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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래로 강해지는 헌터님-28화 (28/221)

028 거래창 사용법(2)

“예전에도!”

쿠어어엉!

부우웅!

울음을 터트리며 앞발을 휘두르는 골든 베어.

“이런 일이!”

땅을 박차고 옆으로 몸을 굴려 골든 베어의 공격을 피한 한율이 한쪽 무릎을 꿇은 상태로 자신을 공격한 골든 베어가 아닌, 빠른 속도로 달려오는 골든 베어를 노리고 방아쇠를 당겼다.

“있었던 것 같은데!”

투두두두두!

분명 아주 쉽게 한 마리를 사냥한 뒤, 위기에 처한 적이 있었다.

“실드!”

파아앗!

콰앙!

푸른 실드가 우측에서 달려오던 골든 베어를 막아 세웠다.

빠른 속도로 달려들다가 갑자기 나타난 벽에 들이받은 꼴이기에 골든 베어는 충격으로 정신을 차리지 못했다.

그사이 환율이 빠르게 고개를 돌려 전방과 우측을 확인했다.

우측에는 뒷걸음을 치며 머리를 좌우로 흔드는 골든 베어.

전방에는 몸을 웅크린 상태로 총알 세례를 버티는 골든 베어.

몬스터들의 상태를 확인한 한율이 목표를 잡고 마법을 사용했다.

“어스 월!”

쿠구구궁!

전방, 몸을 웅크리고 있는 골든 베어의 앞에 솟아오르는 흙벽.

흙벽을 세워 놈의 시야에서 몸을 숨긴 한율이 바로 우측으로 몸을 틀었다.

달려가면서 방아쇠를 당기니 조준이 엉망이었지만, 상대는 거대한 체구의 골든 베어.

몸이 위아래로, 좌우로 흔들리는 상태에서 방아쇠를 당겼음에도 총알은 골든 베어의 육체를 파고들었다.

골든 베어가 고통을 이기지 못하고 눈을 질끈 감는 것과 동시에 속도를 높여 놈의 옆을 통과했다.

눈을 번쩍 뜨고 전방, 그리고 좌우를 살피는 골든 베어.

이미 배후를 점한 한율이 빠르게 주문을 외웠다.

“매직 미사일!”

마법은 기합 소리에 따라 강해지는 것이 아니다.

집중력.

기합 소리가 크지 않아도 집중력만 높으면 마법 효과가 강해진다.

푸우욱! 퍼엉!

골든 베어의 뒤통수에 박힌 매직 애로우의 폭발.

“……이제 한 마리.”

달칵, 착!

자연스럽게 탄창을 교체한 한율이 마침 흙벽을 우회한 골든 베어를 노리고 자세를 잡았다.

방아쇠를 당겨 골든 베어의 움직임을 봉인.

여유가 생겼기에 천천히 주문을 영창했다.

쿠어어엉!

울음을 터트린 골든 베어가 몸을 돌렸다.

너무나 큰 고통이 분노가 아닌, 두려움을 몰고 온 것인지 그대로 도망치려고 한 것이었지만, 그 선택은 최악의 선택이었다.

“어스 애로우!”

한율이 외우던 마법은 1서클 마법, 매직 애로우가 아니라 2서클 마법 어스 애로우였기 때문이다.

슈우욱! 푸욱!

땅속에서 튀어나온 흙으로 이루어진 화살.

어스 애로우는 전방을 바라보던 골든 베어의 아래턱을 관통, 그대로 정수리를 뚫고 튀어나왔다.

“후아!”

탄창만 두 번 갈았고, 마나 소모도 3할 이상이다.

하지만 부상 없이 골든 베어를 토벌했다.

바닥에 털썩 주저앉아 쓰러진 골든 베어를 바라보던 한율이 중얼거렸다.

“아침부터 인벤토리를 생각해서 그런가.”

아이템 같은 게 나왔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게임이 아닌 현실이다. 몬스터를 토벌해도 아이템 같은 건 얻을 수 없다.

한율은 한숨을 내쉬며 자리에서 일어나 거래창을 열어 골든 베어의 사체를 챙겼다.

“시간은…….”

세 마리 토벌하는 데 걸린 시간은 1시간.

그중 한 마리는 매우 쉽게 토벌했지만, 두 마리는 동시에 상대하다 보니 시간, 그리고 마나를 너무 많이 소비했다.

“에휴. 일단 먹고 하자.”

나무 밑으로 이동한 한율이 거래창에 보관해 둔 편의점 도시락과 생수를 꺼냈다.

