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꿈속에서 마법을 훔치는 마법사-172화 (172/200)

리플렉션 (1)

시간은 빠르게 흘러 어느새 사흘이 지났다.

꿈속에 들어가는 능력의 쿨타임이 돌아왔다는 뜻이다.

사흘이 흐르는 동안 마법 경연 대회는 막을 내렸고, 어제부터 마법 대결 대회가 시작됐다.

대결이야 뭐 승패가 명확하다 보니 심사라는 게 딱히 필요 없지만, 혹시나 승부를 가리지 못한다거나 더블 케이오가 나오는 상황이 발생할 수도 있으므로 심사 위원석은 여전히 마련되어 있었다.

그 심사 위원석에 앉아있는 나는 흥미로운 눈빛으로 무대를 내려다봤다.

“이벤트 매치라... 재밌겠는데?”

지금 무대에서는 본 대회인 마법 대결을 시작하기에 앞서 소소한 이벤트 매치가 진행될 예정이었다.

이벤트 매치란, 왕립 아카데미를 비롯한 왕국 내에 있는 명문 아카데미의 학생들로 블라인드 매치를 벌이는 것이다. 일종의 교류전이라고 할 수 있겠다.

원래는 축제에 아카데미 교류전이 따로 진행되고 있었는데, 메이저라고 할 수 있는 마법 대회나 검술 대회에 비해 워낙 인기가 없다고 한다. 그래서 이렇게 꼽사리 껴서 홍보를 하는 거다.

나도 아카데미 학생들이 대결하는 걸 굳이 찾아가서 구경하진 않았지만, 이렇게 자리가 만들어졌으니 기왕 보는 거 재밌게 관전할 생각이다. 싸움은 원래 좁밥 싸움이 진국이니까.

“오오, 마법사대 마법사인가?”

펑퍼짐한 흰색 로브를 입은 사람과 검은색 로브를 입은 사람이 무대 위로 올라왔다. 검은 쪽은 남자였는데, 흰색 쪽은 펑퍼짐한 로브와 챙이 큰 모자 때문에 체형과 얼굴이 보이지 않아 성별을 알 수 없었다.

두 사람이 무대 양 끝에 자리를 잡자, 대결의 시작을 알리는 폭죽이 터져 나왔다.

─타앙!

그와 동시에 흰색 로브가 쏜살같이 상대를 향해 쇄도했다.

흰색 로브의 예기치 못한 행동에 관중들이 당황했다.

“뭐, 뭐야?”

“마법사가 왜 달려들지...?”

“육체 강화 마법을 사용하는 마법사인가?”

당황한 건 검은색 로브 역시 마찬가지였다. 한낱 아카데미 학생으로서는 이런 돌발 상황을 겪어봤을 리가 만무했고, 그가 미처 마법을 준비하기도 전에 흰색 로브가 지척에 당도했다. 그리고,

─빠악!!

어느새 검을 꺼내든 흰색 로브가 검의 폼멜 부분으로 상대의 머리를 가격했다. 그 불의의 일격으로 인해 검은색 로브는 저만치 나가떨어졌고, 흰색 로브는 쓰고 있던 모자가 벗겨졌다.

나는 반사적으로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다.

“오우!”

이건 감탄사인 동시에 이름을 부른 것이기도 했다.

흰색 로브는 왕립 아카데미의 기사 학부생이자, 나의 실전 격투 강의 수강생이었던 오우 피들스턴이었기 때문이다.

그는 순식간에 승리를 거머쥐었지만, 관중들은 야유했다.

“우우... 검사가 로브를 입다니.”

“비겁하다, 비겁해!”

“네 녀석이 그러고도 기사 지망생이냐!”

“누구한테 배운 거야? 제자가 저 모양인 걸 보니, 보나 마나 스승도 비겁한 인물이겠지.”

끝없이 쏟아지는 야유에 피들스턴의 어깨가 추욱 늘어졌다. 나는 그런 그를 향해 박수를 보내며 외쳤다.

“오우! 아주 훌륭했다! 어깨 펴!”

솔직히 친선 결투에서까지 저렇게 위장하는 건 좀 과하지 않나 싶었지만, 어쨌든 관중들이 욕하는 저 비겁한 방식을 가르친 스승이 바로 나였기 때문이다.

