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꿈속에서 마법을 훔치는 마법사-177화 (177/200)

꿈속의 신 (4)

나는 꼬맹이 세르시아에게 따지듯 물었다.

“아니, 뭐 하다가 이제야 오신 겁니까? 이런 말 같지도 않은 괴물들이 득실거리는 곳에 저 혼자 두고. 하마터면 죽을 뻔했잖아요!”

물론 꿈속에서 죽는 거야 별 상관없지만, 아무 소득 없이 이 꿈에서 나가게 되는 건 매우 아쉬운 일이었다.

기껏 왔으니 뭐라도 얻어 가야지. 내가 방금 처치한 놈은 이 꿈의 주인이 아니라서, 그놈한테 맞아 죽어봤자 아무것도 얻어낼 수 없다.

“하지만 네가 이겼잖니? 악마 군단장을... 그것도 지옥에서 본체로 현신한 녀석을 처치하다니. 격이 낮은 신은 이 녀석을 상대하기에 벅찬데....”

“남 일이라고 쉽게 말씀하시네. 여기 지옥이라면서요? 이놈보다 더 강한 놈들도 있을 거 아닙니까.”

만약 대악마라도 튀어나왔으면 나는 그냥 끔살당했을 것이다. 아니, 군단장도 내가 감당해낼 수 있는 수준이 아니었다. 일렉트리컬 익스플로젼을 맞고도 멀쩡한 놈을 대체 어떻게 이긴단 말인가?

물론 내가 이기긴 이겼지만, 그건 운이 좋았다고 할 수 있었다. 솔직히 큰 기대 없이 궁여지책으로 리플렉션을 사용한 건데, 녀석의 시커먼 광선을 반사해낼 줄은 몰랐다.

‘와 씨, 다시 생각해도 소름 돋네. 군단장이 이 정도인데 그럼 대악마는 대체 얼마나 강하다는 거야?’

나는 꿈속에서 더 강한 사람이다.

마나가 허락하는 선에서 마법을 무제한으로 난사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콜링 썬더도 연타로 갈길 수 있었고 군단장을 처치한 리플렉션도 여러 번 사용 가능하지만, 현실에서는 1회밖에 사용하지 못한다.

현실에서 대악마를 잡는 건 가능성이 없다.

어쨌거나 세르시아는 내가 죽을 위험에 처했었다는 사실보다 내가 군단장을 잡았다는 사실에 초점을 두는 모양인지 고개를 갸웃거리며 물었다.

“이상하네... 너에게서 그 정도의 힘은 느껴지지 않았는데. 혹시 힘을 숨겼었니?”

“숨기긴 뭘 숨깁니까? 그런 거 할 줄 모릅니다. 아니, 그것보다 어디에 가 계셨던 겁니까? 분명히 우리 둘이 같은 문으로 넘어왔었는데.”

“이 꿈속에 이미 내가 존재하고 있었어. 그래서 나는 그곳으로 넘어가진 거지. 그래도 최대한 빨리 너를 찾아온 거니 원망은 멈춰주지 않겠니?”

아, 그런 거였군.

이건 나도 몇 번 경험해본 적이 있다. 꿈속에 이미 ‘나’가 존재하면, ‘진짜 나’는 거기에 덧씌워진다. 이 규칙은 세르시아에게도 똑같이 적용되는 모양이었다.

“그렇군요... 어라, 잠깐. 세르시아 님도 이 지옥에 계셨었다고요? 꿈속에 들어오기 전부터?”

“응. 욕망의 평원에서 싸우고 있었지. 꿈속에 들어오자마자 수많은 마물들에게 둘러싸여 있더라니까?”

“무, 뭐야. 천둥의 신이라는 분... 어딘가 좀 이상한 거 아닙니까? 신이 지옥에 있는 꿈을 꾸는 것도 이상한데, 왜 다른 신까지 지옥으로 끌어들였답니까?”

사이코패스가 아닐까?

입을 털어서 힘을 좀 얻어내 보려는 나로서는 걱정이 되지 아니할 수가 없었다.

“그건 이 꿈이 실제로 있었던 역사라서 그래.”

“......실제로 있었던 일이요?”

“아득히 먼 과거에 신들이 모여서 지옥 정벌을 감행했었지. 이건 그 당시를 배경으로 한 꿈이고.”

이 양반들 의외로 호전적이었잖아?

남의 안방까지 쳐들어가다니.

