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원의 틈 (1)
용족의 도시를 품고 있는 레이븐 산맥.
그 거대한 산맥의 밑자락에 출현했다는 마물들의 조사와 처치를 겸하는 토벌대는 신속하게 구성됐다. 드래곤 워린레이크가 방문하기 전에 처리해야 한다며 부족장들이 서둘렀기 때문이다.
“......근데 그게 그렇게 뚝딱 해결할 수 있는 일인가?”
여관방의 테이블에 앉아있던 내가 턱을 쓰다듬으며 중얼거리자, 맞은편에 있는 앨리스가 고개를 갸웃하며 물었다.
“응? 뭐가 말이니?”
“마물 토벌 말이야. 정보가 너무 부족해. 그냥 마물이 나타나서 용족의 전사를 죽였다는 것 외에는 알려진 게 거의 없는데.”
어떤 마물이 출현했는지, 얼마나 강하고 또 숫자는 얼마나 되는지.
이런 것들을 알아야 처리하기까지 시간이 얼마나 소요될지 견적이 나오는데, 이 용족 놈들은 별다른 정보도 없이 그냥 막연하게 최대한 빨리 끝내달라고만 요청했다.
“그래서 우리가 조사도 겸하는 거잖니?”
“그렇긴 한데... 일주일쯤 후면 드래곤이 온다며? 그때까지 못 끝내면 곤란해지는 거 아닌가? 뭐, 내가 알 바는 아니지만.”
나는 어깨를 으쓱했다.
도시 근처에 불결한 마물이 도사리고 있는 걸 보고 진노한 드래곤한테 털리는 건 용족이지 내가 아니니까.
물론 그렇다고 일부러 시간을 질질 끌 생각은 없다. 웬만하면 드래곤이 도착하기 전에 끝내야 나도 드래곤을 만나기 편할 테니.
“그런데 엘, 마물이라는 건 어떤 녀석이니? 평범한 몬스터랑 비슷해?”
“으음, 그런 일반적인 몬스터랑은 좀 다르지. 생긴 것도 더 징그럽고... 강하기도 하고.”
나는 천둥의 신을 만났던 꿈속에서 본 지옥을 떠올리며 대답했다.
“얼마나 강한데? 트롤보다 강하니?”
“트롤? 그건 비교도 안 되지. 내가 만나봤던 마물 중에서 가장 약한 놈도 트롤보다는 강했거든.”
앨리스가 모험가 생활을 하며 상대해본 몬스터 중 가장 강력했던 게 트롤인 모양이다. 그걸 기준으로 물어보는 걸 보니.
“트, 트롤보다 강하다구? 그럼 얼마나 강한 거지...? 나랑 비교하면 어떤데? 내가 마물을 이길 수 있을까...?”
트롤보다 강력하다는 소리에 그녀는 초조한 듯 속사포처럼 질문을 쏟아냈다.
“앨리스 너 말이야... 스스로를 너무 과소평가하는 경향이 있어. 트롤 따위는 용족 전사 혼자서도 잡을 수 있는 수준이고. 너는 부족장에 가까운 실력이니... 아마 웬만한 마물은 너한테 안 될걸?”
내가 진단을 내리자 엘리스는 헤실헤실 웃었다.
“정말? 내가 그렇게나 강하니? 헤헤.”
“그래, 그러니까 너무 걱정할 거 없어. 아, 맞다. 예외가 하나 있어.”
“예외?”
“말을 할 줄 아는 마물... 아니, 대화가 통하는 마물을 만나면 무조건 도망쳐. 그런 놈들은 진짜 엄청나게 강력하니까.”
말은 리버스 늑대인간 같은 잔챙이 마물도 할 수 있지만, 내 경험상 정상적인 대화가 가능한 건 군단장급 개체뿐이다.
물론 악마 군단장이라고 해서 천하무적인 것은 아니다. 꿈속에서 전성기 시절의 천둥의 신이 어렵지 않게 군단장을 소멸시키는 걸 목격했었고, 심지어 나도 한 놈 잡은 이력이 있다.
