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꿈속에서 마법을 훔치는 마법사-165화 (165/200)

엘 아이일 백작 (3)

“무, 뭐라고?”

“알았다고.”

“이, 이 천한 놈이 감히─”

나의 당당한 대답에 젊은 귀족이 당장이라도 달려들 줄 알았는데, 그보다 먼저 달려드는 것은 도린 형제였다.

─우다다다!

그들은 허겁지겁 달려와 나를 둘러싸고는, 당혹감이 그득한 얼굴로 입을 열었다.

“어, 억울한 마법사!”

“네 녀석이 대책 없는 무대포인 것은 잘 알고 있지만 귀, 귀족에게 반말을 하면 어떡하나...!”

“귀족 모욕죄로 처형당하고 싶은 것인가...!”

“처형은 뭔 처형? 저놈이 그랬잖아. 귀족이 말하면 그냥 ‘알았다’고 대답하라고. 그래서 시키는 대로 한 것뿐인데.”

내가 그리 말하자, 도린 형제는 새파랗게 질린 얼굴로 나를 뜯어말렸다.

“노, 놈이라니이이!”

“네 녀석이 강한 것은 알고 있지만, 그래도 상대는 귀족이다! 뒷감당을 어찌하려고 이러는 것인가...?”

“이렇게 여유 부리다가는 억울하게 죽은 마법사가 되어버린단 말이다!”

“아니, 알았으니까 이것 좀 놔봐. 너희 지금 땀 냄새 장난 아니야.”

나에게는 타인의 땀 냄새를 즐기는 변태 같은 취미 따위는 없다. 나는 도린 형제를 떼어내고 젊은 귀족에게 향하려다가, 잠시 멈칫하며 테도린을 향해 말했다.

“아, 테도린. 너 지금 끼고 있는 장갑 좀 벗어줘 봐.”

“자, 장갑 말인가? 갑자기 이건 왜....”

“나는 장갑을 안 끼고 다니잖아. 쓸 데가 있어서 그러니까 잠깐만 빌려줘. 빨리빨리.”

“그, 그러지.”

나의 재촉에 테도린이 얼떨떨해하며 장갑을 벗어줬다. 나는 땀에 가득 절어 악취가 풍기는 그 가죽 장갑을 손에 들고, 젊은 귀족에게 가까이 다가갔다.

그리고,

─짜악!

장갑으로 녀석의 뺨을 힘껏 후려갈겼다.

“......?!”

내가 뺨을 때린 건 분명히 젊은 귀족인데, 어째서인지 도린 형제가 뺨을 맞은 것처럼 식겁했다.

“허업!”

“우, 우리는 오늘 친구 하나를 잃겠구나...!”

“그동안 즐거웠다, 나의 오랜 벗 억울한 마법사여!”

아니, 이놈들 우리끼리 있을 때는 귀족은 다 없애버려야 한다느니 뭐니 하며 여포처럼 굴더니, 막상 귀족과 함께 있으니 소인배도 이런 소인배가 없었다.

아무튼 나는 도린 형제에게서 시선을 거두며 눈앞의 귀족을 바라봤다.

어이없다는 듯한 표정. 제법 강하게 뺨을 맞았음에도 불구하고 고통보다는 황당함이 앞서는 듯 보였다. 그를 호위하는 병사조차도 입을 쩍 벌리고 그저 상황을 바라보고만 있었다.

“.......”

이윽고 고통이 밀려든 모양인지, 귀족이 자신의 뺨을 어루만지며 멍하니 입을 열었다.

“내, 내 뺨을 때린 평민은 네가 처음이─”

“미친! 이상한 프레임 씌우려고 하지 마!”

─짜악!

나는 참을 수 없는 분노를 느끼고 다시 한번 장갑으로 뺨을 후려쳤다.

이 새끼가 어디서 감히 로맨스 클리셰를?

“아악! 이, 이게 무슨 짓이냐!”

두 대를 맞고 나서야 녀석은 비로소 화를 냈다.

“무슨 짓이긴? 결투를 신청하는 거잖아.”

“겨, 결투? 결투를 신청하는데 왜 뺨을 때리냐는 말이다!”

