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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래로 강해지는 헌터님-61화 (61/221)

061 어인(1)

눈을 뜨니 새하얀 천막이 보였다.

위이잉.

선풍기 소리와 함께 솔솔 불어오는 시원한 바람.

“일어났나?”

멍하니 천장을 올려다보던 한율이 고개를 돌렸다.

한율은 의자에 앉아 보고서를 읽고 있는 김환성을 확인하고 바로 물었다.

“몇 시간 남았죠?”

“5시간 정도.”

“흐음…….”

생각보다 기절한 시간이 짧은 것 같았다.

‘4서클에 올라서 그런가?’

이제 한 70% 정도 했다고 생각해 주변을 둘러봤다. 그런데 70%가 아니라 50%, 즉 절반밖에 지형 변화를 시키지 않았다는 것에 짜증이 확 솟아 사이코키네시스 마법으로 마석을 뿌리고 스톤 필드에 필요한 마나의 세 배, 아니 다섯 배의 마나를 소모해 마법을 발동했다.

“그럼 제가 몇 시간 정도 기절한 거죠?”

“어디 보자. 1시간 30분이군.”

“……하아.”

한숨을 내쉬며 상체를 일으켜 세우는 한율,

김환성은 그런 한율을 가만히 바라보다가 그에게 물었다.

“시간만 생각하면 두 번으로 지형을 변화시킬 수 있었을 걸세.”

“그렇겠죠.”

“왜 그 방법을 사용하지 않은 건가?”

자신이 선택한 방법에 문제가 있는 걸까?

김환성은 어리둥절한 표정으로 자신을 바라보는 한율의 모습에 부드러운 미소를 머금은 채 말했다.

“호기심일세. 호기심.”

“아……. 간단해요. 어느 정도 간격을 두었다고 해도 대량의 마석을 동시에 컨트롤해 설치한 거여서 설치 장소 간의 거리가 제각각이거든요.”

“그래서?”

“예상한 것보다 더 많은 양의 마석을 소모했다는 거죠.”

“…….”

그 말인즉슨.

“마석을 아끼려고 했던 거군.”

“그렇죠.”

“……큭큭큭.”

자신도 모르게 웃음을 터트린 김환성이 씨익 미소를 그렸다.

“남은 마석은 가져가라고 해서 그랬던 건가?”

“네.”

한율은 망설이지 않고 고개를 끄덕였다.

헌터 협회가 대량의 마석이 담긴 자루를 건네줬을 때, 김환성은 ‘남은 마석은 선물로 주겠다.’라고 말했다. 그래서 직접 거리를 계산해 가며 마석을 설치하고 스톤 필드 마법을 사용했다.

최대한 마석의 소모를 줄여 꽁돈……. 공짜로 마석을 선물 받기 위해서 말이다.

“하지만 작업할 곳이 너무 많이 남아서 그냥 계산 없이 설치했다?”

“네. 아깝네요.”

“……아깝다고? 주문서라는 상품을 판매하며 엄청난 돈을 쓸어 담을 텐데도?”

“그건 마법이라는 스킬을 몰라서 그런 거예요.”

한율이 어이없어하는 김환성을 향해 혀를 차고 대답했다.

“작업하기 전에 말씀드렸잖아요. 마법을 습득하기 위해서는 대량의 영초, 또는 영약이 필요하다고.”

“진짜였어? 변명이 아니라?”

“네. 그냥 스킬로 등록되면 그건 너무 사기적인 능력이죠.”

“……하긴.”

일반적인 헌터들과는 다르게 수십 개의 초능력을 사용한다.

“3서클 마법을 하나 배우는 데 얼마나 들었는가?”

개량형 마나 드레인의 가치가 250인 이유는 마법의 사용처가 치료를 목적으로 두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다른 마법들의 가치는 매우 높았다.

“천만 원?”

“싸군.”

“3서클 마법이 천만 원입니다만?”

“……그래도 싼데? 4서클, 5서클 마법을 습득할 때를 생각하면…… 애매한가?”

화폐를 이용한 거래가 아닌, 물물교환을 통한 거래이기 때문에 가격은 그때그때 달라졌지만, 기본적으로 900만 원에서 1천만 원이 소모됐다.

고개를 끄덕인 김환성이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럼 먼저 나가 있겠네.”

