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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래로 강해지는 헌터님-60화 (60/221)

060 부산(2)

“이곳은 출입이 금지된 곳입니다. 다른 천막에서 대기하시길 바랍니다.”

“헌터 협회의 요청을 받았습니다.”

남성이 인상을 찌푸렸다.

“모든 헌터들이 협회의 요청을 받아 브레이크 전투에 참가하고 있습니다만.”

“아, 서울에서 왔습니다.”

“…….”

서울이면 이야기가 조금 달라진다. 남성은 한율을 위아래로 한 번 살핀 후에 조심스러운 목소리로 물었다.

“윈드 워리어?”

“한.율.이라고 합니다.”

대체 몇 번을 말해야 사람들이 윈드 워리어가 아니라 헌터 한율이라고 불러줄까.

“아, 예. 한율 님. 만나서 반갑습니다. 몬스터 토벌 부대의 요청으로 지원을 오셨습니까?”

“아뇨. 협회장님이요.”

“……네?”

“협회장님이요.”

자신의 직위가 불려서일까.

다른 헌터들과 함께 지도를 바라보며 작전을 세우던 김환성이 고개를 돌려 한율을 바라봤다.

“일찍 왔군. 아, 들여보내도 좋네. 내 요청으로 지원을 온 사람이니까.”

한율을 막아섰던 남성이 고개를 살짝 숙여 사과를 한 후에 옆으로 물러서자 한율 또한 고개를 살짝 숙여 사과를 받아 주고 김환성에게 다가갔다.

“상황이 상황이잖아요.”

“그래서 요청한 건?”

“그냥 싹 다 가져왔어요.”

“……싹 다?”

“네. 부회장님께서 싹 다 가지고 내려가라고 하더라고요.”

“끄응…….”

원만한 거래는 물 건너갔다는 생각에 김환성이 인상을 찌푸렸다.

한율은 그런 김환성의 모습에 어깨를 으쓱했고, 그의 뒤에서 여성이 눈을 초롱초롱 빛내며 바라보자 작은 한숨과 함께 하양이를 소환했다.

“하양이 소환.”

파앗.

언제나처럼 등장을 알리는 귀여운 울음을 터트릴 거라고 생각했다.

한율은 하양이의 울음소리가 들리지 않자 천천히 고개를 내렸고, 이내 대자로 뻗어 잠을 자고 있는 하양이를 보고 조심스럽게 안아 들었다.

머리 위에 올려놓을까 고민하는 것도 잠시, 여전히 눈을 초롱초롱 빛내는 한 여인의 모습에 천천히 걸어가 하양이를 내밀었다.

“자고 있네요.”

“네. 귀엽습니다.”

원하던 대답은 ‘네, 그렇습니다. 아쉽네요.’였기에 잠시 멈칫했던 한율은 하양이를 조심스럽게 내밀었다.

눈을 초롱초롱 빛내던 여인, 임지혜가 마치 왕위를 계승하는 왕세녀처럼 아주 조심스럽게 하양이를 품에 안자 다시 김환성을 바라봤다.

“부회장님 오시면 그때 넘겨드릴게요.”

“끄응. 그래야지. 그래도 대량 구매인데 조금 깎아 주려나.”

“부회장님인데요?”

“……끄응.”

다시 신음을 흘리는 김환성.

한율은 피식 실소를 터트린 후, 손가락으로 아래를 가리키며 물었다.

“그런데 협회장님. 여기서 싸우는 건가요?”

“도로 위에 자리를 잡고 싶지만, 그 경우 몬스터들이 다른 곳으로 향할 가능성이 있어서.”

“그래서 모래사장 위에서 싸운다?”

“그래.”

“흐음.”

한율이 다시 아래를 내려다보았다.

“……무슨 방법이라도 있냐?”

“있기는 한데.”

“있다고?”

김환성이 되물었고, 지도를 바라보며 끙끙거리던 헌터들이 고개를 홱 돌렸다.

갑작스레 모여든 사람들의 시선에 몸을 움찔 떠는 것도 잠시, 한율이 고개를 끄덕이며 대답했다.

“네. 하지만 마나 포션, 그리고 대량의 마석이 필요해요.”

“헌터 협회에서 지원하겠네.”

“인건비도?”

“……자네 이제부터, 아니, 오늘부터 돈 많이 버는 거 아니었나?”

“동생 대학 보내 줘야 하고, 아버지 가게 차려 줘야 하고, 마법 배우려면 영초, 또는 영약이 필요해서 나가는 돈이 많아요.”

“……얼마인가.”

“브레이크 전투 때문이니까 싸게 받을게요.”

“그러니까 얼마?”

한율이 빙긋 웃으며 손가락 하나를 들었다.

“10억?”

“……?”

“고맙군. 그 정도면 무료 봉사나 다름없구먼. 정말 고마우이.”

“…….”

