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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래로 강해지는 헌터님-45화 (45/221)

045 아크럼(1)

한율과 이대한은 주차된 차량을 엄폐물 삼아 은밀하게 이동했다.

입구와 가장 가까운 차량 뒤편.

수신호를 보내 이대한을 멈춰 세운 한율이 얼굴만 살짝 내밀어 입구를 살폈다.

출발 전에 탐지 마법을 사용해 주변을 확인했다.

하지만 조심해서 나쁠 건 없다.

아무도 없는 경매장 입구, 커튼이 쳐져 있는 창문, 텅 비어 있는 옥상.

“음? 뭐지?”

“문제 발생?”

한율이 고개를 갸웃하며 혼잣말을 뱉자 이대한이 바로 반응했다.

“아니. 아무도 없어.”

아무도 없다.

헌터 협회 소속 헌터들이 지키고 있는 경매장을 습격한 것이다. 당연히 개인이 아닌 집단이 공격했을 텐데?

“왜 경비를 세우지 않았을까?”

경비가 없었다. 입구는 물론 층마다 설치된 창문 앞에도 없었다.

잠시 고민하던 한율이 탐지 마법을 사용했다.

확인된 생명은…….

“탐지.”

한 번 사용해서 파악할 수 없다. 한율이 다시 탐지 마법을 사용하며 이대한에게 물었다.

“몇 명이랬지?”

“참가자 56명, 협회 관계자 84명, 헌터 50명.”

총 190명.

탐지 마법으로 확인한 생명은 213명.

‘스물셋은 말도 안 되니까…….’

습격 와중에 경비 등 경호 인원이 일부 사망했다고 가정한다면?

“각성 범죄자. 50명 추정.”

“한 사람이 스물다섯 명만 맡으면 되겠군.”

“…….”

한율이 어이없는 표정으로 이대한을 바라봤다.

“미쳤냐?”

“아닌가?”

헌터 협회 소속 헌터들이 지키는 경매장을 급습한 각성 범죄자들이다.

“가장 무력이 떨어지는 각성자도 C등급 헌터야. 싸우긴 뭘 싸워. 구출하고 튀어야지.”

“……그렇군.”

한율이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다시 탐지 마법을 사용해 주변을 확인하고 총을 들었다.

“준비는?”

“후우……. 됐다.”

작게 숨을 고른 이대한이 고개를 끄덕였다.

탁, 타다다다닥.

한율과 이대한이 입구로 달려갔다.

입구를 통과함과 동시에 서로의 등에 몸을 맞댄 자세로 입구 홀의 스캔에 들어갔다.

“…….”

“…….”

경매장 내부에 대한 구조는 이곳에 오면서 확인했다.

입구 홀의 스캔을 완료한 한율과 이대한은 계단을 이용해 2층으로 올라갔다.

“……!”

깨끗한 1층과는 달리 2층은 난잡했다.

실내전 CQB자세로 이동하던 한율이 계단 끝자락에 은폐한 채 수신호를 보내 이대한을 멈춰 세웠다.

미리 정해둔 수신호는 다섯 가지.

정지, 이동, 적 발견, 아군 발견, 그리고 시체 발견.

한율은 마지막 수신호, 시체 발견 수신호를 보낸 것에 이어 적 발견 수신호를 보냈다.

마음을 다잡은 것인지 이대한의 눈동자가 흔들리지 않음을 확인하고 바로 거래창을 열었다.

K-7을 거래창에 넣은 뒤 자동권총 K15와 소음기를 꺼냈다.

권총에 소음기를 부착한 호흡을 가다듬으며 사격 자세를 잡았다.

‘……씨발!’

권총을 조준하고 있는 팔이 떨렸다.

심장이 튀어나오는 것이 아닐까 걱정될 정도로 쿵쾅거렸다.

이곳에 오기로 결정한 순간 각오는 했다.

하지만 ‘살인’에 거부감이 느껴지는 것은 어쩔 수 없는 일이었다.

그때였다.

가면을 쓴 각성범죄자 옆에 쓰러져있던 시체들이 눈에 들어왔다.

경매장 직원으로 추측되는 턱시도를 입은 20대 중반의 사내.

절망이 가득한 얼굴로 사망해있는 30대 후반의 여성.

그리고, 여성의 아들로 추측되는 여성의 품에 안겨 사망한 어린 소년.

피슉!

***

갑작스럽게 들려온 총소리에 주변을 경계하던 이대한이 ‘이동’ 수신호를 보낸 뒤 나아가는 한율을 확인하고 몸을 흠칫 떨었다.

“……죽였나?”

한율은 경고했다.

