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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래로 강해지는 헌터님-65화 (65/221)

065 라인데인(1)

공격 마법, 라인데인은 5서클 공격 마법에 버금가는 파괴력을 가졌지만, 4서클 마법사가 사용할 수 있는 마법이었다.

왜 5서클 공격 마법에 버금가면서 4서클 마법사가 사용할 수 있을까.

이유는 간단하다.

오래 걸린다.

캐스팅 시간은 5분.

여기서 끝이 아니다. 캐스팅을 마쳐도 마법이 발동할 때까지 30초라는 시간이 필요했다.

뭐, 라인데인 마법의 약점이 여기서 끝이면 다행이지만 아직 라인데인 마법의 약점이 남아있었다.

생성된 마법진을 통과하며 효과가 증폭되는 라인데인은 마법이 발동하기 전, 마법진이 파괴되면 그 효과가 3할로 줄어든다.

3할이나 줄어드는 게 아니라 3할로 줄어든다.

시간의 문제도 있고, 마법진을 지켜야 한다는 문제도 있다. 그래서 라인데인은 5서클 공격 마법에 버금가는 파괴력을 지녔음에도 4서클 마법사가 사용할 수 있는 마법이었다.

“크라켄 세 마리. 동시에 옵니까?”

게이트를 빠져나온 크라켄 열 마리 중 네 마리가 한국으로 향하고 있다.

한 마리를 처리했지만, 아직 세 마리가 남은 상황.

-그래.

“거리를 벌려 시간차를 두고 도착하게 만들 수 있을까요?”

-흩트리는 게 아니라?

“아무런 피해 없이 크라켄을 잡을 수 있는 사람이 있어요?”

-…….

없다.

A급 헌터들의 상태가 정상이라면 부대를 나눠 한 마리씩 상대했을 것이다.

하지만 어인 기사들과의 전투로 A급 헌터들의 몸 상태는 최악의 가까운 상황.

포션을 복용하고, 영약을 복용해도 육체의 피로가 사라질 뿐 정신적 피로가 사라지는 것은 아니니 크라켄 토벌 도중 실수가 발생할 것이고, 그 실수는 크라켄 토벌에 참가한 모든 헌터들을 위험에 빠트릴 것이다.

-크라켄이 시간차를 두고 이동하면 잡을 수 있나?

“네. 대신 5분은 붙들고 있어야 해요.”

-5분…….

크라켄의 토벌로 어인 기사들은 당황했고, 김환성은 그 기회를 놓치지 않고 공격해서 어인 기사들을 토벌했다.

어인들의 피로 회색에서 붉은색으로 변해 버린 땅.

어인 기사들을 토벌한 김환성은 한율에게 다가가 대화를 나누지 않았다. 이어질 전투를 대비해 바닥에 털썩 주저앉아 무전기를 이용해 대화를 나눴다.

-……흠, 잠깐.

멀리 떨어져 있는 한율을 바라보며 양해를 구한 김환성이 스마트폰을 꺼냈다. 누군가와 통화하듯 아주 진지한 표정을 한 채 입을 여닫기를 반복했다.

멀리 떨어져 있는 것도 있지만, 마나 소모를 최대한 억제하기 위해 마나를 사용해 오감을 강화하지 못한 것도 있다.

잠시 김환성을 바라보던 한율이 무전이 오기를 기다리기로 하고 다시 마나 포션을 꺼내 복용했다.

“아, 깜빡했네. 부모님은 대피하셨고?”

“이미 대피하셨다.”

“그거 다행이네.”

작은 미소를 그린 한율이 빈 병을 거래창에 집어넣은 후, 다시 마나 포션을 꺼내 복용했다.

“파트너.”

“왜.”

“전투가 끝나면 바로 올라갈 건가?”

“그래야지.”

“흐음. 급한 일이라도 있나?”

“……?”

한율이 고개를 돌려 이대한을 바라봤다.

“없어. 그건 왜 묻는데.”

“우리 할아버지께서 너를 무척이나 보고 싶어 하신다.”

“…….”

파트너여서?

캡의 파트너, 윈드 워리어여서?

“어떻게 보면 경매장 사건에서 내 목숨을 구해 준 거나 다름없으니까.”

“아…….”

다행이다. 그래서 미소와 함께 고개를 끄덕인 한율은 다시 마나 포션을 꺼내 복용하다 말고 이대한에게 물었다.

