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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래로 강해지는 헌터님-64화 (64/221)

064 크라켄(2)

실드 마법으로 적의 공격을 막아내고, 권총으로 적을 혼란스럽게 만들고, 어스 애로우로 적을 공격한다.

한율은 실드, 권총 그리고 어스 애로우를 반복해서 상어 어인을 토벌하려고 했다.

하지만 놈은 머리를 쓸 줄 알았다.

쉬이익! 콰직!

실드를 파괴하자마자 자신을 노리고 공격하는 대신, 총구에 손바닥을 가져다 대 권총을 파괴하는 상어 어인.

이를 악문 한율이 총구를 막아 권총을 파괴하고, 이어 왼팔을 크게 휘두르는 상어 어인의 모습에 황급히 허리를 숙였다.

아슬아슬하게 허공을 가로지르는 상어 어인의 주먹.

한율은 상어 어인의 공격을 피했다는 것에 안도하지 않고 바로 마법을 사용했다.

“디그.”

상어 어인의 발밑이 아닌 자신의 발밑.

콰득!

입을 쩍 벌린 상어 어인이 한율의 머리가 아닌 허공을 씹었다.

놈은 상어 어인.

인간의 모습을 한 상어는 일반적인 상어와는 다르게 후각만 뛰어난 어류가 아니다.

“라이트.”

한율은 자신의 머리 위에 빛의 구체, 라이트 마법을 사용했고, 환한 빛이 시각을 멀게 하자 바로 다음 마법을 발동했다.

“아쿠아.”

1서클 마법, 아쿠아.

생성 위치는 상어 어인의 등 뒤.

아쿠아 마법을 사용하는 데 필요한 물은 혈액으로 대체.

한율은 피 냄새를 맡은 상어 어인이 몸을 홱 돌리며 주먹을 휘두르자 다시 디그 마법을 사용했다.

어인은 일반적인 어류와는 다르게 인간처럼 오감이 뛰어나고, 몬스터이기에 마나 감지 능력이 뛰어나다.

상어 어인이 몸을 돌리고 주먹을 쥔 오른팔로 바닥을 찍었다.

쾅!

하지만 디그 마법을 사용해 구덩이를 넓힌 한율은 이미 놈에게서 멀어진 상태.

“후우.”

한율이 거래창에서 권총을 꺼내 다시 손에 쥐고 상어 어인을 바라봤다. 시각을 되찾았는지 자신을 똑바로 바라보고 있는 상어 어인이었다.

“혼자서는 어려…….”

콰앙!

“쉬는 시간도 없냐!”

자신이 유리하다는 것을 아는 걸까.

상어 어인이 다시 땅을 박차자 한율은 다시 마법을 준비했다.

하지만 그의 마법이 발동하기 전, 중앙에 별이 새겨진 원형 방패가 달려오는 상어 어인을 공격했다.

쾅!

뒤로 주르륵 밀려나는 상어 어인과 땅으로 떨어지기 직전, 갑작스레 솟아올라 누군가의 손에 잡히는 원형 방패.

“파트너!”

“아, 씹.”

수많은 헌터들이 도시를 돌아다니며 민간인들을 구출하고 있어 지원이 올 거라고 생각은 했다.

하지만 얘가 올 줄은 몰랐다.

“넌 왜 여기에 있냐?”

“부산이 고향이니까.”

“…….”

이해할 수 있는 캡, 아니 이대한의 대답에 할 말이 없었다.

푸른 가죽 갑옷의 헌터, 캡을 힐끔 훔쳐본 한율이 한숨을 내쉬며 말했다.

“야, 후딱 끝내자.”

“상대는 B급 몬스터다.”

“여유가 없어서 죽이지 못한 거야.”

방패를 무기로 삼아 근접전을 펼치기도 하지만, 캡은 엄연히 탱커로 분류되는 헌터다.

“막으면 되는 건가?”

구덩이 속으로 뛰어든 이대한이 상어 어인을 바라보며 말하자 한율은 바로 대답했다.

“어. 그럼 5분 안에 작살 낼 수 있어.”

***

부산으로 내려올 때였다. 한유라가 싸 준 도시락을 먹으며 뉴스를 확인하던 한율은 만약을 대비해 레스트와 거래해 4서클 마법을 배웠다.