작은 소음을 통해서라도 위치가 들통날 수 있으니 허락하지 않는 한 입을 열지 말라고.

그런데도 이대한은 묻고 말았다.

“어. 이동한다.”

그럼에도 한율은 타박하지 않고 계단을 올라갔다.

이대한은 그 뒤를 따라 계단을 올랐고, 2층에 올라감과 동시에 눈에 들어온 ‘지옥’을 확인하고 딱딱하게 굳어졌다.

피와 시체가 가득한 복도.

탁!

한율이 가볍게 바닥을 차 이대한의 정신을 깨우고 다시 계단을 올랐다.

계단의 끝자락에 멈춰선 한율이 고개만 살짝 내밀어 복도를 확인한 후 다시 이대한에게 ‘이동’ 수신호를 보내고 계단을 올랐다.

3층. 관계자 외 출입금지 구역인 CCTV실이다.

문이 열려있는 것을 확인한 한율이 조심스럽게 전진했다.

이대한은 미리 이야기한 대로 후방을 경계하며 한율의 뒤를 따랐다.

문 옆에 등을 기댄 한율이 슬쩍 내부를 확인했다.

두 명.

무전기를 든 두 사람이 의자에 앉아 CCTV 화면을 바라보고 있었다.

손에 들고 있는, 무기에는 붉은 피가 묻어있었다.

바닥에는 협회 소속 직원으로 추측되는 헌터들이 피를 흘린 채 쓰러져있었다.

내부의 상황을 확인한 한율은 CCTV실 문을 확인했다.

문고리 위에는 ‘당기시오’라는 스티커가 붙어있었다.

한율이 이대한과 함께 반대편으로 이동해 엄폐한 후 핸드폰 메모장을 켰다.

빠르게 액정을 터치해 글자를 써 이대한에게 내밀었다.

[할 수 있겠냐?]

“…….”

이대한은 뭘 할 수 있냐고 묻지 않았다. 진지한 눈동자로 한율을 바라보다가 고개를 끄덕였다.

한율은 문수원에게 문자를 보냈다.

[수원아, 큰 소리를 일으켜.]

콰아아앙!

문자를 보내기가 무섭게 경매장 밖에서 폭발이 일어났다.

한율은 주먹을 쥐어 이대한에게 ‘정지’ 신호를 보낸 뒤 벽에 기댄 채 사격 자세를 잡았다.

끼이익.

문이 열리고.

저벅저벅.

밖의 상황을 확인하기 위해 가면의 사내가 창문으로 향했다.

한율은 자연스럽게 문이 닫히는 것처럼 보이기 위해 팔꿈치로 문을 살짝 밀었다.

천천히 문이 닫히는 순간.

철컥.

피슉!

방아쇠를 당겼다.

쿵, 털썩!

문이 닫히는 소리로 소음을 감추며 범죄자를 사살한 한율이 벽에 걸려있는 디지털시계를 확인했다.

“쯧!”

벌써 시간이 되었다.

한율은 거래창을 열어 검은 환약 한 알을 꺼내 이대한에게 건넸다.

이름: 마나 봉인 환약.

설명: 복용자의 마나를 봉인하는 환약.

효과: 마나 봉인(시간: 10분).

헌터들은 자신의 마나를 컨트롤하는 데 큰 어려움을 느낀다.

한율처럼 마나 호흡법을 통해 마나를 흡수하고 마나를 다루는 방법을 깨닫는 것이 아니라, 각성과 동시에 사용법을 깨닫는 초능력을 사용하는 것에만 마나를 사용하기 때문이다.

그나마 B급 이상 각성자는 마나를 컨트롤할 수 있지만, 이대한은 ‘C+’급 각성자다.

때문에 마나의 흐름을 감추기 위해서는 별도의 방법을 이용하는 수밖에 없다.

한율은 이대한이 환약을 삼키자 다시 반대편으로 돌아가 문을 두들겼다.

쿵! 쿵!

노크를 하듯 가볍게 두드리는 것이 아니라 화를 내는 것처럼 다급하고 강하게 두들겼다.

CCTV실 내부에 있던 사내의 욕설과 함께 발자국 소리가 들리자 이대한에게 신호를 보냈다.

“시발! 왜!”

부우웅!

“……!”

문을 열기가 무섭게 시야에 가득 찬 방패로 인해 각성 범죄자가 깜짝 놀라며 뒷걸음질을 쳤다.

하지만 순간 가슴에 통증이 일며 숨이 턱 하니 막히는 것을 느꼈다.

피슉! 피슉! 피슉!

