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꿈속에서 마법을 훔치는 마법사-141화 (141/200)

인페르노 (2)

─촤악!

마지막으로 남은 오크가 피를 분수처럼 뿜으며 쓰러졌다.

그것을 확인한 나는 검에 흘려보내고 있던 마나를 끊어냈다. 팟! 하고 불이 꺼진 검신은, 방금까지 오크를 무참히 썰어댔음에도 불구하고 피 한 방울 남아있지 않아 깨끗했다.

화염으로 보호받아서 그런 건가?

이유야 어찌 됐든, 전투 후에 별도로 손질할 필요가 없어서 상당히 간편했다.

어쨌거나 전투가 마무리되니 도린 형제가 기다렸다는 듯이 질문을 쏟아냈다.

“어떻게 갑자기 모습을 드러낸 것인가?”

“분명히 근처에는 오크밖에 없었는데?”

“네가 오크처럼 생겨서 구분이 안 된 건가?”

“그 화끈한 검은 무엇이지?”

“불이 붙는 검이라니!”

“대체 어디서 난 것이지?”

특히 검에 대한 관심이 지대했다.

저 끈적끈적한 눈빛과 꼴깍꼴깍 침을 삼켜대는 꼴을 보아하니, 이 검이 상당히 탐나는 모양이었다.

하긴, 검사라면 누구든지 탐낼만하지.

“아, 이거? 음... 그냥 불의 검이야. 지난번 전쟁에 대한 보상으로 체스터 백작가에서 선물해줬어.”

구구절절 설명해주기 귀찮아서 그냥 ‘불의 검’ 딱 세 글자로 퉁쳤다.

“아무튼 오랜만이다. 오크랑 싸우느라 인사도 제대로 못 했네. 근데 너희는 왜 여기에서 오크한테 처맞고 있었어? 여긴 체스터 백작령이잖아. 심지어 케른헴과 가까운 방향도 아니고.”

“처맞긴 누가 처맞았다는 소리인가!”

라고 오크한테 처맞아 피투성이인 테도린이 소리쳤다.

아무튼 내 질문의 요지는 ‘왜 처맞았는지’가 아니라 ‘왜 여기에 있는지’였다. 머릿수가 부족하면 뭐, 오크한테 좀 밀릴 수도 있지.

“아님 말고. 그래서, 왜 여기에 있는 건데? 너희도 이제 대도시로 활동지를 옮긴 건가?”

“그렇다!”

“카트카에는 일감이 많기 때문이지!”

“오크가 득실득실하다!”

나는 오랜만에 듣는 그들의 삼분할 대답에 고개를 갸웃하며 물었다.

“오크가 많다고? 갑자기 웬 오크?”

“일전에 억울한 마법사 네가 그 용녀를 쓰러트렸을 때 도망친 오크들 말이다!”

“용녀...? 아아, 티안브리스?”

카트카 공방전 때 티안브리스가 끌고 온 몬스터 군단은 대부분 오크로 구성되어 있었다.

그리고 그 오크 중 상당수는 티안브리스가 쓰러지자마자 전의를 상실하고 그대로 뿔뿔이 흩어져 도망쳤다.

그때 흩어진 오크 잔당들이 아직도 체스터 백작령에 남아있는 모양이었다. 내가 방금 처치한 오크도 그 녀석들이고.

“근데 왜 그걸 너희가 처리하는데? 체스터 백작가는 뭘 하고?”

오크는 지능, 번식력, 집단행동 등등 가만히 놔뒀다가는 귀찮은 구석이 상당히 많기 때문에, 웬만하면 영주가 병사를 동원해 빠르게 토벌한다.

“귀족 나리들께서 무슨 생각을 하고 계시는지 내가 어떻게 알겠나? 어쨌든 우리야 오크가 많으면 일거리가 넘쳐나니 좋을 뿐이지. 크흐흐.”

라고 방금 오크한테 죽을 뻔한 테도린이 말했다.

“퍽이나 좋겠다. 아무튼... 이것들을 처리했으니 이제 너희도 카트카로 돌아갈 거지?”

