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거래로 강해지는 헌터님-63화 (63/221)

063 크라켄(1)

콰아아앙!

거대한 폭발음과 함께 모습을 드러낸 거대한 문어.

“크라켄.”

한눈에 알 수 있었다.

저 거대한 문어, 크라켄이 바로 핵을 지키는 가디언이라는 걸 말이다.

크기로 몬스터를 분류하면 대형도 아닌 초대형이라는 단어가 어울리는 크라켄의 등장에 헌터들이 멍 때리고 있을 때였다.

크라켄이 거대한 다리를 아래에서 위로 크게 휘둘렀다.

콰아아앙!

커다란 폭발음과 함께 바닷속에 숨어 있던 어인들이 공중으로 날아올랐다.

“마, 막아아앗!”

김환성이 큰 소리로 외칠 때, 한율이 메모라이즈 마법으로 저장해 둔 마법을 사용했다.

“실드! 실드! 실드!”

지금까지와는 다르게 돔이 아니었다.

일반인들에게도 익숙한 경찰 방패도 아니었다.

실드는 하나의 성벽처럼 하늘에 생성되어 어인들을 막아냈다.

퍼버버버벅!

실드라는 거대한 성벽과 충돌한 어인들이 땅으로 떨어졌다. 하지만 모든 어인들이 성벽과 충돌해 땅으로 추락한 것은 아니었다.

실드 성벽은 공중에서 생성되었다. 당연히 성벽을 넘어 도시로 날아간 어인이 있었고, 성벽 아래를 통과해 도시로 날아가는 어인이 있었다.

도시에도 헌터들이 대기하고 있지만…….

“한율!”

김환성이 한율을 불렀다.

“도시를 지켜라!”

공격과 방어, 그리고 치료와 헌터 보조 능력까지 겸비한 한율이다.

일당백, 일당천의 능력을 지닌 조커었기에 김환성은 그에게만 도시 지원을 명…….

콰아앙!

다시 들려오는 폭발음.

김환성이 딱딱하게 굳은 표정을 지은 채로 고개를 돌렸다.

크라켄이 아래에서 위로 다리를 크게 휘둘러 어인들을 날려 보내고 있었다.

“1부대와 2부대는 이미 토벌을 끝냈다고 한다! 한율!”

“네!”

“2부대와 함께 도시를 지켜라!”

고민?

하지 않았다.

한율은 김환성의 명령에 따라 바로 몸을 돌려 도시로 달려갔다.

***

어인의 도시라는 B급 게이트에 크라켄이라는 초대형 몬스터가 존재했다는 걸 예상하지 못했고, 그 크라켄이 머리를 쓸 줄 아는 놈이라는 것을 예상하지 못했다.

당연했다.

몬스터니까.

그것도 브레이크, ‘폭주’한 게이트에서 빠져나온 살육에 미쳐 버린 몬스터니까.

‘즉…….’

타악!

땅을 박차 높이 도약한 한율이 총구를 아래로 향하게 한 후에 방아쇠를 당겼다.

타앙!

“이제부터는 게이트를 빠져나온 몬스터들은 폭주하지 않는다.”

정수리에 총알을 발사했다.

즉사한 어인을 힐끔 훔쳐본 한율은 바닥에 쓰러진 헌터 협회 직원을 일으켜 세운 후에 거래창을 열어 주문서 한 장을 꺼냈다.

“방송을 보셨는지 모르겠지만 이건 실드 마법 주문서라는 겁니다.”

“알고 있습니다.”

“그럼 사용법도 아시겠네요?”

“예, 예.”

한율은 고개를 끄덕이는 헌터 협회 직원에게 주문서를 건넨 후, 다시 달리기 시작했다.

타다다다다.

“정확하게는 상위 등급 몬스터에 해당한다.”

게이트의 변화가 있은 후에 브레이크 현상이 발생하지 않은 것은 아니다. 하지만 뉴스를 통해 확인한 폭주, 그러니까 브레이크가 발생한 게이트는 D급 이하 게이트다.

“D등급 몬스터는 폭주가 이어지고…….”

파앗!

실드를 생성해 골목에서 튀어나온 어인의 공격을 막아 낸 한율이 바로 권총을 들었다.

근거리 사격.

그것도 마나를 주입한 권총으로 근거리 사격이다.

타앙!

정확하게 이마 한가운데를 노리고 방아쇠를 당긴 한율이 다시 탐지 마법을 발동해 몬스터의 위치를 확인하고 달렸다.

어인 기사들은 아군의 합류를 위해 공격을 멈췄고, 크라켄은 헌터들을 분산시키기 위해 물리적인 힘으로 어인들을 도시로 날려 버렸다.

“C급 이상 몬스터는 게이트를 빠져나와도 폭주하지 않는다.”

약한 몬스터는 폭주하고, 강한 몬스터는 폭주하지 않는다.

“진짜 최악의 상황으로 치닫는구나.”

한숨밖에 나오지 않는 상황에 씁쓸한 미소를 그렸던 한율이 몸을 돌려 백화점으로 진입했다.

한 마리에 불과하지만 몬스터의 마나를 감지했기 때문이었다.

