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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래로 강해지는 헌터님-23화 (23/221)

023 이상남(1)

청일 고등학교 뒤편에 게이트가 생성된 직후, 학생들은 물론 교사들과 인근 주민들까지 관련 정보와 위급 시 행동절차에 대해 숙지했다.

매일 게이트 및 몬스터에 대한 정보가 모였고, 그렇게 모여 정리된 내용들은 학교 게시판과 공용 인터넷 카페에 올렸으며, 매일 게시판을 확인하도록 규칙을 만들었다.

귀찮다면 귀찮은 일이었지만 스스로의 생명을 지키는 일이었기에 불만은 없었다.

“와……. 개쩐다.”

청일 고등학교 본관 옥상.

사과머리 소녀의 중얼거림에 사람들이 고개를 끄덕였다.

총을 난사하며 운동장에 뛰어든 군인은 다양한 초능력을 사용해 다크 울프는 물론, 다크 울프 게이트의 가디언 다크 슬로프까지 토벌했다.

게시판에 올라온 내용대로라면 게이트 가디언은 C급으로 책정될 정도로 매우 위험도가 높은 몬스터라고 했기에 놀라움은 더 컸다.

“오빠야.”

“……?”

군인의 활약을 멍하니 지켜보던 사과머리 소녀 유세희가 친구의 말에 깜짝 놀랐다.

“에? 오빠?”

“응.”

“내가 모르는 오빠가 있었어?”

뉴스를 통해 알고 있는 친구의 오빠는 30대 초반,

“아, 아니. 내 오빠가 아니라.”

다른 설명 없이 오빠라는 호칭을 사용한 게 실수였다.

고개를 살짝 흔든 이유리가 유세희를 위해 다시 설명했다.

“유라네 오빠.”

“유라?”

“어. 유라네 오빠.”

“그러니까.”

“……?”

“율이 오빠?”

“에? 율이 오빠를 알아?”

“응. 알지.”

중학교 1학년 때부터 한유라와 친구가 되어 지냈다. 그래서 자주는 아니지만 가끔씩 한율을 만났고, 한율이 입대할 때는 한유라를 따라서 서울역까지 배웅을 나갔다.

유세희가 고개를 돌려 운동장에서 다크 울프를 사냥하는 군인 아저씨를 내려다봤다.

확실히 분명 운동장으로 난입하면서 유라를 불렀던 것 같았다.

“엥? 유라네 오빠가 헌터였어?”

“응.”

“헐…….”

할 말이 많다.

묻고 싶은 것도 많다.

하지만 물어볼 상대, 한유라가 옥상에 없어 유세희가 아쉬움을 달래며 다시 운동장을 바라보았다.

이유리가 작은 목소리로 최일현을 불렀다.

“삼촌.”

“예, 아가씨.”

“유라네 오빠는 얼마나 강한 건가요?”

“…….”

간곡하게 요청했음에도 옥상을 지키고만 있었기에 크게 화를 내었던 이유리였다.

화가 풀렸나?

‘아니군.’

자신은 바라보지도 않는다.

운동장 쪽으로 시선을 고정하고 있는 이유리의 모습에 잠시 씁쓸한 미소를 그렸던 최일현이 바로 무표정으로 돌아와 생각을 정리했다.

“으음…….”

자연스럽게 마나를 풀어 옥상을 지키지만, 다른 사람들과 마찬가지로 한율의 활약을 지켜볼 수 있었다.

입구를 통과하는 순간 마나를 사방으로 퍼트려 다크 울프의 시선을 모았고, 총알에 마나를 부여해 살상력을 높여 다크 울프를 손쉽게 토벌했다.

초능력도 만만치 않다. 다중 능력자답게 다양한 능력으로 다크 울프를 토벌했고, 다크 슬로프와의 전투에서는 원거리 능력 사용자라고 보기 어려울 정도로 뛰어난 근접 전투 능력과 초능력을 사용했다.

“아직 한 달이 되지 않았다고 들었습니다.”

“네. 유라 오빠는 전역 날 각성했다고 했어요.”

“…….”

무척이나 능숙한 전투 경험을 어디에서 쌓았나 했더니 바로 납득이 되었다.

고개를 끄덕이던 최일현이 설명을 하려는 찰나에, 화들짝 놀라며 운동장이 아닌 이유리를 바라봤다.

“전역과 동시에…… 말입니까?”

“네. 저번에 보셨잖아요. 군복 입고 있던 거. 전역 마크 떡하니 붙은 군복.”

“……전역과 동시에 각성한 건 듣지 못했습니다.”

이유리에게 들은 것은 한유라의 오빠가 군인인데, 전역하고 각성했다는 것이었다.

전역 날 각성한 불운의 사내.

“그래서 유라 오빠는요?”

“다중 능력자이며 군인…… 신분으로 전투에 참여해 경험을 쌓았습니다. 아직 한 달이 채 되지 않았지만, 최소한 C등급으로 판단됩니다.”