내가 바닥에 널브러져 있는 오크의 사체들을 가리키며 묻자, 테도린이 후다닥 달려가 사체의 귀를 잘라서 챙기며 대답했다.

“그렇다. 네 녀석 덕분에 오늘은 일찍 쉴 수 있겠군? 크흐흐.”

“너 하마터면 영원히 쉴 뻔했어. 다음부터는 파티에 마법사라도 하나 넣어서 다녀라. 어쨌든 저쪽에 내가 타고 온 마차가 있으니까 너희들도 같이 타고 가자.”

“오옷? 마차? 그거 좋......지 않군. 우, 우리는 그냥 걸어가겠다.”

테도린은 반색하는 듯하더니 갑작스럽게 말을 바꿨다.

당연한 얘기지만 의뢰를 수행하러 도시 밖으로 나갈 때는 마차를 이용했어도, 의뢰 완료 후 복귀할 때는 마차를 타고 가기가 어렵다. 마차가 계속 기다려주지는 않으니까. 그래서 복귀는 굉장히 오래 걸린다.

그런데 빠르게 돌아갈 수 있는 기회를 마다하다니?

“뭐? 왜? 걸어가려면 한참 걸리잖아. 너희 상태도 별로 안 좋아 보이는데.”

“이, 이 정도는 포션을 마시면 아무 문제 없다.”

“......? 아.”

그렇게 말하면서도 마차를 흘끔거리는 테도린을 보니, 왜 이러는지 알 것 같았다.

“마차에 앨리스 없다.”

앨리스는 도린 형제의 담당 일진이다.

이 녀석들은 티안브리스로 변한 앨리스에게 두들겨 맞고 물심부름이나 하던 이력이 있는데, 그것 때문인지 아직도 앨리스가 두려운 모양이었다.

“생각해보니 나의 오랜 친우, 억울한 마법사의 호의를 거절하는 것도 조금 그렇군? 자, 마차로 가자! 형제들!”

테도린이 나머지 형제들을 이끌고 마차를 향해 성큼성큼 걸어갔다.

우리는 그렇게 마차에 올라타고 카트카를 향해 출발했다.

─달그락달그락

상처를 치료하기 위해 포션 한 병을 원샷한 테도린이 걸쭉하게 트림하며 물었다.

“꺼어억. 그런데 억울한 마법사, 네놈은 도대체 또 어딜 갔다 온 것이지? 몇 달마다 한 번씩밖에 못 보는 것 같군?”

“음....”

듣고 보니 그랬다.

카트카 공방전 때 우연히 마주친 걸 제외하면, 결투재판으로 얻어낸 던전을 탐사할 때가 이 녀석들과 함께 어울렸던 마지막 시기였다.

“어쩌다 보니 그렇게 됐네. 결투재판 이후로는 거의 중부지방에 있었어. 최근에는 수도에 좀 있었고.”

“뭣! 수도? 크윽... 우리와 함께 고블린이나 잡으러 다니던 촌놈이 출세했군. 제길! 우리는 아직도 오크나 잡으러 다니는데!”

테도린이 배 아파함과 동시에 신세를 한탄했다.

“수도에 머물면 출세한 거냐? 너희도 그쪽으로 오든가. 중부지방에는 영지전이 잦아서 용병의 수요가 꽤 높거든. 일자리 걱정은 없을걸?”

이 녀석들은 모험가인 동시에 용병이기도 하다. 심지어 용병단도 운영하고 있는데, 단원은 얘네 셋뿐이라 일감은 전혀 안 들어온다.

“그렇지 않아도 고민 중이었다! 언제까지 못생긴 몬스터나 잡으며 살 순 없지. 우리도 중부로 가서 도린 용병단의 이름을 드높일 것이다! 중부의 메두사처럼!”

“무, 뭐? 누구처럼?”

내가 당황하며 되묻자, 테도린이 눈썹을 치켜올리며 따지듯 말했다.

“너는 중부에 있었다면서 중부의 메두사도 모르는 것인가? 눈을 마주친 자는 반드시 살해한다는 그 전설적인 용병을?”

