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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래로 강해지는 헌터님-17화 (17/221)

017 협력(1)

콰앙!

커다란 방패와 충돌한 윙 스네이크 세 마리가 아래로 떨어지자 소드 헌터와 엑스 헌터가 움직였다.

쉬이익!

촤악!

검과 도끼가 윙 스네이크의 머리와 몸을 분리했다.

머리와 몸이 분리되었음에도 꿈틀대는 윙 스네이크.

두 헌터는 그런 윙 스네이크의 움직임을 통해 놈의 특징, 자폭을 떠올렸다.

뒤로 물러서야 할까?

힘껏 발로 차서 시체를 떨어트려야 할까?

고민하지 않았다. 두 사람은 자폭하려는 윙 스네이크를 무시하고 다시 자세를 잡았다.

“큐어.”

여전히 한쪽 무릎을 꿇고 있는 군인 아저씨.

한율이 있었기 때문이었다.

“파이어 스피어!”

화르르륵!

붉은 지팡이를 들고 있던 소녀가 큰 목소리로 외치자 거대한 화염창이 나타났다.

‘……쩝. 이건 부럽네.’

마법과는 다르게 주문을 외우지 않고 바로 능력을 사용한다.

한율은 조금 부럽다는 얼굴로 소녀와 소녀의 머리 위에 생성된 불꽃창을 힐끔 훔쳐보았지만, 바로 윙 스네이크를 관찰하며 주문을 외웠다.

탱커가 있고, 딜러가 있다. 회복 능력자도 있고, 지원 능력자도 있다.

편하게 주문을 외울 수 있는 프리딜 환경이다.

잠시나마 입가에 미소를 그렸던 한율이 입을 열었다.

“매직 미사일.”

목표는 빠르게 바닥을 기어 다니며 약점을 찾는 윙 스네이크가 아닌 입을 쩍 벌린 채로 몸을 날리는 윙 스네이크.

푸우욱!

“세 마리!”

양손으로 방패를 들고 있던 사내, 강중기의 외침에 한율은 다시 주문을 외웠고, 레온 길드 3팀은 작은 미소를 입가에 그린 채로 윙 스네이크 세 마리를 노려봤다.

파이어볼 마법으로 세 마리.

레온 길드와 함께 세 마리.

매직 미사일로 한 마리.

열 마리, 아니 일곱 마리를 동시에 상대했음에도 부상자가 발생하지 않았다.

팀원들이 미소를 띠는 것은 어떻게 보면 자연스러운 일.

하지만 강중기는 달랐다.

“집중해! 집중하지 못해 부상을 입었고! 집중하지 못해 위험에 처했었다!”

레온 길드 3팀이 미소를 지웠다.

강중기의 말대로 D급 게이트라고 얕보지 않았다면 동료가 부상을 입었을 일도, 자신들이 위기에 처할 일도 없었을 것이다.

한율, 그리고 레온 길드 3팀이 다시 움직였다. 그리고 그렇게 남은 세 마리까지 토벌해 확실하게 안전을 확보했을 때, 그들은 안도할 수 있었다.

“후아!”

바닥에 털썩 주저앉는 헌터.

“으허허허. 진심으로 뒈질 뻔했네.”

웃음을 터트리며 고개를 절레절레 젓는 헌터.

“오빠는 어때?”

“괜찮아.”

부상자를 확인하는 헌터.

마지막으로.

“후우.”

짧게 호흡을 고르고 몸을 돌려 한율을 바라보는 헌터.

‘다중 능력자.’

한율을 바라보는 헌터들이 동시에 같은 생각을 했다.

작은 태양을 생성했을 때에는 헌터들은 팀원인 한송이와 같은 화염 능력자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아니었다.

그는 푸른 화살과 방패를 생성했다.

땅굴을 만들었고, 마나로 이루어진 거미줄을 만들었다.

홀로 D급 게이트인 윙 스네이크 게이트를 찾은 헌터.

이유는 모르겠지만 군복을 착용한 사내.

“아저씨.”

감사 인사가 먼저다.

하지만 능력은 물론 복장까지 너무 신기해서 침묵할 때, 화염창 능력자, 한송이가 바닥에 쪼그려 앉아 한율을 바라봤다.

“……?”

작은 강아지를 연상시키는 귀여운 소녀.

“스물셋.”

“네?”

“아저씨 아냐. 스물셋. 그러니까 오빠.”

“……아하.”

고개를 갸웃했던 한송이가 방긋 웃었다.

“야.”

“……엉?”

“동생 아냐. 스물다섯. 그러니까 누나.”

