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꿈속에서 마법을 훔치는 마법사-173화 (173/200)

리플렉션 (2)

그날 밤.

나는 어느 호화로운 여관의 입구 앞에서 멈춰 섰다.

“엄청 크네.”

이곳이 바로 참가자 숙소로 지정된 여관이다. 마법 대회뿐만 아니라 다른 종목의 참가자도 모두 수용되는 장소이니만큼 상당한 규모를 자랑했다.

내가 이곳을 찾아온 이유는 뭐, 간단하다.

아까 낮에 봤던 반사 마법을 사용하는 은발의 마법사, 파블로 로필이라는 사람이 묵는 방의 위치를 알아내기 위해서다. 정확한 위치를 알아야 꿈속에 들어갈 수 있으니까.

여관 안으로 들어가자, 입구 근처에서 대기하고 있던 종업원이 헐레벌떡 뛰어와 장부를 펼치며 내게 물었다.

“대회 참가자 맞으시죠? 성함이 어떻게 되십니까?”

“아, 저는 참가자가 아닙니다.”

내가 손을 내저으며 대답하니 종업원이 장부를 덮고 면목 없다는 듯한 표정을 지었다.

“죄송합니다, 손님. 저희 여관은 축제가 진행되는 동안은 외부 손님을 받지 않고 있습니다. 여기까지 오셨는데 헛걸음하게 해드려 정말 죄송합니다만, 다른 여관을 찾아가 보심이....”

허리를 푹 숙이며 정중하게 사과하는 것이, 과연 고급 여관답다는 생각이 들었다. 시설만 좋다고 고급이 아니라, 이렇게 직원 교육까지 철저해야 진짜 고급이다.

“저는 이곳에 묵으려고 온 게 아닙니다.”

“그럼 무슨 용무로...?”

나는 의아하다는 듯 묻는 종업원에게 신분패를 꺼내서 보여줬다.

그는 헛숨을 들이켜며 고개를 내리깔았다.

“헉! 메, 메두사의 문양? 시, 실례했습니다, 아이일 백작님.”

“아니, 그거 다 소문이 과장된 거니까 고개 드세요. 저는 눈을 마주쳤다고 아무나 다 죽이는 미치광이 살인마가 아닙니다.”

처음엔 사람들이 내 이름만 들으면 자동으로 예절이 주입돼서 편하다고 생각했었는데, 시간이 지나고 보니까 꼭 그런 것만은 아니었다. 일일이 해명하는 것도 피곤하다.

“아무튼 그건 그렇고... 뭐 좀 물어볼 게 있는데. 혹시 지금 손에 들고 있는 그 장부가 투숙객 명단입니까?”

“예, 백작님. 대회 참가자들의 이름과 호실, 그리고 선호하는 식단까지 적혀있습니다.”

개별 식단까지 챙겨주는 건가?

되게 본격적이군.

“잘됐네요. 그럼 혹시 파블로 로필이라는 참가자가... 아, 아니다. 제가 그 장부를 잠시 살펴봐도 되겠습니까?”

“무, 물론입니다. 되고 말고요.”

나는 종업원이 건네준 장부를 펼쳐서 훑어봤다.

장부에는 참가자들의 이름과 식단이 지저분하게 적혀있었지만, 탈락한 사람들의 이름에는 뚜렷한 가로줄이 그어져 있어서 비교적 쉽게 찾아낼 수 있었다.

파블로 로필.

401호실.

‘......파블로 로필??’

아까 대회장에서 들었기에 이미 알고 있던 이름이었으나, 이렇게 문자로 다시 보니 묘한 기시감 같은 게 느껴졌다. 뭐랄까... 예전에도 어디선가 들어본 것 같다고 해야 하나.

나는 눈을 찡그리며 기억을 더듬어보려 애썼다. 예전의 나와 접점이 있다면 케른헴과 카트카, 그리고 모험가가 키워드일 텐데.......

“어, 어디 불편하신지요?”

나의 상념은 안절부절못하는 종업원의 목소리에 의해 금세 깨졌다.

“안색이 어두우셔서... 혹시 장부가 마음에 들지 않으십니까? 일지를 쓰듯 매일매일 내용을 추가한 거라 조금 지저분할 수도 있습니다. 원하신다면 제가 새롭게 작성을....”

“음? 아아, 그것 때문에 그런 건 아니니까 신경 쓰지 마세... 아! 그래, 일지! 그거였어!”

머리가 번뜩이며 기억이 떠올랐다.

“히익?! 죄, 죄송합니다. 제발 목숨만은...!”