증오의 대군주를 모시는 군단장이랬나?
어쨌든 그때는 운이 좋았다. 녀석의 마법은 광선처럼 일직선으로 뻗어 나오는 형태였는데, 덕분에 반사 마법인 리플렉션으로 정확히 튕겨낼 수 있었으니까. 운이 좋게 상성 상 카운터칠 수 있는 놈을 만났다고 할 수 있겠다.
하지만 그놈이야 그렇다 쳐도, 다른 군주를 모시는 군단장까지 그런 형태의 마법을 주력으로 사용하리라는 보장은 없다. 이를테면 블리자드처럼 전방위에서 쏟아지는 광역 마법을 쓴다거나 육탄전 위주라면 곤란하다. 그런 건 리플렉션으로 튕겨낼 수 없으니.
“대화가 통하는 개체는 상급 마법을 정통으로 맞아도 멀쩡할 정도로 무식한 맷집을 자랑하니까 무조건 도망치라고. 알겠어?”
“으, 으응....”
“뭐, 그런 놈들이 출현했을 가능성은 거의 없으니 너무 위축될 필요는 없어. 그리고 우리 쪽 전력도 약한 게 아니니까 한 놈 정도라면 어떻게든 해볼 수도 있을 거야.”
나와 앨리스 이외에도 제법 많은 수의 용족들이 토벌에 참여하는데, 개중에는 부족장도 둘이나 있었다.
레드와 골드 일족의 부족장이 함께 토벌에 나서기로 했는데, 어느 정도의 실력은 있을 테니 도움이 될 듯했다.
뭐, 수틀리면 녀석들을 미끼로 던져주고 나는 앨리스랑 튀어도 되고.
그래도 그 둘은 용족 중에서 그나마 나에게 호의적인 편에 속하는 녀석들이긴 하지만, 어쨌거나 인간에게 적대적인 종족이라는 사실에는 변함이 없다. 나는 언제든 손절할 준비가 되어있다. 아마 놈들도 나를 그렇게 여기겠지.
“어쨌든 내일 토벌대와 함께 이동하다가 우린 잠깐 빠져서 자유 도시에 들러보자고. 세르시아 교단군에 대한 정보를 얻어야 하니까. 이 무식하고 계획 없는 종족보다는 성녀가 아는 게 더 많겠지.”
마침 토벌지인 레이븐 산맥 밑자락은 오우 피들스턴이 나를 기다리며 대기하고 있는 자유도시와 가깝다.
그곳에 들러서 피들스턴한테 바깥 상황에 대한 브리핑을 들어봐야겠다.
***
다음날.
나는 용족 토벌대 무리에서 잠시 이탈해, 레이븐 산맥 밑자락 인근에 있는 자유도시에 방문했다.
“어서 인사드려라! 이 버러지 같은 녀석들아! 이분이 바로 너희들의 진정한 주인이신 아이일 백작님이시다!”
오우 피들스턴이 고압적인 자세로 윽박지르자, 한눈에 보기에도 불량스러워 보이는 우락부락한 사내들이 허리를 직각으로 숙이며 인사했다.
“안녕하십니까, 형님!”
“안녕하십니까, 형님!”
“안녕하십니까, 형님!”
그러자 피들스턴이 다시 한번 소리쳤다.
“이 멍청한 녀석들! 형님이 아니라 백작님이시다! 또 두들겨 맞아야 정신을 차릴 건가?”
“허업...! 안, 안녕하십니까, 백작님!”
“안녕하십니까, 백작님!”
“안녕하십니까, 백작님!”
얼굴을 비롯한 이곳저곳에 시퍼렇게 멍이 들어있는 사내들은 황급히 호칭을 정정하며 다시 인사했다.
요란한 인사가 끝나자 피들스턴은 내게 가까이 다가왔다. 그의 얼굴에는 뿌듯한 미소가 걸려 있었다.
“어떻습니까, 백작님? 마음에 드십니까? 이 도시에서 활동하는 불량배들인데, 제가 모조리 교화시켰습니다. 물론 교화 비용도 두둑이 받아냈으니 여비 걱정은 하지 않으셔도─”
“오우! 너 이 자식, 대체 무슨 짓을...?”