한 마리에 불과하니 수십 마리가 모여 있는 다른 장소로 향한다?

그럴 수 없다.

민간인들, 그리고 몬스터의 기척만 감지했기 때문이다.

물건을 쌓아 만든 바리케이드는 무너진 상태였다. 한율은 높이 도약해 바리케이드를 뛰어넘어 2층으로 향했다.

“으, 으아아아악!”

젊은 청년의 목소리.

한율이 마나를 끌어올려 속도를 높여 2층에 도착하자마자 총을 겨눴다.

타앙!

쉬이익!

다른 어인들보다 위기 감지 능력이 높았는지 황급히 몸을 비틀어 총알을 피했다.

한율은 그런 어인을 확인하고 바로 고개를 돌려 민간인을 확인했다.

부산 시민들이 모두 빠져나간 도시에 왜 민간인이 있는지 몰랐는데…….

“양아치?”

“사, 살려 주세요!”

타투를 한 금발 머리 청년.

시민들이 빠져나가며 텅 비어 버린 도시였다.

도둑질하기에는 최고의 상황.

“이런 씹…….”

탐지 마법으로 확인한 민간인은 전부 헌터 협회 직원, 군인, 또는 경찰이라고 생각했던 한율이었다.

범죄자까지는 생각하지 못했기에 욕설을 뱉은 한율은 달려오는 어인을 확인하고 마법을 사용했다.

“어스 애로우.”

쉬이익!

흙으로 된 창이 앞으로 쏘아졌다.

위기 대응 능력이 뛰어난 어인은 바로 높이 도약해 어스 애로우를 피했지만, 한율의 무기는 마법, 그리고 마나를 주입해 강화된 총이다.

타앙!

한율은 공중으로 도약한 어인을 사살하고 금발 양아치를 바라봤다.

“가, 감사합니다. 감사합니다.”

“야.”

“예, 예?”

“딴 애들은.”

“……아! 시발! 개새끼들!”

“…….”

하, 씹.

주문서를 줘야 하나.

잠시 고민하던 한율이 욕설을 뱉고 있는 금발 양아치를 불렀다.

“야.”

“예. 형님.”

“누가 형님이야. 너 잘 숨어 있을 수 있냐?”

“가, 가시게요?”

“어.”

“아, 안 가시면 안 돼요?”

“너처럼 대피 안, 아니 타이밍이 나빠 대피하지 못한 딴 사람은 어떡하고.”

“…….”

대답은 없다. 하지만 떨떠름한 표정이 ‘상관없다’라는 그의 속마음을 알려 줬다.

“넌 주고 싶지가 않다.”

“예?”

“아냐. 잘 숨어 있어.”

“혀, 형님!”

금발 양아치가 큰 목소리로 한율을 불렀다. 하지만 그는 바로 백화점을 나와 민간인 구출을 위해 움직였다.

“탐지 마법이 선악도 구분하면 좋을 텐데.”

그런 능력은 없다.

한율은 다시 탐지 마법을 사용해 방향을 잡고 이동했다.

“다행이네.”

세 마리의 어인, 그리고 민간인 다섯.

중요한 건 어인과 민간인이 모여 있는 장소가 경찰서 앞이라는 점이다.

한율은 속도를 높여 달려갔고, 어인 세 마리를 처리하자마자 안도의 한숨을 내쉬고 있는 경찰들에게 주문서를 건넸다.

“3서클 공격 마법하고 1서클 실드 마법이에요.”

“고, 공격 마법은 어떻게 사용하는 겁니까?”

부산에서 발생하는 브레이크 전투였기 때문일까.

방송을 본 것처럼 바로 질문을 던지는 경찰을 향해 한율은 공격 마법 주문서의 사용법을 설명한 후에 다시 이동했다.

양아치, 범죄자 스물두 명.

헌터 협회 직원, 경찰, 군인 쉰다섯 명.

총 일흔일곱 명의 민간인을 구출한 한율이 마나 포션을 꺼내 복용한 후에 탐지 마법을 사용했다.

“왔다.”

김환성이 말한 2부대가 도착했다.

사방에서 느껴지는 헌터들의 마나를 확인하고 안도의 한숨을 내쉰 한율이 다시 마나 포션을 꺼낼 때, 커다란 충돌음이 그의 귓속을 파고들었다.

쿠우웅!

“……탐지.”

크라켄이 어인들을 날린 것으로 추정되는 폭발음.

한율은 다시 한번 탐지 마법을 사용했다.

이번에는 일반 어인들만 보낸 게 아닌 것 같았다.

한율은 권총을 회수하고 K-7을 꺼낸 뒤에 달려갔다.

목표 지점과 가까워지자 무너진 건물 뒤에 숨어 전방을 확인했다.

공중으로 높이 날아올라 지상으로 추락한 것이었다.

한율은 제자리에 서서 고개를 휘휘 젓는 상어 어인을 확인하고는 다시 건물 뒤에 몸을 숨겼다.

“환장하겠네.”

상어 어인은 무장한 어인 기사들과 동급이다.

