개의 다리를 남겨 둔 크라켄의 반격으로 자리를 옮겨야 하는 상황이 많았는지 실드 하나에 헌터 2~3명이 올라섰고, 그렇게 헌터들이 물러났을 때, 뇌전의 창이 떨어졌다.

콰과과광!

“……죽었나.”

“아, 씹. 사망플래그 모르냐!”

“저 병신이 진짜!”

자신도 모르게 사망플래그를 뱉은 헌터를 노려본 한율이 크라켄의 마나를 감지하고 거래창을 열었지만, 마나 포션을 복용해 마나를 회복하고 마법을 사용할 필요가 없었다.

촤아아악!

3번 크라켄이 큰 피해를 당하자 2번 크라켄을 상대하던 S급 헌터, 검의 주인이 조종하던 다섯 자루의 검 중 두 자루를 보내 회복 중인 3번 크라켄을 끝내 버렸기 때문이었다.

크라켄 두 마리 토벌.

자연스럽게 거래창으로 뻗은 팔을 내리고 거래창을 닫은 한율이 무전기를 조종해 소리를 키우고 말했다.

“협회장님.”

-……그래.

“쉬어도 되죠?”

-고생했다. 쉬어라.

“후아!”

한율은 물론 주파수를 바꿔 두 사람의 대화를 듣고 있던 헌터들도 바닥에 털썩 주저앉았다.

“저게 무슨 B급 게이트의 가디언이야.”

A급 헌터 다수를 상대함에도 끄떡없던 크라켄이었다.

“파트너.”

“왜.”

“C급 헌터 아니었나?”

한율을 지키던 헌터, 끝났다는 김환성의 대답을 듣자마자 그 자리에 털썩 주저앉았던 헌터들이 고개를 돌렸다.

“어. 맞아. C급.”

“……A급이 아니라?”

“C급.”

“크라켄을 죽였는데?”

“상성과 라인데인 때문이야.”

“상성이라면 물과 번개를 말하는 걸 테고……. 라인데인은 크라켄을 상대하던 뇌전의 창을 말하는 건가?”

“어. 라인데인은 4서클 마법이지만 위력만 따지면 5서클 공격 마법 중 최상위 공격 마법과 동일한 위력을 지니고 있어.”

“그렇군. 그런데 왜 그런 마법이 4서클이지?”

사람들에게 정보를 풀어야 헌터 등급에 따른 논란이 사그라질 것이다.

“야. 캐스팅 시간이 5분이다. 5분. 발동해도 10초는 걸리고.”

“아…….”

이해했다.

준비에 5분이 필요한 공격 마법이다.

“파트너, 분명 캐스팅 도중에 방해를 받으면…….”

“마법이 취소되지.”

“……그래서 4서클이군.”

“그래. 그래서 4서클이야.”

캐스팅 도중에 방해를 받아 집중력이 흐트러지면 마법이 취소된다.

캡은 물론 헌터들까지 고개를 끄덕이자 한율은 배희연을 바라보며 화제를 돌렸다.

“그런데 희연 씨.”

“네. 한율 님.”

“부회장님은요?”

“어인들이 도시를 침공하자마자 대피하셨습니다.”

“희연 씨는 안 가시고요?”

“네. 부회장님께서 도우라고 명령하셨습니다.”

“도와주셔서 감사합니다.”

“아닙니다. 해야 할 일을 했을 뿐입니다.”

한율이 고개를 꾸벅 숙였고, 배희연이 고개를 꾸벅 숙였다.

“그런데…….”

“……?”

“하양이는 어디 갔습니까?”

헌터 협회 비서실장 임지혜와 청일 그룹 경호실장 배희연의 마음을 사로잡은 그 남……. 하양이.

“뇌전, 그리고 땅 속성 마법만 사용하기로 해서 대피하지 못한 사람들 대피시키고 있습니다.”

“그렇군요.”

“네, 그렇슴다.”

“…….”

“…….”

“……전부 끝났습니다만?”

“하양이 소환.”

