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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래로 강해지는 헌터님-22화 (22/221)

022 브레이크(4)

-유! 라! 야!

찾아간다고 해도 할 수 있는 일이 없다.

동료들의 만류, 사장님의 만류에 거래 중인 헌터들에게 연락을 취하던 한국영이 고개를 홱 돌렸다.

TV와 프로젝터를 연결해 커다란 화면으로 방송을 볼 수 있었다.

우측 상단에 ‘LIVE’라는 자막이 띄워진 화면.

운동장으로 향해 있던 화면이 입구로 돌아갔다.

“군인?”

전역복을 입은 사내가 사격 자세를 취한 채로 앞으로 성큼성큼 걸어가며 소리치고 있었다.

-유! 라! 야!

-타다다다! 크아앙!

큰 목소리 때문일까, 아니면 화려한 디지털 무늬 전역복 때문일까.

다크 울프가 입을 쩍 벌린 채로 몸을 날렸다.

“꺄악!”

헌터들이 위기에 처하는 순간마다 화면이 돌아갔다.

하지만 이번에는 너무나 기이한 상황 때문인지 화면이 돌아가지 않았다.

여직원들이 비명을 지르고, 남직원들이 눈을 부릅뜰 때, 군인이 입을 열었다.

-어스 애로우!

-쉬이익! 푸욱!

땅속에서 솟아오른 흙으로 만들어진 화살 한 발이 그대로 다크 울프 몸에 박혔다.

거기서 끝이 아니었다. 흙으로 만들어진 화살에 얼마나 큰 힘이 담겨 있었는지 다크 울프를 높이 띄워 버렸다.

-유! 라! 야! 대답! 해라!

다시 소리치는 군인.

한국영은 그런 군인의 얼굴을 확인하고 의자에 털썩 주저앉았다.

한유라가 위험에 처했다는 사실 때문인지, 한율이 전화를 받지 않아 ‘게이트 사망’이라는 최악의 상황을 떠올렸다.

“도, 도착했구나…….”

***

달렸다.

계속 달렸다. 길이 막히면 높이 도약해 건물 옥상으로 이동해 건물 옥상을 뛰어넘으며 이동했다.

“보인다!”

입구에 서서 카메라를 들고 있는 방송국 직원들이 보였고, 열심히 사진을 찍는 기자들이 보였다.

브레이크 진압 작전 방해는 매우 큰 범죄 행위에 해당되기 때문에 이동에 방해가 되지 않는다.

옥상에 뛰어내린 한율이 다시 달렸다.

사람과 사람 사이.

헌터를 위한 길을 가로지른 한율이 손을 뻗는 경찰들을 피해 입구에 도착하자 몸을 부르르 떨었다.

운동장은 다크 울프로 가득했다.

헌터들도 보였지만 본관을 통과해 운동장에 들이닥치는 다크 울프가 너무나 많았다.

최악의 상황?

모른다.

아직 모른다.

“스으읍.”

한율이 크게 숨을 들이쉬었다.

“이봐요!”

경찰들이 뒤늦게 달려와 손을 뻗었지만, 이번에도 그들의 손은 한율의 몸에 닿지 않았다.

“유! 라! 야!”

달려오던 경찰들이 귀를 틀어막았다. 방송국 기자들도, 신문사 기자들도 귀를 틀어막았다.

저벅저벅.

한율이 사격 자세를 취한 채 앞으로 걸어갔다.

“유! 라! 야!”

타다다다다! 크아앙!

다크 울프 한 마리가 몸을 날렸다.

“어스 애로우!”

방아쇠를 당기는 대신 주문을 마쳤다.

쉬이익! 푸욱!

땅속에서 솟아오른 흙 화살이 다크 울프의 몸에 박혔다.

“유! 라! 야! 대답! 해라!”

한율이 다시 소리쳤다. 마나까지 담아 소리치는 탓에 다크 울프들이 몸을 홱 돌려 바라봤지만, 그는 계속해서 주변을 살폈다.

드르륵!

“오빠! 조심!”

본관 쪽에서 들려오는 익숙한 여성의 목소리.

한율은 고개를 홱 돌렸고, 그런 그의 행동에 한유라가 눈을 동그랗게 뜬 채로 다시 소리쳤다.

“앞에! 앞에!”

“하아. 다행이다……. 어스 월.”

쿠구궁!

땅속에서 솟아오른 흙벽.

다크 울프가 그대로 흙벽과 충돌해 멈춰 섰다.

[레스트: 세 번째로 가르쳐 드릴 것은 마법이 아닙니다. 마나를 다루는 방법. 따로 무기를 다룬다고 하셨으니 물건에 마나를 담는 법을 가르쳐 드리겠습니다.]

어스 애로우와 어스 월을 배운 후, 택시에서 내려 청일고로 향할 때, 마법을 배울 수 없는 상황이라는 것을 깨달은 레스트는 마나를 다루는 방법을 가르쳐 주었다.

타악!

