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거래로 강해지는 헌터님-58화 (58/221)

058 문화 침공?(2)

보드게임, 장기, 체스 등등.

컴퓨터나 콘솔 기기를 이용하지 않는 오락 코너다.

한율은 카트에 하나씩 집어넣었다.

당연히 영문으로 되어 있는 보드게임, 카드 게임은 패스.

“책은 인터넷으로 구입해야겠네.”

오락 코너를 지나 도서 코너에 도착했지만 구입할 만한 서적은 없었다.

정령들이 원하는 것은 독자에게 교훈을 주는 책이 아니라 즐기는 오락 소설이기 때문이다.

한율은 카트를 끌면서 스마트폰을 이용해 판타지 소설, 그리고 무협 소설, 현대 소설을 구입 후, 계산대에서 계산을 하고 아이스크림 가게로 이동했다.

“민트 초코, 딸기, 바나나로 가장 큰 거, 하나씩……. 아, 일단 그렇게 주세요.”

솔의 맛을 깜박했다.

한율은 기다렸고, 커다란 아이스크림 통 세 개를 직원에게 건네받자마자 거래창에 올린 후에 다시 마트로 이동했다.

찾는 사람만 찾는 제품이어서 그런지 박스로 팔지 않는다.

한율은 진열된 솔의 맛을 구입하는 것으로는 부족하다고 판단, 인터넷 쇼핑몰에 들어가 솔의 맛을 한 박스 구입하면서 마트를 나왔다.

“좋아, 이 정도면 충분하……. 아, 발전기.”

발전기가 남았다.

청일 백화점에서 판매한다고 했으니 문제는 없었지만.

“쓰으읍. 그런데 정말 이게 잘하는 일일까?”

순간적으로 고민이 되었다. 정확하게 설명하기는 어렵지만, 이상하게 자신이 실수를 하는 듯한 느낌이 들었다.

잠시 고민하던 한율은 바로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고 청일 백화점으로 향했다.

***

마석으로 충전되는 발전기까지 구입해 전자 제품은 물론 다양한 오락 상품을 보낸 지 하루.

그래.

단 하루다.

[에리얼: 컴퓨터 스물다섯 대, TV 열다섯 대, DVD 플레이어? 이것도 열다섯 대, 보드게임하고 카드 게임은 오십 개 보내 주세요. 아, 판타지 소설도 보내 주세요. 우리가 나와서 그런지 아이들이 참 재밌게 읽고 있네요.]

“…….”

잘한 일일까?

[에리얼: 아, 그리고 ‘언니의 유혹’과 같은 드라마 DVD는 많이 보내 주세요.]

엄청난 중독성을 가진 막장 드라마다.

“어, 음……. 요구하시는 분이 누구인지 알 수 있을까요?”

[에리얼: 나이요.]

“나이요?”

[에리얼: 아, 깜빡했네요. 나이아드. 물의 정령왕이에요.]

“…….”

[에리얼: 여보세요? 한율 님? 음? 무슨 일 있으신가? 어쨌든 메시지창을 읽으실 테니까. 꼭 보내 주셔야 해요. 알겠죠?]

***

지구의 문물이 정령계로 넘어오고 일주일 후.

파앗.

앙!

정령계로 복귀한 새하얀 솜뭉치, 하양이가 크게 울음을 터트린 후에 주변을 살폈다.

너무나 아름다운 숲속.

달칵, 달칵, 달칵, 탁!

천국이 아닐까 심각하게 고민하게 만드는 숲속에 익숙한 소리가 파고들자 하양이는 짧은 다리로 열심히 달려갔다.

너무나 아름다운 여인이 현란한 손놀림으로 콘솔을 움직이고 있었다.

앙!

“어머, 우리 하양이. 벌써 왔니?”

양반다리를 하고 앉아 있는 여인, 다리 사이에 분홍색 아이스크림 통을 올려놓고 숟가락을 입에 문 채로 게임을 하고 있는 여인

-K.O. perfect!

하양이가 천천히 고개를 돌렸다.

커다란 TV에는 상의를 벗고 있는 한 남성이 멋있는 포즈를 취하고 있었고, 그 옆에는 이상한 해골 검사가 바닥에 쓰러져 있었다.

“후우. 힘들었다.”

하양이는 자신의 머리를 쓰다듬는 아름다운 여성, 에리얼을 멍하니 바라보다 다시 울음을 터트렸다.

앙!

“놀러 간다고?”

앙!

“늦게 들어오면 혼난다?”

앙!

하양이가 귀엽게 울음을 터트렸고, ‘Round Two. Fight!’ 소리가 울려 퍼지기가 무섭게 고개를 홱 돌리는 에리얼을 보고 몸을 돌렸다.