지형을 바꾸는 것이다. 그것도 해수욕장 전체를 바꾸는 것이다. 그래서 1천만 원은 조금 부족하다고 생각해 1억을 요구한 것인데…….

“바로 지급하지.”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

한율이 헌터 협회가 지원한 마석을 땅속에 깊게 묻은 후에 거래창에 보관하고 있던 K-7을 꺼냈다.

“총?”

“총에 달려 있는 구슬 때문에요.”

김환성의 물음에 어깨를 으쓱한 한율이 바로 주문을 외웠다.

파이어 필드 마법이 있고, 아이스 필드 마법이 있다. 그래서 한율은 호기심에 물었다.

혹시 다른 필드 마법도 있냐고.

레스트는 대답했다. 스톤 필드라는 마법이 있다고, 하지만 스톤 필드 마법을 사용하는 사람이 매우 적어서 수장된 마법이라고.

“스톤 필드.”

자고 있는 레스트를 깨워, 아주 간곡하게 부탁해서 습득한 스톤 필드 마법.

한율은 마나를 흡수한 모래가 ‘사르륵’ 하는 소리와 함께 이리저리 움직이다 회색빛 돌로 변하자마자 주변을 둘러봤다.

4서클에 오른 덕분인지 스톤 필드 마법의 범위는 매우 컸다.

해수욕장의 크기를 생각하면 수십 번을 넘어 수백 번은 사용해야 해수욕장을 평평한 땅으로 만들 수 있을 것 같지만 말이다.

“예전부터 생각했지만, 마법은 정말 유용한 능력이군.”

“저도 그렇게 생각해요.”

저벅, 저벅, 저벅.

“그래서 이 스톤 필드라는 마법은 지속 시간이 어떻게 되는가.”

“지급받은 C급 마석을 중심으로 마법을 펼쳤으니까 15시간 정도?”

“……D급 마석은?”

“6시간요.”

“차이가 어마어마하군.”

“D급 마석과 C급 마석의 가격도 차이가 많이 나잖아요.”

“…….”

고개를 끄덕인 김환성이 다시 땅속에 마석을 박고 스톤 필드를 펼치는 한율을 바라보다가 물었다.

“마석은 꼭 자네가 설치해야 하나?”

“네. 설치하고 마나를 주입해 발동할 마나와 연동시켜야 하니까요.”

“까다롭군.”

“마석을 소모하면 마법의 지속 시간을 늘릴 수 있으니까 감안해야……. 하긴 하는데.”

한율이 잠시 주변을 둘러봤다.

정말…….

“더럽게 크네.”

“제시간 안에 할 수 있을 것 같나?”

“설치하면서 밥 먹고, 설치하면서 휴식을 취하면 될 거 같네요.”

“설치하면서 휴식?”

“마나 포션.”

“……허허. 설치 끝나면 10억 더 지급하지.”

20억.

한율이 주먹을 불끈 쥐고 다시 지형 변화 작업을 시작했다.

***

시간이 흐르자 너무나 많은 헌터들이 해수욕장에 도착했다. 하지만 그들은 모래사장에 들어서지 못하고 그 밖에서 대기했다.

한율의 지형 변화 작업 때문이었다.

“이건 운명인 거 같습니다, 형님들.”

인기 BJ를 꿈꾸는 너튜브 방송인.

브레이크 전투 소식을 듣고 셀카봉만 달랑 들고 부산을 찾은 BJ 코인이 눈을 반짝이며 말했다.

⤷ 운명까지는 아니지.

“아뇨. 운명이죠. 가는 곳마다 한율 씨가 계시지 않습니까. 그런데 형님들.”

⤷ 왜.

⤷ 뭐.

⤷ 어.

⤷ 갑자기 햄버거 먹고 싶네.

⤷ 햄

⤷ 버

⤷ 햄버거?

⤷ 아, 눈치 없게.

⤷ 코인아. 쟤 강퇴해라.

“큰형님이십니다.”

⤷ 그럼 킹정이지.

⤷ ㅇㅇ 큰형님이셨구나.

⤷ 아, 그런데 무슨 이야기 하고 있었지?

⤷ 아, 코인이가 우릴 불렀다.

⤷ 아, 맞네.

⤷ 어.

⤷ 왜.

⤷ 햄버거는 역시 불고기 버거가 짱이지.

⤷ 불

⤷ 고

⤷ 고

⤷ 기

⤷ 버

⤷ 버

⤷ 버

⤷ 거

이번에는 단합해서 글자를 완성하는 시청자들.

자신도 모르게 웃음을 터트렸던 코인이 셀카봉을 움직여 다시 한율을 촬영했다.

“한율 씨 옆에요.”

⤷ 어, 늙은 아저씨랑 예쁜 누나가 있네.

⤷ 눈나, 나 죽어.

⤷ 어? 어디서 많이 본 사람인데?