무릎을 살짝 굽혔다가 펴서 흙벽 위에 착지한 한율이 고개를 살짝 떨어트렸다.

수십 마리가 넘는 다크 울프들이 광기 어린 눈으로 자신을 올려다보고 있었다.

하지만 여동생이 위험에 빠진 것을 확인하고 한걸음에 달려온 오빠는 최강이었다.

“죽었다고 복창해라, 이 개새끼들아.”

한율이 개머리판을 어깨에 걸친 상태로 마나를 움직였다. 그는 탄창에 마나를 주입한 후, 조정간을 안전에서 자동으로 돌렸다.

크아앙!

몸을 한껏 낮춘 다크 울프가 몸을 날렸고, 그에 맞춰 한율이 방아쇠를 당겼다.

투두두두두!

***

몬스터 토벌용 자동 소총, K-7.

“기, 김치가 원래 저렇게 강했나?”

젊은 기사가 작은 목소리로 중얼거리자 비슷한 나이대 직원들도 똑같은 의문을 품고 김치, K-7을 난사하는 사내를 바라봤다.

“화기 능력자?”

누군가의 추측.

“매직 미사일!”

그 추측이 잘못되었다는 것을 알리듯 군인이 외치자 공중에 푸른 화살이 나타나 달려오는 다크 울프에게 날아갔다.

푸욱! 콰아앙!

관통 후 폭발.

“……매직 미사일?”

RPG게임을 해 본 사람이라면 누구나 알고 있는 이름, 매직 미사일.

“실드!”

뒤이은 군인의 외침에 푸른 방패가 나타나 공중으로 몸을 날린 다크 울프를 땅으로 떨어트렸다.

RPG게임을 해 본 사람이라면 누구나 알고 있는 이름, 실드.

“마, 마법사?”

젊은 신문사 기자가 중얼거렸다. 그러자 남성들이 눈을 동그랗게 뜨고 군인을 바라봤다.

스트리머.

인기 BJ를 꿈꾸며 너튜브 방송을 하던 스트리머도 놀란 눈으로 군인을 바라보다 핸드폰을 확인했다.

⤷ 마법사? 다중 능력자?

⤷ 군인인데 마법사라고?

⤷ 저게 무슨 끔찍한 혼종이냐?

⤷ 야! 저기 봐! 뒤로 돌아간 모자! 마크! 마크!

‘모자? 마크?’

스트리머가 고개를 홱 돌렸다.

흙벽 위에 서서 총을 난사하는 군인은 몸을 이리저리 비틀며 다크 울프를 토벌하고 있었는데, 거친 움직임 때문인지 모자가 뒤로 돌아가 있었다.

“전……역 마크?”

⤷ 전역 마크?

⤷ 전역한 군인이 각성자라고?

⤷ 관종 아냐?

⤷ 미친, 브레이크 현장에 관종이라니!

⤷ 아냐! 야! 그 사람! 유명한 군인!

⤷ 아! 억울한 군저씨!

⤷ 전역과 동시에 각성했다는!

⤷ 아! 아아아! ㅠ,.ㅠ

갑작스러운 브레이크 발생이었지만 D급 게이트였고, 소멸 작업을 앞두고 게이트 확인을 위해 레온 길드원들 몇 명이 게이트 근처에서 대기 중이어서 부상자는 발생해도, 사망자는 발생하지 않은 상태였다.

그래서일까.

걱정하며 방송을 지켜보던 시청자들이 억울한 군저씨가 활약하는 모습에 흥분하기 시작했다.

타다다다다다!

“오빠 뒤에!”

소녀의 외침에 탄창을 갈고 개머리판을 어깨에 걸치던 군인이 몸을 돌렸다.

네 발로 달리는 다크 울프가 아닌 두 발로 달리는 다크 울프.

타아악!

두 발로 달리던 다크 울프가 도약했고, 놈의 행동에 맞춰 군인이 소리쳤다.

“실드!”

파아앗!

콰아앙!

두 발로 달리던 다크 울프의 앞발과 실드가 부딪치며 거대한 폭발이 일어났다.

***

쉬이익!

커다란 충격파가 전신을 덮쳤다. 한율은 공중으로 살짝 떠오른 채 뒤로 날아갔다.

심지어 갑작스러운 충격에 순간적으로 정신도 잃었지만 바로 눈을 뜨고 주변을 빠르게 스캔했다.

덮쳐들기 위해 한껏 자세를 낮추고 있는 다크 울프를 향해 한율이 공중에 떠 있는 상태에서 마법을 준비했다.

하지만 그의 마법보다 두 발로 서 있던 다크 울프의 외침이 먼저였다.

크아아앙!

덮쳐들기 위해 자세를 한껏 낮췄던 다크 울프들, 놈들이 커다란 울음소리에 맞춰 몸을 움찔 떨고 사방으로 흩어졌다.

정확하게는 다른 인간을 사냥하기 위해 흩어지는 듯한 다크 울프.

