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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래로 강해지는 헌터님-62화 (62/221)

062 어인(2)

차자자작!

사람들이 손을 들었다.

너무나 많은 사람들이 손을 들어 고개를 홱홱 돌려 질문 신청자를 확인하던 한율이 가장 앞줄에 자리 잡은 헌터를 바라봤다.

“앞쪽에 계신 창술사? 네, 창술사님.”

“실드 주문서는 B급 몬스터의 공격까지 막을 수 있는 건가요?”

“아닙니다. 마나를 다루지 못하는 B급 몬스터, 그러니까 오로지 신체 능력으로 싸우는 몬스터들 있죠? 마나를 다루는 방법을 몰라서 상처 회복에만 마나를 사용하는 몬스터.”

“아. 이해했습니다. 그럼 C급 몬스터 중 공격에 마나를 사용하는 몬스터의 공격은 몇 번이나 막을 수 있습니까?”

“어, 쉽게 말씀드리겠습니다. 1회 방어는 마나를 다루지 못하는 B급 몬스터, 그리고 마나를 사용하는 C급 몬스터입니다. 공격에 마나를 사용하지 못하는 C급 몬스터는 3회, D급 몬스터는 6회, E급 몬스터는 10회입니다. 아, 물론 이 방어 횟수라고 해야 하나. 방어 횟수는 헌터가 주문서에 마나를 주입해 효과를 증폭시킨 상태에서 찢을 경우입니다.”

“마나를 주입하지 않으면요?”

“반으로 줄어든다고 보시면 됩니다.”

“헌터의 공격도 막을 수 있습니까?”

각성 범죄자들의 활동 때문일까?

한율은 헌터의 물음에 무대 아래에서 이야기를 경청하고 있는 양손검을 다루는 헌터를 가리키며 대답했다.

“방금 보셨잖아요.”

“……아, 그렇죠. 설명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창을 다루는 헌터가 손을 내렸다. 한율은 창술사와 비슷한 내용의 질문을 던질 생각이었는지 손을 내리는 헌터를 확인한 후, 아직 손을 내리지 않은 사람을 돌아봤다.

“네, 거기 지팡이를 들고 계신 헌터님.”

“얼만가요?”

“1서클 마법은 50만 원입니다.”

“1서클 마법이라면?”

“실드 마법 주문서요.”

“……B급 몬스터의 공격을 막는 실드 마법 주문서가 겨우 50만 원이요?”

“딱 한 번 막잖아요. 적이 연속으로 공격하면 그냥 뒤져요.”

약간 싼티가 나는 대답이다.

하지만 이해할 수 있는 대답이기도 했다.

창술사, 지팡이를 들고 있는 여성 헌터를 시작으로 한율은 손을 든 사람들의 질문에 차근차근 대답했다.

“KBC 뉴스, 기자 유익현이라고 합니다!”

카메라 앞에 서 있는 남성.

“아, 네. 유익현 기자님.”

“마법 주문서를 찢자 마법이 발동되었습니다. 그래서 확인차 물어보겠습니다. 마법 주문서는 마나를 사용하는 헌터만 사용할 수 있는 물건입니까?”

“…….”

아주 중요한 질문이다. 그래서 협력체의 부회장, 이상민을 돌아본 한율은 고개를 끄덕이는 그의 대답을 듣고 다시 마이크를 들었다.

“아뇨. 마법 주문서에 저장된 마나로 마법이 발동하는 겁니다. 헌터도, 일반인도 마법 주문서를 사용할 수 있습니다.”

눈을 부릅뜨는 유익현.

헌터들도 마찬가지였다.

“오, 오래 사용할 수는 없는 겁니까? MBS 뉴스, 기자 김혜리입니다!”

“어……. 혹시 온라인 게임 해 보셨습니까?”

“예?”

“진지한 질문입니다.”

“어, 붕붕라이더는 해 봤는데…….”

“그럼……. 유익현 기자님.”

“예! 유익현입니다. 마법사 나오는 게임 해 봤습니다!”

“거기서 주문서를 몇 번이나 쓰던가요?”

“아…….”

이해했다는 듯이 탄성을 흘리는 유익현의 모습에 질문을 던진 김혜리 기자가 유익현 기자에게 물었다.

그렇게 잠시나마 두 기자의 질문이 멈췄을 때, 마지막 지상파 방송국 기자가 손을 번쩍 들었다.

“SBC 연예계 뉴스의 유리 리포터라고 합니다!”

“……에? 연예계요?”

“네! 연예계 뉴스입니다!”

“…….”

말문이 막혀 입을 꾹 다무는 것도 잠시, 한율이 고개를 끄덕였다.

“네. 물어보세요.”

“아티팩트는 못 만드시나요?”

“캬…….”

게임을 좋아하는 헌터들 사이에서 탄성이 흘러나왔다.

아주 중요한 질문을 던졌다는 듯이 말이다.

“호오? 게임 해 보셨어요?”

