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40 하양이(2)
앙!
“꺄아아악!”
울음을 터트리며 꼬리를 흔들기 무섭게 비명을 지르는 여성 헌터.
그런 그녀들의 반응이 재밌었는지 빠르게 고개를 흔들었던 하양이가 몸을 홱 돌려 한율에게 달려갔다.
앙! 앙!
“응? 놀고 싶다고?”
앙!
“그래. 놀다 와.”
앙!
빨빨빨빨빨.
다시 짧은 다리를 놀려 여성 헌터들에게 달려간 하양이가 힘껏 땅을 박차 개껌을 들고 있는 여성 헌터의 품에 뛰어들었다.
“아…….”
“부럽다.”
하양이의 선택을 받지 못한 여성 헌터들이 아쉬움이 섞인 눈으로 바라봤고, 선택을 받은 여성 헌터는 세상에서 가장 행복한 사람이라도 된 것처럼 웃었다.
“저러다 납치당하는 건 아닐까. 걱정이 되네요.”
뒤에서 들려오는 익숙한 남성의 목소리.
천천히 고개를 돌린 한율은 목소리의 주인공, 레온 길드 3팀, 강중기를 확인하고 바로 대답했다.
“송환할 수 있으니 괜찮습니다.”
“그렇군요. 그런데…….”
“……?”
“패밀리어입니까?”
정령이다. 그것도 바람의 하급 정령.
“네.”
하지만 한율은 패밀리어라고 소개했다.
마법사라고 해서 정령과 계약 못 하는 것은 아니지만, 정령이라는 것을 밝히면 정령과 계약하는 방법에 관해 물을 게 뻔했기 때문이다.
패밀리어라면 다를까?
영화, 또는 게임에서 나오는 패밀리어는 마법사의 펫.
여성 헌터가 아쉬운 표정으로 하양이를 바닥에 내려놓고 손을 흔들었다.
“미안. 이만 가 봐야 할 거 같아.”
풀이 죽은 것처럼 꼬리를 축 늘어트리는 하양이.
너무나 마음이 아팠는지 가슴에 손을 올렸던 여성 헌터가 눈을 질끈 감았고, 시간을 끌면 벗어나지 못할 거라고 생각했는지 아주 빠른 속도로 달려 하양이에게서 멀어졌다.
“이, 이번엔 내가!”
자신의 차례가 왔다고 생각한 걸까. 아직 남아 있던 여성 헌터들이 손을 뻗었다.
하지만 억지로 붙잡는 대신 처음 불렀을 때처럼 열심히 손을 흔들었다.
한율은 그런 하양이를 가만히 지켜봤다.
그러다 양복을 입은 사내가 다가오자 천천히 고개를 돌렸다.
“안녕하십니까. 헌터 협회에서 나왔습니다.”
“아, 네. 보수 이야기 때문에 오신 거죠?”
“아, 그것도 있고.”
“……?”
“저……. 하양이와 관련해 할 이야기가 있어서.”
“하양이요?”
“네. 몬스터입니까?”
“패밀리어인데요.”
“……그러니까. 몬스터 아닙니까?”
“패밀리어라니까요.”
“…….”
“…….”
대화가 이어지지 않는다.
“음, 그러니까. 하양이는 능력을 사용하죠?”
“네.”
“마나를 소모해 능력을 사용하고요. 몬스터처럼요.”
“그렇죠.”
“그러니까 하양이는 몬스터죠?”
“패밀리어죠.”
“…….”
“아. 몬스터라고 생각하셨구나. 그래서 위험하지 않을까 걱정한 거고요. 아니면…….”
조사를 위해 데려가거나.
“…….”
생각을 읽혔다는 것을 깨달은 것일까, 협회 직원이 아무 말 없이 어색한 미소만 그리고 있을 때, 한율이 확실한 안전을 확보하기 위해 능력을 사용했다.
“송환.”
“아악! 하양아!”
한율이 한마디 하기가 무섭게 저 멀리서 들려오는 여성 헌터의 외침.
헌터 협회 직원, 그리고 강중기가 자연스럽게 고개를 돌렸다.
하양이를 끌어안고 있던 여성 헌터가 울상을 지으며 자신의 손을 바라보고 있었고, 자신의 차례를 기다리던 여성 헌터들이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 주변을 살피고 있었다.
“하양이 소환.”
다시 들려오는 한율의 목소리.
헌터 협회 직원, 그리고 강중기가 다시 고개를 돌렸다.
“…….”
여성 헌터의 품에 안겨 있던 하양이가 한율의 머리 위에 앉아 있었다.
앙! 앙!
“응. 놀다 와.”
앙!
바람을 끌어당겨 공중으로 날아오른 하양이가 다시 여성 헌터의 품에 뛰어들었다.
“하양이! 우리 하양이!”
앙! 앙!
귀한 보물을 손에 쥔 것처럼 하양이를 끌어안는 여성 헌터와 다시 쪼그려 앉아 하양이를 지켜보는 여성 헌터.