“네. 저는 마나 좀 채우고 나갈게요.”

“청일 그룹이 오면 이 막사로 보내 주면 되겠나?”

“네. 감사합니다.”

한율은 고개를 살짝 숙여 감사 인사를 전했고, 수고했다는 말과 함께 어깨를 두들긴 김환성이 막사를 나가자마자 마나 호흡법을 돌렸다.

시간이 얼마나 지났을까.

한율이 사람들의 인기척을 느끼고 천천히 눈을 떴다.

“부족한 건 포션으로 채워야겠네. 들어오세요.”

“준비 중인 것 같은데 미안하군.”

안으로 들어오며 사과를 하는 이상민과 고개를 살짝 숙이는 배희연.

“괜찮아요. 절반 정도는 채웠으니까요.”

한율이 고개를 살짝 저으며 이상민의 말을 받아 준 후, 배희연을 바라보며 고개를 살짝 숙였다.

“그럼 바로 본론으로 들어가지. 물건은 준비됐나?”

“……불법 거래 현장 같네요.”

재미없다는 듯이 인상을 찌푸리는 이상민.

한율은 어깨를 한 번 으쓱하고는 거래창을 열어 거대한 박스를 꺼내 바닥에 내려놓았다.

“요건 1서클.”

쿠우웅!

“요건 2서클.”

쿠웅.

“요건 3서클.”

텅.

모래사장이 아닌 돌로 된 땅 위에 내려놓는 것이다. 상자 안에 담긴 주문서의 수량이 달랐기 때문에 소리도 각각 달랐지만 이미 마법 주문서의 저장된 마법에 따라 생산 시간이 길어진다는 것을 알고 있어 바로 상자를 열어 내용물을 확인했다.

“끄응. 알아보기 힘들군.”

“모서리 부분에 저장된 마법을 적어 놨어요.”

이상민이 한율의 설명을 들으며 주문서 한 장을 꺼냈다. 그의 말대로 우측 상단에 ‘실드’라는 글자가 적혀 있었다.

“다른 주문서도 마찬가지인가.”

“네.”

“……그런데 주문서에 낙서를 해도 괜찮은 건가?”

“중요한 건 주문서 중앙에 그린 마법진이니까요.”

이해했다는 표정과 함께 고개를 끄덕인 이상민이 다시 실드 주문서를 바라봤다.

“흐음. 율아.”

“네.”

“써 봐도 되냐?”

“……한 장이라면.”

한율의 허락이 떨어지자 얼굴이 살짝 붉어진 이상민이 주문서를 들고 자리에서 일어났다.

찌이익!

파아앗!

주문서를 찢자 화려한 푸른 방패가 그의 앞에 생성되었다.

“호오.”

“주문서를 찢으면서 머릿속으로 형태를 떠올리면 그 형태로 실드가 만들어져요. 지속 시간은 10분.”

“생각보다 길군. 방어 마법의 사용처를 생각하면 지속 시간은 의미가 없을 것 같지만.”

적의 공격을 막기 위한 ‘방어’ 마법이다. 그러니 이상민의 말대로 지속 시간에 큰 의미를 둘 필요는 없다.

“흐음, 희연 양.”

“예. 부회장님.”

“감정을 부탁하네.”

배희연은 이상민의 요청에 따라 감정 시스템을 사용해 주문서를 확인, 그 후에 천천히 입을 열어 감정을 통해 확인한 내용을 말로써 전달했다.

“이름은 실드 마법 주문서입니다. 내용은 실드 마법이 저장된 주문서이며 효과는 실드 마법 생성입니다.”

“흐음.”

다시 생각에 잠긴 듯 신음을 흘린 이상민이 이번에는 한율에게 물었다.

“실드 주문서는 헌터 협회에서 예약했다고 했지?”

“예.”

“흐음. 협회장께서 할인을 바라고 계시냐?”

“아뇨. 그냥 전부 구입한다고 하시던데요.”

“그래?”

무언가 마음에 안 든다는 듯이 미간을 살짝 찌푸리고 있던 이상민이 한율에게 말했다.

“협회장 좀 만나고 오마.”

***

“…….”

해운대 해수욕장에서 대기하는 모든 헌터들이 바라보고 있었다. 아니, 그들만이 아니라 취재를 위해 방문한 방송국 사람들까지 카메라로 자신을 촬영하고 있었다.