“헤브니아 온라인을 하고 있습니다.”

환한 미소와 함께 대답하는 유리 기자.

“오오오!”

꽤 유명한 게임이었는지 또 한 번 헌터들 사이에서 탄성이 흘러나올 때, 잠시 고민하던 한율이 거래창에 보관 중인 팔찌 하나를 꺼내 사람들에게 공개했다.

“만들 수 있습니다.”

“오오오.”

“일반인도 사용할 수는 있지만.”

“…….”

집중되는 사람들의 시선.

“따로 마나를 충전해야 해서.”

“마나만 충전되어 있으면 일반인도 사용할 수 있다는 말씀이십니까!”

“네.”

“……어디서 구입할 수 있나요!”

“아티팩트 제작은 꽤 오랜 시간이 걸려 지금은 판매할 생각이 없습니다. 하지만 판매한다면…….”

한율이 걸음을 옮겼다. 그는 다가오는 자신을 보고 씨익 미소를 그린 이상민에게 마이크를 건넸다.

“청일 그룹의 부회장, 이상민이라고 합니다.”

“……청일 그룹.”

“아, 그래서 부산까지 내려온 거구나.”

헌터들이 술렁일 때, 다시 씨익 미소를 그려 사람들을 침묵시킨 이상민이 방송국 카메라를 바라보며 대답했다.

“헌터, 아니 마법사 한율 씨가 제작하는 아티팩트, 주문서는 모두 청일 백화점에서 판매합니다.”

***

“앞으로 30분! 마지막 점검에 들어가 주시길 바랍니다!”

협회 직원의 외침에 헌터 협회에서 받은 주문서를 구경하던 헌터들이 정신을 차리고 마지막 점검에 들어갔다.

한율도 마찬가지였다. 거래창을 열어 K-7 자동 소총을 꺼내 탄을 확인하고 장전한 다음, 마지막 점검을 마친 후, 천천히 걸음을 옮겼다.

“저기, 지혜 씨.”

“네. 한율 헌터님.”

“하양이 좀.”

“네?”

“하양이.”

“네?”

“하양이요. 우리 하양이.”

임지혜가 천천히 고개를 숙였다. 자신의 품에 안겨 바다를 구경 중인 하양이.

천천히 고개를 숙여 하양이를 바라본 것처럼, 아주 천천히 고개를 든 임지혜가 슬픈 표정을 지으며 물었다.

“안 됩니까?”

“네.”

안다.

싸움이 시작되면 하양이는 한율의 품으로 돌아가 한율과 함께 전투에 참가한다는 걸 말이다.

하지만 계속 안아 들고 있어서 그런지 너무나 아쉬웠다.

“전투 끝나면 다시 안으시면 되잖아요.”

“그, 그렇죠.”

아주 작게 고개를 끄덕인 임지혜가 부들부들 떨리는 팔로 하양이를 내밀었다.

앙?

“여, 역시 안 됩니까?”

“……하양이 송환.”

쉬이익!

바람과 함께 사라진 하양이.

“하양이 소환.”

쉬이익!

바람과 함께 다시 등장한 하양이.

한율은 어깨 위에 소환된 하양이의 머리를 가볍게 쓰다듬고 임지혜에게 말했다.

“서울로 올라가기 전까지 맡길게요.”

“그 말은 전투 시간이 짧아지면 당연히 하양이와 함께하는 시간이 늘어난다는 말씀이시군요.”

“……그렇죠.”

“알겠습니다.”

최선을 다하겠다.

한율은 활활 타오르는 임지혜의 눈빛에 몸을 흠칫 떨고 자리로 복귀했다.

“10분 남았습니다!”

상대는 어인이다.

“5분 남았습니다.”

물 속성 마법, 화 속성 금지.

“3분!”

흙마법과 뇌전 그리고 바람 마법을 주로 사용한다.

“2분!”

혼자서 게이트 활동을 하는 것이 아닌, 수백 명이나 되는 헌터들과 함께 몬스터를 막아내는 전투이기 때문에 공격 마법보다는 방어와 치료, 그리고 보조 마법에 집중한다.

“1분!”

총은…….

K-7을 거래창으로 다시 집어넣은 한율이 왼손에는 마법 구슬을, 오른손에는 자동 권총을 들었다.

화아아악!

저 멀리서 일어난 빛의 폭발.

“확인! 숫자는…….”

몬스터의 숫자는?

말끝을 흐리는 직원의 모습에 헌터들이 인상을 찌푸린 채로 고개를 돌렸다.

“일, 일만!”

1만 마리.

“미친…….”

“반띵해도 오천이야.”

왜 직원이 말끝을 흐렸는지, 왜 직원이 창백한 표정으로 입만 벙긋거렸는지 알 수 있었다.

헌터들이 재차 각오를 다지고 바다를 확인했다.

조용하다.

“점점 가까워집니다!”

3km.

몬스터와의 거리가 점점 가까워지자 헌터들을 볼 수 있었다.