모를 리가 있나.

“......그거 난데?”

“?”

“?”

“?”

삼 형제의 얼굴에 의문이 피어올랐다.

“뭘 그렇게 놀라? 그거 나라고.”

이름까지는 소문이 안 났나?

하긴. 이름도 같이 알려졌다면 이 녀석들이 이렇게 놀랄 리가 없겠지.

“네, 네놈이 모든 용병의 우상인 중부의 메두사라고? 검을 쓰는 특이한 마법사라고는 들었다만....”

테도린이 반신반의하며 물었다.

“그렇다니까. 검을 쓰는 마법사가 나 말고 또 있냐? 전에 밀러 백작과 브룩스 자작의 영지전에 두 번 참여했었어. 그때 기사 다섯을 잡았고... 한 한 달쯤 전인가? 브룩스 자작까지 콱 죽여버렸지.”

“.......”

“.......”

“.......”

내가 간략하게 설명하자, 도린 형제는 할 말을 잃고 눈만 끔뻑거리며 나를 바라봤다.

“얘들아. 내 말 못 들었어?”

나는 천천히 고개를 꺾으며, 그들과 하나하나 눈을 맞췄다.

“내가 중부의 메두사라고. 눈 깔아.”

“헙!”

도린 형제는 헛숨을 들이키며 황급히 고개를 푹 숙였다. 눈을 깔으라고 했는데 왜 고개를 숙인 건지는 모르겠다.

“야야, 그걸 하란다고 진짜 하냐? 미안하게. 당연히 장난이지. 너희는 대체 나를 어떻게 생각하는 거야? 내가 친구도 죽일 놈으로 보였어?”

“무, 물론 장난인 건 알고 있었소.”

“......?”

“아, 아니 장난인 건 알고 있었다!”

아무튼, 그렇게 나만 즐거운 장난을 하며 달리다 보니 어느새 카트카에 도착할 수 있었다. 역시 동행이 있어야 시간이 빨리 간다.

성문 앞에서 검문을 위해 경비병이 마차로 다가왔지만, 얼굴을 슬쩍 보여주는 것만으로 통과됐다. 나는 밀러 백작령과 이곳에서는 검문 없이 프리패스다.

성문을 통과해 도시 안으로 진입하니, 테도린이 내 가슴 부근을 바라보며 말했다.

“억울한 마법사! 우리는 여기에서 내리겠다.”

“아, 너희는 모험가 길드로 가지?”

나는 체스터 백작성으로 가기 때문에 이들과는 방향이 달랐다.

“그렇다! 아 참. 모험가 길드 얘기를 하니 생각난 것인데, 케른헴의 모험가 길드에 네 앞으로 편지가 도착해있다더군?”

“편지? 누구한테서?”

내가 고개를 갸웃하며 묻자, 테도린이 발끈하며 대답했다.

“그걸 왜 나한테 묻는 것이지? 내가 그걸 어떻게 아나! 청색 마탑에서 보낸 것이라고 들었다!”

“미, 미친놈아. 알고 있잖아.”

어쨌거나 청색 마탑에서 내게 편지를 보냈다면, 그건 아마 메두사의 마안과 관련된 일일 것이다.

벌써 개조가 끝난 건가?

시간이 나는 대로 편지를 찾으러도 가봐야겠군.

***

“오랜만에 방문하셨군요, 카트카의 구원자님. 환영합니다.”

수도에서부터 근 일주일간을 달려온 끝에 드디어 도착한 최종 목적지인 체스터 백작성의 입구를 향해 걸어가자, 보초를 서고 있던 경비병이 자연스럽게 길을 터주며 인사해왔다.

나는 가볍게 고개를 숙여 감사를 표하고는, 그대로 안으로 들어가 지하 감옥으로 향했다.

지하 3층까지 내려가니, 티안브리스가 수감 되어 있는 방 앞을 지키고 있는 두 명의 기사가 눈에 들어왔다.

‘......왜 두 명이지? 전에는 한 명이었는데?’