나의 물음에 그는 어쩔 줄 몰라 하며 대답했다.
“아, 그, 그게... 백작님께서 용족의 도시에 가 계시는 동안 딱히 할 일도 없고 해서 말입니다... 소일거리 삼아 시작한 일인데 어쩌다 보니... 죄, 죄송합니─”
“마음에 들어! 존경심이 넘치는군!”
나한테 예의 바르게 인사하는 게 싫을 리가?
나는 구울 스승님 덕분에 인사의 소중함을 누구보다도 뼈저리게 깨닫고 있는 사람이다.
게다가 용족 밑에서 팔자에도 없던 노예 생활을 하다가 이렇게 귀한 대접을 받으니 기분이 썩 괜찮았다. 물론 나는 여러 용족을 때려잡은 탓에 안락한 노예 생활을 했었지만.
어쨌거나 이 일련의 상황을 지켜본 골드 부족장이 의아해하며 물었다.
“......백작? 그게 무슨 소리지? 너는 티안브리스의 노예가 아니었던가?”
“아.”
맞다. 이 녀석도 우릴 따라왔었지.
이곳은 인간의 도시다.
다른 종족을 괄시하는 용족들이 떼거리로 이곳에 오면 마찰이 일어날 것은 불 보듯 뻔했기에, 나와 앨리스만 따로 빠져나왔고 나머지 토벌대는 먼저 수색 작업을 시작하기로 했다.
그런데 이 녀석은 인간의 도시에 가보고 싶다며 우리를 졸졸 따라왔다. 오는 동안 딱히 하는 말 없이 조용히 뒤따라왔기에 별다른 신경을 쓰지 않고 있다 보니 깜빡했다. 자유도시라서 별도의 검문도 없었고.
“대답해보아라. 비록 나약한 녀석들이지만 이렇게 거느리고 있는 수하도 있고... 어쩌다가 백작이 노예 신세가 된 거지? 뭔가 이상하군.”
“아... 음.”
뭐라고 대답하지?
나름대로 눈치가 있는 녀석이었다.
그냥 이 자리에서 죽이고 증거를 인멸해버려? 아니, 그래도 같이 마물을 토벌하러 나온 녀석을 죽여버리기는 뭣하니 일단 대충 아무 말이나 지껄여 보기로 했다.
“음... 아, 사랑의 노예랄까?”
“......사랑의 노예?”
“예예, 뭐. 그것도 노예는 노예잖아요?”
“.......”
그는 입을 꾹 다문 채 미간을 좁혔다.
아마 무언가 생각하는 듯 보였는데, 여기서 부정적인 대답이 나온다면 그냥 죽여버려야겠다.
“그러니까... 티안브리스에게 반해서 너 스스로 그녀를 여왕님처럼 모신다는 건가? 물론 티안브리스의 힘과 자신감은 매우 매력적이긴 하다만... 한낱 인간이 그녀를 감당하기에는 벅찰 텐데?”
“어허, 딱 보니 연애 경험이 없으시네. 남녀 관계라는 건 그렇게 이성적으로만 따지는 게 아닙니다. 그냥 갑자기 팍! 하고 꽂힐 수도 있는 거지.”
“......그런가? 뭐, 당사자가 그렇다면 그런 거겠지.”
‘흐음... 이 정도면 괜찮겠지.’
딱히 깔끔하게 납득한 것 같지는 않았지만, 그렇다고 문제 삼는 것 같지도 않아 보였기에 그냥 넘어가기로 했다.
나는 다시 피들스턴을 향해 말했다.
“그런 그렇고... 오우! 세르시아 교단군이 마물을 토벌하러 왔다고 하던데 혹시 아는 거 있나?”
“옛, 백작님. 성녀님을 비롯한 교단군의 선발대가 이 도시에 머물고 계십니다.”
“오, 그래? 역시.”