⤷ 네 꿈에서나 봤겠지. 니 인생에 저런 미인을 어떻게 만나.

⤷ 예쁜 눈나 말고 새꺄. 저 가발 쓴 아저씨.

⤷ 가발? 저게 가발이야?

⤷ 가발 공장에서 일함.

⤷ 그럼 킹정이지.

⤷ 불쌍하네.

이야기가 자꾸 헛돈다.

코인은 화제를 돌리기 위해 셀카봉을 좌우로 크게 흔든 후에 말했다.

“협회장님 아닌가요?

⤷ 아침부터 멀미나. 협회장?

⤷ 협회장?

⤷ 어, 협회장이네.

⤷ 가발 댓글 캡처.

⤷ 빠른 캡처. 굿. 굿.

⤷ 사, 살려 주세요.

“이야, 벌써 협회장과 대화를 나누는 사이라니. 성장 속도가 정말 어마어마하네요.”

⤷ 그러게. 언제 협회장님하고 친분을 쌓았냐.

⤷ 이야, 코인이 방송 많이 보나 봐. 협회장 검색하니까 관련 검색어에 탈모가 나오네.

⤷ 예전부터 탈모 의심이 있었어.

⤷ 모발~ 모발~

⤷ 모

⤷ 발

⤷ 모

⤷ 발

시청자들과 대화를 나누며 한율의 성장에 관해 이야기를 나누려던 코인이었다. 그는 협회장을 놀리기에 바쁜 시청자들을 확인하고는 화제에 맞춰 셀카봉을 아주 살짝 움직였다.

“협회장님하고 함께 계신 아름다운 눈나분은 누굴까요?”

⤷ 임지혜 누낭.

⤷ 임지혜 눈나?

⤷ 비서실장누님.

⤷ 캬, 협회장님은 머리카락을 잃고 미녀를 얻었네.

⤷ 난 머리카락.

⤷ 나도 머리카락.

⤷ 결혼을 하는 것도, 사귀는 것도 아니잖아. 그래서 나도 모발~ 모발~

“큭큭큭.”

웃음을 터트린 코인이 스마트폰이 아닌 눈으로 비서실장 임지혜를 바라봤다.

“음?”

셀카봉을 가져온 코인이 확대 버튼을 누르고 다시 셀카봉을 들어 임지혜를 촬영했다.

⤷ 하양이다!

⤷ 부럽다!

임지혜의 품에 안겨 있는 하양이.

행복한 꿈이라도 꾸는 듯이 작은 미소를 그리고 있었다.

“형님들. 하양이가 부러운 겁니까, 지혜 누님이 부러운 겁니까.”

⤷ 남자들은 하양이, 여자들은 지혜 눈나.

⤷ 맞네. 그게 맞아.

코인이 다시 웃음을 터트리고 임지혜와 하양이를 보았다.

“진짜 그림이네.”

아름다운 여성과 귀여운 강아지.

시선을 고정할 수밖에 없는 조합이다. 그래서 코인은 물론 헌터, 심지어 방송을 보던 시청자들까지 조용히 바라볼 때였다.

“으아아아악! 못 해 먹겠네!”

한율이 하늘을 올려다보며 소리쳤다.

자연스럽게 사람들의 시선이 몰려들었지만, 인상을 찌푸리고 있는 한율은 그런 사람들의 시선을 느끼지 못한 것처럼 자루를 활짝 펼치고 자루 안에 담긴 마석을 하늘 높이 던졌다.

“사이코키네시스!”

높이 솟아올랐다가 땅으로 떨어지던 마석들이 공중에서 멈춰 섰다.

“오.”

BJ코인은 물론 헌터들까지 신기한 광경에 탄성을 흘릴 때, 한율이 소총을 들어 전방을 가리켰다.

슈슈슈슉!

전방으로 날아가는 마석들.

마석들은 어느 지점에서 흩어져 땅속에 박혔고. 공중에 떠 있던 모든 마석들이 땅속에 박히자 한율이 D급 헌터인 코인조차 느낄 수 있을 정도로 대량의 마나를 뿜어냈다.

“스톤 필드!”

지형 변화가 진행되지 않은 모래사장.

그 모래사장으로 한율의 몸에서 뿜어져 나온 푸른 마나가 흘러 들어갔다.

파아앗!

이어지는 것은 빛의 폭발.

“와…….”

“저런 게 가능했으면 처음부터 했으면 되지 않았을…….”

절반이 넘게 남은 모래사장을 돌로 된 땅으로 바꾸었다. 그래서 구경하던 헌터들은 물론 BJ코인까지 지금까지의 작업을 떠올리며 의아해할 때, 그의 의문을 풀어 주는 일이 벌어졌다.

털썩.

단 한 번의 마법 사용으로 모래사장 절반을 돌로 된 땅으로 바꿔 버린 한율이 기절해 버린 것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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