“현재?”

“예. 헌터의 성장에 맞춰 능력도 성장하니 올해…… 아니, 반년 안에 B등급까지 오를 것 같습니다.”

크아아앙!

최일현의 설명이 끝나기가 무섭게 들려오는 늑대의 울음소리.

학생들이 자연스럽게 고개를 돌렸다.

시야에 들어오는 것은 다크 슬로프 세 마리.

이유는 모른다. 하지만 다크 울프 게이트의 가디언, 다크 슬로프 세 마리의 등장에 여학생들은 물론 남학생들까지 비명을 지를 때, 이유리와 유세희, 그리고 최일현의 시선이 다크 슬로프의 목표가 된 사내, 한율에게 향했다.

“……으응?”

멍하니 한율의 활약을 지켜보던 유세희가 헛것이라도 본 것처럼 양손으로 눈을 비볐다.

“으으응?”

그래도 헛것이 보인다.

“어……. 유리야.”

“응.”

“위험한 거 아냐?”

“위험하지.”

브레이크 현상이 발생한 게이트는 통합된다.

소멸 조건이 5회 게이트의 핵 파괴라면 다섯 개의 게이트가 통합된 것처럼, 게이트는 게이트 다섯 개가 합쳐진 것처럼 거대해지고 브레이크에서는 가디언 다섯 마리가 튀어나온다.

“그런데 왜…….”

유세희가 다시 유라 오빠, 한율을 바라봤다.

다크 슬로프 세 마리의 울음에 다크 울프는 멈춰 섰고, 헌터들은 무의식적으로 뒷걸음을 쳐서 거리를 벌렸다.

하지만 한율은 달랐다.

목표가 되었음에도 불구하고 두려워하지 않았다.

인상을 찌푸린 채 탄창을 갈았고.

인상을 한껏 찌푸린 채로 사격 자세를 잡았다.

***

크아앙!

다시 울음을 터트린 다크 슬로프 세 마리가 높이 도약하자 한율이 K-7을 겨눴다.

투두두두!

마나를 주입한 총알 난사.

목표가 된 다크 슬로프는 다른 다크 슬로프들과는 달리 안전하게 착지하지 못하고 바닥을 굴렀다.

한 마리 토벌?

아니다.

한 마리 저지.

한율이 바로 몸을 틀었다.

다크 슬로프 한 마리를 묶는 데 사용한 탄수는 23발.

곧바로 탄창을 교체했다.

그사이 다크 슬로프와의 거리가 좁혀지자 아주 작은 목소리로 주문을 외웠다.

“디그.”

크기가 작고 깊이가 얕다.

하지만 달려오는 다크 슬로프의 바로 앞에 생성하자 큰 효과를 발휘했다.

쿠당탕탕!

다크 슬로프는 푹 꺼진 땅을 밟은 나머지 중심을 잃고 바닥을 나뒹굴었다.

투두두!

쓰러진 놈을 향해 탄환을 몇 발 박아줬다.

“두 마리.”

이제 남은 것은 한 마리.

한율이 순간적으로 고개를 돌려 동족을 확인하는 다크 슬로프를 향해 방아쇠를 당겼다.

투두두두!

황급히 이동을 멈춘 다크 슬로프가 양팔을 교차한 채 들어 올려 급소를 보호했다.

놈은 피해를 감수한 채 달려들었다.

하지만 그건 놈의 판단 착오에 의한 실책이다.

한율은 총기 강화 능력자가 아닌, 차원 거래를 이용해 마법을 터득한 전직 군인.

“어스 애로우!”

푸우욱!

땅속에서 튀어나온 흙화살이 다크 슬로프를 공격했다.

심장? 머리?

흙화살은 멈춰 선 다크 슬로프의 다리에 박혔다.

크아아아앙!

“바쁘다. 바뻐.”

콰앙!

개량형 어스 애로우는 매직 미사일과 마찬가지로 관통 후 폭발이라는 효과를 지닌 마법이다.

오른쪽 다리가 날아간 다크 슬로프가 끔찍한 고통에 비명을 지르며 바닥에 쓰러졌다.

한율은 그런 놈을 힐끔 훔쳐보고 다시 정비에 들어갔다.

달칵.

세 마리가 동시에 달려들었음에도 한 걸음도 물러서지 않고 적의 공격을 막아 냈다.

철컥.

거기서 그치지 않고 한 놈에게 큰 피해를 줬다.

“흡.”

숨을 크게 들이마신 한율이 탄창 교체를 끝낸 K-7을 다시 들었다.

목표는 바닥을 구른 다크 슬로프.

정확하게는 황급히 자리에서 일어났다가, 다리가 날아간 동족을 확인하고 뒤로 한 걸음 물러선 다크 슬로프.

한율은 놈을 바라보며 다시 방아쇠를 당겼다.

***

“벌써 다 썼네.”