나는 고개를 갸웃하며 다가가, 구면인 기사에게 말을 걸었다. 일전에도 이곳에서 보초를 서던 수다스러운 중년의 기사였다.

“안녕하십니까.”

“오, 이거 엘 군이 아닌가! 요즘 중부와 수도에서 승승장구하고 있다지? 얼마 전에는 세르시아 교단의 성자로도 임명됐다고 하던데. 역시 뛰어난 인재는 세상이 가만 놔두지 않는 법이지. 나는 진즉부터 자네가 크게 될 인물이란 걸 알고 있었다네.”

그것까지 알고 있다고?

도린 형제는 내가 성자가 됐다는 사실까지는 알지 못했는데, 과연 영주 휘하의 기사쯤 되면 이런 정보도 귀에 들어오나 보다.

아무튼 여전히 수다스러운 분이셨기에, 나는 말이 길어지기 전에 서둘러 궁금한 점을 물었다.

“아, 예. 그런데 왜 보초가 두 명으로 늘어난 겁니까? 그것도 기사씩이나 되는 분들로.”

그러자 중년의 기사는 고개를 돌려 감옥을 흘끔 바라보며 입을 열었다.

“이 안에 있는 용족이 최근 들어 난폭해졌기 때문이지.”

“......난폭해졌다고요?”

“그렇다네. 한 열흘쯤 됐나? 갑자기 ‘역시 나는 위대한 용족이 맞았다!’라고 소리치면서 매우 오만해졌지. 심지어는 식사를 가져온 하녀를 구타하기도 했다네. 하등한 인간이라는 이유만으로 말일세.”

“아.”

아무래도 인페르노를 습득하고 자신감이 뿜뿜 차올라 기고만장해진 모양이었다.

“물론 마나를 사용하지 못하니 그리 위협적이지는 않네만, 혹시 몰라서 보초를 늘린 것이지. 하녀들이 하도 많이 구타당해서 이제는 식사도 우리가 넣어준다네. 하여튼 골치 아픈 용족이야.”

그는 진절머리 난다는 듯 얼굴을 찡그리며 고개를 가로저었다.

“아니, 아무 죄 없는 하녀들까지 두들겨 패는데 그걸 그냥 놔뒀습니까? 버르장머리를 고쳐줘야죠.”

“안 그래도 참다못한 에드윈 도련님께서 용족이 계속 오만하게 굴면 응징해도 좋다고 말씀하셨지. 죽이지만 않으면 괜찮다고 말일세. 하지만... 자네도 알다시피 카트카 공방전에서 그녀가 얼마나 공포스러웠던가? 나는 아직도 그녀에게 감히 손대기가 두렵군.”

“흐음.”

이 기사의 고충을 이해하지 못할 바도 아니었다.

티안브리스는 무려 클로이와 나, 그리고 뒤늦게 합세한 에드윈까지. 이렇게 세 명이 함께 다구리를 치고서야 간신히 잡아낸 인물이다.

평범한 일개 기사로서는 그녀에게 감히 명함도 내밀 수 없는 게 당연했다.

“뭐, 알겠습니다. 어쨌든... 안으로 들어가 봐도 되는 거죠?”

“물론일세.”

그가 고개를 끄덕이며 자물쇠를 풀어줬다.

나는 바로 문을 열고 안으로 들어갔다.

─드르륵....

“또 어떤 인간이 감히 위대한 용족의 처소로 들어왔지? 겁대가리 없이.”

붉은색 커튼으로 가려진 침대에서 티안브리스의 자신감 넘치는 목소리가 흘러나왔다.

“어쭈? 이거 진짜로 오만해졌네.”

“하! 누군가 했더니 네놈이었구나.”

그녀는 커튼을 치고 침대에 걸터앉았다.

살짝 고개를 치켜들고 나를 내리깔아보는 듯한 시선이 영 마음에 들지 않았다.

“그래, 왜 나를 찾아온 것이냐?”

“알면서 뭘 물어? 인페르노 때문이지. 너 그거 진짜로 습득 완료했어?”