“잘 부탁드립니다.”

맞은편에 서 있던 헌터가 고개를 꾸벅 숙였다.

“어, 예. 잘 부탁드릴게요.”

자연스럽게 맞은편에 서 있는 헌터의 인사를 받아 준 한율이 고개를 돌려 이상민을 바라봤다.

“이게 뭔 상황이죠?”

“주문서를 발표하는 상황이지. 마법의 힘을 모르는 사람들에게 마법 주문서를 판매할 수는 없지 않은가.”

이해한다. 하지만 지금?

그것도 브레이크 전투를 앞둔 지금 홍보?

나중에 자리를 만들어도 될 텐데, 왜 지금 하냐는 듯이 가만히 바라보는 한율의 모습에 이번에는 이상민이 아닌, 협회장 김환성이 대답했다.

“헌터들은 오늘, 그것도 전투가 발생하면 바로 주문서를 사용해야 하는 상황이지 않나. 헌터들에게 딱 한 번이지만 목숨을 구해 줄 수 있는 물건이라는 것을 알려 줘야지.”

“아…….”

헌터들에게 알려 줘야 한다.

마법 주문서라는 것이 브레이크 전투에서 딱 한 번이지만 자신의 목숨을 구할 수 있는 물건이라는 것을.

열심히 설명하는 것보다 한 번이라도 경험, 또는 눈으로 확인하는 것이 사람들의 기억 속에 박힌다.

홍보 겸 신뢰 쌓기.

고개를 끄덕인 한율이 다시 정면에 서 있는 헌터를 바라봤다.

“그럼 찢을게요.”

“예.”

찌이익.

파아앗!

“……호오.”

주문서를 찢기가 무섭게 푸른 돔 형태의 실드가 생성됐다.

“그럼 가겠습니다.”

파앗!

신호는 없다. 헌터는 바로 앞으로 달려가 양손으로 쥐고 있던 검을 강하게 내려쳤다.

쉬이익!

카아앙!

쨍그랑!

위에서 아래로 떨어지던 검이 다시 아래에서 위로 올라갔고, 헌터의 검을 튕겨 낸 실드는 헌터의 힘을 이기지 못하고 산산조각 나고 말았다.

“마나를 사용한 C급 헌터의 무력은 마나를 다루지 못하는 B급 몬스터의 무력과 동일하다는 것을 여러분들도 알고 있을 것입니다.”

마이크를 들고 있던 김환성이 바로 큰 목소리로 외쳐 눈을 동그랗게 뜨고 있던 헌터들의 시선을 모았다.

“방금 한율 군이 찢은 것은 마나를 다루지 못하는 B급 몬스터의 공격을 단 한 번이지만 막아 줄 수 있는 실드 마법이 저장된 마법 주문서입니다.”

“오? 오오오!”

“마법 주문서!”

게임을 좋아하는 헌터들이 눈을 반짝이며 소리를 지르고 놀라움도 잠시, 주문서의 유용성을 깨달은 상위 헌터들이 진지한 표정으로 생각에 잠길 때 양손검을 다루는 헌터가 무대에서 내려가고 방패를 다루는 헌터가 무대 위로 올라왔다.

“한율 군.”

김환성의 부름.

한율이 바로 무대 위로 올라온 헌터를 향해 인사를 건넨 후, 2서클 파이어볼 마법이 저장된 마법 주문서를 찢었다.

찌이익.

화르륵!

한율의 머리 위에 생성된 작은 화염구.

잠시나마 화염구를 바라보며 멍을 때리던 방패를 다루는 헌터가 한율을 바라보며 고개를 끄덕였다.

“던지십시오.”

“네.”

쉬이익!

퍼엉!

방패를 다루는 헌터가 화염구를 막아냈다. 하지만 뒤로 주르륵 밀려났다.

“공격 마법, 파이어볼 마법이 저장된 마법 주문서입니다.”

거기서 설명을 멈춘 김환성이 한율에게 마이크를 내밀었다.

“에?”

“설명해야지.”

“제가요?”

“그럼 내가 하리? 마법사도 아닌데.”

망설이는 것도 잠시, 고개를 살짝 끄덕인 한율이 마이크를 잡고 헌터들을 바라봤다.

헌터들이 자신을 바라보고 있었다.

“어, 질문 있으신 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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