“저 그런데... 이런 걸 여쭤봐도 괜찮으려나 모르겠습니다만...... 정벌에 실패하신 거 아닙니까? 악마는 현재까지도 남아있잖아요.”

“괜찮아. 사실이니까. 맞아, 실패했어. 이 전쟁에서 많은 신들이 소멸하고, 살아남은 신조차 급격하게 약화됐지. 신이 전쟁에서 패배했다는 소식을 들은 많은 인간들이 신앙을 저버렸거든.”

꼬맹이 세르시아는 담담하게 설명하며 말을 이었다.

“신앙을 잃은 신은 힘이 부족해져서 인간계에 강림하기가 어려워졌고, 인간은 더 이상 신이 보이질 않으니 더욱 믿지 않게 되었으며, 그로 인해 신은 더더욱 약해지는 악순환이 반복됐지. 천둥의 신 오베른도 그렇게 약화된 거야.”

“아.”

뭐야, 인간이 없으면 신도 별거 아니잖아?

그런데 이쯤에서 드는 의문이 있었다.

“......왜 세르시아 님은 멀쩡하신 거죠?”

그녀가 방금 설명한 지독한 악순환에 의해 다른 신들은 다 골골대는데, 어째서 유독 세르시아만 건재한 걸까? 심지어 나는 이 세계가 유일신 세계관인 줄 알았다.

“나는 희망과 함께 꿈도 관장하잖니? 인간의 꿈속으로 들어가서 내 존재를 확신시킬 수 있으니, 나를 향한 믿음은 사그라들지 않은 덕분이지.”

“아아, 그렇군요.”

결국은 인간이다.

인간 덕분에 건재하다는 거다.

“뭐, 알겠습니다. 어쨌든... 이제 천둥의 신이나 만나러 가죠? 혹시 어디에 있는지는 아십니까?”

“그는 절망의 고원에서 싸우고 있어. 가자, 굉장히 먼 곳이라 서둘러서 가는 게 좋을 거야.”

그녀는 그렇게 말하며 앞장서서 걸어가기 시작했다. 나는 그녀의 등 뒤에 대고 의아한 듯 물었다.

“예? 걸어가는 겁니까?”

“......? 그럼 넌 어떻게 갈 생각이었니?”

그녀 역시 고개를 갸웃하며 되물었다.

“아니, 아까 보니까 막 새하얀 빛에 휩싸여서 엄청난 속도로 날아다니시던데. 저를 데리고 그렇게 날아가시면 되잖아요?”

“그건 유체화 상태로 이동하는 거라 인간은 불가능해. 네가 유체화를 할 수 있다면 모를까.”

“아... 네....”

어째 신이라는 존재는 보면 볼수록 환상이 깨지는 느낌이다. 은근히 할 수 있는 일이 제한적이랄까. 솔직히 물불 안 가리고 맹목적으로 믿으며 의지하기에는 부족한 존재라는 감이 좀 있었다.

어쩔 수 없군. 달려가는 수밖에.

아케인 텔레포트가 있고 꿈속이라 횟수의 제한이 없긴 하지만. 그건 마나의 소모가 심해서 마구마구 사용하기는 어렵다. 육체 강화 마법을 통해 열심히 달려가는 방법뿐.

“지옥을 가로질러 가야 한다니. 기가 막힌 경험을 해보겠구만. 가시죠.”

나는 그렇게 세르시아와 함께 절망의 고원이라는 곳으로 향했다.

***

─화아아아악!

새하얀 섬광이 이 일대를 뒤덮었다.

“키헤에에에엑!”

“꾸륵...꾸르륵....”

“꺄아아아악!!”

“우워어어어어!”

그러자 빛무리에 닿은 마물들은 고통에 찬 괴성을 내지르며 순식간에 잿더미로 변해버렸다.

“흥, 벌레만도 못한 것들.”

빛의 방출을 멈춘 꼬맹이 세르시아가 흩날리는 잿더미를 바라보며 코웃음 쳤다.

‘......역시 신은 신인가? 확실히 강하긴 하단 말이지.’

우리는 천둥의 신이 있는 곳을 향해 한참을 이동하고 있었고, 가는 길에 마물들을 만나면 세르시아가 여지없이 싹 쓸어버리고 있었다.