“......? 아니, 뭐라는 거야 이 사람이.”

종업원은 피해망상 증세가 있는 듯 보였지만, 어쨌거나 그 덕분에 기억이 났다.

파블로 로필 말고도, 나는 ‘로필’이라는 성을 가진 자를 한 명 더 알고 있었다.

예전에 결투 재판에서 승리하고 따낸 던전에서 얻어낸 속박의 저주, 체크메이트를 창시한 자의 이름이 바로 ‘체이턴 로필’이었다.

자칭 ‘세상을 저주하는 마법사’라는 무시무시한 이명을 지닌 고대의 노인, 아니 유령이었는데, 유령이 된 이유가 또 기막혔다.

자기가 만든 속박의 저주에 걸려서 연구실을 벗어나지 못하고 굶어 죽었다. 뭔 마법진이 폭주해서 영혼까지 속박당한 신세랬는데, 덕분에 나는 대놓고 그의 마법서와 연구 일지를 읽고 체크메이트를 습득할 수 있었다.

‘체크메이트도 그렇고, 반사 마법도 그렇고... 마법을 연구해서 창조해내는 게 그쪽 가문의 내력인가? 학자 집안이구만.’

뭐, 나한테 있어서 그다지 중요한 내용은 아니다. 그래도 후손 입장에서는 중요할 수도 있으니, 마법을 성공적으로 얻으면 그 대가로 유령이 있는 위치를 알려주든지 해야겠다.

나는 여전히 덜덜 떨고 있는 종업원을 향해 말했다.

“호들갑 좀 그만 떠시고요. 혹시 제가 잠깐 위층에 올라가 봐도 됩니까?”

“다, 당연히 됩니다. 백작님께서 필요하시다면 손님을 쫓아내서라도 원하시는 방을 비워드리겠습니다.”

“그럴 필요까지는 없고... 아무튼 고맙습니다. 간단히 뭐 하나만 확인하고 돌아갈 거니, 저한테 신경 쓰지 말고 볼일 보세요.”

나는 종업원에게 은화 한 닢을 팁으로 건네주고 4층으로 올라갔다.

예전 같았으면 타겟의 꿈속으로 들어가기 위해 이 여관의 방을 하나 빌렸겠으나, 이제는 그렇게 하지 않아도 가능하다. ‘국왕 시해자’ 달성 이후로 꿈속으로 들어갈 수 있는 반경이 대폭 늘어났기 때문이다.

정확한 거리까지는 모르겠지만, 어림잡아 작은 마을이나 촌락 정도의 범위는 되는 듯했다.

‘어디 보자. 401호가... 아, 저쪽 구석이군. 이러면 꿈속으로 들어가기 좀 편하겠네.’

범위가 늘어난 만큼 정확도는 낮아졌다.

엄밀히 말하자면 정확도가 낮아졌다기보다는 대상을 특정하기가 어려워졌다. 눈을 감고 집중하면 범위 내에서 꿈을 꾸고 있는 수십, 수백 명의 기척이 동시에 느껴지니까. 그중에서 누가 내 타겟인지 콕 집어내기란 여간 어려운 일이 아니다.

그래서 이렇게 정확한 위치를 미리 파악해둬야 하는 것이다.

‘좋아. 준비는 끝났고.’

***

나는 참가자 숙소와 조금 떨어진 곳에 위치한 또 다른 여관에서, 쏟아지는 졸음과 싸우고 있었다.

“하암. 언제 잠드냐... 너무 조용해서 내가 먼저 잠들 지경이군.”

현재 내가 있는 여관은 쥐 죽은 듯 고요했다. 꿈속에 들어갈 쾌적한 환경을 조성하기 위해 내가 미리 선 투숙객에게 웃돈을 얹어 주며 모두 내보냈기 때문이다.

할 수 있는 준비는 전부 끝냈고, 이제 파블로 로필이 꿈꾸기만을 기다리면 된다.

일단 꿈속에 들어가기만 하면 마법을 얻어내는 것은 그리 어렵지 않으리라고 예상됐다. 며칠 전에 은신 마법 ‘클로킹’을 얻어냈을 때처럼 그냥 마법을 3회 보여달라고 하기만 하면 되니까.

나는 대회의 심사 위원이므로, 당당히 얼굴을 까고 그런 요청을 해도 전혀 위화감이 없다.

‘그 빛 속성의 마법이 좀 아깝긴 한데 말이지....’