수면 위로 머리를 내밀고 있는 물고기 떼를.

2km.

물고기 떼가 좌우로 흩어졌지만, 해운대 해수욕장으로 이동하는 물고기 떼는 여전히 많았다.

1km.

인간들을 발견한 건지 수면 위로 얼굴을 내밀고 있던 물고기들이 공중으로 튀어 올랐다가 다시 수면 아래로 사라졌다.

팔과 다리가 달려 있는 물고기.

헌터들은 침을 꿀꺽 삼켰다.

500m.

다시 조용해졌다.

“300m!”

무전기와 연결한 이어폰을 귀에 꽂고 있던 협회 직원, 계속해서 상황을 알리던 직원의 외침에 김환성이 소리쳤다.

“원거리 능력자! 공격!”

마나를 주입한 화살이 바닷속으로 사라졌고, 흙으로 된 창, 얼음으로 된 창 등등, 원거리 능력자들이 바닷속으로 자신의 초능력을 날렸다.

비명?

없다. 하지만 푸른 바다가 붉게 물들었고, 어인들이 바닷속에서 천천히 걸어 나올 때, 원거리 능력자들의 공격에 사망한 어인들이 바다 위로 떠 올랐다.

“키에에엑!”

“놈들이 도시에 들어가는 것을 막는다!”

지상으로 올라온 어인들이 울음을 터트리는 것과 동시에 달려들자, 김환성도 큰 목소리로 외치고 어인들을 향해 달려갔다.

***

근거리 능력자들은 김환성과 함께 지상으로 올라온 어인, 도시를 향해 달리는 어인들이 바다와 멀어지는 순간 막아섰다.

원거리 능력자들도 공격을 이어 갔다.

몬스터와 어인들이 한데 섞이며 난전이 벌어진 탓에 지상으로 올라온 어인들을 상대로 초능력을 사용하지는 못했지만, 여전히 지상으로 올라오고 있는 어인들이 많아 바다를 목표로 잡고 초능력을 사용했다.

정확한 위치?

알 필요도 없었다.

좌우로 흩어져 다른 부대로 향하는 어인들이 있었지만, 그 숫자는 대략 5천.

2천 마리나 되는 어인들이 좌우로 흩어졌어도 3천 마리가 넘는 어인들이 해운대로 몰려왔기 때문에 적의 위치를 확인하고 초능력을 사용할 필요가 없었다.

바다에 쏘면 한 마리는 무조건 피해를 보니까.

한율도 다른 원거리 능력자들과 마찬가지로 바다를 향해 마법을 난사했다.

하지만 한율은 공격형 초능력만 보유한 헌터가 아니었다.

“실드!”

당황한 나머지 주문서를 찢지 못한 위기에 빠진 헌터를 향해 실드 마법을 생성했고.

“그리스!”

순간적으로 마찰력을 ‘0’으로 만드는 그리스 마법을 사용해 근거리 능력자들을 보좌했다.

타앙!

마나를 주입한 총을 이용해 전장을 빠져나와 원거리 능력자들을 향해 달려오는 어인들도 처리했다.

10분, 20분, 30분.

시간이 흘러 돌로 된 회색 땅이 어인들의 피로 붉게 물들었을 때, 선두에 서서 헌터들을 지휘하던 김환성이 어인의 목을 베고 바다를 확인했다.

“기사 어인이다! 뒤로 물러서!”

일반 몬스터, 어인을 어느 정도 처리하자 느긋하게 이동하던 어인 기사들이 바다에서 걸어 나왔다.

이끼가 잔뜩 끼어 있는 검과 방패를 쥔 어인.

삼지창을 들고 있는 어인.

무기를 들고 갑옷을 입은 어인들만 나타난 것이 아니었다.

신체가 무기인 상어 어인.

독을 사용하는 것으로 추정되는 복어 어인.

모든 다리에 무기를 하나씩 들고 있는 오징어 어인.

팔다리가 달린 푸른 물고기가 아닌, 딱 봐도 강력한 힘을 지녔을 것 같은 어인들도 함께 모습을 드러냈다.

일반 어인들과는 다르게 지상으로 올라왔지만 바로 달려들지 않는 어인 기사.

김환성이 진격을 멈춘 적들을 노려보며 숨을 골랐다.

적들이 움직이면 다시 공격하기 위해 헌터들이 멈춰 서 전투가 잠시 중단될 때, 메모라이즈 마법을 이용해 방어 마법을 저장하던 한율이 고개를 들고 어인 기사들을 바라봤다.

‘뭐……지?’

아군을 기다리는 걸까?

“……탐지.”

한율이 탐지 마법을 사용했다. 사방으로 퍼져 나가는 마나 때문에 헌터는 물론 어인 기사들까지 고개를 돌렸지만, 한율은 시선을 무시하고 탐지 마법에 집중했고, 이내 허탈한 웃음을 터트리며 고개를 들었다.

“미친…….”

콰아아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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