“저, 정말이십니까, 강사님? 제가 훌륭했습니까?”

“그래, 진짜 감쪽같았어. 그걸 가르쳐준 나도 속았는데 상대방이 어떻게 안 속겠냐고.”

진짜로 나도 마법사인 줄 알았다.

이런 걸 청출어람이라고 하는 걸까?

아무튼 나는 피들스턴을 공개적으로 칭찬한 뒤, 눈을 부라리며 관중들에게 무언의 경고를 날렸다. 내 제자를 욕하는 건 참을 수 있어도, 나를 욕하는 건 못 참지.

“히익...! 아이일 백작이 가르쳤다고...?”

“사, 사자는 토끼를 잡을 때도 최선을 다하는 법이지! 최선을 다한 저 기사 지망생에게 누가 감히 돌을 던질 수 있겠나?”

“후, 훌륭한 스승에 훌륭한 제자로군...!”

그렇게 소소했던 이벤트 매치는, 사제가 함께 칭찬받으며 훈훈하게 마무리됐다.

***

약간의 쉬는 시간을 가진 뒤, 메인 매치인 마법 대결이 시작되었다.

오늘의 참가자들은 예선을 통과하고 어제 있었던 본선에서도 한 차례 승리한 자들이었기 때문에, 나름대로 한가락 하는 진짜배기 마법사들이라고 할 수 있었다.

“오늘은 무슨 마법이 나오려나... 기대되는군. 흐흐흐.”

어제만 해도 제법 탐나는 마법들이 좀 등장했었는데, 토너먼트의 특성상 상위 라운드로 갈수록 더 치열해지고 숨겨둔 수를 꺼내야 하니 오늘은 더 많은 마법이 등장할 것으로 예상됐다.

게다가 순수 마법사 간의 일대일 대결은 좀처럼 보기가 드문 것이다. 마법사는 웬만하면 아군의 보호를 받으며 후방에서 안락하게 마법이나 쏘지, 나처럼 전방에 나서서 맞짱을 뜨러 다니는 사람은 어디에도 없다.

그렇게 기대감에 부풀어 실실 웃고 있으니, 옆에 있던 성녀가 지긋이 나를 바라보며 불렀다.

“......성자님.”

“예?”

“성자님은 다 좋은데 웃음소리가 뭐랄까... 이교도 같으세요.”

이교도 웃음소리가 뭔데?

“왜 사람 웃는 거 가지고 그러십니까? 성녀님은 머리에 맨날 그 꽃을 꽂고 다니시면서.”

“제 물망초에 무슨 문제라도 있나요?”

“아니, 물망초에 문제가 있다는 게 아니라 머리에 꽃을 꽂는다는 행위 자체가─”

순간, 우레와도 같은 함성이 광장을 뒤덮었다.

─와아아아아!!

대결을 펼칠 선수가 무대 위로 모습을 드러냈기 때문이다.

“아, 저 사람이 오늘 첫 경기구나.”

적갈색 망토를 두른 남자였다. 당연히 고작 평범한 선수 하나에 관중들이 이렇게 열광할 리는 없고, 강력한 우승 후보로 점쳐지고 있는 사람이었기에 이렇게 환호받는 것이었다.

나도 어제 그의 경기를 봤었다. 시작하자마자 뭔 주먹만 한 불덩어리 여섯 개를 쏘아 보내서 상대의 주변을 빙빙 돌게 했었는데, 분명 불덩어리가 몸에 닿지도 않았는데 그 상대는 금세 불타버렸다.

물론 경기장 밖에서 대기하고 있던 회복 마법사들이 즉시 치료해줘서 죽지는 않았지만, 어쨌거나 나로서도 처음 보는 신기한 마법이었다.

“여기저기 방랑하는 떠돌이 마법사랬나? 불 속성이 주력 같던데 이번엔 뭘 보여줄지 기대되네. 평범한 마법사라고 하기에는 좀 특이한 감도 있고.”

“성자님도 그렇게 느끼셨나요? 저도 저 남자에게서 묘한 위화감이 느껴져요. 뭔가 친숙하면서도 불쾌하달까.”

“......?”

