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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래로 강해지는 헌터님-33화 (33/221)

033 한율의 계획(1)

‘꼭 그거 같네.’

딱딱하게 언 쭈쭈바를 먹는 느낌이다.

양손에 힘을 주고 쥐어짜도, 힘을 주고 빨아들여도 아주 조금씩만 입안으로 흘러들어 오는 쭈쭈바.

최선을 다해 컨트롤해도 극소량만 흡수되자 한율이 컨트롤을 포기한 채 마나 드레인을 사용했다.

‘와. 스트레스받네.’

컨트롤을 하니 나뭇잎에 고인 이슬만큼 흡수되었고, 컨트롤을 하지 않으니 모래 알갱이만큼 흡수되었다.

한율이 다시 집중해서 마나를 컨트롤했다.

그렇게 30분을 넘어 1시간.

1시간을 넘어 2시간.

“후아!”

눈을 뜬 한율이 바로 자신의 몸 상태를 확인하고 이유리를 바라봤다.

“……음?”

정작 중요한 이유리가 신기하다는 표정으로 자신의 발을 바라보고 있어 가장 먼저 눈이 마주친 사람은 청일그룹 대표, 이상남과 중년의 사내였다.

“안녕하세요?”

“뭐한 건가?”

“마나 드레인이라고 상대의 마나를 흡수하는 마법이 있어요.”

“그 마법으로 유리의 마나를 흡수했다?”

“허리에 마나가 뭉쳐 마비가 된 거니 마나를 흡수하면 치료가 될 거라고 생각한 거죠.”

틀린 말은 아니다.

“부작용은 없나?”

처음 보는 중년 사내의 물음.

“……스킬창을 보니 치료를 목적으로 만들어진 마법이어서 부작용은 없습니다. 굳이 꼽는다면 오랜 시간이 걸린다는 것 정도?”

“얼마나?”

“으음. 어디 보자……. 손.”

이유리가 다리에 시선을 둔 채로 손을 내밀었다.

한율은 바로 마나를 전이했고, 허리에 뭉친 거대한 마나 덩어리를 확인하고 다시 마나를 회수했다.

“매일매일 하는 것은 어려우니까. 석 달.”

“보상하겠네.”

“한 달이요. 대신 매일매일 해야 합니다. 그리고…….”

말끝을 흐린 한율이 다시 고개를 돌려 이유리를 바라봤다.

헌터가 아님에도 대량의 마나를 보유했다.

잠시 그 이유에 대해 생각하던 한율이 푸드 코트 곳곳에 자리 잡은 경호원들을 불렀다.

“치유 능력자 손.”

“…….”

어리둥절한 표정으로 한율을 바라보는 것도 잠시, 이상남과 중년의 사내가 고개를 끄덕이자 한 남성이 조심스럽게 손을 들었다.

“치유 능력을 각성했습니다.”

“유리에게 능력을 한번 사용해 보시겠어요?”

“…….”

바로 고개를 끄덕이는 대신, 경호원이 이상남과 중년의 사내를 돌아봤다.

“뭐 때문인지 물어봐도 되겠느냐?”

고개를 끄덕이려는 중년의 사내를 말린 이상남이 한율에게 물었다.

“능력 사용 시 상대의 육체에 마나가 남는지 확인하려고요.”

“……내게 사용해 보게.”

“정확하게는 이유리의 체질을 확인하기 위해서 하는 겁니다. 그러니 유리가 대상이 되어야 합니다.”

“체질?”

“네. 원래는 능력을 멈추면 소멸되어야 할 마나가 몸에 남았으니까요.”

“유리가 특이 체질이라는 건가?”

“그걸 확인해 보려고요.”

“…….”

이상남이 잠시 한율을 바라봤다.

그의 말대로 이유리가 치유 능력의 대상이 되어야 한다.

“문제는?”

“마나 드레인이 있으니 괜찮습니다.”

한율의 대답에 경호원을 돌아본 이상남이 고개를 끄덕였다.

“해 보게.”

“예.”

대답과 동시에 걸음을 옮긴 경호원이 이유리의 앞에 서서 능력을 사용했다.

푸른빛이 아닌, 새하얀 빛.

한율은 기다렸고, 새하얀 빛이 사라지기가 무섭게 뒤로 물러서는 경호원을 확인하고 다시 이유리의 손목을 잡았다.

다시 마나를 전이.

“……체질 문제네. 치료 기간 동안 마나를 이용한 치료는 금해야겠다.”

“위험한 건가요?”