내가 그리 묻자, 티안브리스의 한쪽 입꼬리가 씨익 올라갔다.

“내가 분명히 말하지 않았느냐? 불 속성 마법이라면 뭐든지 배울 수 있다고. 나는 너 같은 인간 따위와는 달리 한계가 없다.”

싸가지 없는 건 여전하네.

“어휴, 그놈의 인간 무시는... 인간인 나한테 제발 조언 좀 해달라고 애원하던 건 그새 까먹었어?”

“이익...! 내가 언제 애원했다는 말이냐!”

나는 발끈하는 그녀에게 손을 휘휘 내저었다.

“아니, 그딴 건 아무래도 상관없고... 진짜 배운 거 확실해? 너는 직접 마법을 시연해서 확인해 볼 수도 없잖아.”

그녀가 인페르노를 습득했다고 주장하고는 있지만, 그렇다고 곧이곧대로 믿기도 어려웠다. 그녀는 이곳에 갇혀서 마법을 사용할 수도 없고, 나처럼 시스템 메시지가 뜨는 것도 아닐 테니까.

티안브리스는 거만하게 다리를 꼬고는, 손가락으로 자신의 머리를 가볍게 톡톡 쳤다.

“그걸 꼭 써봐야 알겠느냐? 고대의 마법 인페르노는 내게 정복당해 이 머릿속에 들어있다.”

상당히 확신하는 모양새였다.

뭐, 본인이 그렇다고 하는데 더 묻는 건 의미가 없어 보였다. 진짜인지 아닌지는 꿈속에 들어가서 확인해 보면 알게 되겠지.

“흠, 그래? 그럼 마법서는 내가 다시 가져간다?”

“허락하마.”

“허락? 이거 완전 얼이 빠진 여자네? 야, 이 마법서는 원래 내 거야.”

나는 테이블 위에 올려져 있는 인페르노 마법서를 챙기며 그녀에게 이죽거렸다.

“......말조심해라. 인간을 향한 내 인내심은 그리 깊지 못하니.”

“뭐, 조심 안 하면 어쩔 건데. 나도 한 대 치게? 하녀한테 그랬던 것처럼?”

나는 일부러 최대한 그녀의 신경을 긁어댔는데, 이건 꿈속으로 들어가기 전에 빌드업을 해두기 위해서다.

당연한 얘기지만 지금 당장 티안브리스의 꿈속으로 들어갈 수는 없다. 그녀는 지금 깨어있는 상태니까. 그러므로 그녀가 잠드는 밤이 될 때까지는, 최대한 나에 대한 적개심을 만들어둘 생각이다.

어차피 인간을 무자비하게 학살하던 녀석이니, 학살당한 인간의 복수도 할 겸해서 마구 괴롭혀야겠다.

“하, 가소롭기 짝이 없구나. 내게 가해진 금제를 믿고 유세 부리고 싶은 모양이지? 치워라, 나는 너의 얄팍한 농간에 놀아나 줄 생각이 없으니.”

그녀는 코웃음 치며 말했다.

이거 힘없는 하녀는 잘만 두들겨 패더니, 힘으로 이길 수 없는 나한테는 쓸데없이 인내심을 발휘했다.

“아니, 나도 유세 부리고 싶은 생각은 없어. 그냥 대화나 좀 하자고. 오랜만에 만났는데.”

“흥.”

하지만 나는 수많은 수배범과 탈영병을 다루며 빌드업의 전문가로 거듭난 몸.

너는 내게 화를 내게 될 것이다.

“그거 알아? 사람을 화나게 만드는 데에는 두 가지 방법이 있는데, 하나는 말을 하다가 마는 것이고.......”

내가 뒷말을 흐리자, 티안브리스가 미간을 좁히며 짜증스럽게 물었다.

“뭐지? 왜 말을 하다가 마는 것이냐? 사람을 화나게 만드는 다른 하나의 방법은 무엇이지?”

“다른 하나는.......”

나는 그녀를 향해 손을 뻗었다.

“전기 충격이다!”

─파지직!

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