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06 억울한 군저씨(2)
쇼핑을 하던 사람들이 달리고 있었다. 일반인이라고는 믿기지 않을 정도로 빠른 속도로 달려가는 것을 보면 헌터가 분명했다.
몬스터 사냥을 마치고 집으로 돌아가던 도중이었는지 깊은 한숨을 내쉬고 택시를 잡는 헌터도 보였다.
“아저씨.”
“네, 네?”
“저는 왜 집에 못 가는 걸까요?”
“…….”
택시 기사는 침묵했다. 하지만 그 침묵이 너무 어색했는지 신호가 걸려 브레이크를 밟게 되자 조심스럽게 물었다.
“집이 어디십니까?”
“서울이요.”
“그렇군요. 딸내미가 하던 말을 보면 각성하고 꽤 지나신 것 같은데.”
“일주일 전에 각성했죠. 일주일 전에 전역했고. 능력을 알아본다고 교통비로 모텔 잡고 능력 확인했죠.”
레스트의 제안을 받아들여서는 안 되었던…… 것은 아니다. 다음 거래 대상도 마법사라고 확신할 수 없기 때문이다.
“그래서 교통비랑 능력 특성 때문에 돈이 필요해서 게이트에 들어가 돈을 벌었고, 그렇게 교통비랑 능력을 사용하기 위한 돈을 모으자마자 집에 가기 위해 대전역에서 기차를 기다리고 있었는데.”
그런데 집으로 가기까지 딱 10분 남았을 때, 브레이크 현상이 발생했다.
끼이익.
“도착했습니다, 손님.”
“여기 신분증이요.”
신분증에 적혀 있는 번호를 헌터 협회에 알리면 헌터에게 받아야 할 택시비를 받을 수 있다.
“괜찮습니다.”
“아뇨. 어차피 저도 공짜니까요. 제가 도안숲에서 활동했으니까, 도안숲부터 한밭 종합 운동장까지 운전했다고 하세요. 저도 그렇게 보고할게요.”
“……아, 예.”
“그럼 조심하세요.”
“예. 그럼 부탁드립니다.”
한율이 기사의 인사를 받으며 택시에서 내렸다.
“어, 억울한 군저씨다!”
“군저씨다!”
“와! 진짜 우리 도시에 있었어!”
“도시 괴담 같은 거라고 생각했는데!”
택시에서 내리기가 무섭게 모여드는 헌터들의 시선.
쪽팔리다고 해서 고개를 숙이는 것보다 당당한 것이 옳다.
나쁜 일을 해서 시선을 받는 것도 아니니까.
한율은 성큼성큼 걸어갔다.
하지만…….
“푸하하하하! 어이! 한뱀! 왜 아직도 대전에 있어?!”
“…….”
익숙한 목소리.
걸음을 멈춘 한율이 고개를 돌렸다.
“이런…….”
총기를 어깨에 멘 군인 아저씨가 손을 흔들고 있다.
자신의 후임.
바통을 이어받아 분대장이 된 맞후임은 물론 다른 후임들도 보였다.
“시벌.”
***
맞후임, 그냥 후임, 병사들을 인솔하는 중사와 부대 책임자인 소령까지.
“푸하하하하!”
다시 한번 확인하고 웃음을 터트리는 분대장을 힐끔 훔쳐본 한율이 이를 바득 갈며 물었다.
“웃기냐?”
“그럼 안 웃깁니까? 푸하하하!”
“시벌.”
만약 자신이 복무 중에 전역 당일에 각성한 사람을 만나면, 그것도 그 사람이 친분이 있는 사람이었다면 웃었을 것이다.
그래서 한율이 다시 한숨을 내쉴 때, 키득키득 웃고 있던 후임 중 한 명, 이지훈 상병이 물었다.
“그런데 분대장, 아니 한뱀.”
“나 전역했다.”
“어, 그럼 율이 형?”
“좋네. 형이라는 호칭. 왜 지훈 동생.”
“전역복은 왜 계속 입고 계십니까?”
“…….”
한율이 침묵했다.
맞후임이자 현 분대장, 최현 병장과 함께 웃음을 터트리고 있던 강찬혁 중사도 궁금했는지 한율에게 물었다.
“그러네. 율아. 왜 계속 전역복 입고 있냐? 그거 입고 있어서 주목받는 거잖아.”
“…….”
설명?
헌터임에도 불구하고 군인 신분을 가진 이들이 있다.
직업 군인.
“강찬 중사님.”
“어, 그래. 그리고 강찬혁이다.”
“압니다. 강찬 중사님. 감정해 보십쇼. 그럼 알 겁니다.”
“음? 감정.”
홀로그램, 설명창이 나왔을 것이다. 그리고 당연히…….
“푸, 푸하하하하!”
“예. 웃으십쇼. 웃어야 복이 오죠.”
강찬혁 중사가 다시 웃음을 터트렸다.
“중사님 뭡니까?”
최현 병장이 후임들을 대신해 물었다.
“하아, 하아. 백색 마석을 주웠어?”
“네.”
“모르고 흡수했고?”