왜냐니? 나는 당연하다는 듯 대답했다.

“......? 장갑으로 때리는 게 신청 방법 아닌가?”

“이런 미친 자식! 평민은 귀족에게 결투를 신청할 수도 없고, 방식도 틀렸다. 툭 치거나 장갑을 던져야 결투를 신청하는 거지, 네놈처럼 후려갈기면 그저 시비 거는 것밖에 안 된다!”

“아.”

그런 거였어?

영화에서 보면 장갑으로 싸대기를 날리길래 원래 이렇게 하는 건 줄 알았다.

“아, 몰라. 시비 거는 거나 결투 신청이나 거기서 거기지 뭐. 어차피 싸우자는 뜻인데.”

“이, 이런 못 배워먹은 놈이... 펜슨! 저 건방진 모험가의 혀를 잘라서 내게 가져와!”

젊은 귀족이 나를 가리키며 소리치자, 옆에 있던 호위병이 내게 검을 겨누며 다가왔다.

“감히 도련님을 모욕하다니, 죽고싶─어억!”

─파지직!

털썩. 호위병은 기초 마법인 스태틱 쇼크 한 방에 바로 쓰러져버렸다.

“페, 펜슨!!”

“뭐야, 고작 이거 맞고 쓰러진다고? 고문용으로나 쓰던 마법인데...? 아, 왕성에서 알베르트를 죽였을 때 위력이 강해진 거구나.”

역설적이지만 위력이 강해져서 오히려 아쉬웠다. 적을 심문할 때 이만한 마법도 없었는데.

어쨌거나 내가 쓰러진 호위병을 바라보며 중얼거리니, 젊은 귀족이 사색이 된 얼굴로 입을 열었다.

“아, 알베르트를 죽였다고...? 설마 그 알베르트가 내가 알고 있는 알베르트인가...?”

“......장난해? 네가 알고 있는 알베르트가 무슨 알베르트인지 내가 어떻게 알아?”

“찬탈자 알베르트 폰 하츠펠트 말이다!”

“오, 맞아. 너도 알고 있나 보네?”

확실히 동부지방의 모든 영주들이 내전에 참여해서 그런지, 동부에 사는 이 녀석도 알고 있는 듯했다. 그것도 ‘찬탈자’라는 단어를 쓰는 걸 보면 꽤나 자세히 아는 모양이었다.

“그, 그럼 당신이... 바로 그 유명한 킹 슬레이어 백작...님이셨습니까...? 단신으로 철의 기사단을 궤멸시키고... 왕성까지 파괴해버렸다는... 잔혹한 성자...?”

“잘 아네. 그럼 그것도 알아? 내가 왜 기사단을 죽이고, 왕을 죽였는지.”

“그, 그, 글쎄요... 그, 그것까지는....”

녀석은 무언가가 크게 잘못됐다는 것을 느끼고, 마치 고장이라도 난 것처럼 몸을 덜덜 떨어댔다.

“그건 눈을 마주쳐서야.”

나는 그리 말하며 녀석에게 가까이 다가가, 거의 코가 닿을 만큼 가까이 얼굴을 들이밀었다.

“......그런데.”

그리고는 고개를 삐딱하게 틀며 말했다.

“너도 지금 나랑 눈을 마주치고 있네?”

“어... 어... 어─”

─스르륵... 털썩.

“......?”

그는 그대로 졸도해버렸다.

“아니, 장난하나.”

노잼.

이제부터 막 재밌어질 참이었는데 기절해버리다니. 뭔가 맥이 빠지는 느낌이었다. 역시 입을 털어대는 녀석치고 진짜배기 실력자는 없다는 만고불변의 진리를 다시 한번 깨달았다.

어쨌든 기절한 상대를 건드리긴 뭐하니 그냥 내버려 두기로 했다. 어차피 작위가 없는 녀석이라 능력치도 거의 안 주니까.

뭐, 운이 좋으면 무사히 깨어날 테고, 재수 없으면 몬스터의 든든한 한 끼가 되겠─

“어, 억울한 마법사!!”

“정말 메두사의 권능이라도 갖게 된 것인가?”

