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원의 틈 (2)
─위이잉
여러 사제들의 손에서 새하얀 광휘가 뿜어져 나왔다.
“키에에엑!!”
상극 중에서도 상극이라고 할 수 있는 신성력이 몸에 닿자, 마물은 고통에 찬 괴성을 내질렀다.
“지금이다! 형제들이여!”
“사악한 마물의 숨통을 끊어버리세!”
마물이 전투 불능 상태에 빠진 것을 확인한 성기사들이 마무리를 위해 달려 나가려 했지만, 나는 황급히 그들을 제지했다.
“잠깐! 멈추세요!”
“......?”
“지금이 기회인데 왜 그러시오, 성자님?”
그래도 성자인 내가 말하니 일단 멈춰 서긴 했지만, 그들은 이해하기 어렵다는 듯 의아해하며 물었다. 그러나 나는 단호히 고개를 저으며 말을 이었다.
“저 마물에게 가까이 다가가면 안 됩니다.”
왜냐하면 저건 지옥의 꼽등이였기 때문이다.
“저놈은 죽음의 상황이 다가오면 스스로 자폭하는 녀석입니다. 폭발과 함께 배 속에 있던 또 다른 마물들이 튀어나오니 섣불리 다가가면 위험합니다. 조금만 더 기다리면 알아서 자폭할 테니 그때 처리하세요.”
“그, 그렇소?”
성기사들은 반신반의하는 얼굴로 마물을 지켜봤다. 사제들이 내뿜은 신성력에 의해 타오르던 마물은 이윽고,
“키에에에에─”
폭발했다.
─푸확!
고약한 냄새를 풍기는 체액이 사방팔방으로 튐과 동시에 큼지막한 연가시 비슷한 것들이 뭉텅이로 쏟아져 나왔다.
“으윽... 무슨 잔치국수라도 엎지른 것 같군... 뭣들 하세요? 얼른 마무리 지으셔야죠.”
역겨운 광경에 내가 인상을 쓰며 말하자, 마찬가지로 오만상을 찌푸린 채 그것을 보고 있던 성기사들이 황급히 정신을 차리고 달려 나갔다.
푹! 푹! 그들은 마치 뱀을 사냥하듯, 검을 내리찍어 녀석들의 머리를 절단했다.
“성자님, 저건... 뭐죠? 자폭을 하다니. 마물 도감에서도 본 적이 없는데... 성자님은 저걸 어떻게 아시나요?”
일련의 사냥 과정을 지켜본 성녀가 내게 다가오며 물었다.
“아, 지옥의 꼽등이요? 설명하자면 좀 복잡한데... 결론만 말하자면 꿈속에서 봤습니다.”
물론 저 마물의 이름이 진짜 ‘지옥의 꼽등이’는 아니겠지만 나는 편의상 그렇게 부르기로 했다. 성녀가 모르는 걸 보아하니 세간에 이름이 알려진 마물은 아닌 듯했고, 저런 흉측한 녀석의 본명을 알고 싶지도 않다.
“아무튼 슬슬 교단군에게 전투태세를 갖추게 하셔야겠는데요? 저놈이 등장한 걸 보면 이제 다른 마물들도 출현할 테니까요.”
“......그래야겠네요. 저런 마물 여럿에게 둘러싸이면 쉽지 않을 테니.”
성녀는 고개를 끄덕이며 교단군에게 긴장하라는 지시를 내리러 갔다.
‘흐음, 나도 슬슬 교단군에서 이탈하는 게 좋겠군.’
현재 이 레이븐 산맥에서 마물을 토벌하러 돌아다니고 있는 세력은 크게 세 개로 나뉜다.
용족, 교단군, 그리고 자유도시 연합.
자유도시 연합은 피들스턴과 성녀가 머물고 있던 도시를 비롯한 인근의 다른 자유도시에서 모인 병력들의 집합체이다.
얼핏 보면 마물을 말살한다는, 서로 같은 목표를 공유하고 있는 것처럼 보이기도 하지만 자세히 뜯어 살피면 조금씩 목적이 다르다.
