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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래로 강해지는 헌터님-59화 (59/221)

059 부산(1)

우우웅. 우우웅.

저녁 11시 38분.

한참 주문서 제작에 집중하고 있던 한율이 스마트폰의 진동을 확인하고 마법을 취소했다.

“지금 시간이 몇 신데.”

한 번 진동을 하고 멈추는 것이 아니다.

계속해서 진동하는 스마트폰.

자연스럽게 손을 뻗은 한율이 화면을 확인하고 통화 버튼을 눌렀다.

“예. 전화 받았습니다.”

-한율 군.

“……?”

귀에 가져다 댔던 스마트폰을 다시 눈앞으로 가져왔다.

번호는 헌터 협회 공식 번호.

“협회장님?”

-그래. 나일세. 협회장.

“예.”

-실드 주문서 말일세. 혹시 B급 몬스터의 공격도 막아내나?

“아뇨. 충돌과 동시에 깨질걸요. C급 몬스터의 공격이라면 한두 번 정도 막겠지만요.”

-그런가.

“뭐, 사용자가 헌터고, 주문서를 사용하기 전에 자신의 마나를 부여하면 효과가 증폭되니까. 으음, B급 몬스터라도 마나를 다루지 못하는 몬스터라면 한 번 정도는 막을 거 같네요.”

-……흐음. 그렇군.

“네. 실드 주문서가 필요하세요?”

-5분 내외로 문자가 하나 갈 걸세. 부산 지원 요청이라는 제목으로.

부산?

“부산이요?”

-그래. 부산. 브레이크 현상 발생까지 앞으로 11시간 남았다네.

브레이크 현상이다. 그래서 헌터의 집결 요청은 이해할 수 있는 일이었지만 한율은 고개를 갸웃했다.

아무리 게이트 폭주, 브레이크가 위험하다고 해도 전국 각지에 있는 헌터들에게 지원을 요청하는 일은 없다. 전국 각지에 수십, 수백 개의 게이트가 있고, 헌터들은 그 게이트를 감시해야 하기 때문이다.

-수중 던전이어서 소멸 작업을 진행하지 못한 B급 게이트일세.

“몇 회짜리죠?”

-10회.

“…….”

이해했다.

-한국과 일본 딱 정중앙에 생성된 게이트일세. 몬스터는 절반으로 나뉘어 한국과 일본을 공격할 걸세.

“한국만이 아니라요?”

-일본은 이미 주민들을 대피시키고 헌터들을 집결시켜 방어선을 만들었다네.

“…….”

-…….

“……허! 웬일이래요?”

-……나중에 이야기해 주겠네. 그래서 실드 주문서로 한 번 정도는 막을 수 있다?

“네.”

-공격 마법은?

“어인족이니 땅, 또는 뇌전 마법에 취약하니……. 잠시만요.”

2서클 상자에 주문서를 보관할 때마다 상자 뚜껑에 붙여 둔 종이에 ‘正’ 자를 적었다. 그것도 주문서 전체 수량은 물론, 저장한 마법에 따라 표를 만들어 ‘正’ 자를 적었다.

땅의 어스 애로우, 뇌전의 라이트닝 애로우.

“각각 100장이요.”

-총 200장이라는 건가. B급 몬스터에게 타격을 줄 수 있을까?

“상성이 있어도 어려울걸요.”

-증폭을 해도?

“경미한 부상 정도?”

-……실드는 막는데?

“딱 한 번 막잖아요.”

일회용 방어 마법이다. 그것도 마나를 주입해 증폭해야만 공격 한 번을 막을 수 있는 내구도가 최악인 방패.

-하아, 쩝. 실드 주문서는 몇 장인가?

“이천삼백 장이요.”

-그렇……. 뭐?

“이천삼백 장이요.”

-…….

“전부 가지고 내려갈까요?”

-한율 군.

“네.”

-한 장에 얼마였지?

“실드 마법 주문서는 50만 원이요.”

-한 장에 50만 원인 주문서가 이천삼백 장이면…….

한율이 계산을 하듯 입을 꾹 다무는 김환성을 대신해 대답했다.

“11억 5천만 원이요.”

-……알겠네. 전부 구입하지.

“전부 구입하신다고요?”

-내구도 최악인 방패라도 공격 한 번은 막아 주지 않나. 하아아! 구입해야지.

“어, 그럼 부산 내려갈 때 들고 갈게요.”

-부탁하네.

“네. 그럼 부산에서 뵐게요.”

김환성과의 통화는 끝났다. 하지만 한율은 바로 옷을 갈아입고 부산으로 출발하는 대신, 전화번호부에 등록된 청일 그룹의 부회장, 이상민에게 전화를 걸었다.

-……이 시간에 무슨 일인가.