“야, 그런데 말야.”

“……?”

바다를 바라보던 이대한이 고개를 돌렸다.

푸른 가죽 갑옷을 착용하고 푸른 복면으로 얼굴을 가린 것도 모자라 초승달이 새겨진 방패를 손에 들고 있는 이대한.

“가족들도 아셔?”

“뭘.”

어떻게 물어야 할까.

고민하던 한율이 천천히 입을 열었다.

“네가……. 캡이라는 걸?”

“모르신다.”

“그거 다…….”

“우리 할아버지만 아신다.”

“……할아버지만? 아버지가 아니라?”

“할아버지가 나에게 영화, 캡을 보여 주셨다. 참고로 헌터가 되자마자 캡이 되어 지구를 지키라고 하신 분이 바로 우리 할아…….”

“오케이. 이해했어.”

이대한의 설명이 끝나기도 전에 고개를 끄덕인 한율이 다시 마나 포션을 꺼내 복용했다.

-시간차를 두고 도착하게 만들 필요가 없어졌다.

이어폰에서 흘러나오는 김환성의 목소리.

한율은 무전기를 건드려 소리를 키우고 되물었다.

“없어져요?”

-황해도에서 활동하던 검의 주인이 온다.

S급 헌터, 검의 주인.

“그래도 두 마리가 남는데요.”

-두 마리는 우리가.

“……우리가요?”

-그래. 크라켄 두 마리는 우리가 막는다.

***

종대(縱隊)로 이동하던 크라켄은 부산과 가까워지자 속도를 줄여 횡대(橫隊)로 서서 다가왔다.

“온다! 2팀은 방어에 집중하고 1팀은 크라켄을 공격해 이동을 막는다!”

원거리 능력자들이 초능력을 준비했고, 근거리 능력자들이 자신의 무기에 마나를 주입했다.

“아직…….”

아직 거리가 있다. 그래서 마나 포션만 복용하며 빠른 속도로 다가오는 크라켄을 살펴보던 한율이 자신도 모르게 고개를 살짝 돌렸다.

40대 초반.

하얀색 무복을 착용한 중년의 사내가 크라켄을 바라보고 있었다.

‘S급 헌터.’

대한민국에 단 두 명밖에 없는 S급 헌터.

“궁금하네…….”

자신도 모르게 속마음을 뱉은 한율은 바로 옆에 서 있던 이대한의 시선에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고 마법을 준비했다.

준비하는 마법은 라인데인.

크라켄이 멈춰 섰다. 더 이상 이동할 수가 없었는지 바다 위에서 몸의 절반을 드러낸 크라켄이 헌터들을 노려보는 것도 잠시, 놈이 열 개의 다리를 동시에 움직였다.

“막아!”

2팀은 작전대로 방어에 집중한 듯 제자리에 서서 빠른 속도로 다가오는 다리를 공격했고, 1팀은 앞으로 달려갔다.

움직임이 둔화되는 바닷속에 하반신을 집어넣고 크라켄하고 붙는다?

미친 짓이다.

앞으로 달려간 1팀이 바닷속으로 발을 딛기 전에 높이 도약했다.

“주문서를 사용해라!”

김환성의 외침.

헌터들이 미리 준비해 둔 마법 주문서를 찢었다.

“실드!”

너무 긴장했던 것일까, 마법명을 외칠 필요도 없는데 누군가가 마법명을 외치며 주문서를 찢었다.

파바바바밧!

공중으로 높이 도약한 헌터들이 실드 위에 착지했다.

“공격!”

다시 울려 퍼지는 김환성의 외침.

자신의 무기에 마나를 두른 헌터들, 크라켄을 사방에서 포위한 헌터들이 다가오는 크라켄의 다리를 향해 무기를 휘둘렀다.

근거리 능력자는 실드 위에 서서 크라켄의 움직임을 봉인.

원거리 능력자는 실드 위에 서 있는 헌터들을 피해 크라켄을 공격.

피해는 없을 것이다.

A급 원거리 능력자가 있기는 하지만, 크라켄의 방어력이 너무 높았으니까.

하지만 원거리 능력자들은 필사적으로 크라켄을 공격했다. 그들의 목적은 크라켄의 시선을 집중시키는 것이기 때문이다.