용족은 드래곤이 방문하기 전에 드래곤이 불쾌하게 여기는 마물을 청소해 분노를 피하기 위해서이고,
교단군은 세르시아의 신탁을 받아 대악마의 강림을 저지하기 위한 목적이며,
자유도시 연합은 레이븐 산맥과 인접해있는 자신들의 도시를 지키기 위해 생존을 목적으로 싸운다.
다들 나름대로 절실한 목적을 가지고 있다.
하지만 이 중에 딱 하나,
내가 가려는 길과는 다른 방향이 있다.
그건 아이러니하게도 세르시아 교단군이다.
‘대악마를...... 그냥 강림하도록 놔두는 게 나을 것 같은데 말이지.’
만약 누군가가 나에게 ‘야이 미친놈아, 성자가 대악마의 강림을 바라는 게 말이 되냐?’라고 묻는다면 나는 망설임 없이 ‘그렇다’고 대답할 것이다.
내게는 최종 퀘스트가 가장 중요하니까.
나는 현재 최종 퀘스트를 드래곤을 잡는 쪽으로 가닥을 잡고 준비 중이었지만, 반드시 그래야만 하는 이유는 없다. 원래 퀘스트 후보는 황제, 드래곤, 신, 대악마, 이렇게 네 가지였으니 잡을 수만 있다면 이 중 어떤 걸 잡아도 상관없다.
세르시아에 의하면, 차원의 틈을 통해 불완전하게 강림하는 대악마는 강림 직후 매우 취약한 상태라고 한다. 심지어 군단장보다 약할 정도로.
‘그렇다면 충분히 노려볼 만한데....’
아니, 노려볼 만한 게 아니라 노려야 하는 게 맞다.
멀쩡한 드래곤을 잡는 것보다는, 당연히 빌빌거리는 대악마를 잡는 쪽이 훨씬 더 쉽지 않겠는가?
아무리 생각해봐도 이건 천재일우의 기회다.
대악마가 막 강림해서 육신이 야들야들한 상태일 때 라이트닝 블래스트를 냅다 갈겨버리면 꿀맛일 것이 분명하단 말이다!
그런고로 나는 당분간 교단군과 따로 떨어져서 행동할 생각이다. 서로 목적이 좀 다르기도 하고, 관련 정보를 수집하려면 단체로 몰려다니는 것보다는 흩어지는 편이 나을 테니까.
‘......어차피 성녀한테 대악마를 강림시키자고 솔직하게 말해봤자 씨알도 안 먹히겠지. 아니, 싸대기나 처맞겠군.’
물론 나도 무슨 인류의 절멸을 바라는 사이코패스는 아니다.
당연히 눈에 보이는 마물들은 처치할 거고, 강림을 위한 필수 마물들만 잠시 못 본 체하고 융통성 있게 넘어가겠다는 거다. 그놈들은 내 목적을 달성한 후에 처리해도 되니.
나는 교단군을 독려하고 있는 성녀에게 다가갔다.
“성녀님, 저는 이쯤에서 따로 움직이겠습니다. 차원의 틈이나 강림을 시도하는 마물을 수색하려면 흩어지는 게 좋기도 하고... 용족 토벌대 쪽에도 잠깐 들러봐야 하거든요.”
“용족...? 성자님이 그쪽은 왜...?”
“음, 사정이 좀 있습니다.”
반드시 용족과 뭉쳐서 다녀야 할 필요는 없지만, 아직도 나와 앨리스를 졸졸 따라다니고 있는 골드 부족장을 떼어 놓기 위해서 잠시 들를 생각이다.
“아무튼 뭔가 발견하시면 신호를 보내세요. 혹시 신호할 만한 수단이 있습니까? 폭죽이라든가.”
“신성력을 허공으로 방출하면 어떨까요?”
“오, 그거 좋네요. 어차피 같은 산맥을 돌아다닐 테니 그렇게 하는 걸로 하죠.”
만약 성녀가 대악마의 강림 현장을 발견하고 나를 부른다?
