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12 지반 다지기(2)
이름: 삼엽초(30).
설명: 마나를 흡수하고 자란 영초.
효과: 신체 강화(0~3%).
가장 먼저 눈에 들어온 것은 흔히 구할 수 있는 삼엽초.
“감정.”
이름: 무지개꽃(40).
설명: 일곱 개의 색을 가진 아름다운 꽃.
효과: 신체 강화(1~4%).
그다음으로 들어온 것은 진열대가 아닌 화분에 피어 있는 일곱 가지 다른 색깔의 꽃잎이 매력적인 무지개꽃.
“가격은 300만 원.”
0%부터 시작하는 영초, 영약과는 달리 1%부터 시작해서 그런지 가격이 300만 원이나 되었다.
‘분명 레스트 님이.’
영초, 또는 영약을 섭취하고 바로 마나 호흡법을 돌리면 영초와 영약이 품은 마나를 마나 홀로 이동시킬 수 있다고 레스트는 조언했다.
레스트에게서 마나 호흡법을 배웠기 때문에 가능한 복용 방법.
“패스.”
작은 목소리로 중얼거린 한율이 핸드폰을 꺼내 계산기 아이콘을 터치했다.
0%부터 시작하는 영초, 또는 영약을 확인하며 계산기를 두들겼다.
“할아버지. 삼엽초 많아요?”
“C급 게이트에서 흔히 구할 수 있으니까. 많지.”
“오십만 원이라…….”
삼엽초의 가격은 50만 원.
고민하던 한율이 다시 가게 주인을 돌아보며 말했다.
“주 5일. 매일매일 오백만 원. 한 주에 이천오백. 시작은 1%가 아닌 0%.”
“…….”
노인이 고개를 돌렸다. 부채를 흔드는 것도 멈춘 채 바라볼 때, 한율이 다시 방긋 웃으며 말했다.
“할아버지. 삼엽초 많아요?”
“많지.”
“가격은 어떻게 되나요?”
“……45만 원.”
“흐음…….”
오늘은 거래처를 찾기 위해 일찍 끝낸 것이다. 윙 스네이크 게이트가 닫히기 전까지 최소 30마리씩 사냥할 생각이니…….
타다다닥.
한율이 양손으로 액정을 두들겼다. 마석은 복불복이니 따로 제외, 윙 스네이크 사체는 한 마리당 50만 원에 거래하기로 했고, 평균 30마리를 사냥하기로 했으니…….
1,500만 원. 세금 떼면 1,350만 원.
더 이상 빚쟁이가 아니니 복용 마석은 흡수한다 치고, 자원 마석은 따로 필요한 상황이 아니니 판매한다.
D급 마석은 개당 150만 원이고, 위험도가 높은 몬스터는 마석이 생성되는 경우가 높아 세 마리당 하나씩 떨어지니 대략 열 개. 운이 나빠도 최소 다섯 개가 떨어지니 750만 원.
2,100만 원.
“주 5일. 매일매일 일천만 원.”
“시작은 역시?”
“제로 퍼센트.”
0%부터 시작하는 영초 또는 영약을 매일매일 1,000만 원어치 구입한다.
그것도 한 주에 다섯 번.
많다?
건강식이라고 생각하면서 매일매일 씹고 다니는 것이 전부가 아니다. 레스트와의 거래는 영초가 화폐이기 때문에 오히려 모자랄 수가 있다.
노인의 동공이 좌우로 흔들렸다. 소량 판매로 인해 브랜드를 가진 판매점을 찾지 못하는 헌터들이 종종 찾는다고 해도 매일매일 1,000만 원어치는 불가능하다.
“다른 상점과 협력해서 구하는 것은?”
“상관없어요.”
“제로 퍼센트 영초 또는 영약을 매일매일 천만 원?”
“주 5일.”
“잠깐만.”
손을 들어 한율의 입을 막은 노인이 핸드폰을 들었다.
“박가야. 큰 손님 오셨다. 뭔 소리냐고? 일단 애들 좀 불러와.”
이야기가 잘 안 된 걸까?
인상을 살짝 찌푸렸던 노인이 한율을 바라보며 흐뭇한 미소를 지었다.
“잘하면 매일 100씩은 벌 것 같으니까.”
***
할아버지, 할머니.
아슬아슬하게 아저씨, 아줌마라는 소리를 들을 수 있는 4, 50대 어르신.