체질 문제는 고치는 게 어렵다. 이유리가 슬픈 표정으로 묻자 진지한 표정으로 당부했던 한율이 빙긋 미소를 그렸다.

“그건 아냐. 오히려.”

마나를 끌어당기는 체질.

마나에 사랑받는 체질.

이유리는 마법사들이 가장 부러워하는 마나에 사랑받는 체질이었다.

마나를 다루는 방법을 몰라 문제가 생겼을 뿐.

“으음.”

“문제인가?”

이상남이 다시 물었다.

“으으음.”

“율아. 율아. 말 좀 해라. 말 좀.”

“후우.”

작게 숨을 뱉은 한율이 이상남이 아닌 이유리를 바라보며 입을 열었다.

“유리야.”

“……네.”

“내가 마나 주입했을 때 있잖아. 그때 내가 전이한 마나를 느꼈지?”

마나를 주입하는 순간, 그리고 마나를 이동시키는 순간 이유리의 눈동자가 한율의 마나를 따라 자신의 몸, 이곳저곳을 바라봤다.

“네에.”

마나에 사랑받는 체질인 것도 모자라 마나에 민감한 체질이다.

“좋아. 그러면.”

한율이 말을 끊고 이상남, 그리고 중년의 사내를 바라봤다.

“……실례지만 관계가 어떻게 되시는지.”

“유리 아빠일세.”

“아하! 그럼 상남 할아버지.”

있어도 된다. 그래서 한율은 이상남을 불렀다.

이유리의 발을 바라보던 이상남이 고개를 들자 바로 주변을 쓰윽 둘러보며 말했다.

“조용한 데로 안내해 주실 수 있을까요?”

***

청일 백화점 9층, 대표실.

한율은 자신의 부탁을 받은 이상남이 경호원까지 내보내자 바로 맞은편에 앉아 있는 이유리를 불렀다.

“유리야.”

“네. 오빠.”

“마법 배울래?”

“네. 오…….”

그 누구도 고치지 못한, 그 어떤 약을 먹어도 고치지 못한 다리를 고쳐 준 사람이다. 아니, 고쳐 주고 있는 사람이다. 그래서 ‘예스우먼’이 되려고 했다.

“네?”

“정확하게는 마법과 마나를 다루는 방법이지.”

“어……. 저 각성 안 했는데요?”

“마법은 각성 안 해도 상관없어. 마나를 다룰 줄 알고, 마법을 이해할 줄 알면 누구나 쓸 수 있으니까.”

“……허, 허허허.”

옆에서 이상남의 웃음소리가 들렸지만, 이유리는 고개를 돌리지 않았다. 그녀는 멍하니 한율을 바라봤다.

아주 진지한 표정으로 자신을 바라보고 있는 한율.

“일단 너는 마나에 사랑받는 체질이야.”

“……사랑받는 체질?”

“응. 그래서 마나를 다루는 방법을 모르면 네가 원하지 않아도 흡수된 마나가 뭉쳐 또 문제가 발생할 수도 있어.”

“…….”

또 장애가 생긴다.

“그래서 마법을 배워야 한다는 건가요?”

“그렇지.”

“그럼 문제가 없어지고요?”

“문제가 되는 마나를 다루는 방법을 터득하는 거니까.”

“그럼 배울래요. 아니, 배우고 싶어요. 가르쳐 주세요.”

어제만 해도 마음대로 움직이던 다리가 움직이지 않았을 때 느꼈던 충격은 아주 어렸을 때 일어난 일이었음에도 생생하게 기억하고 있었다.

다시는 그런 일을 겪고 싶지 않았다.

“이래서 사람들을 물린 거구나.”

한율의 대답을 기다리던 그 순간에 들려오는 한유라의 중얼거림.

이유리와 그의 가족들은 물론 천천히 입을 열던 한율 또한 입을 닫고 그녀를 바라봤다.

“응? 이래서?”

“오빠의 말은 각성하지 않아도 능력을 사용할 수 있다는 거잖아.”

“……아!”

치료에 집중해 중요한 것을 놓치고 말았다.

“그렇군. 한율에게 호흡법, 마나 다루는 방법, 그리고 마법을 배우면 각성을 하지 않아도 능력을 사용할 수 있…….”

작은 목소리로 중얼거리던 이상남이 무언가를 떠올렸는지 몸을 흠칫 떨고 한율을 바라봤다.

“길드를 만들 생각인가?”

“지금은 아니지만요. 전문적으로 각성하지 못한 일반인, 그중 마법에 재능 있는 사람들을 뽑아 마법사로 만들 생각입니다.”