시간이 동결된 공간이었는지 편의점 도시락은 방금 막 전자레인지에서 꺼낸 것 같은 뜨거웠고, 생수병은 기분이 좋을 정도로 차가웠다.

“……경치는 무지 좋네.”

아름다운 숲속에서 하는 점심 식사.

쿠어어엉!

버텨! 좀만 더 버텨!

근처에서 골든 베어와 전투 중인 헌터들이 있었는지 고함 소리가 들려오고, 울음소리가 들려왔지만, 경치는 정말 끝내줬다.

식사를 마친 한율이 거래창을 열어 쓰레기를 올려놓고 자리에서 일어났다.

동산 해체소와 약속한 시각은 저녁 6시.

“남은 시간은 6시간.”

게이트를 빠져나가는 시간이 필요하니 30분을 제외하면 6시간.

나흘 안에 웅담 300개를 모으지 못하면 돈을 써야 한다.

“좋아. 빡시게 해 보…….”

파아앗!”

한율이 각오를 다지고 다시 움직이려는 순간에 일어난 빛의 폭발.

“……?”

한율은 고개를 갸웃하며 빛의 폭발이 일어난 방향으로 몸을 돌렸다.

***

쿠어어엉!

몸을 찌릿찌릿 자극하는 골든 베어의 울음소리.

“하아!”

호기심이 아니다. 게이트에서 일어나는 모든 기현상은 전부 경계해야 했다.

빛의 폭발이 일어난 장소에 도착하자마자 확인한 골든 베어를 보고 한숨을 내쉰 한율이 빠르게 주문을 외웠다.

일반적인 골든 베어의 두 배는 되는 거대한 골든 베어.

달마시안처럼 전신에 검은 반점이 특징인 골든 베어.

“첫날부터 개판이네.”

헌터들의 돈벌이 수단이 몬스터 사체와 마석이 전부일까?

아니다.

지원 시스템, 감정.

감정을 이용해 게이트에서만 자생하는 자원을 판매하는 돈벌이 수단도 있다.

문제는 몬스터가 살고 있는 게이트 내에서 마나를 흡수한 자원이 생산된다는 것이다.

극도로 낮은 확률이지만 게이트 내에서 자생하는 ‘마나를 품은 자원’을 몬스터가 흡수해 진화, 또는 변종이 되기도 한다.

“쿨럭!”

한참 총기를 정비하고 있을 때, 가슴 안쪽에서 느껴지는 고통.

“……큐어!”

황급히 공격 마법을 취소한 한율이 해독 마법, 큐어를 자기 자신에게 사용한 후, 땅을 박차 뒤로 물러섰다.

마나를 품은 자원을 섭취한 변종 골든 베어가 아니었다.

독과 마나를 동시에 품은 자원을 섭취한 변종된 골든 베어다.

쿠어어엉!

정면에서 마나를 맞았음에도 몸이 찌릿찌릿 울린 이유를 알아차린 한율이 제자리에서 발광하는 골든 베어를 바라봤다.

애초에 마법사이자 총기를 무기로 사용하는 헌터이기에 접근전은 피하고 있다.

하지만 포이즌 골든 베어(?)의 위험도를 머릿속에 저장하기 위해 의도적으로 ‘접근전 금지’를 반복해서 중얼거렸다.

쿠어어엉!

울음을 터트릴 때마다 독이 섞인 마나가 사방으로 퍼져 나갔다.

검은 반점은 상반신에서 그치지 않고 하반신에도 나타나기 시작했다.

한율이 한쪽 무릎을 꿇었다. 그렇게 사격자세를 잡은 뒤 주문이 끝나는 것과 동시에 방아쇠를 당기기 위해 잠시 기다릴 때, 사방에서 헌터들이 모습을 드러냈다.

“진화인가!”

“변종!”

여섯 명으로 이루어진 파티.

일곱 명으로 이루어진 파티.

게이트 내부에서 대기하다 기현상을 확인하고 달려온 레온 길드의 길드원 네 명으로 이루어진 파티.

무소속 헌터의 추측을 정정한 레온 길드 헌터들이 자세를 잡고 소리쳤다.

“정보!”

“변종! 속성은 독! 마나에 섞여 들어옵니다!”

한율이 바로 헌터처럼 큰 소리로 정보를 전달했다.

“……젠장!”

레온 길드 소속 헌터가 아랫입술을 깨물었다.

평범한 변종이 아닌, 독 속성을 얻은 변종된 골든 베어라면 보통 골치 아픈 상대가 아니기 때문이다.

쿠어어어엉!

파아아앗!

커다란 울음이 터지는 것과 동시에 다시 한번 일어난 푸른빛의 폭발.