문제는 3서클에 오르고 몇 달도 채 지나지 않아 4서클에 오른 탓에 마법 숙련도가 매우 떨어져서 4서클 마법을 캐스팅하는 데 30초 이상 필요하다는 것.

쾅! 쾅! 쾅!

귓속을 파고드는 충돌음.

한율이 집중력을 흩트리는 충돌음을 피하려고 마나를 이동해 귀를 닫으면서 주문을 외웠다.

시간이 없고 택시 안에서 가치를 맞출 수가 없어 배운 것은 두 가지.

그중 하나는 대지 속성 마법, 다른 하나는 뇌전 마법.

한율이 눈을 번쩍 떴다.

운이 좋았다. 자신의 앞에서 상어 어인의 공격을 막아내던 캡이 옆으로 튕겨 나갈 때 캐스팅을 마쳤다.

“어스 스피어.”

사방에서 날아온 흙이 뭉쳐 수십 개의 창으로 변했다.

상어 어인의 눈동자가 빠르게 움직이는 것도 잠시, 놈은 양팔을 교차했고, 한율은 이를 바득 갈며 수십 개의 흙으로 된 창, 어스 스피어를 날렸다.

푸부부부부북!

상어 어인의 전방에서만 생성된 어스 스피어가 아니었다.

어스 스피어는 상어 어인을 중심으로 사방에서 생성되어 놈에게 날아갔다.

“크르르.”

“하아.”

수십 개의 창이 몸을 관통했다. 그런데도 생명이 꺼지지 않았다.

한율은 그런 상어 어인을 가만히 바라보다 몸을 돌려 바닥에 쓰러진 이대한에게 다가갔다.

“괜찮냐.”

“죽는 줄 알았다, 파트너.”

“큭!”

“훈련 강도를 높여야겠군.”

“왜?”

“경매장 때도 그렇고 자꾸 기절하는 거 같아서.”

“야. 니 실력이 부족해서 그런 건 아니잖아.”

A급 헌터의 공격을 받아 기절했고, B등급 정예 몬스터를 상대로 아군을 지키기 위해 방어에 집중해서 무력한 모습을 보인 것일 뿐이었다.

“후우! 상어 어인은?”

상체를 일으켜 세우며 질문을 던진 이대한이 수십 개의 창에 꽂혀 목숨을 잃은 상어 어인을 발견하고 다시 한율을 바라봤다.

“정말 비상식적으로 빠르게 강해지는군.”

“이제부터 정체 기간이야.”

“그런가?”

“어, 벽이 안 보여.”

“그거 다행이군.”

지금도 헌터들을 좌절하게 만드는 성장 속도다.

이 이상이라면 자괴감이 들 뻔했다.

피식 실소를 터트리며 농담을 건넨 이대한은 한율이 내민 포션을 복용하고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럼 바로 본부와 합류하는 건가?”

“아니.”

“……음?”

“탱커가 있으니 뒤에서 4서클 마법이나 난사해야지.”

“…….”

피해가 쌓였다고 해도 B등급 정예 몬스터를 사살한 마법이다.

“그럼 숨어서 마법을 쓸 생각인가?”

“아니. 거리가 있으니 그냥 후방에서.”

후방에 배치했다고 해도 마법을 사용하는 데 대량의 마나를 소모하니 어인들은 바로 위험을 느끼고 한율에게 달려들 것이다.

“……후우.”

***

일반 몬스터, 어인 전사를 쓰러트리니 정예 몬스터, 어인 기사들이 모습을 드러냈다.

“대충 나눠 보면 어인이 사천, 어인 기사가 일천인가.”

더럽게 많다.

숨을 고르며 끊임없이 바다에서 걸어 나오는 어인 기사들을 노려보던 김환성이 귀에 꽂은 무전기와 연결한 이어폰을 이용해서 상황을 확인했다.

“피해는?”

-본부 소속 헌터 일천여 명 중 삼백 명은 전투 속행이 불가능합니다.

“남은 몬스터의 숫자는?”

-…….

인공위성으로 어인들을 감시하는 상황.

-일천삼백 마리입니다.

“환장하겠군.”

많이 줄이기는 했지만, 여전히 욕설이 나올만한 숫자다.

-그리고.

“그리고?”

-크라켄이 이동하고 있습니다.

직원의 설명에 김환성이 고개를 들었다.