“……동안이십니다, 누님.”

“쿡쿡쿡.”

눈을 껌뻑이며 놀라는 것도 잠시, 미소를 머금은 채 농담을 건네는 한율의 모습에 웃음을 터트렸던 한송이가 고개를 꾸벅 숙였다.

“도와주셔서 감사합니다.”

“별거 아닙니다.”

아니다.

D급 몬스터 중 가장 위험도 상위에 위치한 윙 스네이크 열 마리다. 못 본 척 도망쳐도 이상하지 않았는데도 도와줬다.

“위험한 상황이었습니다. 열 마리도 열 마리였지만 저희도 휴식이 필요할 정도로 체력이 떨어진 상태였습니다. 심지어 부상자도 있었죠.”

뒤이어 들려오는 사내의 목소리에 한율이 고개를 돌렸다.

거대한 체구의 사내.

저번에 만났던 강중기라는 사내였다.

“도와주셔서 감사합니다.”

강중기가 눈이 마주치기 무섭게 허리를 살짝 숙여 감사 인사를 전했다. 어느 정도 체력을 회복한 헌터들도 마찬가지였다.

“괜찮습니다. 그러니 앉아서 쉬세요.”

강중기가 고개를 끄덕이며 바닥에 주저앉았다. 그러자 억지로 두 발로 서 있던 헌터들도 바닥에 앉아 휴식을 취했다.

“다시 인사드리겠습니다. 레온 길드 3팀, 강중기입니다.”

“한율입니다.”

“으음.”

보상을 하고 싶다. 일반적인 상황이라면 몬스터 사체를 전부 건네주는 것으로 끝낼 수 있겠지만, 상대한 몬스터가 윙 스네이크라는 게 문제였다.

윙 스네이크는 돈이 되지 않는 몬스터.

“그런데 동상.”

보상 문제로 강중기가 끙끙거리고 있을 때, 한송이가 미소를 머금은 채로 한율을 불렀다.

“옙, 누님.”

“풉! 그려 동상. 동상은 다중 능력자야?”

“…….”

강중기가 고개를 들었다. 헌터들도 마찬가지였다.

“네. 능력명은 마법.”

“마법? 레비오사?”

“파이어볼. 실드 같은 마법이요. 누나는요?”

“화염 능력자.”

“화염창만 쓰셨는데?”

“가장 쎄고, 가장 익숙하거든.”

“아하.”

가장 강력한 기술이어서 화염창에 집중했단다.

한율이 고개를 끄덕일 때, 한송이가 눈을 반짝반짝 빛내면서 물었다.

“그런데 동상은 왜 군복을 입고 있어?”

“감정해 보세요.”

“감정……. 아하.”

전역복을 감정하는 것과 동시에 이유를 알 수 있었다.

“풋.”

한송이뿐만이 아니라 다른 헌터들도 전역복을 감정한 것 같았다.

한율은 웃음을 터트리는 헌터에게 괜찮다는 듯이 미소를 그려 주고 다시 강중기를 바라봤다.

복수 능력자라는 질문에 대답하기가 무섭게 다시 생각에 잠겨 있는 강중기였다.

“저기…….”

“아, 예. 한율 씨.”

“저는 이만 가볼 생각인데.”

“……벌써 말입니까?”

“네. 돈 벌러 와서 계속 쉬고 있을 수는 없으니까요.”

“으음. 저기 그러면.”

“……?”

“같이 움직이시는 것은 어떻습니까?”

“같이요?”

“네. 감사의 의미로 뭐라도 드리고 싶은데 드릴 게 많지가 않습니다. 그래서 함께 게이트를 정리하지 않겠습니까?”

감사의 의미로 뭐라도 주고 싶다. 그러니 함께 게이트를 정리하자.

“……?”

설명을 이해하지 못해 한율이 고개를 갸웃할 때, 이번에는 한송이가 말했다.

“가디언 알아?”

“알죠.”

가디언.

게이트의 핵을 지키는 게이트 수호자.

“걔 사체가 매우 비싸. 마석도 엄청 커서 매우 비싸고.”

***

탱커 한 명.

딜러 세 명.

지원 두 명.

“부상자는 탱커?”

“응. 탱커.”

“헤에. 무기 사용자라고 생각했는데…….”

“중기 삼촌만큼은 아니지만, 실력은 좋으셔.”

강중기와는 다르게 우락부락하지가 않아 무기를 다루는 근거리 능력자라고 생각했다.

“한율 씨. 한율 씨는 송이와 함께 뒤에서 지원해주십시오.”