“눈을 쳐다보는 것만으로도 사람을 죽이다니!”

“그렇다고 귀족을 죽여버리면 어떡하나!”

“우린 망했군! 수배범이 되겠어!”

“당장 다른 왕국으로 도망쳐야 한다!”

도린 형제는 야단법석을 피워댔다.

그들의 시점에서는 내가 쳐다보기만 했는데 귀족이 죽은 걸로 보인 모양이었다.

“아니, 죽이긴 뭘 죽였다고 그래? 이거 그냥 자기 혼자 기절한 거야. 그리고 방금 못 들었어? 나 백작이야. 이런 몰락한 귀족보다 내가 훨씬 높다고.”

“백작...? 남작 위의 자작 위의 그 백작 말인가?”

“그래, 나는 이제 엘 아이일 백작이야. 그러니까 여기에 자빠져있는 이 귀족과 관련해서 뒷일은 걱정 안 해도 돼.”

그제서야 도린 형제의 얼굴이 환히 펴졌다.

“아이일 백작...? 그, 그게 네 녀석이었나?”

“오오오오오오!!!”

“억울한 마법사가 백작이라니! 무려 카트카를 지배하는 영주, 체스터 백작과 동급이 아닌가...? 백작을 실물로 보는 건 처음이군! 이번 기회에 실컷 봐둬야겠어!”

도린 형제에게는 메두사의 악명에 대해 해명해준 적이 있었기에, 그들은 내게 가까이 다가와서 위아래로 나를 훑어댔다. 험상궂게 생긴 얼굴 세 개가 그러니까 깡패한테 삥 뜯기는 느낌이 들었다.

그러자 앨리스가 끼어들었다. 팔짱을 낀 그녀는, 그녀답지 않게 거만한 눈빛과 말투로 입을 열었다.

“너희들 지금 뭐 하자는 거니?”

“헙! 무, 무슨 말씀이시오...?”

담당일진을 만난 테도린이 한껏 주눅 든 목소리로 반문했다.

“왜 그렇게 반말하고 예의 없이 굴어? 엘이 아직도 너희와 함께 몬스터나 잡으러 다니던 모험가로 보이니? 응?”

“애, 앨리스 양도 반말을 하고 있잖소....”

“말대꾸? 말대꾸하는 거니?”

앨리스는 슬며시 주먹을 들어 올려 보였다.

원래 이런 애가 아닌데, 꼭 도린 형제만 만나면 이렇게 여포처럼 변한단 말이지.

아닌가? 설마 다른 모험가들한테도 이렇게 구나? 그러고 보니 일전에 모험가 길드로 앨리스를 찾으러 갔을 때, 모험가들이 그녀의 이름만 듣고도 벌벌 떨었던 기억이 있다.

아무튼 매번 자기보다 낮은 등급의 모험가를 말년 병장처럼 갈구던 도린 형제가 역으로 갈굼당하는 것은 썩 볼만한 것이었으나, 지금은 그들을 갈굴 타이밍이 아니다.

“아니, 얘들 좀 괴롭히지 마. 그리고 친구 사이에 높고 낮음이 어딨어? 안 그래? 형제들?”

“그렇소! 아, 아니, 그렇다!”

“우리가 어디 보통 인연인가!”

“비실비실한 D급 모험가를 억울한 마법사로 만들어준 것이 바로 우리 형제지!”

녀석들은 구세주라도 만난 것마냥 다시금 기세등등해졌다.

“오, 맞아. 보통 인연이 아니지. 그래서 말인데... 내가 너희에게 거절할 수 없는 제안을 하나 하지.”

“그게 무엇인가?”

“내 밑으로 들어와. 돈 많이 줄게. 음... 일단은 한 달에 금화 3닢. 어때? 나중에 내 수입이 늘어나면 더 주고.”

B급 모험가의 하루 평균 보수가 5실버다.

한 달로 따지면 1.5골드이니, 그 두 배다.

“오옷? 월급 3골드? 상당히 짭짤하긴 하군. 그런데 네 밑으로 들어가면 우리는 무슨 일을 하게 되는 건가?”