티 안 나게 방해해야 한다.
***
용족 토벌대를 향해 가는 길.
“캬아아아악!”
“고기... 신선한... 고기....”
“쉭쉭! 쉭쉭!”
이미 산맥에 널리 퍼진 모양인지, 마물이 틈만 나면 괴성을 지르며 모습을 드러냈다.
“아오, 왜 이렇게 계속 찔끔찔끔 등장해? 처리하기 귀찮게. 나올 거면 한 번에 몰려나오든가.”
이번에는 세 마리가 등장했다.
대가리만 인간인 거미와 거대한 뱀, 그리고 밀가루를 반죽하다가 만 것처럼 생긴 이상한 괴물. 어쨌거나 모두 보잘것없는 하급 마물인 듯했다.
─치지지직!
[금일 사용 가능한 ‘체인 라이트닝’ - 14회]
내 손에서 뻗어나간 푸른 전류 한줄기가 거대한 뱀에게 직격했다. 전류는 곧 양옆으로 퍼져나가며 다른 마물들도 감전시켰다.
나는 검을 들고 다가가 배를 까뒤집은 채 경련하고 있는 거미에게 물었다.
“야, 차원의 틈이 어디에 있는지 아냐?”
“고기... 인간 고기가... 먹고 싶어....”
“에휴, 그럼 그렇지.”
말을 할 수 있어서 혹시나 해서 물어봤는데, 역시나 대화는 통하지 않았다.
‘아니, 대화가 가능한 상대를 만나야 뭐라도 좀 알아볼 텐데 말이지....’
푹! 거미를 포함한 마물들을 마무리하고 있으려니, 골드 부족장이 가까이 오며 내게 물었다.
“방금 그건... 체인 라이트닝인가?”
“예? 예.”
“......맞다고? 하급 마법이 어떻게 그런 위력을 낼 수 있지? 이건... 거의 중급에 필적하는 위력이 아닌가.”
나는 검에 묻은 불결한 체액을 휙휙 털어내며 대수롭지 않게 대답했다.
“속성의 보정을 받았으니까요. 그쪽이 쓰는 전격 마법도 일반적인 것보다는 강할 거 아닙니까? 무려 골드 일족의 수장이신데.”
“무, 물론이다. 골드 드래곤의 피가 흐르는 나의 전격 마법은 평범하지 않지.”
고작 체인 라이트닝을 보고 놀란 주제에 말은 잘하는군. 역시 자존감 빼면 시체인 종족이랄까. 어쨌든 나는 맞장구 쳐줬다.
“이야, 역시. 그럼 마물이 또 나타나면 실력 한 번 보여주시죠. 골드 드래곤의 후예가 사용하는 전격 마법은 어떨지 무척 기대됩니다.”
“크흠, 네가 그렇게까지 부탁한다면야 실력을 보여주는 것도 나쁘지는 않겠군.”
뭐, 보나 마나 나보다는 아랫줄이다.
그러니까 내 마법의 위력을 보고 놀랐겠지.
하지만 잔챙이 마물을 내가 다 일일이 상대하는 것은 귀찮으니, 적당히 칭찬해서 띄워주며 이놈에게 처리를 떠넘기는 것이다.
“어쨌든... 이대로라면 그 워린레이크 님인가 하는 드래곤이 오시기 전에 정리를 끝내긴 어렵겠는데요?”
“그래, 나도 그게 걱정이군. 마물이 생각 이상으로 많아. 아무래도 동족과 합류하면 청소 속도를 올려야겠어.”
골드 부족장이 미간을 좁히며 말했다.
참고로 이 녀석에게 대악마의 강림에 관한 얘기는 해주지 않았다. 어쨌거나 용족도 인간계에 사는 생물이므로, 그걸 말해주면 이 녀석들도 기를 쓰고 강림을 막으려 들 것이 분명하기 때문이다.
“......근데 꼭 그렇게 힘들여 마물을 청소해야 하는 겁니까?”
“워린레이크 님께서 불쾌히 여기시니 당연히 그리 해야 한다.”