선두에 서 있던 강중기의 요청.

한송이와 대화를 나누던 한율이 고개를 끄덕이고 말을 받았다.

“네. 알겠습니다. 그리고 전방에 세 마리요.”

“알겠……?”

강중기가 자연스럽게 걸음을 멈추고 고개를 돌렸다. 신체 능력이 높은 근접 전투 능력자들도 마찬가지였다.

“……보이십니까?”

“아뇨. 탐지 마법으로 확인했습니다.”

“허어.”

탄성을 흘린 헌터들이 강중기를 돌아봤고, 어쩌냐고 묻는 자신들의 눈빛에 그가 고개를 젓자 정찰을 포기하고 팀원들과 함께 이동했다.

전방에 우뚝 서 있는 나무.

그 뒤에서 윙 스네이크 세 마리가 나타났다.

“11시 방향에서 윙 스네이크 다섯 마리가 다가오고 있습니다.”

세 마리를 토벌하고 얼마 지나지 않아 이번에는 11시 방향에서 윙 스네이크 다섯 마리가 빠른 속도로 다가왔다.

안으로 들어가면 들어갈수록.

정확하게는 핵과 가까워지면 가까워질수록 출현하는 윙 스네이크가 늘어났다.

하지만 레온 길드 3팀과 한율은 안정적으로, 그리고 아주 빠르게 몬스터를 토벌하며 이동했다.

그렇게 얼마나 걸었을까.

“으음. 열일곱.”

작은 신음을 흘리며 한율이 보고하자 강중기가 팀원들을 멈춰 세우고 주변을 쓰윽 둘러봤다.

열일곱 마리.

“방향은요?”

“12시. 정면.”

“…….”

강중기가 질문을 던지는 대신 전방을 주시했다. 아주 희미했지만, 수풀 흔들리는 소리가 귓속을 파고들었다.

시간 차이가 있었지만 다른 헌터들도 수풀 흔들리는 소리를 들었는지 무기를 강하게 말아 쥐고 전방을 주시했다.

“……으음.”

“다크 윙 스네이크.”

초록 피부의 윙 스네이크 중심에 검은 피부의 윙 스네이크가 있었다. 초록색 날개가 아닌 박쥐를 연상시키는 검은 날개.

“D등급과 C등급 사이에 위치한 다크 윙 스네이크입니다. 강력한 독을 뿜어내며 윙 스네이크보다 두 배는 빠르고, 두 배는 단단한 피부가 특징입니다.”

“저게 가디언은 아니죠?”

“네. 가디언은 다른 몬스터입니다.”

한율을 위해 다크 윙 스네이크를 설명한 강중기가 방패를 앞으로 내밀자 검을 다루는 헌터와 도끼를 다루는 헌터도 자세를 잡고 적을 노려봤다.

화염 능력자 한송이와 치료술사도 마찬가지였다. 다른 점은 전방에 서서 적을 노려보는 대신, 부상자 바로 옆에서 적을 노려본다는 것이 전부였다.

샤아아악!

오랜 침묵 끝에 다크 윙 스네이크가 울음을 터트렸다. 그리고 그 순간, 윙 스네이크 열여섯 마리가 눈을 번뜩이며 한율 일행을 공격했다.

“빅 실드.”

쿠웅!

강중기가 방패를 바닥에 찍고 상체를 비틀어 방패에 몸을 기댔다.

양손으로 드는 방패가 커졌다. 정확하게는 크기는 동일하지만 점점 푸른 마나가 퍼져 나가 ‘방패를 중심으로 한 마나 방패’가 생성됐다.

쿠우우웅!

열여섯 마리가 몸을 날리니 생각보다 충격이 있었는지 아주 조금 뒤로 밀려난 강중기였지만, 그는 바로 자세를 잡았다.

몸으로 부딪쳐서는 뚫어낼 수 없다고 판단한 것일까. 눈을 번뜩인 윙 스네이크는 독을 뱉었다.

치이이익!

윙 스네이크 게이트를 정리하기 위해 방문했다.

당연히 방패 또한 독을 중화할 수 있는 능력을 지닌 방패.

강중기는 열여섯 마리의 공격을 버텨 냈고, 이후 미리 정해 둔 신호처럼 가볍게 발을 굴리자 한송이가 소리쳤다.

“파이어 스피어!”

화르르륵!

거대한 화염창.

“파이어볼!”

뒤이은 한율의 외침에 따라 생성되는 작은 태양.

콰아아앙!

거대한 화염과 작은 태양은 그대로 날아가 윙 스네이크 열여섯 마리를 집어삼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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