더 이상 날려 보낼 어인들이 없었는지 가만히 헌터들만 노려보고 있는 크라켄이었다.

“안 움직이는데?”

-……열 마리입니다.

“아.”

맞다.

어인의 도시 소멸 작업 횟수는 총 10회.

당연히 브레이크 현상에 의해 게이트를 빠져나온 가디언도 열 마리여야 했다.

“한국으로 다섯 마리, 일본으로 다섯 마리?”

-……한국으로 네 마리, 일본으로 여섯 마리가 이동했습니다.

“그래도 최악이네.”

-황해남도에서 활동 중인 S급 헌터들이 지원을 받고 이동 중입니다.

북한은 몬스터의 공격을 버텨 내지 못하고 멸망했고, 대한민국은 북한의 영토를 수복하기 위해 S급 헌터들에게 몬스터 토벌을 요청했다.

“시간은?”

-거리가 거리인지라 1시간 정도.

“그 전에 부산 박살 난다. 조금 더 빨리 가능하냐고 물어봐.”

-예. 알겠습니다.

현재 대한민국의 S급 헌터는 두 명.

검의 주인이라는 스킬을 각성한 S급 헌터와 맹수화라는 변신 스킬을 각성한 S급 헌터.

“미국에 요청해서 이동 능력자에게 도움 요청해 봐.”

-알겠습니다.

대화를 마친 김환성이 다시 크라켄을 확인했다.

한 마리가 전해 주는 위압감도 어마어마한데…….

“세 마리가 추가된다니…….”

대한민국의 모든 헌터들을 집결시켰어야 했나.

헌터들의 사기를 걱정해 아주 작은 목소리로 중얼거린 김환성이 다시 어인 기사들을 향해 검을 들어 올릴 때였다.

파앗!

“……?”

크라켄의 머리 위로 거대한 원이 나타났다.

파앗!

하나가 아니다.

크라켄의 머리 위로 세 개의 푸른 원이 나타났다.

갑작스레 나타난 푸른 원에서 흘러나오는 마나가 너무 거대해 어인 기사들이 몸을 돌렸고, 크라켄은 위기감을 느껴 몸을 움직였다.

하지만 몸집이 큰 만큼 움직임은 당연히 느리다.

“라인데인!”

남성 헌터의 외침.

푸른 원을 통과해 크라켄에게 떨어지는 뇌전의 창.

콰과광!

뇌전의 창 한 자루에 담긴 힘이 너무 거대해 헌터는 물론 어인 기사들까지 몸을 흠칫 떨었을 때, 또 한 자루의 뇌전의 창이 하늘에서 떨어졌다.

이번에도 푸른 원을 통과해 크라켄에게 떨어지는 뇌전의 창.

콰과광!

콰과광!

뇌전의 창이 세 개의 원을 통과해 크라켄에게 떨어졌다.

-혀, 협회장님.

“어, 어어.”

-나, 남은 몬스터는 538마리입니다.

“……하늘에서 떨어진 뇌전의 창 때문에?”

-그, 그렇습니다. 크라켄은 물론이고 아직 바닷속에 있는 어인들에게까지 엄청난 피해를 주었습니다.

크라켄은 물론 그 주변에 있는 어인들까지 몰살당했다.

“우리나라가 S급 뇌전 각성자 보유국이었나?”

-……하, 한율 님입니다. 후방에서 마법을 사용했습니다.

김환성이 고개를 돌렸다.

협회 직원의 말대로 전장으로 바뀐 해수욕장보다 조금 더 뒤, 한율이 차도 위에 서 있었다.

단 한 번으로 지형 변화를 끝낸 것처럼 무리를 했는지 휘청거리고 있었지만…….

김환성이 무전기의 주파수를 바꿔 한율에게 물었다.

“율아.”

-협회장님도 율아라고 부르네요.

“왜? 마음에 안 드냐?”

-아뇨. 협회장님하고 친해지는 거니 저야 좋죠.

이 상황에서도 농담이라니.

피식 실소를 터트린 김환성이 다시 물었다.

“그 라인데인이라는 마법 말이다. 몇 번이나 사용할 수 있냐?”

-……왜요?

불길함을 느낀 것일까.

한율이 뒤늦게 대답하자 김환성이 작은 한숨을 내쉬고 대답했다.

“세 마리가 더 오거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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