나는 단순히 처음 보는 마법을 쓰길래 특이하다고 한 것뿐인데, 성녀가 왜 그런 모순적인 위화감을 느꼈는지는 모르겠다.

아무튼 곧 저 사내의 대결 상대도 무대 위로 올라왔다. 회초리처럼 얄팍한 지팡이를 손에 쥔 은발의 사내였다.

저 사람의 경기도 어제 보긴 했다. 바람 속성의 마법을 연구하는 어떤 학파의 일원이라고 하는데, 그냥 평범한 바람 마법으로 무난하게 승리했었다.

아무튼 양 선수가 자리를 잡고 서로를 바라봤다. 지팡이를 든 남자가 먼저 정중하게 자신을 소개했다.

“저는 브리즌 학파의 파블로 로필이라고 합니다. 후회 없는 경기를 펼칠 수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트리스탄.”

유력한 우승 후보이자 특이한 불 마법을 사용하던 사내는 자기소개도 특이했다. 짤막하게 자신의 이름을 말하는 것으로 끝이었다.

─타앙!

양측이 소개를 마치자 이윽고 경기가 시작됐다.

순수 마법사 간의 싸움은, 각자 분해되어 있는 권총을 앞에 두고 싸우는 것과 비슷하다. 누구의 권총이 더 좋은지, 구경이 높은지는 중요치 않다. 누가 더 빨리 조립해서 상대의 머리에 총알을 박아 넣느냐가 중요할 뿐.

즉, 캐스팅 빠른 놈이 장땡이라는 거다.

내가 아무리 강력하고 광범위한 마법을 다룰 수 있다고 해봤자, 상대의 마법이 먼저 내게 날아오면 말짱 꽝이다.

그런 의미에서 장땡을 들고 있는 쪽은 불 마법사로 보였다. 그가 상대보다 한 발짝 빠르게 마법을 캐스팅했다.

─슝! 슝! 슝! 슝! 슝! 슝!

여섯 개의 자그마한 불덩어리가 은발의 마법사를 향해 날아갔다. 불덩어리는 목표물에 직격하지 않고, 마치 포위하듯 그의 주변을 회전하며 맴돌았다.

‘어제 봤던 그 마법이군.’

원리는 모르겠지만 어제 본 바에 의하면 저 불덩어리들 가운데에 있으면 불타게 된다.

은발의 마법사도 그 사실을 알고 있는 모양인지, 신속하게 쉴드를 생성해서 자신을 보호했다.

─치이익....

백색 장막이 화염에 휩싸였지만 제 역할은 충실히 해냈다. 불덩어리들은 결국 쉴드를 뚫지 못하고 소멸해버렸다.

우승 후보는 자신의 첫 공격이 무위로 돌아가자 곧장 다른 공격을 감행했다. 화르륵! 슈웅! 다양한 불 계열의 마법이 은발의 마법사를 향해 쏟아져 나갔다.

은발 역시 보통의 실력자는 아니었다. 어제는 상대가 약해서 제 실력을 온전히 발휘한 게 아니었던 모양인지, 침착하게 지팡이를 휘두르며 응사해서 상대의 마법을 상쇄시켰다.

그렇게 한동안 소모적인 공방이 오고 갔다.

‘......흐음, 그래도 불 마법사 쪽이 좀 우세한 것 같은데?’

괜히 우승 후보가 아니었다. 근소하게나마 캐스팅 속도가 빠른 그가 주로 공격하는 입장이었고, 은발은 방어하기 급급한 쪽이었다.

그래도 어쨌거나 은발도 아예 대응하지 못할 정도로 캐스팅 속도가 느린 것은 아니었다. 그는 급급하긴 해도 성공적으로 방어해내고 있었고, 결국 불 마법사는 공격에 변주를 줬다.

─화르르르르륵!

동시다발적으로 불의 장벽들이 치솟아 오르며 경기장을 집어삼켰다.

“뭐, 뭐야?”

“어떻게 된 거지?”

“불길 때문에 경기장 내부가 안 보이잖아!”

경기장과 비슷한 높이에 위치해 있는 관중들은 무슨 상황인지 안 보이는 모양이었지만, 고지대에 있는 심사 위원석에서는 똑똑히 보였다.