각성 범죄자의 모든 신경이 방패에 집중되었을 때 낮은 자세로 심장을 사격한 한율과 빠르게 팔을 뻗어 뒤로 넘어지는 헌터를 똑바로 세운 이대한이 한숨을 내쉬며 시체를 들고 CCTV실로 들어갔다.

대충 시체를 소리 나지 않게 대충 던져둔 한율과 이대한이 CCTV 화면을 확인했다.

“경매 시작 전에 습격한 건가?”

“아니면 진행 중이거나.”

사람들이 한곳에 모여 양손을 뒷머리에 깍지 낀 채 엎어져 있었고, 가면을 쓴 헌터들이 이를 경계하고 있었다.

“파트너.”

이대한의 부름에 한율이 고개를 돌렸다.

화면 오른쪽 위, ‘지하 2층’이라는 글이 쓰여 있는 화면에는 가면을 쓴 놈들이 경매 물품을 훔치고 있었다.

한율은 다시금 경매장 CCTV 화면을 살폈다.

인질들을 지키고 있는 헌터는 다섯에 불과했다.

한율의 눈이 다시 지하 2층 화면으로 향했다.

대충 창고의 40% 정도가 비었다.

이대로 저들이 목적을 달성하고 도주한다면 무리할 이유는 없다.

목적은 각성 범죄자 소탕이 아니라 민간인 구출이기 때문이다.

다만, 저 각성 범죄자들이 인질을 살려둘 것이라 확신할 수 없다는 점이 문제다.

특히 경비를 서는 헌터들은 물론 무고한 민간인들과 아이까지 사살한 잔혹한 놈들이다.

-치지직. 인질들은 어찌할까요?

무전기에서 들려오는 물음에 자연스럽게 무전기를 바라본 한율과 이대한이 CCTV 화면을 바라보았다.

인질들을 감시하던 각성 범죄자가 무전기를 들고 있었다.

한율과 이대한의 시선이 자연스럽게 지하 2층 화면으로 향했다.

검은 가면을 쓴 각성 범죄자들 사이에서 유일하게 백색 가면을 쓴 각성 범죄자가 천천히 무전기를 입 앞으로 가져가고 있었다.

-치지직. 반은 죽이고.

절반만 죽인다?

아니다.

-반은 죽인 뒤 시체를 숨겨.

“……?”

-숨기면 우리를 추적하는 것보다 수색에 더 집중할 테니까.

“……시발.”

한율이 욕설을 뱉고, 이대한이 주먹을 강하게 말아 쥐었다.

“파트너. 그냥 돌격하자. 기습으로 두 명을 죽이면 어떻게든 할 수 있을 것 같은데.”

“아니.”

그건 도박이다.

한율은 고개를 한 차례 저은 후, 다시 거래창을 열면서 이대한에게 말했다.

“네가 구출해야겠다.”

“……뭐?”

***

탐지 마법으로 사람들의 위치를 확인했다. 하지만 한율은 CCTV실로 향했다.

이유?

탐지 마법으로는 사람의 위치를 파악할 수 있을 뿐, 적아를 구분할 수 없기 때문이다.

“후우…….”

전술이동으로 움직이던 한율이 벽에 등을 기댄 채로 K15 자동권총을 점검하며 숨을 골랐다.

인질들이 한곳에 모여 있다는 것을 확인했다.

범죄자들이 살짝 거리를 벌린 채로 인질들을 감시하고 있다는 것도 확인했다.

빠르게 고개를 돌려 좌우를 살핀 한율이 다시 움직였다.

1층 경매장, 그러니까 경매가 이뤄지는 대강당의 입구는 총 세 개.

좌우, 중앙.

왼쪽 끝에 설치된 문 앞으로 이동한 한율이 바닥에 쪼그려 앉아 하양이를 소환했다.

“하양아.”

쉬이익.

작은 바람과 함께 소환된 하양이.

프로펠러처럼 꼬리를 흔들던 하양이가 입을 크게 벌리자 한율은 손가락을 입술에 올려 인사를 막았다.

역시 똑똑하다.

입을 크게 벌린 채로 고개를 갸웃거리는 하양이다.

아직 상황이 덜 파악되었지만, 소란을 피우면 안 된다는 것은 이해한 모양이다.

한율은 그런 하양이를 위해 현재의 상황을 설명했다.

하양이가 이를 갈며 분노하자 협조를 요청하며 바로 작전을 설명했다.

인질들을 감시하는 각성 범죄자는 다섯 명.

자동권총 한 정으로는 다섯 명을 전부 쓰러트리는 것은 불가능한 일이다.

“후우우.”

작게 숨을 고른 한율이 시간을 확인한 후에 하양이에게 말했다.

“시작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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