그건 나도 알지.
내 얘기의 요점은 그게 아니다.
“아니, 그럼 그 드래곤이 직접 나서면 되잖아요? 아무리 나이가 어린 드래곤이라 하더라도 대악마나 군단장급 개체가 아닌 이상은 상대도 안 될 것 같은데.”
“너는 드래곤이라는 종족을 잘 모르는군. 그래, 네 말대로 드래곤은 강력하다. 워린레이크 님 정도라면 대악마는 어려워도 지옥의 군단장쯤은 문제가 없으실 테지.”
그 정도야? 헤츨링인데도?
“하지만 드래곤은 보편적으로 주변에 무관심하고 나태한 종족이다. 설령 악마의 침공에 의해 어떤 종족이 멸망한다거나 동족이 죽었다 할지라도, 자신만 건드리지 않는다면 움직이지 않을 정도로 말이다.”
“예? 그럼 더더욱 마물을 처리할 필요가 없는 거 아닙니까? 그냥 놔둬도 신경 안 쓸 거 아니에요? 무관심한 종족이니까.”
나의 물음에 그는 고개를 가로저었다.
“......보편적일 뿐 모두가 그런 것은 아니니까. 워린레이크 님은 무엇이든 내키는 대로 해야 직성이 풀리는 종잡을 수 없는 분이다. 마물? 사실 그분에게는 별거 아니지. 하지만 그걸 트집 잡아 우릴 핍박할 가능성은 충분해. 본인의 기분이 나쁘다거나, 또는 재미로 말이지.”
“아, 그렇군요”
그냥 트집 잡힐 거리를 사전에 싹 다 없애버리는 게 신상에 이롭다는 소리였다.
이놈들도 피곤하게 사는군.
얘기를 들어보니 워린레이크라는 드래곤은 성격이 몹시 포악하고 괴팍한 모양이다.
“어휴, 그럼 빨리 다른 용족들과 합류해야겠네요. 메아리의 협곡이랬죠? 그들이 있는 장소의 이름이.”
“그렇다. 거의 다 왔으니 서두르자.”
“그러죠.”
물론 나는 용족과 합류해서 쭉 함께 행동할 생각은 없었다. 그냥 얼굴도장만 찍고 골드 부족장을 떼어놓은 다음 앨리스만 데리고 따로 행동할 계획이다.
나는 이들과는 목적이 조금 다르니까.
그렇게 부지런히 산을 나아가던 중이었다.
그리 멀지 않은 곳에서 웬 고함소리가 들려왔다.
“크헉!”
“모, 모두 뒤로 물러나라! 가까이 다가가면 안 돼!”
‘......? 뭐지?’
분명 사람의 말소리였다. 나는 혹시 인간이 싸우는 건가 싶어 바로 소리가 들려오는 쪽을 향해 달려갔다.
그곳에서는 무장을 한 열 명가량의 장정들이 웬 마법사 하나를 두고 거리를 벌린 채 대치하고 있었는데, 무장병 중 셋은 벌써 피투성이가 된 채 바닥에 쓰러져있었다.
나는 일단 가까이에 있는 무장 병사에게 다가가 물었다.
“뭡니까? 당신들은 누구시죠? 지금 시국이 어느 땐데 왜 인간끼리 싸우고 있는 겁니까?”
“아, 저희는 자유 도시 연합에서 나온 사람들입니다.”
“그럼 저 사람은요?”
내가 홀로 서 있는 마법사를 가리키며 묻자, 무장병은 어금니를 꽉 깨물며 대답했다.
“......악마의 하수인입니다.”
“예? 사람처럼 보이는데 악마의 하수인이라고요? 그럼 설마... 구, 군단장?”
나는 경악하며 되물었다.
내가 지금껏 만나본 마물 중에서 온전한 인간의 형상을 하고 대화가 가능했던 마물은 군단장급 개체뿐이었기 때문이다.
“군단장...? 그게 뭔지는 잘 모르겠지만... 저놈은 그런 게 아니라 악마에게 영혼을 팔고 그들 쪽에 가담한 흑마법사입니다!”