“육망성...? 불쾌하네요.”

성녀의 말대로 불길은 여섯 개의 꼭지점으로 이루어진 별, 육망성의 형태로 치솟아 있었다.

불타오르는 육망성이라니.

멋짐이 폭발함과 동시에 불길하기도 했다.

당장 저 중앙에서 악마라도 하나 튀어나오는 게 아닐까 싶은 느낌마저 들었지만, 상황은 내 예상과는 전혀 다르게 흘러갔다.

커다란 육망성이 은발의 마법사를 중점으로 두고 점차 줄어들기 시작한 것이다.

‘......단일 마법은 자꾸 요격당하니 광역으로 승부를 보겠다는 건가.’

전방위로 조여오는 불길.

이건 피할 수도 없고 쉴드로 무작정 버티기에도 기약이 없을 듯한, 상대하기 까다로운 마법으로 보였다.

‘저 마법 괜찮아 보이네. 저걸 습득할까? 흐음... 근데 내가 저 상황이었다면 저걸 어떻게 대응해야 하지?’

잠시 고민해보니 파훼법은 간단했다.

그냥 만능 탈출기 텔레포트로 튀면 된다.

아무튼 그건 나의 경우고, 은발의 마법사는 어떻게 대처할지 무척 궁금했다. 유명 학파의 일원답게 나름대로 실력이 있었으나, 텔레포트 같은 도주 기술은 없을 테니까.

육망성의 불길은 빠르게 좁혀들고 있었다. 이대로 경기가 끝나버리나 하는 생각이 들 정도로 불길이 좁혀졌을 때, 광장에 바람이 휘몰아쳤다.

─휘오오오!

바람의 근원은 은발의 마법사였다.

그는 허공으로부터 바람을 끌어모으며, 자신을 중심으로 하는 거대한 토네이도를 만들어냈다.

토네이도가 회전하며 사방팔방으로 바람을 뿜어댔다. 온몸이 휘청거릴 만큼 거센 바람이었기에, 경기장 바깥에서 대기하고 있던 마법사들이 간이 결계를 생성해서 막아내야 할 정도였다.

불 속성은 바람 속성보다 상성 우위에 있다.

불은 바람을 만나면 거세지니까. 당연히 육망성의 불길은 토네이도의 맹렬한 바람을 만나며 더욱 거세졌다.

─투콰콰콰콰!!

하지만 상성이라는 게 늘 절대적인 것은 아니다. 물 속성은 불보다 우위에 있지만, 물 속성의 하위 계열인 얼음은 불을 만나면 맥없이 녹아버리듯 이중적인 면모를 가진다.

바람 속성 역시 마찬가지다. 바람은 불길을 거세게 만들지만, 충분히 강하다면 불의 방향을 바꿔버릴 수도 있다.

결국 육망성의 불길은 더 이상 은발의 마법사에게 다가가지 못하고, 역으로 점차 멀어지기 시작했다.

‘아니, 저것도 괜찮아 보이잖아? 상급이나 고유 마법으로 보이는데. 와 씨, 고민되네.’

행복한 고민이었다.

오늘 대회는 첫 경기부터 대박 매치였다. 벌써 쓸만한 마법이 두 개나 등장하다니. 이게 뷔페인가? 개인적으로는 비슷하지만 더 강력한 마법인 인페르노가 있기 때문에, 육망성보다는 저 거대한 토네이도가 더 끌렸다.

─푸쉬쉬....

돌연 육망성의 불길이 완전히 사그라들었다.

반대 방향으로 움직이며 오히려 자신을 향해 다가오니, 떠돌이 마법사가 스스로 소멸시킨 듯 보였다.

‘......? 뭐지? 왜 저렇게 여유로워?’

그럼에도 불구하고 떠돌이 마법사의 표정에는 묘한 자신감이 넘쳐흘렀다. 내가 보기에는 양측이 비슷비슷한 실력인 것처럼 보였는데 말이다.

내가 고개를 갸웃하며 바라보고 있던 그때, 떠돌이 마법사의 몸이 하얗게 빛나기 시작했다.

─슈와악!

‘심상치 않은데... 아직 비장의 한 수가 남아있었나?’