“부산에서 브레이크 막으려고 하는데 헌터 협회에서 주문서가 필요하다고 하네요.”

-부산에서 보지.

마법 주문서라는 대한민국 최초 마법 상품의 등장이다.

“직접 오시게요?”

-배희연 양하고 함께 갈 걸세.

“이 시간에요?”

-내일 아침에 같이 가면 되지.

“알겠습니다. 그런데 헌터 협회에서 요청한 건 실드 주문서뿐인데 어떡할까요?”

-전부 들고 부산으로 이동하게. 거기서 최초로 공개하고, 최초로 판매할 수 있도록.

한율은 알았다는 대답과 함께 통화를 마치자 바로 거래창을 열어 상자를 집어넣었다. 이후, 옷을 갈아입고, 무기를 챙겨 방을 나와 유라의 방문을 두들겼다.

똑똑똑.

-아빠?

“나다.”

저벅저벅.

끼이익.

수능까지 앞으로 한 달.

한율이 안경을 쓴 유라의 모습에 인상을 살짝 찌푸렸다.

“그냥 불 켜고 공부해.”

“집중 안 돼. 그래서 왜.”

“부산 갔다 올게.”

“……뜬금없이?”

“브레이크.”

어이없다는 듯이 인상을 찌푸렸던 한유라가 인상을 딱딱하게 굳혔다.

“……부산에서 브레이크가 발생했는데, 왜 서울에서 활동하는 헌터를 불러?”

“어. B급 게이트인데 소멸 작업을 하지 않아서 엄청나게 튀어나올 거 같대.”

단 한 번도 소멸 작업을 진행하지 않은 게이트다.

게이트를 빠져나올 몬스터의 숫자는 상상조차 할 수 없었다.

“……조심하고. 위험하면 바로 도망치고.”

“오야. 뭐, 기념품이라도 사다 줄까?”

“놀러 가냐.”

너무 굳은 유라 때문에 장난을 친 것이다. 한율은 약하게 그녀의 정수리를 두어 번 두들긴 후에 몸을 돌려 한국영의 방으로 향했다.

“아, 먹을 거 챙겨 줄 테니까 기다려.”

“괜찮은데.”

“그냥 기다려.”

안경을 쓴 채로 방을 나오는 한유라가 주방으로 향했다.

한율은 그런 동생을 바라보며 피식 실소를 터트린 후에 한국영의 방을 두들겼다.

똑똑똑.

조용하다.

“들어갈게요.”

끼이익.

조심스럽게 문을 열어 보니 잠들어 있는 한국영이 보였다. 예전처럼 야근은 밥 먹듯이 하는 것은 아니었지만, 나이가 문제였다.

“그냥 갔다 와야 하나.”

“아들놈이 싸우러 간다는데 그걸 나중에 듣는다? 미쳤냐?”

부엌에서 들려오는 유라의 핀잔에 한율이 조심스럽게 방으로 들어갔다.

침대 옆으로 이동한 한율은 아버지를 불렀고, 몇 차례나 불렀음에도 깨어날 기미가 보이지 않자 어깨를 잡고 아주 가볍게 흔들었다.

“아버지.”

“으음……. 뭐냐?”

“부산 갔다 와야 할 거 같아요.”

“……이 시간에?”

“브레이크 터진대요.”

한유라와 마찬가지였다. 한국영은 잠이 싹 달아났는지 눈을 크게 떴고, 한율의 표정에서 어떠한 두려움도 읽지 못하자 고개를 살짝 끄덕였다.

“유라는?”

“먹을 거 챙겨 준다고 주방이요.”

“그래.”

한국영이 주무시라는 한율의 말을 무시하고 방을 나왔다.

군화를 신고 잠시 내려놓은 3단 도시락통을 다시 손에 든 한율이 한국영과 한유라에게 말했다.

“아티팩트는 꼭 착용하고 다니시고. 방에 주문서 몇 장 빼놨으니까 그거 꼭 들고 다니시고.”

“오빠나 몸조심해.”

“위험하다 싶으면 그냥 도망쳐라.”

유라가 자신에게 했던 말이 한국영에게서도 나왔다.

한율은 한국영, 그리고 한유라를 한 번 바라본 후, 작은 미소를 머금은 채 말했다.

“그럼 다녀오겠습니다.”

***

부산.

한율은 부산을 방문한 적이 단 한 번도 없었다.

학생 시절에는 방학마다 친구들과 여행을 다니는 대신, 친구를 꼬여 동산 해체소에서 알바를 했고, 졸업 후에는 바로 입대를 했기 때문이었다.

달칵.

“고생하셨어요.”

“아닙니다. 하하하! 오히려 감사합니다!”

한율은 기차를 타지 않았다.

한율은 택시를 탔다.