“…….”

헌터들이 크라켄의 주변을 둘러싸 움직임을 봉인하는 것과 동시에 한율은 라인데인 마법을 사용하기 위해 아주 천천히 주문을 외워 캐스팅 속도를 강제로 늘렸다.

한율은 1팀 근거리 능력자들이 움직임을 봉인한 지 몇 초 지나지 않아, 1팀 원거리 능력자들이 크라켄의 시선을 집중시킨 지 몇 초도 채 지나지 않아 주문을 완성했다.

우우웅!

크라켄의 머리 위에 생성된 마법진.

“라인데인!”

한율은 큰 목소리로 캐스팅을 끝냈고, 자신의 몸에서 빠져나간 대량의 마나가 하늘 위에서 느껴지자 이를 악문 채 크라켄을 바라봤다.

“후퇴!”

김환성이 큰 목소리로 외쳐 크라켄의 움직임을 봉인하던 근거리 능력자들을 후퇴시켰다.

실드를 밟으며 앞으로 달려가 크라켄을 포위했던 근거리 능력자들이었다. 빠르게 움직여도 뇌전의 창이 떨어지기 전에 바다가 아닌 자상에 당도할 수 없었지만, 그들에게는 실드가 있었다.

헌터들은 실드를 박차 크라켄에게서 멀어졌고, 바다에 떨어지기 전에 다시 주문서를 찢어 실드 위에 착지했다.

근거리 능력자들과 원거리 능력자들에게 집중하고 있던 크라켄이었다. 놈은 헌터들이 후퇴했을 때가 되어서야 위기를 감지했다.

콰과과광!

마법진을 통과한 뇌전의 창이 크라켄에게 떨어졌다.

즉사는…….

“메모라이즈! 웹! 라인데인!”

그물을 연상시키는 거대한 마나 거미줄이 크라켄의 움직임을 봉인했고, 뒤이어 다시 한번 소환된 라인데인, 뇌전의 창이 하늘에서 떨어졌다.

***

“후우, 후우…….”

메모라이즈 마법은 정확하게 말하면 마법을 저장하는 마법이 아닌, 주문을 저장하는 마법.

메모라이즈로 저장한 마법을 사용하는 데에도 마나가 필요했다.

마나 포션을 복용하지도 못한 채 두 번 연속으로 라인데인을 사용했다. 1서클 마법인 웹 마법도 3서클 마법을 사용하는 데 소모하는 마나를 투자해 크기와 내구도를 올렸고 말이다.

당연히 마나홀은 바닥을 드러냈다.

거칠게 숨을 몰아쉰 한율이 크라켄의 사망을 확인하고 고개를 돌렸다.

S급 헌터, 검의 주인.

그는 크라켄을 상대로 압도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었다.

하지만 크라켄은 마나를 다루지 못해 보유한 마나를 방어력, 그리고 재생 능력에만 소모하는 몬스터였다.

아무리 S급 헌터라고 해도 크라켄을 토벌하는 데 오랜 시간이 걸릴 것이 분명했다.

“거래창.”

아주 작은 목소리로 거래창을 연 한율이 손을 뻗었다.

이름: 최상급 마나 포션(200).

설명: 마법사의 탑에서 판매 중인 최상급 마나 포션.

효과: 마나 회복(15%), 10분간 마나 회복 속도(300%) 증가.

“야. 막을 수 있겠냐.”

뇌전의 창으로 동족을 잃은 2팀이 상대하는 크라켄, 놈의 눈동자가 자신에게 향해 있었다.

“……몇 분?”

“일단은 30초.”

“일단?”

“최종적으로는 5분 30초.”

“환장하겠군.”

꿀꺽꿀꺽.

숨을 고른 한율은 마나 포션을 복용했고, 단번에 회복된 15%의 마나로 마법을 사용했다.

“헤이스트, 스트렝스.”

대량의 마나를 소모해 효과를 증폭시킬 수는 없었다. 하지만 기존의 1.5배는 상승했을 것이 분명했다.

“믿는다.”

한율이 그 말을 끝으로 바닥에 털썩 주저앉아 마나 호흡법을 외우자 이대한이 방패를 앞으로 내민 채로 크라켄을 노려봤다.

크라켄의 다리가 2팀이 아닌 한율을 향해 다가왔다.

“막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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