무시하고 싶어도 상어 어인 근처에서 감지되는 민간인들 때문에 그럴 수가 없다.

“스으읍. 후우.”

크게 숨을 고른 한율이 옆으로 한 걸음 내디딘 후 자세를 잡았다.

“아. 씹.”

정신을 차렸는지 주변을 두리번거리고 있던 상어 어인.

한율은 자신을 바라보는 상어 어인의 모습에 욕설을 한 번 뱉고 방아쇠를 당겼다.

***

헌터 협회의 요청으로 서울에 자리 잡은 헌터 길드는 헌터팀을 보냈다.

“도와줘야 하는 거 아닙니까?”

“쟤를 왜?”

서울 광진구 수호 길드, 오리온.

부산으로 내려온 3팀 팀장, 이한구는 팀원의 물음에 인상을 화악 찌푸린 채로 반박하고 몸을 돌렸다.

“잘 싸우잖아. 민간인이나 구출하러 가자고.”

경매장 습격 사건 이후, 오리온 길드는 청일 그룹, 헌터 협회의 압박을 받고 있었다.

무소속 헌터들이 목숨을 걸고 민간인 구출에 나섰는데, 수호 길드라는 명함을 가진 오리온은 민간인 구출을 포기했으니 압박을 받는 것은 당연한 결과.

“하, 하지만.”

“야. 저 새끼 때문에 우리는 3개월 뒤에 교체당해. 잊었어?”

오리온 길드는 수호 길드에서 박탈당한다. 한 달 전, 수호 길드가 될 수 있는 길드의 등장으로 협회, 청일 그룹, 그리고 국가가 교체를 결정한 것이었다.

한율을 돕자던 헌터가 이한구의 말에 눈을 질끈 감았다가 뜬 후에 전장에서 멀어졌다.

한율과 사이가 나쁜 오리온 길드뿐만이 아니다.

B등급 정예 몬스터, 상어 어인의 힘을 알고 있는 몇몇 길드도 무력이 부족하다고 판단해 지원이 필요한 한율을 무시했다.

하지만 그들은 오리온 길드처럼 완전히 무시하지 않았다.

그들은 무전기를 꺼내 상어 어인의 출현을 알리고 다른 지역으로 이동했다.

“시발!”

삼중첩 실드 마법으로 상어 어인의 공격을 간신히 막아 낸 한율이 욕설과 함께 K-7을 버리고 거래창에서 권총을 꺼내고는 실드에 작은 구멍을 만들었다.

작은 구멍에 총구를 가져다 대고 발사.

타앙!

마나를 주입한 몬스터 퇴치용 총알이었지만 가볍게 살가죽을 뚫고 내부를 헤집었던 지금까지와는 다르게 총알은 상어 어인의 살가죽을 뚫지 못했다.

콰드득.

분노가 무력을 키운 것일까.

간신히 버티고 있던 실드에 균열이 생기자 한율은 바로 땅을 박차 뒤로 몸을 날렸다.

콰드드드득!

아슬아슬하게 상어의 공격을 피해 냈지만, 바닥을 구른 한율이 다시 한번 실드 마법을 사용했다.

“실드!”

쉬이익! 푸욱!

상어 어인.

놈은 마나를 사용하는 몬스터였다.

한율은 실드에 박힌 상어 어인의 이빨을 닮은 마나 이빨을 확인하고 다시 마법을 사용했다.

마나 이빨을 날리는 것과 동시에 상어 어인이 달려들었기 때문이었다.

“어스 월!”

쿠구궁!

상어 어인이 흙으로 된 성벽이 솟아오르자 붉은 눈을 번뜩이며 주먹을 휘둘렀다.

콰아앙!

마나를 조금 주입한 주먹으로도 무너지는 흙벽.

상어 어인이 눈을 반짝이며 다시 전방을 바라봤다.

“크르르르.”

흙벽이 생성되기 전까지만 해도 시야에 들어왔던 인간이 보이지 않았다.

상어 어인은 주변을 둘러봤고, 이내 코끝을 스치는 피 냄새를 맡고 양팔을 교차한 채로 몸을 돌렸다.

푸우욱!

흙으로 이루어진 화살이 총알도 뚫지 못한 살가죽을 찢고 안쪽을 파고들었다.

하지만 고통을 느끼지 못하는 것처럼 상어 어인은 흙으로 된 화살을 뽑지 않고 양팔을 내려 인간, 한율을 노려봤다.

“후우, 후우…….”

한율도 마찬가지로 상어 어인을 노려봤다.

상어 어인은 다시 한번 양팔에 마나를 둘렀고, 한율은 주문을 외웠다.

“안 움직이면…….”

작은 미소를 입가에 그린 한율이 상어 어인을 바라보며 마법을 사용했다.

“내가 먼저 해야지. 어스 애로우.”

집중해서 마법을 사용했다.

사방에서 날아온 흙을 뭉쳐서 만들어진 흙으로 된 화살은 총 세 대.

한율은 눈을 번뜩인 상어 어인이 자신의 살가죽을 찢은 흙화살의 등장과 함께 달려들자 바로 방아쇠를 당기면서 어스 애로우를 생성했다.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