신에 대한 나의 평가가 하루에 몇 번이나 뒤바뀌는지 모르겠지만, 세르시아가 보여주는 위용은 반박의 여지가 없었다. 그냥 손가락 한번 까딱하면 눈에 보이는 마물들은 죄다 소멸했다.

말하는 투로 미루어보건대 그녀는 신 중에서도 강력한 편에 속하는 것 같았는데, 내 생각에도 그렇다. 세상에 희망 한 점 없는 인간이란 존재하지 않고, 꿈을 관장하는 특성 때문에 신앙심을 모으기에 최적화되어 있으니까.

“와 씨, 저보고 군단장을 잡았다고 대단하다고 하시더니... 세르시아 님이야말로 대단하신데요? 근데 군단장급은 왜 안 나오는 거지?”

좀 웃긴 게, 세르시아가 이렇게 개판을 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군단장급 이상의 개체는 아직까지 나타나지 않고 있었다.

“왜겠니? 내가 두려운 거지.”

나 혼자 다닐 때는 불쑥 튀어나오더니만, 그 자식들도 상대를 봐가면서 덤비는 거였나?

아무튼 세르시아는 꼬맹이의 모습으로 거만하게 말했지만, 이게 또 능력이 있는 자가 이렇게 말하니 거만한 게 아니라 포스 있어 보였다.

“오오, 역시. 하긴... 대악마라도 직접 나서지 않는 이상에야 누가 우리 여신님께 건방을 떨겠습니까?”

“너의 여신...?”

“제가 이래 봬도 세르시아 교단의 성자 아닙니까? 그러니 저의 여신이시죠. 오, 나의 여신님!”

내가 희곡의 배우처럼 과장된 몸짓을 하며 말하자, 세르시아는 한숨을 내쉬며 고개를 가로저었다.

“에휴... 나는 네가 나의 존재를 믿기만 할 뿐, 섬기지는 않는다는 걸 잘 알고 있단다. 이상한 소리 하지 말고 어서 가자.”

“아, 예.”

어쨌거나 마물을 쓸어버리는 세르시아의 압도적인 위용을 보고 있노라니, 한편으로는 아쉬운 마음도 들었다.

‘오히려 이게 현실이었으면 좋았을 텐데.’

세르시아와 함께라면 대악마를 처치하는 것도 불가능한 일은 아닐 듯했다. 물론 그녀가 거의 혼자 다 하고 나는 꼽사리 껴서 막타나 치는 거지만.

하지만 이곳은 꿈이다.

여기서 대악마를 처치해봤자 시스템이 퀘스트로 인정해주지 않는다는 뜻이다. 이건 일전에 레이첼의 꿈속에서 증명된 사실이다. 나는 그녀의 꿈속에서 수많은 기사를 썰어댔지만, 능력치는 전혀 받지 못했었으니까.

그런 아쉬움을 품은 채 달려가길 한참.

─쿠릉... 쾅! 쿠르릉....

저편에 보이는 언덕 너머로 빛이 번쩍거리며 아득한 천둥소리가 들려오기 시작했다.

“드디어 도착했네. 저기가 바로 절망의 고원이야.”

“그럼 이 천둥소리는...?”

“그래, 천둥의 신이 싸우는 소리지.”

오?

나는 이 반가운 소식에, 스퍼트를 올려서 언덕까지 단숨에 질주했다.

언덕 밑으로 보이는 메마른 벌판.

그곳에는 무수한 마물들이 새까맣게 몰려 있었고, 그 중앙에는 근육이 빵빵한 사내가 자신의 팔뚝만큼이나 묵직한 망치를 들고 있었다.

쾅! 그가 망치로 땅을 내려칠 때마다 온갖 전격 마법이 뿜어져 나왔다.

─꽈르릉! 꽈릉!

─파지지지직! 번쩍! 번쩍!

─우르르르... 꽝! 꽝! 즈즈즈즈!

혼자서 사용한 거라고는 믿을 수 없을 만큼 많고 다양했다.

하늘에 끼어있는 먹구름으로부터 쉴 새 없이 번개가 내리쳤고, 천둥의 신을 중심으로 무수한 전류 갈래가 뻗어나가며 마물들을 바삭하게 튀기고 있었다.

그리고,

[꿈속에서 마법 ‘콜링 썬더’를 3회 목격하여 조건을 달성했습니다.]

[습득하시겠습니까? 훔치시겠습니까?]

[꿈속에서 마법 ‘스태틱 필드’를 3회 목격하여 조건을 달성했습니다.]