“......? 아아.”
뭐야, 괜히 긴장했잖아?
흑마법사라면 별거 아니지.
생각해보니 차원의 틈을 넘어온 마물들이 이 산맥에 넘쳐나는데, 흑마법사가 이곳을 찾지 않을 이유가 없었다. 그놈들에게는 일종의 성지 같은 장소일 테니까.
“근데 흑마법사치고는 외로워 보이는데요? 원래 언데드를 잔뜩 끌고 다니지 않나?”
“저놈은 네크로맨서 계열이 아니라서 그렇습니다. 정체를 알 수 없는 불길한 공격 마법을 사용하는데... 무척 강력한 놈입니다.”
무장병은 공포스럽다는 듯 몸을 부르르 떨었다.
“그래요? 뭐, 그건 그렇다 치고... 왜 이렇게 멀찌감치 떨어져서 대치하고 있는 겁니까? 마법사와 싸울 때는 거리를 좁히는 게 핵심인데.”
“크윽...! 그건 저희도 알고 있습니다만... 저희가 가까이 다가갈수록 놈은 더욱 강력해집니다.”
“그게 무슨 말도 안 되는 소리... 아.”
예전에 현상금 사냥을 하러 다닐 때 들어본 적이 있다. 흑마법사 중에는 인간의 부정적인 감정을 흡수해서 그걸 힘으로 사용하는 녀석도 있다고.
아마 저 녀석도 그런 능력이 있는 모양이었다.
나는 고개를 돌려 흑마법사를 빤히 바라봤다. 그러자 녀석이 씨익 웃으며 소리쳤다.
“새로운 먹잇감이 나타났군! 자, 어서 가까이 다가와서 나의 힘이 되어라!”
“.......”
“크하핫! 왜, 너도 내가 두려운가?”
내가 아무 말도 하지 않고 바라보고만 있자 녀석은 내가 겁먹었다고 착각한 모양인지 더욱 기세등등하게 외쳤다.
“그래, 나를 한껏 두려워해라! 공포의 군주님을 모시는 내게는 너희들의 공포심이야말로 최고의 먹잇감이니!”
말 잘하네? 잘됐군. 대화가 통하겠어.
나는 그를 향해 질문을 던졌다.
“혹시 대악마의 강림에 관해 아는 게 있나?”
“......뭐? 네놈이 그걸 어떻게 알고 있는 거지?”
반응을 보아하니 뭔가 아는 게 있는 것 같았다.
“야, 질문은 내가 했잖아. 똑바로 대답 안 해?”
“크, 크하하핫! 분위기 파악을 못 하는 녀석이로군. 그래, 좋다. 내게 가까이 다가오거라. 그럼 네놈의 질문에 답해줄 터이니. 크크크.”
그래? 그럼 가까이 다가가지 뭐.
내가 녀석을 향해 걸어가려 하자, 옆에 있던 자유도시 연합의 병사가 황급히 만류했다.
“가까이 가시면 안 됩니다...! 놈이 말했다시피 공포심을 품은 자가 가까이 다가가면 놈은 더욱더 강해지는─”
“아아, 괜찮습니다.”
나는 그의 만류를 뿌리치고 흑마법사를 향해 뚜벅뚜벅 걸어 나갔다.
“크크, 멍청한 놈. 제 발로 나에게 다가오.......”
걸어오는 나를 바라보며 비릿하게 웃음을 흘리던 흑마법사는 뒷말을 흐렸다. 그리고 곧 그의 얼굴에는 웃음기 대신 당황이 서렸다.
“무, 뭐냐? 네놈은? 왜 가까이 다가오고 있음에도 내게 힘이 들어오지 않는 거지?”
“이런 어설픈 흑마법사를 봤나.”
그거야 당연하지 않은가?
나는 일개 흑마법사 따위에게는 일말의 공포심도 품지 않는데.
“내 질문에 답할 준비는 됐지? 성실하게 대답하지 않으면... 나도 진실의 마법을 쓰는 수밖에 없어. 흐흐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