대형 브랜드의 등장으로 점점 줄어드는 소형 상점의 주인들이 한가네 약방으로 모였다.
“그러니까. 제로짜리를 매일 오백씩 사 갈 거라고?”
“아. 예. 문제가 없으면요.”
“문제라면 우리?”
“아뇨. 저요. 헌터다 보니.”
한율이 담담한 표정으로 몬스터 토벌 중 사망을 언급했다.
“아아. 헌터면……. 음?”
“하긴 몬스터 토벌 중에 최악의 상황이 발생할……. 음?”
“잉? 군인 아니었어?”
이해했다는 표정을 지으며 중얼거리던 상인들이 뒤늦게 이상함을 느끼고 고개를 갸웃할 때, 한 노인이 다른 상인들을 대표하듯 눈을 동그랗게 뜨고 말했다.
“군인은 아니지. 저거 전역 마크잖여. 전역 마크.”
“아아. 그르네. 그면 전역하고 헌터가 된 건가?”
“전역 당일에 헌터가 되었습니다.”
“…….”
짧은 침묵.
그 끝에 한 노인이 한율의 손등을 두들겼고, 한 노인이 한율의 어깨를 두들겼다.
“어찌 됐든 매일 천만 원이라고?”
“옙. 올라가면 올라갔지, 내려갈 일은 없습니다.”
한 가지 능력만 사용하는 헌터가 아니었다. 다양한 능력을 사용할 수 있기 때문에 윙 스네이크와 같이 희소성이 있는 게이트를 찾을 생각이었으니 지출이 많아지면 많아졌지, 줄어드는 일은 없다.
“보자. 그럼 우리가 여덟 명이니까.”
“125만 원입니다.”
“그려. 125만 원. 매일매일 125만 원이면. 어디 보자. 한 달에…….”
계산에 들어간 것처럼 말끝을 흐리지만, 시선은 다르다.
한율이 바로 계산기를 열고 액정을 두들겼다.
“주 5일, 20일로 계산하면 대충 2,500만 원이요.”
“허허허.”
질문을 던지던 노인은 물론, 눈을 반짝이며 귀를 기울이던 다른 노인들까지 환한 미소를 그렸다.
대형 브랜드의 입점으로 점점 규모가 줄어드는 소가게의 희망.
“끄으응. 하나만 물어봐도 될까?”
“예. 상관없습니다, 어르신.”
“제로짜리는 열 개, 아니 백 개를 섭취해야 간신히 하나가 오른다고 들었는데 말야.”
“아. 그건요.”
마나 호흡법을 습득한 헌터, 즉 한율만 가능한 방법이 있다.
하지만 그 방법을 설명할 수는 없으니 또 거짓말을 할 수밖에 없었다.
“연구 중이거든요.”
“연구?”
“네. 제 친구 중에 한 놈이 영약과 영초를 연구 중이거든요.”
“걔도 헌터여?”
“예. 저랑 비슷한 시기에 능력을 각성했는데, 전투가 아닌 생산직이어서 영초와 영약을 구입하기 어렵거든요.”
“그럼 영초를 구입하는 게 친구를 위해서?”
“그건 아니고요. 걔가 잘 풀리면 장사를 같이하려고.”
“아아.”
상인들이 고개를 끄덕였다.
오로지 친구를 돕기 위해서라면 의심했을 것이다.
하지만 자신의 이익, 즉 사업체를 키우기 위해 친구의 성장을 지원하는 것이니 이해했다.
“친한 친구여도 돈이 관련된 거니까. 꼭 계약서 작성하고.”
“걱정 마세요. 계약서는 이미 작성했으니까요.”
걱정하는 어른들을 보니 양심에 찔렸지만, 효과적인 영초, 영약 복용 방법은 차원 거래만큼이나 귀중한 보물이었기 때문에 한율은 끝까지 밀어붙였다.
“아, 그리고 오늘은 500만 원어치만 구입할게요. 시장 좀 알아보려고 온 거다 보니 돈을 준비하지 못했거든요.”
미래에 벌어들일 수익이 2,000만 원이다. 그래서 한율은 500만 원어치 영초를 구입하고 시장을 나왔다.
“그럼 내일 보자고.”
“몸조심하고.”
“고생혀.”