침묵과 함께 이어지는 그녀의 시선에 한율이 하양이를 소환했다.

SNS 스타, 하양이다.

하양이는 배희연은 물론 근처에 있는 모든 헌터들의 관심을 독차지했다.

쿠우우웅.

한율은 마나 포션을 복용하며 휴식을 취하고, 배희연과 근처에 있는 헌터들은 하양이와 놀아 주며 휴식을 취할 때, 검의 주인이 크라켄을 쓰러트리고 바다 위에 착지했다.

“음?”

바다 위?

바닷속에 빠지는 게 아니라 바다 위에 서 있는 검의 주인.

“와, 역시 S급은 S급이네.”

“너도 3년 안에 S급이 될 것 같은데 뭘 그러냐.”

등 뒤에서 들려오는 사내의 목소리.

한율이 고개를 뒤로 젖혀 등 뒤에 서 있는 사내, 김환성을 바라봤다.

“오셨어요.”

“그래.”

“……브레이크 전투에서 승리했는데도 표정이 영 거시기 하네요?”

“문제가 생겼거든.”

문제.

정말 짜증 나는 단어다.

“딴 길로 샌 놈이라도 있어요?”

“아니. 그런 놈은 없다.”

이번 브레이크 전투에 국방부도 참전했다.

직접 몬스터와 싸우는 역할을 맡은 것은 아니지만 함대를 이끌고 전투에 참가해 예상 경로를 벗어나는 몬스터를 토벌하는 역할을 맡았기에 놓친 몬스터는 없었다.

“그럼요?”

“일본이 실패했다.”

“……예?”

“실패했다고. 방어선이 뚫렸단다.”

“…….”

싸하다.

느낌이 아주 싸하다.

“그, 그래서요.”

“의뢰다.”

“저 C급 헌턴데요.”

“많은 약점이 있지만, 크라켄에게 큰 피해를 주는 라인데인 마법을 사용하는 마법사이기도 하지.”

“일본에도 S급 헌터가 있잖아요.”

“세 명이나 있지.”

“그럼 막을 수 있지 않을까요?”

“A급 게이트가 폭주하기까지 13시간 남았다고 하더구나. 소멸 작업 횟수는 4번 남았고.”게이트의 변화 이후, 게이트의 핵이 생성되는 장소는 무작위다.

“그래서 한국을 비롯해 주변 국가에 헌터 지원을 요청했다.”

“너무 힘든…….”

“50억. 추가로 크라켄 한 마리당 20억.”

“네?”

“일본이 마법사 고용 액수로 50억을 불렀다. 영초, 영약을 흡수해서 마법을 배우는 건 이미 확인한 사항인지 최상급 영초도 준다고 하더라.”

“하아아…….”

한율이 깊은 한숨을 내쉰 후에 거래창을 열었다.

거래창에서 꺼낸 것은 스마트폰.

-여보세요.

“야. 일본 갔다 올게.”

-……뭐?

“일본이 지원 요청했어.”

-꼭 가야 돼?

“방송 봤지?”

헌터 협회는 방송 촬영을 거부하지 않았다. 점점 현재의 지구에 익숙해지고 있는 사람들에게 몬스터, 그리고 게이트의 무서움을 알려 주기 위해 방송 촬영을 허락했다.

-어.

“그럼 봤지? 번개 떨궈서 크라켄 잡는 거.”

-하아, 진짜 짜증 나…….

가족이 고생하는 이야기 때문일까.

투덜거린 한유라가 다시 입을 열었다.

-몸조심하고. 아빠한테 전화는 했어?

“이제 해야지. 그리고.”

-어.

“정말 필요 없냐?”

-뭐가.

“기념품. 이번엔 부산이 아니라 일본…….”

뚝!

전화가 끊겼다. 한율은 통화 종료 화면을 확인하고는 피식 실소를 터트린 후, 김환성에게 물었다.

“출발 시각은요?”

“3시간 후.”

“와씨. 쉬는 시간이 없네. 쉬는 시간이 없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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