30발을 가득 채운 탄창이 열두 개나 꽂혀 있던 탄띠는 텅텅 비었다.

탄띠를 매만지며 너무도 자연스럽게 지출금액을 떠올린 한율이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

그래도 만족스럽게 주변을 둘러볼 수 있었다.

이쪽을 봐도 다크 울프, 저쪽을 봐도 다크 울프.

“오빠!”

저쪽은 사람.

아직 몬스터가 남아있을 수도 있는데 본관을 뛰쳐나오는 사람들, 그중에는 아직 위기가 끝나지 않은 것처럼 빠르게 달려오는 한유라가 있었다.

“하아. 하아. 다친 데는?”

“없어. 너는.”

“없어.”

“없기는 개뿔.”

한율이 한유라의 왼팔을 잡았다.

큰 부상은 아니다. 하지만 도망치던 도중에 뭐하고 부딪쳤는지 팔뚝에 상처가 났다.

“힐.”

파아앗.

허공에 나타난 푸른빛이 한유라의 왼팔, 정확하게 상처 부위에 스며들었다.

“……이게 마법이야?”

“오야. 회복 마법이다. 유리에게 쓸 회복 마법은 아니지만.”

눈 깜짝할 사이에 새살이 돋아났다.

상처를 살펴보던 한유라는 한율의 말에 고개를 끄덕이고 주변을 둘러봤다.

입구를 통과한 응급차를 발견하고 이동하는 학생들이 있고, 안심했는지 바닥에 털썩 주저앉아 한숨을 내쉬는 학생들이 있었다.

몬스터의 습격에서 큰 실수를 했는지 친구들에게 비난을 받는 학생들도 있었다.

“아, 네 친구들은?”

“저기.”

턱짓으로 본관 입구를 가리키는 한유라를 따라 한율이 고개를 돌렸다.

휠체어 소녀 유리가 보였고, 그녀 옆에 서서 재잘거리는 사과머리 소녀, 마지막으로 검은 양복을 입은 최일현이 보였다.

“구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밝은 미소로 감사 인사를 건네는 이유리.

손사래를 친 한율은 이후 최일현을 바라보며 고개를 살짝 숙였고, 상대도 똑같이 고개를 살짝 숙이며 인사를 받아 주자 작은 미소를 머금은 채 고개를 돌렸다.

처음 보는 사과머리 소녀.

“지, 진짜 율이 오빠네.”

“……세희냐?”

“와! 진짜였어!”

이유리는 한유라가 고등학교 1학년 때 사귄 친구여서 몰랐지만, 유세희는 알고 있다. 한유라가 중학교 1학년 때 사귄 친구였기 때문이다.

이유리, 한유라, 마지막으로 유세희.

“이야.”

“음?”

“많이 변했네.”

“많이 예뻐졌죠? 장난 아니죠? 나이만 아니면 전화번호를 물어보고 싶죠?”

“…….”

“대답 안 해요?”

“어쨌든.”

“오빠!”

유세희가 버럭 소리쳤다.

한율은 농담이었다는 사과와 함께 예뻐졌다는 말로 달래고는 다시 주변을 둘러봤다.

민간인들은 물론 긴급출동을 나온 헌터들까지 힐끔힐끔 자신을 훔쳐보고 있었다. 초반 활약, 다크 슬로프와의 전투가 너무나 인상적이었던 것이다.

한율은 오히려 그런 그들을 바라보며 씨익 미소를 지어 준 후에 유리에게 물었다.

“유리는 바로 집으로?”

“오빠는 바로 집으로 안 가세요?”

“돈 받아야지.”

한 손으로 총기를 들고 가까이 있는 다크 울프를 가리킨 한율은 이어 다른 손으로 개머리판을 툭툭 두들겼다.

“총알이 박힌 몬스터는 내가 사냥한 몬스터.”

“오!”

“거따가 다크 슬로프 네 마리도 내가 사냥했고.”

“오오오!”

“…….”

이유리에게 설명하는데, 설명을 듣고 유세희가 탄성을 흘린다.

“……뭐냐. 그 물욕이 가득한 눈동자는.”

“오빠.”

“…….”

“제가요. 엄청 뛰어다녔어요. 몬스터들이 막 들이닥치자마자 바로 도망치지 않고 친구들을 도와주며 도망쳤어요. 옥상에 올라와서도 대걸레 들고 막막 입구 지켰고요. 한유라가 없다는 것을 깨닫자마자 바로 옥상에서 뛰쳐나가려고 했어요. 여기 봐요. 손자국 있죠. 이거 최 삼촌이 했거든요.”

“……본론만 말하면?”

“거기다가 진짜 오랜만에 만나는 거잖아요. 한 3년 만인가. 유라랑 같이 면회를 가고 싶었지만 타이밍이 안 맞았고, 휴가를 나왔을 때도 타이밍이 안 맞아서 못 만났고.”

“그래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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