이곳은 마물이 출현한 레이븐 산맥 밑자락과 가장 인접한 도시이다. 그래서 어쩌면 이곳에 거점을 마련하고 토벌을 진행하지 않을까 싶었는데, 진짜로 그런 모양이었다.
“위치는? 성녀가 지금 어디에 있는지도 알아? 머무는 숙소라든가.”
“물론 이미 다 파악해뒀습니다! 성녀님께서 이 도시에 오셨다는 소식을 듣자마자 달려가서 찾아뵀었거든요. 백작님도 이 근방에 계신다고 말씀드리니 매우 놀라신 눈치였었습니다.”
피들스턴은 가슴을 쭉 내밀며 당당하게 보고를 이어나갔다.
“그렇지 않아도 성녀님께서 백작님이 돌아오시면 꼭 좀 알려달라고 하시더군요. 지금 만나러 가보시겠습니까? 제가 안내해드리겠습니다.”
“오우, 이 기특한 녀석! 불량배들한테 삥 뜯으면서도 할 일은 다 하고 있었구나? 좋아, 바로 안내해!”
***
피들스턴이 안내한 곳은 도시 외곽에 자리하고 있는 평범한 여관이었다.
“성녀님은 이곳에 머물고 계십니다, 백작님.”
“그래? 흐음... 그래도 명색이 신의 뜻을 이행하는 사람인데 좀 좋은 곳에 묵지. 소박하구만.”
“헌신적인 분이시니까요. 정말 참된 신관입니다.”
“뭐, 신이 시키는 일이라면 군말 없이 따르는 타입이긴 하지.”
헌신적이기만 한 게 좋은 건지는 잘 모르겠지만.
어쨌거나 나는 바로 여관 안으로 들어갔다.
식당 겸 로비인 1층에서는 신성해 보이는 갑주를 입은 성기사와 사제들이 식사를 하고 있었는데, 문을 열고 들어서는 나를 보자마자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다.
“서, 성자님이다!”
“성자님이 오셨어!”
“사악한 마물을 처단하러 오셨습니까?”
성자.
세간에서는 흔히 성격 파탄자의 줄임말로써 나를 성자라 칭하지만, 적어도 세르시아 교인들만큼은 진짜 성자로 대해준다.
“아아, 그렇습니다 여러분. 신성 모독적인 마물이 출현했다는데 성자로서 가만히 있어서야 되겠습니까? 정의를 집행하기 위해 제가 왔습니다.”
“오오, 역시 성자님...! 불의를 보면 절대 참지 못하시는 분이지!”
“마물도 성자님과 눈을 마주치면 얄짤 없다 이거야!”
나는 그들의 찬양에 흡족하게 고개를 끄덕이며 말을 이었다.
“성녀님은 어디에 계십니까? 성녀님을 만나 봬야 하는데.”
“오오, 성자님과 성녀님의 성스러운 만남...! 성녀님은 3층 끝방에 계십니다.”
“아, 감사합니다.”
성스러운 만남이 뭔지는 모르겠지만 아무튼 나는 계단을 올라가 성녀의 방으로 향했다. 3층 복도에서 성기사가 보초를 서고 있었으나, 나를 알아보고는 곧장 길을 비켜줬다.
─똑똑똑
복도의 끝방으로 다가가 노크하자, 보초가 있어서 그런지 누구인지 묻지도 않고 성녀가 문을 열어줬다.
“......성자님?”
“안녕하세요.”
“피들스턴 경에게 성자님이 이 근방에 계신다는 이야기는 들었지만... 이렇게 빨리 찾아오실 줄은 몰랐네요. 들어오세요.”
조금 의외라는 듯 눈을 동그랗게 뜬 성녀는 이내 정신을 차리고 나를 실내로 안내했다.
“차라도 한 잔 드릴까요?”
“아뇨, 차는 됐고... 그보다 무슨 일입니까?”
나는 방 중앙에 있는 테이블에 앉으며 물었다.
“무슨 마물이 얼마나 출현했길래 이렇게 성녀님이 직접 교단군을 이끌고 오신 겁니까? 밑에 보니까 수십 명도 넘던데.”