빠른 속도로 쏘아지는 새하얀 광선. 레이저는 언제나 멋지다. 물론 반사 마법을 뚫지 못해서 후순위로 밀려났지만. 떠돌이 마법사라 붙잡지도 못했다. 내 저택에서 며칠 머무는 게 어떻겠냐고 제안해봤는데 거절당했다.

이대로 놓치긴 조금 아쉬운 감이 있었으나, 반사 마법까지만 얻고 세르시아를 만나러 갈 생각이다. 신이 나를 기다리고 있다고 생각하니 영 찝찝해서 뭘 하든 개운하지가 않았다.

‘오, 드디어.’

그렇게 한동안 기다리니, 미리 위치를 파악해둔 덕분에 계속 주시하고 있었던 장소에서 누군가가 꿈을 꾸기 시작한 게 느껴졌다.

기다릴 것 없이 바로 꿈속으로 진입했다.

─화아악!

저물어가는 붉은 노을이 시야에 들어왔다.

‘여긴...... 수도군.’

나는 수도 엘디니아의 한복판에 서 있었다.

즉, 이 거대하고 북적거리는 수도에서 꿈의 주인을 찾아야 한다는 뜻이다.

원래대로라면 서울서 김서방 찾기를 능가하는 헬 난이도에 욕설부터 튀어나왔겠지만, 아주 고무적인 부분이 있었다. 꿈의 시점이 축제가 진행되는 중이라는 것이다.

‘이러면 찾는 게 어렵지는 않지. 흐흐흐.’

굳이 이곳저곳 헤집고 다닐 필요가 없다. 해가 저물어가고 있으니 그는 참가자 숙소에 있을 확률이 높았다.

나는 곧장 숙소로 지정된 여관으로 향했다.

그렇게 도착한 여관 안으로 들어가니, 아까 봤던 종업원이 장부를 들고 다가와서 똑같은 말을 했다.

“대회 참가자 맞으시죠? 성함이 어떻게 되십니까?”

“저는 아이일 백작이라고 합니다. 아, 당신을 해치러 온 게 아니니까 괜히 호들갑 떨지 마시고. 파블로 로필이라는 참가자가 지금 숙소에 들어와 있습니까?”

나는 아까처럼 종업원의 피해망상이 발동되는 것을 미연에 방지하며 그리 물었다.

“메, 메두사 백작님...? 헉, 죄송합니다. 제가 실언을... 파블로 로필이라면... 혹시 브리즌 학파 소속의 은발 마법사님을 말씀하시는 것인지요?”

“흐음, 학파의 이름까진 정확히 기억나지 않는데 아마 맞을 겁니다.”

“죄송합니다만 그분께서는 지금 이곳에 계시지 않습니다. 아까 브리즌 학파원분들께서 찾아오셔서 오늘의 승리를 축하하겠다며 근처에 있는 술집으로 모셔가셨거든요.”

다행이군.

“근처에 있는 술집? 그게 정확히 어딥니까?”

“예, ‘당신의 코가 붉어질 때까지’라는 이름의 술집입니다. 저희 여관에서 두 블록 떨어진 곳에 있는 유명 술집이지요. 간판도 큼지막하니 쉽게 찾으실 수 있을 겁니다.”

“오, 좋네. 알겠습니다.”

나는 정보료로 금화를 하나 튕기듯 건넸다.

“그, 금화?! 가, 감사합니다!!”

아무리 고급 여관이라지만 일개 종업원으로서는 쉽게 만질 수 없는 큰돈을 흔쾌히 쾌척한 이유는 이곳이 꿈속이기 때문이다. 어차피 진짜 돈도 아니니 그냥 플렉스 한번 해봤다.

아무튼 나는 입이 함지박만 하게 벌어진 종업원을 뒤로하고 술집을 향해 발걸음을 옮겼다.

그의 말마따나 술집은 쉽게 찾을 수 있었다. 경박한 상호명에 비해 건물 자체는 제법 고풍스러웠고, 통째로 술집이었다.

술집으로 들어가니 로브를 입은 사람들이 구석진 자리에서 술을 마시고 있는 모습이 눈에 들어왔다. 그리고 파블로 로필 역시 그 자리에 있었다.

나는 그쪽으로 다가가 살짝 미소 지으며 우연을 가장해 입을 열었다.

“이야, 이거 파블로 로필 씨 아니십니까? 이런 데서 만날 줄이야. 반갑습니다. 다른 분들도요.”

“......? 아! 아이일 백작님.”

술에 취해 약간 풀린 듯한 눈동자의 파블로가 나를 알아보며 반갑게 인사했다.

“안녕하십니까, 백작님. 백작님께서도 이 술집을 애용하시는 모양이군요?”