포이즌 골든 베어를 둘러싼 헌터들이 자신도 모르게 눈을 질끈 감았다가 떴다.

크르르르.

이번에는 작게 울음을 터트리는 골든 베어.

고통이 멈췄는지 바닥을 구르며 비명을 지르는 것을 그만두고 천천히 몸을 일으키는 골든 베어가 위압적이다.

무의식적으로 독기를 품은 마나를 흘려 발밑, 푸른 잔디를 검게 물들인다.

“지원 요청!”

레온 길드의 헌터가 소리쳤다.

가장 후방에 자리 잡은 헌터가 뒤로 물러서자 무기를 꺼내 들고 주변에 있는 헌터들에게 명령했다.

“주변을 포위해 이동을 봉인! 원거리 능력자들은 계속해서 능력을 사용해 골든 베어를 견제한다!”

변종 몬스터는 매우 비싸다.

그래도 C급 헌터들이라고 몇몇 이들이 레온 길드의 선택에 인상을 찌푸릴 때, 파티장이 다시 소리쳤다.

“B등급! 가장 하위에 위치했지만 B등급으로 추정!”

B등급 몬스터의 위험도는 C등급 몬스터의 세 배에 달한다.

헌터들이 바로 딱딱하게 굳은 표정으로 자세를 잡을 때, 여섯 명으로 이루어진 파티의 파티장이 소리쳤다.

“퇴각!”

“……!”

레온 길드 파티의 파티장이 아랫입술을 깨물었다. 이내, 그가 살기를 섞은 마나를 쏘아 퇴각을 선택한 파티를 강제로 멈춰 세우려고 할 때, 주변에서 무슨 일이 일어나도 정신을 집중하고 있던 한율이 마법을 사용했다.

“매직 미사일.”

머리 위에 생성된 푸른 화살.

푸른 화살이 포이즌 골든 베어를 노리고 날아가는 대신 수직으로 상승, 곡선을 그리고 여섯 명으로 이루어진 파티 쪽으로 떨어졌다.

그대로 바닥에 꽂혔으면 아무 문제가 없다. 하지만 푸른 화살은 다시 한번 휘어졌다.

콰앙!

마나를 감지하고 고개를 돌리고 있던 골든 베어.

오른발을 휘둘러 매직 미사일을 파괴한 놈이 이를 갈았고, 후퇴를 선택했던 6인 파티의 파티장도 이를 갈았다.

“……시발.”

기습?

아니다.

한율은 빈틈을 발견하고 매직 미사일을 날린 것이 아니다.

한율의 매직 미사일은 공중으로 솟아 곡선을 그리며 자신들 쪽으로 떨어진 후, 다시 한번 곡선을 그리며 휘어져 포이즌 골든 베어에게 날아갔다.

골든 베어, 놈의 입장에서 공격한 사람은 한율이 아닌 자신들.

여섯 명으로 이루어진 파티의 파티장은 고개를 돌렸고, 씨익 미소를 그리고 있는 화살의 주인을 확인하고 큰 소리로 소리쳤다.

“죽여 버리겠어!”

도주라는 선택지를 강제로 없애 버린 것이다.

파티장의 분노는 당연한 것이었지만, 한율은 실소를 터트렸다.

“풉!”

쿠어어엉!

다시 울음을 터트려 사방에 독을 품은 마나를 퍼트리는 골든 베어.

손을 뻗어 남은 탄창을 확인한 한율이 파티장을 바라보며 말을 마쳤다.

“레온 길드의 요청 거부 먼저 해결하고 와야지.”

“…….”

맞는 말이다.

레온 길드의 정식적인 요청이 있음에도 적의 위험도가 너무 높다고 판단해 다른 헌터들이 전투를 준비할 때 도망치려고 했다.

6인 파티의 파티장은 힐끔 레온 길드 파티장을 훔쳐봤고, 계속해서 자신을 바라보고 있던 것인지 상대와 눈이 마주치자 아랫입술을 깨물었다.

“살아남은 뒤에 이야기합시다.”

***

“변종! 위험도는 B등급! 위치는…….”

레온 길드 소속 헌터의 외침.

푸른 가죽 갑옷을 착용한 사내, 중앙에 초승달 문양이 그려진 원형 방패를 무기로 사용하는 그가 이어지는 헌터의 보고를 듣고 달렸다.

그리고 같은 시각.

“변종! 위험도는 B등급! 위치는…….”

레온 길드 소속 헌터의 외침.

협회 직원의 입에서 ‘이건 아니지’라는 말이 나오게 만든 사내, 그도 헌터의 외침을 듣고 달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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