지금은 아니다?

“……지킬 힘이 없기 때문이군.”

역시 대기업 회장.

일반인을 헌터로 만들 수 있다.

수많은 나라에서 한율을 귀화시키려 할 것이다. 최악의 경우 납치를 해서 자국으로 데려가고자 할 수도 있다.

대한민국에서는 한율을 지키기 위해 경호원을 붙일 것이다. 최악의 경우 감금시켜 마법사를 양성시킬 것이고.

인권?

마법사를 양성하는 능력이다. 한 사람의 인권은 그냥 무시하고 마법사 양성 계획을 진행할 것이 분명했다.

“그리고 지킬 수 있는 힘을 가져 길드를 만들면 우리 그룹을 뒷배경으로 삼을 생각이고.”

“에이, 뒷배경까지는 아니고요. 그냥 주고받는 사이 정도?”

“……허, 허허허.”

큰 소리로 웃은 이상남이 입가에 작은 미소를 머금은 채로 물었다.

“언제 생각한 계획이냐.”

“방금요.”

“우리를 믿을 수 있느냐?”

“유리랑 할아버지는 믿을 수 있죠. 다른 사람들은 모르니까요.”

“……마법사 양성은 언제?”

“최소 5서클.”

“지금이 3서클이니 1년이면 되려나.”

“기연이 있으면 1년이면 될 겁니다. 없으면 오래 걸리고요. 아, 참고로…….”

말끝을 흐린 한율이 고개를 돌려 중년의 사내, 유리의 아버지를 보며 말했다.

“아까 말씀드렸다시피 대표실로 올라오면서 생각한 것입니다. 유리가 청일그룹의 사람이라는 것을 알고 계획한 게 아니고요.”

유리에게 접근해 청일그룹과 관계를 맺는다고 생각했던 추측이 맞는 것 같다.

자연스럽게 돌아가는 사람들의 시선에 유리의 아버지, 이상민이 헛기침을 터트렸다.

“……그래도 위험하지 않을까?”

한유라의 질문.

한율이 고개를 돌렸다.

“마법사를 양성하는 거?”

“응.”

“그래도 해야지.”

그래도 해야 한다.

이해할 수 없는 대답에 한유라가 고개를 갸웃하는 순간, 한율이 창밖으로 시선을 돌리면서 말했다.

“군대에서 가장 먼저 배우는 게 뭔지 알아?”

“배우는 거?”

“어.”

“……뭔데?”

한율이 고개를 돌렸다. 그는 걱정스러운 표정으로 자신을 바라보는 한유라를 향해 씨익 웃으면서 말했다.

“지구는 몬스터와 게이트의 침략으로 위험한 상황이다.”

***

한율, 한유라 남매가 떠난 대표실.

“위험해요?”

생각에 잠겨 있던 이유리의 질문에 이상남, 이상민이 동시에 고개를 끄덕였다.

“위험하지. 지금 상황에 익숙해져서 잘 모를 뿐, 한율이 말한 것처럼 지구는 몬스터와 게이트의 침략으로 위험한 상황이다.”

“헌터가 있는데도?”

“그 헌터들이 지금의 생활에 안주하고 있지.”

최선을 다해 활동하지 않는다.

지키기 위해 몬스터를 토벌하고 게이트를 소멸시키는 것이 아닌, 돈을 벌기 위해 토벌한다.

“몬스터를 토벌하는 데 사용하는 것이 아닌 범죄에 사용하기도 하는 헌터도 있지.”

자신의 욕망을 해소하기 위해 능력을 사용하는 각성 범죄자.

“그리고 하나 더. 헌터는 생성된 게이트를 소멸시킬 능력을 지녔을 뿐이다. 게이트의 생성을 막는 능력은 가지고 있지 않다.”

헌터는 생성된 게이트를 소멸시킬 수 있을 뿐, 게이트의 생성을 막을 수 있는 것이 아니다.

이어진 이상민의 부연 설명까지 들은 이유리가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서 한율 오빠가…….”

“한율이어서가 아니다.”

“아니에요?”

“일반인 신분으로 몬스터와 싸우는 군인이어서 그때부터 바랐을 것이다. 일반인들도 능력을 사용할 수 있으면 얼마나 좋을까 하고.”

군대에서는 한율의 말대로 훈련병 시절부터 전역하기 전까지 몬스터와 게이트의 위협이라는 정신 교육을 진행한다.

“그래도…… 그래도 자신이 위험할 수도 있는 방법인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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