다시 짧은 다리를 열심히 놀려 달려간 곳은 불의 정령왕이 다스리는 화산 도시.

하양이는 친구들의 인사를 받으며 달려갔고, 컴퓨터 앞에 앉아 있는 거대한 체구의 남성을 발견하고 그의 앞에 서서 모니터를 빤히 바라봤다.

배틀넷은 어렵다. 하지만 랜(LAN) 배틀은 가능했다. 그래서 한율 님은 ‘허브’를 구입하고, 에리얼과의 메시지를 이용해 허브 사용법을 알려 줬다.

쾅!

양손으로 키보드를 내려치는 붉은 머리의 남성.

“후우. 후우. 으아아악!”

샷건.

키보드를 내려치는 불의 정령왕의 행동에 하양이는 한율에게 소환되자마자 그게 뭐냐고 물었고, ‘그건 샷건이라는 거야.’라는 대답을 들었다.

앙!

“응? 어, 하양이 왔냐?”

앙!

“그럼 잘 지냈지. 가끔 열받는 일이 있지만.”

이를 바득바득 갈며 모니터에 떠오른 ‘LOSE’라는 글자를 바라보던 불의 정령왕이 다시 눈을 번뜩였다.

⤷ 에이, 그래서 제가 주종족 바꾸라고 말씀드리지 않았습니까. 피닉스 님께서는 지구인보다 외계인이라니까요.

타다다다닥.

⤷ 닥쳐. 한 판 더 해. 악마 말고 주종족인 외계인 골라.

⤷ 에이, 제가 외계인 고르면…….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타다다다다닥.

⤷ 시끄러! 방이나 만들어!

앙!

이만 가 보겠다는 하양이의 말.

“응? 어, 그래. 수고.”

하양이는 불의 정령왕, 피닉스가 모니터에 시선을 고정한 채로 인사를 받아 주자 다시 몸을 홱 돌려 달려갔다.

이번에 찾아간 곳은 땅의 도시.

탁.

탁.

노인의 모습을 한 땅의 정령들이 바둑, 또는 장기를 하고 있었다.

하양이는 그런 상급 정령들을 가만히 바라보다 다시 걸음을 옮겼다.

“하양이 왔니?”

불의 정령왕, 피닉스와 전략 시뮬레이션 게임, 우주 전쟁을 하던 단발머리 소녀, 막대사탕을 물고 있는 땅의 정령왕 오리에드가 빙긋 웃으며 먼저 인사를 해 주자 하양이가 꼬리를 살랑살랑 흔들며 물었다.

앙!

“응? 화면 안 봐도 되냐고? 걱정 마. 피닉스 님은 한 손으로 해도 이겨.”

……앙!

“어, 그래. 나중에 또 놀러 오고.”

빙긋 웃으며 인사를 받아 준 단발머리 소녀, 오리에드가 윗입술을 핥으면서 대화창을 열었다.

⤷ 피닉스 님. 제가 5분 동안 공격 안 할게요.

⤷ 제대로 해라. 죽는다.

⤷ 제대로 하면 5분 안에 끝날 텐데요.

⤷ 지랄.

⤷ ㅋ

⤷ ㅋㅋ

⤷ ㅋㅋㅋ

⤷ ㅋㅋㅋㅋ

콰아아앙!

저 멀리서 들려오는 폭발음.

이내, 대기 시간 창이 나타나며 배틀이 끊겼다.

“깔깔깔깔깔!”

하양이는 뭐가 그리 재밌는지 웃음을 터트리고 있는 오리에드를 가만히 바라보다 다시 이동했다.

마지막으로 찾은 곳은 물의 도시.

아름다운 여성, 물의 정령왕, 나이아드는 자신이 온 것도 모르는지 TV만 바라보고 있었다.

하양이는 다른 정령왕들을 찾아갔을 때와 마찬가지로 물의 정령왕을 빤히 바라보다 몸을 홱 돌려 다시 자신이 살고 있는 바람의 도시로 돌아갔다.

***

아주 중요한 임무를 부여하고 정령계로 돌려보낸 하양이를 다시 지구로 소환했다.

“그………… 일은 하시지?”

앙!

“그, 그래. 다행이네. 일은 하고 노시니까.”

바람의 정령왕은 콘솔 게임기에 빠졌고, 불의 정령왕과 땅의 정령왕은 전투넷에 빠졌고, 물의 정령왕은 막장드라마에 빠졌다.

“그래. 일은 하고 노시는 거니까.”

***

헌터 협회 부산 지부.

타다다다다.

쾅!

“뭐야!”

지부장실, 피곤한 몸을 이끌고 출근한 부산 지부, 지부장 김택현이 노크도 없이 들어온 직원을 향해 소리를 질렀다.