“…….”
“푸하하하하! 그래서 전역복을 입고 활동한 거냐!”
백색 마석.
장비를 강화시키는 마석은 매우 유명하다.
“푸하하하!”
최현 병장이 강찬혁 중사와 함께 다시 웃음을 터트렸다. 책임자인 소령 또한 피식 실소를 터트렸다.
“그, 그래서 한 형은 무슨 능력을 각성하셨습니까?”
꼬박꼬박 형이라 부르지만, 군인 말투를 쓰는 상병 이지훈이다. 하지만 ‘요’자가 익숙해지는 것보다 낫다.
“마법.”
“원거리 능력이요?”
“아니. 말 그대로 마법.”
“……?”
이해하지 못해 병사들이 고개를 갸웃하며 바라볼 때, 이지훈 상병이 다시 물었다.
“레비오사?”
“매직 미……. 아니다. 보여 주는 게 빠르겠네.”
말로 설명하는 것보다 직접 확인하는 것이 더 낫다. 고개를 흔든 한율이 바로 주문을 외웠다.
“……매직 미사일.”
“오오.”
머리 위에 나타난 푸른 화살.
“그리고……. 실드.”
파앗.
정면에 나타난 경찰 방패 형태를 한 실드.
“복수 능력?”
“소설이나 게임에서 나오는 마법이라고. 말 그대로.”
“우와.”
이지훈 상병은 탄성을 흘렸다. 하지만 최현 병장은 이번에도 달랐다.
“전직 군인이 마법사라니! 푸하하하! 각성했다면 화기를 다루는 능력 같은 거라고 생각했는데!”
“조준 사격해 줄까? 앉아 쏴 자세로?”
“푸하하하!”
***
킬 비의 꿀, 킬 비의 독 등 다양한 자원을 구할 수 있기에 킬 비의 던전이라 불리는 게이트를 제거하지 않았다.
킬 비의 던전이 주는 이득이 너무나 크기 때문에 브레이크 현상이라는 위험성이 있음에도 유지하는 것이다.
“사격 준비!”
“사…….”
“큭큭큭.”
자신도 모르게 반사적으로 반응하고 말았다.
한율은 바로 옆에서 키득 웃는 최현을 한 차례 노려본 후, 다시 게이트로 시선을 돌렸다.
신기루처럼 일렁이는 검은 공간.
쩌적. 쩌저적.
검은 공간 내부가 또 한 번 갈라지며 게이트 내부에 들어서야만 볼 수 있던 게이트의 세계가 게이트 밖에 자리한 사람들의 시야에 들어오는 순간, 몬스터 킬 비가 게이트 밖으로 튀어나왔다.
“발사!”
투두두두두!
군인들이 먼저 화기를 이용해 몬스터들의 돌격을 저지한 후, 측면 또는 후방에서 대기하던 헌터들이 몬스터를 토벌한다.
“공격!”
대전에서 나름 이름이 알려진 헌터의 외침에 공격을 준비하고 있던 헌터들이 길 비를 토벌하기 위해 달렸다.
“형은 안 가?”
“매직 미사일! 마법사가 앞에서 싸우는 거 봤냐?”
“소리는 왜 지르고?”
“기합을 줘야 강해지거든! 매직 미사일!”
“마법 맞아?”
“말 시키지 마. 집중해야 하니까. 매직 미사일!”
최현 병장과 대화를 하면서도 한율은 목표를 향해 매직 미사일을 날렸다.
주된 목표는 공중에서 주변을 맴돌며 기습할 기회를 노리고 있는 킬 비 들이다.
결계 능력 각성자가 만들어내 유리 돔에 갇혀 빠져나가질 못할 뿐, 대량의 킬 비가 공중을 배회하며 호시탐탐 기회를 노리고 있었기에, 이를 줄이는 것이다.
쉬이이익!
관통은 없다.
콰앙!
하지만 폭발이 있다.
매직 미사일은 공중에서 폭발하며 킬 비를 공격했다.
쉬쉬쉭!
“……실드!”
티팅! 타앙!
현재 사용할 수 있는 마법은 매직 미사일과 실드.
한율은 매직 미사일과 실드를 번갈아 사용해 킬 비를 공격하고, 아군을 지켰다.
D급 게이트이기도 했지만, 국가가 지정한 유지 게이트 중 하나였고, 브레이크 대처가 익숙해질 대로 익숙해진 대전의 헌터들이 진압에 힘썼다.
“흐음. 현아.”
“응. 율아.”
“형은 붙여라. 글고 남는 총……. 아니다. 잠깐만.”
헌터는 공식적으로 화기를 대여할 수 있다.
하지만 병사에게 신청한다고 해서 병사가 그 자리에서 바로 허락하고 빌려주지는 못한다.
한율은 바로 부대를 책임지고 있는 소령…….
바빠 보인다.
방향을 틀어 강찬혁 중사에게 다가갔다.
최현은 잠시 그 광경을 지켜봤다. 오래 걸리지도 않았다. 강찬혁 중사와 짧은 대화를 마치고 돌아온 한율에게 물었다.