“뭐, 이것저것 있는데 모험가 일보다는 쉬울 거야. 내 농노들을 보호하기 위해 고용한 모험가들을 관리 감독한다든가, 내 이름을 딴 거리의 치안을 유지한다든가, 아니면 날 따라다니면서 경호한다든가.”

“농노? 억울한 마법사의 이름을 딴 거리? 제, 제길. 어, 엄청나게 출세했군....”

사촌이 땅을 사면 배 아프다고, 몹시 배 아파하던 테도린이 고개를 갸웃하며 물었다.

“......잠깐. 경호? 네가 우리 형제 모두를 합친 것보다 백 배는 강할 것인데, 우리로 경호가 되겠나?”

역시, 노련한 모험가이자 용병이라 그런지 현실적인 부분을 잘 캐치해냈다.

“그러니까 꿀 보직이라는 거지. 딱히 하는 거 없이 그냥 무게나 잡으면 되니까. 마치 기사처럼.”

“기, 기사처럼 행세할 수 있다는 말인가...!?”

“그래, 물론 너희는 오러를 다루지 못하니까 진짜 기사까지는 아니지만... 나중에라도 터득하게 된다면 바로 기사로 서임해줄게. 이 정도면 진짜 좋은 조건 아니냐?”

나도 작위를 가진 귀족이니 기사를 서임할 수 있는 권한이 있다고는 하지만, 최소한의 자격도 갖추지 못한 자한테까지 그럴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어쨌든 친구 특혜로 굉장히 후한 조건이다.

최소 월급 3골드에 추후 인상이 가능하며, 딱히 어려운 일 없는 중간 관리자 포지션에, 기사로 승진할 수도 있고, 도린 형제가 그토록 좋아하는 갑질까지도 가능하다.

그야말로 거부할 수 없는 제안.

“어때? 할 거지?”

“물론이다! 크흐흐....”

“왕국의 실세인 아이일 백작님의 밑으로 들어가는 것을 누가 마다하겠는가!”

“어머니...! 그곳에서 보고 계십니까? 크흑... 저희 형제가 드디어 왕국의 심장부인 수도에 입성합니다!”

미친놈들.

꼭 돌아가신 것처럼 말했지만, 이 녀석들의 어머니는 멀쩡히 잘 살아있다. 심지어 도린 마을 최고의 여전사다.

어쨌거나 그들은 그렇게 호들갑을 떨어댔는데, 그래도 맏형이라고 테도린이 가장 먼저 정신을 차리며 물었다.

“크흐흐, 친구를 잘 둔 덕분에 우리 형제도 호강하게 생겼군. 그럼 이제 바로 수도로 돌아가는 것인가?”

“으음....”

애당초 이곳까지 온 목적은 도린 형제를 영입하기 위함이었으므로, 그걸 달성했으니 이만 돌아가는 게 좋을 듯했다. 왕궁 서고도 가봐야 하고.

“그래, 바로 수도로 돌아... 아, 아니다. 여기까지 온 김에 카트카 좀 잠깐 들렀다 가야겠어.”

티안브리스를 만나봐야겠다.

최종 퀘스트의 후보 중 하나는 드래곤이다.

그녀는 용족이니, 혹시 드래곤에 관한 정보를 알고 있을지도 모르니까.

***

우리는 마차를 타고 곧장 카트카로 향했다.

─달그락달그락

“아오, 너희 내가 티안브리스를 만나는 동안 어디 가서 좀 씻고 와. 마차에 땀 냄새가 가득하네.”

내가 마차의 창문을 활짝 열며 말하자, 테도린이 팔을 들어 코에 가져다 대고 킁킁거렸다.

“흠, 지체 높은 신분이 되었다고 너무 유난 떠는 것 아닌가? 이 정도면 괜찮은 것 같은....... 헙! 아, 알았소. 아니, 알았다.”

뭐라 항변하려던 테도린은, 내 옆에 앉아있는 앨리스가 찌릿 째려보자 황급히 입을 닫았다.

“너희들 말이야... 엘과 친구인 건 알겠지만, 다른 사람들 앞에서도 그렇게 굴면 곤란해. 알겠니?”