“으음. 뭐라고 해야 할까. 스킬창에 패밀리어 소환이라는 스킬이 생성되었으니 스킬이라고 보시면 됩니다.”
“……그렇군요.”
아쉬움이 가득한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이는 협회 직원.
한율은 사람이 많아 조금 기다려 달라는 부탁을 끝으로 멀어지는 협회 직원을 바라보다 강중기에게 물었다.
“계약, 그러니까 몬스터와 계약해 패밀리어로 만든 거라고 생각하고 온 거겠죠?”
“예. 그럴 겁니다.”
계약이라는 이름으로 몬스터의 힘을 빌릴 수 있다. 그러니 스킬이 아닌 마법을 이용한 계약이기를 바랬을 것이다.
“그런데 송이 누나는 왜 저기 있나요?”
실력을 기를 때까지 정령을 패밀리어라고 속일 생각이었다. 그래서 한율은 바로 화제 전환을 위해 한송이를 언급했다.
강중기가 천천히 고개를 돌려 여성 헌터들 사이에 자리 잡고 있는 한송이를 바라봤다.
“하양이를 만져 보기 위해서가 아닐까요?”
“그럼 그냥 제 옆에서 기다리면 되는 거 아닐까요?”
“으음. 스타를 멀리서 지켜보는 팬의 마음가짐 같은 거 아닐까요?”
“스타라…….”
인터넷 실시간 검색어는 현재 하양이가 장악한 상태.
아주 작고 아주 귀여운 하얀 강아지.
여기서 그치지 않고 초능력을 사용해 싸울 줄도 아는데, 몬스터는 적대하고 인간들은 좋아한다.
인기가 있을 수밖에 없다.
“한율 님.”
“네?”
“길드에 관심 있으십니까?”
“청일그룹, 설득할 수 있으세요?”
“……청일그룹에 들어가십니까?”
“그건 아니고요. 청일그룹과 약속한 게 있어서요.”
약속에 대해 묻고 싶다. 하지만 약속 대상이 청일그룹이니…….
“못 들은 걸로 해 주십시오.”
“큭큭큭.”
한율이 웃음을 터트리고 다시 하양이 쪽으로 고개를 돌렸다.
잠시 강중기와 대화를 나눌 때, 자기들끼리 무슨 이야기를 했는지 여성 헌터들이 자신이 있는 쪽으로 걸어오고 있었다.
“하양이 주인분이시죠?”
“어, 네.”
“별그램 하세요?”
“네?”
“하양이 보고 싶은데…….”
하양이를 끌어안고 있는 여성 헌터가 고개를 숙였고, 주변에 있는 여성 헌터들이 옆으로 고개를 돌렸다.
앙?
사람들의 시선이 다시 자신에게 향한 이유가 궁금한 건지 고개를 갸웃하는 하양이.
잠시 바보처럼 미소를 짓고 있던 여성 헌터들이 정신을 차리고 다시 한율을 바라봤다.
기대하는 표정.
직접 만나는 것이 힘들다면 사진이나 동영상으로나마 만나고 싶은 의지가 가득했다.
“안 하는데.”
“하면 안 돼요?”
“하양이 보고 싶은데.”
“해 주세요. 네?”
“오빠. 별그램 해 주세요.”
“새, 생각해 볼게요.”
한율의 대답.
하지만 여성 헌터들은 그 대답을 긍정적으로 받아들이지 않았다.
“생각해 본다는 사람치고 해 주는 사람은 한 명도 없던데.”
“오빠. 생각하지 말고 그냥 만드시면 안 될까요?”
“어, 저보다 연상이신…….”
“…….”
“집에 가서 만들겠습니다.”
긍정적인 대답.
여성 헌터들이 환한 미소를 그렸지만, 모두가 환한 미소로 그 대답을 받아들인 것은 아니었다.
“율아.”
“넵, 송이 누님.”
“요즘 골든 베어 게이트에서 활동하지?”
“네. 골든 베어 게이트에서 활동하고 있죠.”
“…….”
“…….”
활동 게이트에 대해 물은 이유를 모를 수가 없다.
약속 안 지키면 찾아가겠다.
“만들겠습니다. 오늘 집에 가서 바로 만들겠습니다.”
***
“다녀왔…….”
“하양이는?”
첫날 골든 베어 게이트를 다녀왔을 때처럼 신발장 앞에 서 있는 한유라.
“……하양이 소환.”
파앗!
작은 빛의 폭발과 함께 신발장 바로 앞에 하양이가 소환됐다.
멍하니 한유라를 올려다보던 하양이.
킁킁거린 하양이는 한유라가 한율의 가족이라는 것을 확인하고 땅을 박찼다.
갑작스럽게 뛰어드는 하양이의 행동에 한유라가 황급히 손을 뻗었다.
하지만 하양이는 패밀리어가 아닌, 바람의 하급 정령이다.