“저희는 선발대일 뿐이에요. 본대는 소집까지 시간이 오래 걸려서 늦게 출발했거든요.”
본대는 또 따로 있다고? 소집까지 시간이 좀 걸렸다는 걸 보니 왕국 전역에서 싹싹 긁어모아 오는 모양이었다.
“......그 정도로 심각한 일입니까?”
나는 드래곤이 용족의 도시를 방문할 때까지 시간이나 때울 겸 해서 가벼운 마음으로 나선 거였는데, 의외로 무거운 사안인 듯해 괜히 긴장됐다.
“네. 지옥과 연결된 차원의 틈이 벌어졌거든요. 세르시아 님께서 그걸 막으라고 직접 지시하셨습니다. 보통은 전언만 요청하시는데, 이렇게 직접적인 명령을 내린 건 매우 이례적인 일이에요.”
“아, 차원의 틈이 생겼다는 건 저도 알고 있긴 한데... 그래봤자 잔챙이들만 넘어올 수 있는 거 아니었습니까? 이렇게 전군을 이끌고 올 필요가 있나?”
나도 자세히는 모르지만 차원의 틈은 말 그대로 ‘틈’이다. 비좁은 틈.
지옥과 인간계 사이에 무슨 고속도로가 뚫린 게 아니라는 뜻이다. 당연히 비좁은 틈으로 넘어올 수 있는 건 제한적이다. 숫자도 그렇고, 대악마쯤 되는 존재가 제집 드나들 듯 마음대로 넘어올 수 있는 것도 아니다.
“성자님이 말씀하신 대로 일단은 하급 마물들만 넘어온 것으로 추정되지만... 그들의 진정한 목적은 따로 있다고 해요.”
“진정한 목적? 그게 뭔데요?”
내가 그리 묻자, 성녀는 머리에 꽂혀 있는 물망초를 만지작거리며 대답했다.
“욕망의 대악마를 강림시키는 일입니다.”
“......예?”
욕망의 대악마라면 내가 꿈속에서 몇 번 만나본 적 있는, 모든 서큐버스의 어머니라던 그 여자?
“그, 그게 가능한 일입니까?”
나는 화들짝 놀라며 되물었다.
신은 현현하지 못하는 상황에서 대악마가 강림한다면 답도 없다.
“세르시아 님의 말에 의하면 욕망의 대악마도 꿈을 넘나드는 존재이기에 정신의 이동에 제한을 덜 받는다고 해요. 차원의 틈이 조금만 더 벌어지면 그녀의 육체는 어려워도 정신은 넘어올 수 있다고 하셨습니다.”
“그럼 지금 넘어온 마물들은....”
“네. 차원의 틈새를 더 벌리고, 대악마의 정신이 깃들 육체를 마련하기 위해서죠.”
이거 여차하면 큰일 날 수도 있겠는데?
성녀는 여전히 물망초를 만지작거리며 말을 이었다.
“저희에겐 두 가지 선택지가 있어요. 마물을 최대한 빨리 토벌해서 대악마의 강림을 시도조차 못 하도록 하는 게 최선책, 그리고 강림한 대악마를 처치하는 게 차선책입니다.”
“예? 대악마를 처치한다고요? 아하하, 성녀님. 뭔가 착각하고 계신 모양인데 그건 그렇게 고블린 잡듯 잡을 수 있는 게 아닙니다.”
내가 어이없는 웃음을 흘리며 말하자, 그녀는 자신도 알고 있다는 듯 대답했다.
“......그러니까 차선책이라는 거죠. 그리고 세르시아 님께서는 대악마 처치가 아예 불가능한 일은 아니라고 하셨습니다. 불완전한 육신에 대악마의 정신이 깃드는 순간. 그 순간만큼은 굉장히 약하다고 해요. 군단장에도 미치지 못할 만큼. 물론 그래도 위험하긴 마찬가지이니 역시 최선책으로 가야겠죠.”
“아, 그렇군요. 잘 생각하셨─”
아니.
잠깐만.
군단장에도 미치지 못할 만큼 약하다고?
그럼 이거 나한테는 기회 아니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