하지만 그것도 잠시, 창백한 얼굴로 자신을 바라보는, 몸을 부들부들 떨며 자신을 바라보는 직원의 모습에 바로 진지한 표정을 짓고 물었다.

“무슨 일이야. 각성 범죄자냐?”

“아, 아닙니다. 이, 이틀 전, 국방부에서 동해안, 바다 밑에서 찾아낸 던전이 있지 않습니까.”

게이트와 몬스터라는 공통의 적이 출현하자 한국과 일본은 손을 잡고 4분기마다 군사 훈련을 진행했고, 그 군사 훈련 도중 게이트가 발견되어 바로 헌터 협회에 연락했다.

“어, 그게 왜. 게이트 발견해서 헌터를 보냈잖아.”

게이트는 완전히 다른 공간.

바다 아래 생성된 게이트라고 해도 이동한 곳은 숲이나 황야, 또는 거대한 산속이거나 폐허가 된 도시였다.

“수, 수중 던전입니다.”

“……뭐?”

“수중 던전입니다.”

빠르게 걸어온 직원이 양손으로 보고서를 내밀었다.

이름: 어인의 도시 게이트(0/10).

등급: B-.

서식 몬스터: 어인 전사, 어인 기사 외 13종.

폭주까지 남은 시간: 00:13:30.

“헌터들의 설명에 따르면 게이트 내부도 바닷속이라고 합니다. 그래서 진입한 헌터들은 바로 탈출했습니다.”

상대는 어인.

바닷속에서 능력이 30% 증가하는 어인이다.

“13시간 남았고, 10회…….”

“…….”

“시발. 브레이크네. 게이트 위치는?”

“한국과 일본, 그 중앙입니다.”

만약 조금이라도 일본과 가까웠다면 몬스터들은 한국이 아닌 일본으로 향했을 것이다. 하지만 위치는 한국과 일본 중심.

“딱 중앙이냐?”

“네. 몬스터 조사부가 말하기를, 두 방향으로 갈라져 움직일 가능성이 크다고 합니다.”

“일본은 뭐 한대? 사람들 대피시켜서 한국 쪽으로 보낸대?”

게이트에서 탈출한 몬스터들은 인간의 마나를 추적해 움직인다.

“아뇨. 쓰시마섬, 이키섬의 주민들을 대피시키고, 도시와 멀리 떨어진 해변으로 방어선을 만든다고 합니다.”

배신을 안 했다.

“걔들이 웬일이래?”

“첩보에 따르면 예언가가 배신하지 말라고 하던데요.”

“예언가가?”

“네. 우리나라랑 친하게 지내야 한다고 하더래요.”

“……허허.”

어이없다는 표정과 함께 헛웃음을 터트리는 것도 잠시, 지부장 김택현이 직원에게 물었다.

“헌터들은. 정말 불가능하대?”

“예. 게이트가 너무 큰 것도 있지만, B급 어인들을 상대로 수중 장비를 보호하며 소멸 작업을 들어가는 것이니 A급 헌터들도 13시간 안에 10회나 소멸 작업은 불가능할 거라고.”

“그럼 어쩔 수 없지. 본부에 연락해. 우리도 일본하고 마찬가지로 방어선 만들 준비한다!”

“예!”

큰 목소리로 대답한 직원이 지부장실을 떠났다. 그러자 바로 수화기를 든 김택현은 본부로 연결되는 1번 버튼을 눌렀고, 수신음이 가고 얼마 지나지 않아 익숙한 사내의 목소리가 들려오자 딱딱한 목소리로 보고했다.

“수중 도시를 발견했습니다. 남은 시간은 13시간, B급 게이트이며 등장하는 몬스터는 어인입니다.”

-뭐? 13시간?

“바다 밑에서 발견된 게이트여서 찾는 데 오래 걸렸습니다.”

-위치는.

“한국과 일본 사이입니다.”

-그럼 일본은 이번에도 배신할 테고…….

“어, 그게…….”

-뭔데.

“쓰시마섬과 이키섬을 비롯한 많은 섬으로 헌터를 파견해 주민들을 대피시킨 후, 해변에 방어진을 형성했다고 합니다.”

-섬 주민들은 물론 도시 주민들까지 대피시켜 던전에서 멀어진 게 아니라?

“네.”

-…….

“…….”

-……웬일이래?

“첩보에 따르면 예언가가 배신해서는 안 된다고, 한국과 친해져야 한다고 예언을 했다 합니다.”

-……미래 예언. 그래서 친해져야 한다고 말한 거구나.

“예?”

-아냐. 13시간이면 엄청 빠듯하네. 바로 헌터들에게 연락 돌릴 테니까. 방어선, 그리고 시민들 대피시켜.

“예. 알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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