적들이 흩어져 안전하게 지상으로 내려올 수 있었다. 문제는 중심을 잡지 못했다는 것.

바닥을 데굴데굴 구르며 착지한 한율이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 두 발로 서 있는 다크 울프를 바라봤다.

‘가디언?’

다크 울프 게이트에서 활동한 적이 없기에 가디언이라고 확신할 수는 없다.

하지만 딱 하나, 딱 하나만은 확신할 수 있었다.

“카아악! 퉷! 너, 보스구나.”

피가 섞인 가래를 뱉은 한율이 사격 자세를 취한 상태로 목을 좌우로 꺾었다.

크르르릉!

늑대인간도 울음을 터트리며 몸을 낮추었다.

크아앙!

다크 울프가 울음을 터트리며 헌터들을 노리고 있었고.

-막아! 조금만 더 버티면 된다!

헌터들이 다크 울프와 싸우며 학생들을 지키고 있었다.

하지만 늑대인간과 한율은 오로지 눈앞에 있는 상대에게만 집중했다.

저벅.

한율이 한 걸음 내디딘 후, 무릎을 살짝 굽혔다. 앞으로 달려가기 위해서가 아니라 안정적인 사격을 위해서.

크르르.

두 발로 서있던 다크 울프가 네 발로 섰다. 더욱더 빠른 속도로 달려가 적의 목숨을 빼앗기 위해서.

그때였다.

크아앙!

늑대인간의 명령을 듣지 못한 건지, 아니면 들었음에도 무시한 건지 다크 울프 한 마리가 몸을 날렸다.

한율이 황급히 땅을 박차고 뒤로 물러섰다.

이러나저러나 둘 중 한 명이 허점을 보인 것이다.

타아악!

늑대인간은 앞으로 튀어 나갔고, 황급히 자세를 바로잡은 한율이 방아쇠를 당겼다.

***

투두두두!

한율은 방아쇠를 당기며 천천히 뒷걸음을 쳤고, 늑대인간, 다크 슬로프는 총알을 피하려고 갈지(之)를 만들며 달렸다.

천천히 물러서는 한율과 빠른 속도로 갈지(之)를 만들며 달리는 늑대인간.

크아앙!

늑대인간이 눈을 부릅뜬 채로 오른팔을 뻗었다.

신체 단련보다 능력 단련에 집중하는 원거리 능력 각성자는 피할 수 없는 공격.

하지만 한율은 살아남기 위해 매일매일 체력 단련을 하며 성실하게 군 복무 생활을 했던 헌터가 아님에도 몬스터와 싸운 만기 전역자였으며, 원거리 능력 ‘마법’을 각성한 헌터가 아닌 ‘차원 거래’ 능력을 각성한 헌터다.

한율은 뒤로 물러서는 대신, 앞으로 한 걸음 내디디며 상체를 숙였다.

아슬아슬하게 허공을 관통하는 다크 슬로프의 오른팔.

한율이 고개를 살짝 들고 다크 슬로프의 눈을 바라봤다.

공격을 피할 거라고는 생각도 못 했는지 눈동자가 좌우로 흔들리고 있었다.

“넌 뒤졌어.”

사격 자세를 취한 채로 공격을 피한 상태다.

한율은 다크 슬로프 가슴에 총구를 가져다 대고 방아쇠를 당겼다.

두두두두두두!

30발 전부 사용했다.

다크 슬로프는 비틀거리며 뒷걸음을 쳤다.

그 순간 한율이 탄창을 갈아 끼우는 대신 큰 목소리로 외쳤다.

“어! 스! 애로우!”

슈슈슉!

땅속에서 솟아오른 세 발의 화살.

푸부북!

심장에 두 발, 머리에 한 발.

털썩, 쿵!

다크 슬로프가 무릎을 꿇었고, 이내 앞으로 쓰러졌다

“후우!”

가디언인지는 확신할 수 없지만, 보스인 것은 분명하다. 그래서 보스의 죽음으로 다크 울프의 사기가 크게 하락할 것이라 판단한 한율이 안도의 한숨을 내쉬며 탄창을 갈아 끼울 때였다.

크아아앙!

방금까지 들었던 너무나 익숙한 울음소리가 학교 전체를 쩌렁쩌렁 울렸다.

“하아…….”

깊은 한숨을 내쉰 한율이 고개를 들었다.

“……아니, 시바. 보스는 한 마리여야지.”

운동장과 본관 사이.

다크 울프 세 마리가 울음을 터트리고 있었다.

네 발로 서 있는 다크 울프라면 웃어넘겼을 것이다.

하지만 울음을 터트리고 있는 다크 울프 세 마리는 모두 두 발로 서서 울음을 터트리고 있었다.

“진짜.”

철컥.

“환장하겠네.”

타악!

한율은 인상을 한껏 찌푸린 채로 탄창을 끼우며 장전 손잡이를 당겼다.

다크 슬로프 세 마리가 도약하는 순간 다시 사격 자세를 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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