마치 일렉트리컬 익스플로전에 맞은 상대가 점점 밝아지다가 폭발하는 것처럼 저자의 몸도 점점 밝아지는 걸 보니, 뭔가 에너지를 충전하고 있는 게 아닐까 싶었다.

“......저 남자. 왜 친숙하면서도 불쾌한 느낌이 드나 했더니, 신을 버린 고위 사제였네요.”

옆에 있던 성녀가 문득 그런 말을 해왔다.

“신을 버린 고위 사제요?”

“네. 신성력을 능숙하게 다루던 고위 사제가 신을 저버리고 마법사가 된 거예요. 그런 경우 신성력을 담던 그릇에 마나를 채우면 빛 속성의 마나로 치환되죠.”

“빛 속성이요?? 빛 속성의 마법이 있다는 얘기는 전혀 들어본 적이 없는데.”

내가 벙찐 듯 묻자, 성녀는 미간을 좁힌 채 빛나는 사내를 바라보며 말을 이었다.

“맞아요. 빛 속성의 마나는 있어도 마법은 없죠. 하지만 고유 마법을 만들 수 있을 만큼 뛰어난 고위 마법사에게 빛 속성의 마나가 있다면 만들지 못할 것도 없어요.”

“아.”

그러니까 정리하자면 저 떠돌이 마법사는 고위 사제였다가 신을 버리고 마법사가 됐고, 착실하게 불 속성을 연마해 고위 마법사가 됐다.

그래서 고유 마법을 만들 수 있게 됐는데, 빛 속성의 마나를 다룰 수 있으니 빛 속성의 고유 마법을 만들 수도 있다는 것이다.

가히 노력의 끝판왕이라고 할 수 있겠다.

‘와... 대단하구만. 근데 빛 속성은 뭐가 장점이지? 빛이니까 속도가 빠른가?’

내가 그런 고민을 하는 와중에도 떠돌이 마법사는 점점 더 밝게 빛나고 있었다. 은발의 마법사가 급한 대로 견제마법을 날려봤지만, 새하얀 빛무리에 흡수되듯 소멸해버렸다.

결국 포기한 걸까? 은발의 마법사는 아무런 대응도 하지 않은 채, 가만히 서서 빛무리를 응시했다.

이윽고 빛의 밝기는 정점에 도달했다.

무슨 신이 강림하기라도 한 듯 밝게 빛나는 떠돌이 마법사.

“......!”

그가 상대를 향해 손을 들어 올렸다,

그 즉시 은발의 마법사도 지팡이를 들어 올렸다.

떠돌이 마법사의 빛나는 손에서 새하얀 광선이 직선으로 쏘아져 나갔다. 눈으로 따라가기 힘들 정도로 빠른 속도. 그 광선은 찰나의 순간에 은발 마법사가 내민 지팡이에 닿았다.

─슈와악!

광선이 닿음과 동시에 지팡이도 눈부신 섬광을 발했다. 떠돌이 마법사가 내뿜던 빛에 조금도 뒤지지 않는 밝기였다.

과도한 눈뽕에 눈이 멀어버리는 게 아닐까 하는 걱정이 드는 순간,

광선이 역방향으로 튕겨 나갔다.

“커어어억!!!”

똑같은 밝기, 똑같은 위력, 똑같은 속도로 고스란히 반사된 광선은 떠돌이 마법사를 자멸의 길로 이끌었다.

‘미, 미친. 뭐야?’

너무 눈이 부셔서 내가 잘못 본 건가?

분명 반사된 것 같았는데?

나는 도저히 궁금함을 참을 수 없어서 자리에서 일어나 소리치며 물었다.

“그 마법은 무엇입니까? 마치 상대의 마법을 반사 시킨 것처럼 보였는데요.”

은발의 마법사는 여유롭게 고개를 끄덕이며 대답했다.

“정확히 보셨습니다, 아이일 백작님. 이건 반사 마법 리플렉션입니다. 제가 창안해낸 고유 마법이며, 상대의 고유 마법조차도 튕겨 낼 수 있습니다만... 빛 속성의 마법까지도 반사해낼 수 있을 줄은 저도 미처 몰랐군요.”

이거다.

더 볼 것도 없다.

당장 오늘 밤 이 마법을 얻어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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