“아, 그럼요. 완전 단골이죠. 어이! 여기 늘 먹던 걸로 한잔 가져와!”

지나가던 종업원이 그게 무슨 개소리냐는 듯한 표정으로 잠시 나를 바라봤지만, 이런 개소리를 해댄 손님이 내가 처음은 아닌 모양이었는지 눈치껏 알아듣고 술을 가지러 이동했다.

“오늘 승리 축하드립니다, 로필 씨. 아까는 금세 다른 경기가 시작되는 바람에 제대로 축하도 못 드렸네요.”

실제로 시간이 얼마 없어서 마법에 대해서도 자세히 물어보지 못했었다.

“하하, 백작님 같은 분께 축하를 받기는 아직 이르지 않나 싶습니다. 아직 경기가 남아있으니 말입니다. 당장 내일도 또 치러야 하고요.”

“겸손하시긴. 제가 보니까 우승은 거의 확정적인 것 같던데요? 유력한 우승 후보를 탈락시킨 실력에, 그 대단한 반사 마법까지. 아, 말이 나온 김에 그 마법에 관해 물어볼 게 있는데, 잠시 시간 좀 내주시겠습니까? 술도 깰 겸 바람도 쐬고 말이죠.”

마법을 유도해내려면 실내보다는 실외가 좋으므로 은근히 그렇게 권했다.

“어이쿠, 당연히 그리해야지요. 제가 어찌 킹슬레이어이자 킹메이커로 위명이 자자하신 백작님의 청을 거절할 수 있겠습니까? 하하, 가시죠.”

술이 들어가 텐션이 높은 그는 호쾌하게 웃으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나는 그와 함께 술집 밖으로 나갔다.

신선한 바깥 공기를 마시니 정신이 좀 드는 모양인지, 파블로 로필은 머리를 좌우로 털어내듯 흔들고 입을 열었다.

“무엇입니까? 제 마법에 관해 물어보실 것이라는 게.”

“아, 예. 아까 반사 마법은 고유 마법도 튕겨낼 수 있다고 하셨었죠? 그럼 못 막는 마법이 없는 거 아닙니까?”

“제 입으로 말하긴 부끄럽지만, 일단 지금까지 반사하지 못한 마법은 없었습니다.”

라고 말하는 그의 얼굴에는 부끄러움이 아닌 자랑스러움이 가득했다.

“오, 굉장하네요. 못 막은 마법이 없다니. 그렇다면...,,, 혹시 브레스는 어떻겠습니까?”

“......네?”

“드래곤의 브레스 말입니다. 그것도 반사할 수 있겠습니까?”

내가 그리 묻자, 파블로 로필은 매우 당황스러워하며 대답했다.

“그, 글쎄요... 드래곤의 브레스는 차원이 다른 경지의 마법이라 어렵지 않을까 싶습니다만....”

“흐음, 그렇습니까?”

“사실 제가 지금껏 반사하지 못한 마법은 없었습니다만, 그렇다고 만능은 아닙니다. 반사경의 범위를 벗어나는 광역 마법은 반사할 수 없고, 일정 수준 이상으로 강력한 마법은 제가 원하는 대로 반사 각도를 조절하기도 어렵습니다.”

광역 마법이야 뭐, 반사경이 직사각형의 방패 형태니 막을 수 없다고 치고.

근데 반사 각도는 뭐지?

그것도 조절이 가능한 건가?

“알아서 상대를 향해 반사해주는 게 아니었습니까? 아까 대회에서는 그 범상치 않은 빛 속성의 마법을 정확히 반사해서 되돌려줬잖아요?”

“아, 그렇게 일직선으로 날아오는 경우에는 상대를 향해 튕겨내기가 쉽습니다. 그냥 반사 마법을 시전하기만 하면 되니 말입니다. 다른 각도에서 날아오는 마법도 제가 원하는 방향으로 튕길 수는 있습니다만... 너무 강력하면 쉽지는 않습니다.”

“오, 그래도 어쨌든 막긴 막는다는 거네요.”

역시 괜찮은데?

굳이 상대에게 정확하게 되돌려 주지 못한다고 하더라도, 어쨌거나 방어를 해낼 수 있기만 하다면 그 효용성은 무척 크다고 할 수 있다. 내 중급 쉴드로는 상급 이상의 마법을 막기 어려우니까.

이 정도면 합격이다.

“아, 맞다. 아까 보니까 지팡이가 빛나면서 반사 마법이 발동되던데... 그건 뭡니까? 설마 지팡이가 있어야만 사용할 수 있는 마법이라든가...?”