“왜 그래?”
“총 내놔. 허락받았으니까.”
“총?”
“어.”
“……마법사라며.”
“총이 더 익숙한데 어쩌라고. 그리고 총도 쏘면서 마법도 날리면 되지 뭐.”
영창을 하려면 집중력이 필요하기에 위력도 연사 속도도 줄어들겠지만, 화기 사용은 익숙해 있으니 동시 운영이 가능하다면 충분히 메리트가 있다.
“큭큭큭.”
최현이 웃으며 예비총기를 넘겨주었다.
총기를 수령한 한율이 바로 총기를 점검한 뒤 자세를 잡고 방아쇠를 당겼다.
타앙!
탄환이 킬비의 머리통에 박혔다.
“역시 형은 총이 어울려.”
“마법사다.”
“총이 더 익숙하다며.”
“……실드!”
한율이 다시 실드를 만들었다. 다른 것이 있다면 방패에 딱 총구가 들어가는 구멍이 만들어진 경찰 방패라는 것.
타앙!
“총 쓰는 마법사다.”
“푸하하하!”
***
대전에 위치한 킬 비 던전.
유지 게이트였기 때문에 브레이크 진압 작전을 시청하는 사람은 많지 않았다.
하지만 소녀는 브레이크 진압 작전을 시청했다.
“이 화상이 대체…….”
일주일 전에 전역했다. 그런데 전역 당일에 각성했다고, 그래서 능력 좀 알아본다며 대전에 머무른다고 하더니만…….
“어? 억울한 군저씨도 진압 작전에 참가한 거야?”
“……억울한 군저씨?”
쉬는 시간.
아직 대전에 머무르고 있다는 전역한 오라방 때문에 관련 기사를 살피다 진압 작전을 시청하던 한유리가 고개를 들었다.
“전역 당일에 각성한 억울한 군인 아저씨. 줄여서 억울한 군저씨.”
“유, 유명해?”
“유명하지. 불쌍한 쪽으로”
아.
아아.
우리 오빠는 유명하구나.
불쌍한 쪽으로.
“근데 유라야.”
“으, 응?”
“너랑 억울한 군저씨랑 조금 닮은 거 같다?”
“그, 그런가?”
“아닌가? 자세히 보니 다른 거 같기도 하고.”
“…….”
“억울한 군저씨가 참가했다고 하니 보고 싶네. 나도 같이 보자.”
“그, 그래.”
고개를 끄덕인 한유라가 친구와 함께 다시 방송을 시청했다.
전역복을 착용한 사내가 군인에게 총기를 건네받았다.
완벽하게 자세를 잡고 방아쇠를 당긴다.
타앙!
“우와. 한 방이네. 역시 군저씨다.”
“…….”
파앗!
억울한 군저씨 앞에 경찰 방패가 나타났다.
억울한 군저씨는 경찰 방패에 뚫려 있는 구멍에 총구를 집어넣은 채로 다시 방아쇠를 당겼다.
“군인이어서 그런가. 능력도 총을 다루는 건가 봐.”
마법이라고 들었다.
레비오사가 아니라 매직 미사일, 실드 같은 마법을 각성했다고 들었기에 설명할 수 있다.
한유라는 친구의 추측을 정정하지 않고 그저 어색한 미소를 머금은 채 방송을 시청했다.
‘진짜 쪽팔려서. 왜 전역했는데도 군복을 입고 다니는 거야?’
언젠가는 들킬 수밖에 없다.
하지만 한율의 여동생, 한유라는 한율과의 관계를 감추기로 했다.
전역복을 벗고 일반적인 헌터가 될 때까지.
***
두 자식을 키우기 위해 신생 3D 직종, 몬스터 사체를 해체하는 해체소에 취직했다.
불만은 없었다.
강아지 같은 아들새…… 아들놈과 고양이 같은 딸을 위해서니까.
“이, 뭔……”
식당에서 식사 중이던 중년인이 게이트 진압방송을 멍하니 바라보자 옆자리에 앉아서 식사를 하던 직장 후배가 물었다.
“음? 형님? 아는 사람이라도 있습니까?”
있다. 이상한 경찰 방패 만들고 총질하는 전역자.
“그게. 끄으응.”
“대전이라. 그러고 보니 형님 아들 전역했다고 하셨죠?”
“그래. 지금 저…….”
고개를 끄덕이며 대답하려는 순간이었다.
“오! 그 유명한 억울한 군저씨도 진압 작전에 참가했네.”
“……억울한 군저씨?”
“네. 최근에 유명해졌죠? 전역 당일에 각성한 헌터라나. 하하하. 사실이라면 정말 불쌍하네요. 전역 당일에 각성하다니.”
“…….”
“아, 그래서 뭐라고 하셨죠?”
“아니. 일주일 전에 전역해서 지금 집에서 자고 있다고.”
아니다. 저기에 있다.
하지만 한씨 집안의 가장, 한국영 또한 한유라와 마찬가지로 감추기로 했다.
언젠가는 알려지겠지만 그때는 전역복을 벗은 평범한 헌터일 테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