[습득하시겠습니까? 훔치시겠습니까?]

[꿈속에서 마법 ‘라이트닝 웨이브’를 3회 목격하여 조건을 달성했습니다.]

[습득하시겠습니까? 훔치시겠습니까?]

[꿈속에서 마법 ‘일렉트릭 펄스’를 3회.......]

.......

.......

마법을 3회 목격했음을 알리는 시스템 메시지가 미친 듯이 떠올랐다.

콜링 썬더처럼 내가 이미 다룰 수 있는 마법도 있었지만, 대부분은 처음 보는 이름의 마법들이었다.

‘아니, 미친...! 잠깐만 기다려봐 좀!’

하지만 나는 바로 습득하지 않고 보류했다.

내가 습득할 수 있는 마법은 1개 뿐이기 때문이다. 이건 신중하게 선택해야 한다.

“으하하하! 절망! 절망은 어디에 있느냐!”

어쨌거나 천둥의 신은 광기 그득한 망치질을 계속해대며 호기롭게 소리쳤다.

“너희들의 군주 절망을 불러와라! 지금 너희가 절망하고 있지 않느냐!”

─쾅! 쩌저저저적!

“캬아아악!”

“꾸에에에엑!”

나는 무쌍을 찍고 있는 그를 보며 감탄하지 않을 수 없었다.

“......존나 쎈데요? 약해졌다면서요?”

내가 얼빠진 듯 묻자, 옆에 있던 세르시아가 당연하다는 듯 대답했다.

“여긴 오베른의 꿈속이잖니. 그리고 지옥 정벌 당시가 오베른의 전성기였어. 이때 패배하고 점차 쇠락의 길을 걸었지.”

“이렇게나 강한데... 패배했다고요? 군단장들을 갖고 놀고 있는데요?”

지금 천둥의 신과 싸우는 마물들 중에는 군단장급 개체도 있었다. 물론 전혀 상대가 안 됐지만.

“원래 원소를 관장하는 신은 신 중에서도 강력해. 그것도 다 옛날 일이지만... 봐봐, 저렇게 자신의 힘을 맹신하고 무리하는 모습을. 저러다가 절망과 증오에게 협공당하고 패배한 거야.”

“흐음, 확실히 자신감이 대단하긴 하네요.”

내가 보기엔 자신감이 대단한 만큼 지니고 있는 능력도 대단해 보였으나, 실제로 패배한 역사가 있다고 하니 그러려니 하기로 했다.

세르시아는 손을 들어 올리며 말을 이었다.

“아무튼... 굳이 과거가 똑같이 재현되게 할 필요는 없겠지. 우리는 오베른에게 볼일이 있어서 온 거지 과거를 구경하러 온 게 아니니까.”

─화아아아악!

그녀의 손에서 다시 한번 성스러운 빛이 발산됐다.

갑작스럽게 근처에 있던 마물들이 잿더미로 화하자, 천둥의 신이 고개를 돌려 우리를 바라봤다.

“세르시아...? 네가 왜 이곳에 있는 것이냐! 너는 욕망을 상대하기로 했을 터인데?”

“정신 차려, 오베른. 언제까지 과거의 영광에 취해있을 거야?”

꼬맹이 세르시아는 못마땅하다는 듯 얼굴을 찡그리며 훈계하듯 말했다.

“......과거의 영광? 그게 무슨... 아, 제길. 또 꿈이었군.”

그는 낮은 목소리로 중얼거리며 우리가 있는 언덕으로 올라왔다.

‘뭐야, 신이라서 그런가? 특이하군.’

천둥의 신은 자신이 꿈을 꾸고 있다는 사실을 금세 자각했고, 그럼에도 꿈이 깨지지 않았다. 신이 어떤 방식으로 꿈을 꾸는지는 모르겠지만 인간과는 뭔가 다른 모양이었다.

“헌데... 옆에 달고 온 인간은 뭐냐? 왜 인간 따위를 내 꿈속으로 데리고 들어왔지?”

이 새끼 싸가지없네.

“그는 따위가 아니야. 평범한 인간이 아니거든. 아무튼... 너에게 볼일이 있다고 해서 데려왔어.”

“나한테 볼일이? 역시 인간답군. 필요할 때만 신을 찾는 그 이기적인 본성이 어디 가겠나.”

그는 불만 가득한 눈초리로 나를 훑어봤다.