허리를 꾸벅꾸벅 숙여 입구까지 마중 나온 어르신들과 작별 인사를 마친 한율이 지하철역으로 향하며 다시 핸드폰을 꺼냈다.
계산기가 아닌 메모장 아이콘을 터치.
“보자보자. 반띵해서.”
수익의 절반은 저금하고 절반은 영초와 영약을 구입한다.
장비 구입도 고려해야 했지만…….
‘급할 건 없지.’
뛰어난 갑옷은 방어 마법으로, 강력한 공격은 공격 마법으로 대체할 수 있다.
“……흐음. 일단 확인을 해 볼까.”
장비에 대해 고민하다 보니 한 가지 좋은 방법이 떠올랐다. 한율은 바로 핸드폰의 액정을 터치해 메모장을 끄고 비행기 모드를 터치한 후에 귀에 가져다 댔다.
“시간 있으세요?”
잠깐의 기다림.
[레스트: 필요한 거라도 있으십니까?]
“레스트 님의 무기 좀 보고 싶어서요.”
[레스트: 무기…… 말입니까?]
“네. 지팡이 같은 거 쓰실 거라고 생각했는데.”
[레스트: 아아. 잠시만요.]
메시지창이 사라지고 거래창이 열렸다.
이름: 오크 나무 마법 지팡이(60).
설명: 오크 나무, 그리고 가공된 마나석으로 제작된 마법 지팡이.
효과: 마법 효과 10% 상승.
“휴우.”
다른 사람의 장비를 확인할 수 있는 감정 시스템.
“레스트 님. 지팡이 하나와 마법서를 준비해 주세요.”
[레스트: 가치는요?]
“200.”
구입한 영초의 가치 총합은 400이다. 하지만 직접 사용할 영초가 있었으니 200을 불렀다.
[레스트: 호오! 축하드립니다. 이렇게 흘러가면 사흘 내에 모든 1서클 마법을 습득하실 수 있겠네요.]
가치 130도 맞추기 힘들어하던 때가 있었기 때문인지 레스트의 메시지에서 진심을 느낄 수 있었다.
“감사합니다. 아, 그리고요.”
[레스트: 네.]
“2서클 마법서의 가치를 알아보고 싶어서 그런데…….”
메시지 대신 거래창에 낡은 서적이 올라왔다.
이름: 파이어볼 마법서(100).
설명: 2서클 마법, 파이어볼 설명서.
“100 정도면 쉽겠네요.”
[레스트: 이건 평범한 2서클 파이어볼입니다.]
“평범한?”
[레스트: 예. 이번에는 개량된 파이어볼 마법서를 보여 드리겠습니다.]
파이어볼 마법서 옆으로 한 권의 서적이 올라왔다.
이름: 개량된 파이어볼 마법서(200).
설명: 레스트가 개량한 2서클 마법, 파이어볼 설명서.
“…….”
두 배.
단번에 100짜리 마법서가 200짜리 마법서가 되었다.
하지만 걸음을 멈추고 경악하고 있는 한율, 자신만만하던 한율의 기분을 완전히 다운시키는 것은 지금부터였다.
{원활한 거래를 위해 시스템 조정에 들어갑니다.}
{기술 거래는 ‘상품 x 2 = 기술 거래 가치’로 고정됩니다.}
{예시: 상품 2서클 파이어볼 마법서(100) x 2 = 200}
“…….”
[레스트: 하하하하하하.]
“레스트 님?”
[레스트: 하아하아, 네. 말씀하십시오.]
“개량의 효과가 어떻게 되죠?”
[레스트: 2배입니다. 1서클 마법과는 다르게 1.5배가 아닌 정확하게 2배입니다.]
1서클 마법과는 차원이 다르다.
[레스트: 또한 주변 환경에 따라 마법의 효과가 증폭되는 것이 마법. 불을 가까이한 곳에서 파이어볼의 효과가 50% 증가하는 것처럼, 개량된 파이어볼 또한 불을 가까이한 곳에서 증가합니다.]
“어느 정도?”
[레스트: 동일합니다. 50%.]
“캐스팅 속도는?”
[레스트: 10% 짧습니다.]
단점이 없다.
파괴력이 올라가면 캐스팅이라도 늘어나야 하는데, 캐스팅 속도도 줄어들었다.
“아! 마나 소비량!”
[레스트: 10% 증가했습니다.]
30% 증가했으면 고민이라도 했을 텐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