공중에서 잠시 멈춰 선 하양이는 양손을 모으고 있는 한유라를 확인하고는 그녀의 손바닥 위에 착지해 다시 울음을 터트렸다.
앙!
“…….”
앙앙!
“…….”
멍하니 바라보기만 한다. 하지만 첫눈에 반했다고 그녀의 눈이 알려 준다.
피식 실소를 터트린 한율이 방으로 걸어가며 말했다.
“씻고 올 테니까. 하양이랑 놀고 있어.”
“……어, 어.”
천천히 걸음을 옮겨 소파에 앉는 한유라.
갈아입을 옷을 챙겨 방을 나온 한율이 꼬리를 좌우로 흔드는 하양이와 멍하니 바라보기만 하는 한유라를 확인하고 화장실에 들어갔다.
달칵.
자연스럽게 문을 잠그고 옷을 벗은 한율이 바로 메시지창을 열었다.
[레스트.]
[에리얼.]
메시지창을 열자마자 떠오르는 선택창.
한율은 에리얼을 선택하고 샤워기를 틀면서 말했다.
“계세요?”
[에리얼: 끝나셨어요?]
“네. 덕분에 쉽게 일을 끝낼 수 있었습니다. 감사합니다.”
[에리얼: 우리 아이에게 부탁하기는 했지만, 우리 아이가 한율 님이 마음에 안 들었으면 계약도 못 했어요. 그러니 감사 인사는 괜찮아요.]
“……아. 거부할 수도 있나요?”
[에리얼: 당연하죠. 계약이잖아요. 쌍방 동의는 필수죠.]
서로의 동의 아래 진행되는 계약.
[에리얼: 참고로 우리 아가가 한율 님을 거부했으면 저도 거래를 취소할 생각이었어요.]
“네?”
[에리얼: 우리는 계약 전에 계약자의 성향을 확인할 수 있는 능력이 있거든요.]
“…….”
하양이와 계약해서 에리얼하고 거래할 수 있다.
‘만약 하양이가 거절했으면…….’
순간적으로 소름이 돋아 몸을 부르르 떤 한율이 화제 전환을 위해 다시 입을 열었다.
차근차근 레스트와의 거래를 예시로 삼아 한참을 설명하던 한율이 샤워기를 틀어놓은 채로 수건으로 몸에 남아 있는 물기를 닦았다.
“혹시 필요한 거 있으세요?”
[에리얼: 흐으음. 필요한 거라…….]
하긴, 정령‘왕’인데 필요한 게 있을까.
[에리얼: 달콤한 거?]
“……네?”
[에리얼: 달콤한 음식을 먹고 싶네요. 아주 옛날에 계약을 맺고 지상으로 내려가도 영혼만 지상으로 내려가서 먹을 수가 없었거든요. 아, 물론 맛은 느낄 수 있지만, 먹는다는 느낌은 받지 못했거든요. 그러니 달콤한 거요.]
“그, 그렇군요. 그럼 제가 달콤한 거로 무엇을 살 수 있을까요?”
[에리얼: 으으음. 뭐가 있을까요?]
“…….”
그걸 나한테 물어보면 어쩌자는 걸까.
정령이 사는 차원을 가 본 적이 없는데.
[에리얼: 아! 자연의 마나를 품은 꽃이나 약초가 있네요. 자연의 마나를 품은 샘물도 있고요. 맛있는 꽃꿀도 있고. 아, 참고로 이것도 달콤하긴 한데, 매일 먹어서 질리더라고요.]
“……실례가 안 된다면 거래창에 올려 주실 수 있을까요?”
[에리얼: 잠시만요. 어디 보자. 분명 여기에 뒀었는데. 아, 찾았다.]
점점 길어지던 메시지창 옆으로 거래창이 떠올랐다.
에리얼의 거래창에 올라온 하늘색 꽃.
이름: 바람꽃(300).
설명: 정령계에서 태어난 마나를 흡수하고 자란 꽃.
효과: 최대 마나량 증가(15~18%).
‘미, 미친…….’
따로 판매할 수는 없다. ‘정령계’에서 태어났다는 설명이 붙어 있으니 판매할 수는 없다.
하지만 눈을 비비게 만드는 효과를 가지고 있었다.
[에리얼: 아, 참고로 자라는 데 50년이 걸려요.]
“그렇게나 오래 걸립니까?”
[에리얼: 음? 50년밖에 안 걸리는 건데요?]
“네?”
[에리얼: 아, 인간이시죠. 호호호. 깜빡했네요.]
“하, 하하하하. 실례가 안 된다면 연세를…….”
[에리얼: 호호호호. 아까 거래 취소라는 글을 본 거 같은데.]
“하, 하하하하. 농담입니다. 농담. 제가 설마 아리따운 누님에게 나이를 물어보는 실례를 저지를까요.”
[에리얼: 호호호호.]
“하하하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