“흐음... 느껴지는 기운을 보아하니... 전격 펜투플인가? 제법이군. 우리가 인간계에 개입하지 않게 된 이후로 펜투플을 타고나는 인간은 극히 드물어졌을 터인데.”

내 평가를 마친 그는 고개를 끄덕거렸다.

“뭐, 좋다. 이 정도면 내게 감히 아뢸 자격이 있지. 일단 무릎을 꿇고 예를 갖추어 보아라.”

“......예? 무릎이요? 왜요?”

“이런 불경스러운 놈을 봤나! 너의 속성을 관장하는 신을 만났으면 의당 그리 해야 한다고 생각하지 않느냐?”

“저... 외람된 말씀이지만... 저한테 해주신 게 없는데 왜 제가 무릎을?”

무릎을 꿇는 일? 어렵지 않다.

나는 그에게 힘을 받을 수 있을까 싶어서 온 것이기 때문에, 얼마든지 내 자세를 낮출 용의가 있었다.

하지만 그건 상대가 정상적일 때의 얘기지, 이렇게 싸가지 없이 군다면 별로 그럴 생각이 없다.

“하! 발칙한 놈. 역시 인간은 힘을 보여주고 위에서부터 다스려야 한단 말이지. 그래, 보여주마. 나의 권능을.”

그가 나를 향해 망치를 들어 올렸다.

“네놈이 다루는 마법 중에 내가 창조해낸 마법이 없을 것 같았더냐? 내가 그것을 거두어 가겠─”

[금일 사용 가능한 ‘콜링 썬더’ - 9회]

“내가 그것을 거두어 가겠─”

[금일 사용 가능한 ‘콜링 썬더’ - 9회]

“거두어 가겠─”

[금일 사용 가능한 ‘콜링 썬더’ - 9회]

“무, 뭐냐? 네놈은? 왜 나의 권능이 미치질 않는 것이지?”

그가 화들짝 놀라며 말하자, 옆에 있던 세르시아가 끼어들었다.

“내가 말했잖아. 그는 평범한 인간이 아니라고. 헛짓은 이쯤하고 그의 말을 들어보는 게 어떻겠니?”

“이, 있을 수 없는 일이다! 신의 권능이 닿지 않는 인간이라니! 네놈, 정체가 무어냐?”

“인간입니다.”

자기가 답을 말해놓고서는 왜 묻는 거지?

아무튼 나는 당황한 그를 향해 바로 본론을 꺼내기로 했다. 원래 협상은 상대가 당황했을 때 진행해야 더 유리한 조건을 얻어내기 수월하니까.

“인간의 신앙을 잃어서 약화된 상태시라고 들었는데... 혹시 제가 당신을 섬긴다면, 당신은 저에게 대가로 무엇을 주실 수 있습니까?”

“아무것도 없다.”

“......예?”

“네가 말했다시피 내 본체는 매우 쇠약해진 상태. 그리고 고작 한 명의 인간이 주는 신앙만으로는 내게 아무런 변화도 일어나지 않는다. 그러므로 너에게 해줄 수 있는 게 아무것도 없다.”

역시 계약 같은 건 무리였나.

그렇다면 시스템을 통해 이 꿈속에서 마법을 얻어내는 수밖에 없겠군.

‘지금 내게 부족한 게...... 광역 마법이지.’

블리자드나 불사조가 있긴 하지만, 내 주력인 전격 속성의 광역 마법은 아직 없었다. 이 기회에 기왕이면 광역 마법을 얻어내야겠다.

나는 고원의 저편을 가리키며 소리쳤다.

“아앗! 저길 보십쇼! 마물들이 또 엄청나게 몰려옵니다!!”

그냥 호들갑은 아니고, 실제로 새로운 마물 군단이 몰려오고 있긴 했다.

그러자 세르시아가 나서려는 듯 손을 들어올렸다. 나는 황급히 그녀의 손을 붙잡아 제지했다.

“......? 뭐하니?”

“아니, 천둥의 신님께서 기껏 과거의 영광을 누리는 꿈을 꾸시는 중인데, 그걸 방해하실 생각입니까? 이런 건 천둥의 신님께 맡겨야죠. 안 그렇습니까, 오베른 님?”

“틀린 말은 아니군. 좋다, 내가 보여주지. 진정한 천둥을!”

─쿠르르르...

하늘이 요동치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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