“하하, 그런 건 아닙니다. 제 지팡이에는 마법을 1회 저장해둘 수 있는 기능이 있습니다. 그래서 단순히 지팡이에 반사 마법을 메모라이즈 해둔 것뿐입니다. 제가 캐스팅 속도가 빠른 편이 아니라서요.”

아, 언제든 즉시 발동시킬 수 있도록 미리 저장해둔 거였군. 이 부분은 내게 문제 될 게 없다. 나는 캐스팅 속도로는 둘째가라면 서운한 사람이니까.

어쨌든 정보는 이만하면 충분하다.

이제 슬슬 마법을 유도해내야 할 때다.

“아무튼 대단하시네요. 그런 마법을 창조해내시다니. 진짜 한 번도 보지 못했던 유형의 마법입니다. 그래서 말인데... 그것 좀 다시 보여주실 수 있나요?”

“제 반사 마법 말씀이십니까?”

“예예, 저도 마법사 된 자로서 끓어오르는 호기심을 억누를 수가 없네요. 세 번 정도만 볼 수 있다면 진정이 좀 될 것 같은데.”

“세 번이요? 아... 그게....”

파블로 로필은 난처하다는 듯 말을 이었다.

“제가 그 마법을 하루에 한 번만 쓸 수 있어서 말입니다.”

“아.”

젠장! 같은 마법을 3회 목격해야 습득할 수 있는 나로서는 매우 곤란했다.

아니지.

맞아 죽으면 되잖아?

요즘은 마법을 3회 목격하는 방법으로 편하게 얻어내고 있었지만, 원래 맞아 죽는 게 정석이다.

‘반사 당한 내 마법에 맞아 죽어도 인정해주려나?’

되겠지? 될 것 같았다.

예전에 육체 강화 마법인 ‘스트렝스’를 얻어낼 때도 그 마법을 사용한 수배범에게 맞아 죽었지만 ‘스트렝스’에 의해 죽은 걸로 판정됐었으니까.

“그럼 한 번만이라도 보여주시겠습니까? 아까는 지팡이에 저장된 마법을 사용하셨으니. 로필 씨가 직접 캐스팅할 수 있는 게 아직 1회 남아있을 텐데.”

“아... 그것도 벌써 지팡이에 저장해버렸습니다.”

“아니, 되게 성실하시네. 그럼 지팡이에 저장된 걸 사용해서 보여주시면 안 됩니까?”

내가 거듭 요청했지만 그는 고개를 가로저었다.

“그건 내일 대회에서 쓸 예정이라... 죄송합니다.”

곤란하군.

여긴 꿈속이니 지팡이에 저장된 걸 사용해도 내일 대회에 아무런 지장이 없지만, 꿈인 걸 밝히면 꿈이 깨진다.

뭔가 위화감 없는 방법이 없을까?

“......파블로 로필 씨.”

나는 잠시 고민한 끝에, 낮게 가라앉은 목소리로 입을 열었다.

“혹시 중부의 메두사라고 들어보셨습니까?”

“네? 당연히 들어봤습니다만... 아이일 백작님의 이명이 아닙니까?”

“그럼 제가 왜 그런 이명을 가지게 됐는지도 알고 계시겠네요?”

“물론입니다. 눈을 마주치는 상대는 반드시 죽인다고 하여 얻게 되셨다고 들었습니다.”

그는 당연하다는 듯 대답했다.

“그걸 알고 계시는 분이...... 저와 눈을 마주치셨네요?”

“그, 그게 무슨...?”

생각해보니 간단했다.

위화감 없이 마법을 강제적으로 유도해내는 방법.

“네놈을 죽인 뒤 눈알을 뽑아가겠다!!!”

─즈즈즈즈!

내 머리 위에 실타래처럼 얽힌 전기의 구체가 생성됐다.

[금일 사용 가능한 ‘일렉트릭 오브’ - ∞회]

나는 그가 반응할 수 있을 정도로 일부러 뜸을 들인 뒤, 그것을 쏘아 보냈다.

“이, 이런 미친 작자가...!”

그는 황급히 지팡이를 꺼내 들었다. 지팡이는 밝게 빛나며 반투명한 사각의 반사경을 생성해냈다.

이윽고 반사경에 닿은 일렉트릭 오브는, 정확히 반대 방향으로 튕겨 나왔다.

─즈즈즈즈!

나는 양팔을 활짝 펼치고 그것을 맞이했다.

[꿈속에서 마법 ‘리플렉션’에 맞아 사망하여 조건을 달성했습니다.]

[습득하시겠습니까? 훔치시겠습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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