협회의 요청, 또는 브레이크 현상 때문에 교통편을 이용할 시, 협회에서 교통비를 지급하기 때문이었다.

“그럼 몸조심하십쇼!”

“네. 조심히 올라가세요.”

택시는 떠났고, 한율은 몸을 돌렸다.

내린 곳은 부산역.

자연스럽게 주변을 쭈욱 둘러본 한율이 천천히 걸음을 옮겼다.

이른 새벽이었지만 매우 위험한 상황이기 때문일까.

부산역 앞에는 천막이 쳐져 있었고, 그 천막에는 ‘헌터 협회, 헌터 안내소’라는 현수막이 걸려 있었다.

고개를 꾸벅꾸벅 숙이던 여성 직원이 팔뚝을 건드리는 남성 직원의 행동에 잠에서 깨어나 한율을 바라봤다.

“어서 오세요.”

“고생하시네요.”

“하하하, 아닙니다. 그럼 바로 신분증을 확인하겠습니다.”

한율이 여성 직원의 요청에 따라 헌터증을 꺼내 내밀었다.

“주소지, 서울……. 한율……. 아.”

짧은 탄성과 함께 여직원이 고개를 들었다.

군복을 착용한 젊은 헌터.

“윈드 워리어!”

“한.율.이라고 합니다.”

“아, 네. 한율 님. 그럼 배치될 장소가…….”

“응? 정해져 있는데?”

옆에서 노트북을 두들기던 남성 직원의 말에 희망 장소를 물어보려던 여성 직원과 부산과 가까운 부대에 배치해 달라고 요청하려던 한율이 고개를 돌렸다.

“정해져 있다고요?”

“아, 네. 본부입니다.”

“본부라면.”

“해운대 해수욕장입니다.”

가장 커서 가장 많은 헌터가 배치되고, 다른 부대보다 많은 헌터들이 배치되기에 몬스터들이 가장 많이 향할 장소.

한율이 자신에게 지원 요청을 했던 김환성을 떠올리고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면 바로 해운대로 가면 될까요?”

“네. 해운대로 가시면 헌터 직원이 저희처럼 천막 밑에서 헌터분들을 기다리고 계실 겁니다.”

남성 직원의 대답에 한율이 감사 인사를 전하고 몸을 돌렸다.

아직 새벽녘이다.

지하철은 운영 중이 아니니…….

달칵.

한율은 택시에 올랐다.

“안녕하세요.”

“안녕하십니까. 오. 전역하셨나 보네요.”

“그건 아니고요. 하하하.”

“……?”

고개를 갸웃한 택시 기사가 다시 백미러로 손님을 확인했다.

전역복을 착용한 청년.

“해운대 해수욕장이요.”

헌터들이 집합하고 있는 해운대 해수욕장?

“윈드 워리어?”

“……하아! 한.율.이라고 합니다.”

***

“와……. 진짜 넓네. 아, 감사합니다. 수고하세요.”

창밖을 바라보며 탄성을 흘렸던 한율이 뒤늦게 택시 기사에게 인사를 건네고 택시에서 내렸다.

천막이 세워진 곳에 내려 달라고 한 덕분에 걸어서 이동할 필요가 없었다.

한율은 천막 앞으로 이동했고, 부산역에서 만났던 직원들과 마찬가지로 고개를 꾸벅꾸벅 숙이고 있는 직원을 확인하고 왼손을 뻗었다.

부산역과는 다르게 두 직원이 졸고 있었다.

똑똑똑.

한율은 책상을 두들겼고, 그 소리에 정신을 차린 두 직원이 자신을 바라보자 작은 미소와 함께 인사를 건넸다.

“안녕하세요.”

“아, 안녕하세요. 신분증 먼저 확인할게요.”

부산역과 마찬가지.

“주소는 서울……. 아, 협회의 요청으로 방문하셨군요. 가장 큰 천막 있죠. 그쪽으로 가시면 됩니다.”

“네. 수고하세요.”

“네. 수고하세요.”

신분증을 돌려받은 한율이 직원이 말한 가장 큰 천막으로 향했다.

새벽이어서 그런지 헌터의 숫자는 매우 적은 편이었다. 한율은 주변을 둘러보며 걸음을 옮겼고, 이내 땅속으로 발이 푹푹 들어가는 모래사장을 확인했다.

아스팔트 도로 위는 너무 좁다. 그래서 많은 사람을 모을 수 있는 모래사장에 본부를 세운 것이 분명했다.

“불편할 거 같은데.”

발이 푹푹 들어가는데 과연 제힘을 발휘할 수 있을까?

고민에 잠긴 채로 걸음을 옮기던 한율은 사람의 발이 시야에 들어오자 걸음을 멈추고 고개를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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