“무, 물론이오. 우리도 다른 사람들이 있는 자리에서는 깍듯하게 백작님으로 모실 것이오.”

“그래그래, 내가 지켜볼 거야.”

앨리스는 군기반장 행세를 하며 아주 살판 난 듯 보였다.

“야, 앨리스. 너나 얼굴 똑바로 가려. 카트카에서는 조심해야 하니까.”

“응? 으응....”

솔직히 이쯤 됐으면 웬만한 일은 내가 무마시킬 수 있지만, 어쨌거나 들키면 귀찮아지므로 들키지 않는 게 상책이다.

아무튼 그렇게 이동하다 보니, 곧 카트카의 성문에 도착할 수 있었다.

뭔가 합동 의뢰라도 수행한 모양인지 여러 개의 모험가 파티가 줄을 서서 검문을 받고 있었기에, 우리가 탄 마차는 그들의 뒤에 서서 차례가 오길 기다렸다.

그러자 테도린이 마차의 창밖으로 고개를 내밀어 상황을 살펴본 뒤 내게 물었다.

“설마, 이걸 기다릴 생각인가?”

“기다려야지 그럼.”

“그게 무슨 소리인가! 귀족에겐 우선 통행권이 있다는 걸 모르나?”

“알긴 알지.”

물론 알고 있다. 게다가 난 귀족이 되기 이전부터 카트카는 프리패스였었다.

“그럼 왜 이러고 있는 것인가? 우리 고귀하신 아이일 백작 나리께서 용무가 급하신데 이렇게 시간 낭비를 해서야 되겠나?”

“......고귀하신 백작 나리? 언제부터 너희가 나를 그렇게 취급했다고... 됐어, 그냥 기다리지 뭐. 그까짓 거 얼마나 걸린다고.”

“아니, 우리 형제가 해결하겠다! 이런 걸 처리하라고 우릴 고용한 것 아닌가? 귀족의 호위 기사처럼 말이지. 가자, 형제들! 우리의 의무를 이행하는 것이다!”

그렇게 말한 테도린은, 내가 붙잡을 새도 없이 형제들을 이끌고 마차에서 내렸다.

이윽고 마차 바깥에서 우렁찬 외침이 들려왔다.

“비켜라!! 이 허접한 모험가들아!!”

아니, 미친.

앨리스한테 받은 스트레스를 거기에 풀면 어떡하냐고.

뜬금없이 허접이 되어버린 모험가들은, 내가 타고 있는 마차와 도린 형제를 바라보며 웅성거렸다.

“뭐, 뭐야? 누가 우리보고 허접하대?”

“누군데 우리보고 비키라는 거지?”

“어어, 저 못생긴 삼 형제는...?”

“도린 형제잖아? 맞지?”

도린 형제는 케른헴과 카트카를 오가며 활동해서 그런지, 그들은 금세 형제들을 알아봤다.

“못생기긴 누가 못생겼다는 것이냐! 이상한 소리 하지 말고 어서 길을 비켜라!”

“어휴, 저 개차반 같은 성격은 여전하구만? 이봐요, 테도린 씨. 생긴 것처럼 굴지 말고 조용히 차례를 기다리세요. 같은 B급이면서 뭘 비키라는 건지 참.”

“같은 B급이라니! 이 마차에 타고 계신 분이 누구라고 생각하는 것이냐! 무려 왕국 전역을 공포에 몰아넣으신─”

그때, 경비병이 허겁지겁 달려왔다.

“거기! 웬 소란입니까?”

갑작스러운 소동에 달려온 경비병은 도린 형제의 앞에 멈춰서 물었다.

“뭡니까? 당신이 무슨 자격으로 같은 모험가들더러 비키라고 하는 겁니까? 체포당하고 싶어?”

경비병이 인상을 찌푸리며 말했음에도 테도린은 고개를 뻣뻣하게 세우며 대답했다.

“이 마차 안에 계신 분이 누군지 아시오? 바로 중부의 메두사로 유명하신 엘 아이일 백작님이시오! 나는 그분의 오른팔이고!”

뭐야? 오른팔? 나는 즉시 마차 밖으로 고개를 내밀며 말했다.

“아, 저는 왼손잡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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