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꿈속에서 마법을 훔치는 마법사-139화 (139/200)

거래 (2)

“선택받은 자의 마법서, 꺼내는! 꺼내는!”

아스왈드가 그 특유의 사람을 열받게 하는 말투로 재촉했지만, 나는 살갑게 웃으며 내 테이블 앞자리를 권했다.

“아, 맞다. 상급 마법서를 구해오셨댔지? 자자, 이쪽에 앉으시죠. 샐리 씨, 아스왈드 고객님께 의자를 좀─”

“샐리! 가져오시오! 의자!”

아스왈드는 내 말을 끊고 샐리에게 명령했다.

통역기 문제로 말투만 존댓말이었다 뿐이지 굉장히 자연스럽게 아랫사람 대하듯 하대를 했는데, 생각해보니 샐리는 원래 이 녀석의 조교였다.

그러나 샐리는 조교용 테이블에 앉아서 새파랗게 질린 얼굴로 아스왈드를 바라보고만 있었다.

“샐리! 나를 알지 못합니까? 나는 아스왈드이다! 지도교수, 당신의! 당장 의자를 가져오지 않으면 당신은 졸업에 실패할 것이다, 영원히!”

이놈 이거 샐리한테는 완전히 여포였다.

왜 그녀가 돌아온 아스왈드를 보고 저렇게 기겁하고 있는지 알 법했다.

“아, 그, 그, 아, 알겠습니다.”

아스왈드의 으름장에 샐리가 정신을 차리고 의자를 가져왔다. 그리고는 슬금슬금 눈치를 살피다가 슬쩍 사무실 밖으로 도망쳤다. 한 겨울밤의 꿈이 끝나버린 그녀의 얼굴에는 절망이 그득했다.

그녀에게는 안타까운 일이지만, 나는 드디어 강사 노릇에서 벗어날 수 있게 되어 기쁘기 그지없었다.

어쨌거나 의자에 앉은 아스왈드는 다시 한번 나를 향해 재촉했다.

“당신은 서둘러서 꺼내야 합니다, 선택받은 자의 마법서. 나는 보름을 달린, 그것을 위해.”

“아아, 당연히 그래야죠. 그전에 구해오셨다는 상급 마법서부터 확인해 봅시다. 무슨 마법입니까?”

나는 느긋하게 의자 등받이에 몸을 기대며 상급 마법서를 먼저 보여줄 것을 요구했다.

이 괴짜 엘프는 일전에 탈진 방지 물약을 구해온다면서 연금술 교수이자 학장인 오베르가를 데려온 이력이 있다.

그때와 같은 맥락으로 보자면, 상급 마법서를 구해온다면서 웬 고위 마법사를 한 명 납치해왔을지도 모를 일이다.

나의 요구에, 아스왈드는 어깨에 메고 있던 보따리를 뒤적거리며 입을 열었다.

“이 마법은 매우 훌륭한! 하늘에서 떨어집니다, 벼락. 우르르쾅쾅꽈릉꽈르릉!”

“벼락? 아, 좀 식상한데.”

“벼락이 떨어진 장소─”

벌써부터 실망스러웠다.

나는 이미 벼락을 내리치는 마법을 두 개나 가지고 있다.

콜링 썬더와 일렉트리컬 익스플로전.

둘 다 내 주력으로 쓰일 만큼 훌륭한 마법이었지만, 대신 실내에서 쓰기 어렵다는 단점이 있다. 실내에서 캐스팅해봤자 벼락은 천장에 꽂힐 테니까.

“─로 순간이동 합니다.”

“......!?”

나는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며 되물었다.

“무, 뭐? 방금 순간이동이라고 했습니까?”

“하아. 너에게는 재능이 있습니다, 같은 말 두 번 하게 하는, 놀라운 재능! 그것은 당신의 막혀있는 귓구멍으로부터 기인한다.”

아스왈드는 한숨을 푹 내쉬며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 그리고는 보따리에서 꺼낸 마법서를 테이블 위로 올려놓았다.

─스윽

세월의 흔적이 고스란히 느껴지는 빛바랜 마법서였다. 북커버에 마법의 이름은 적혀있지 않았다.

“당신은 필요하다, 이 마법. 이 마법을 학습하고 회복 마법사에게 순간이동하여 꽉 막힌 귀를 치료받으십시오.”

“아니, 그런 마법이 존재했었습니까? 저는 순간이동을 하는 마법사를 본 적도, 들어본 적도 없는데요.”

“엘프의 마법이다, 인간에게 공개하지 않은. 너는 영광으로 알아야 합니다.”

인간에게 공개하지 않았다고? 용족의 고유 마법처럼 엘프들끼리만 공유하는 마법인가?

나는 내게 삿대질 하고 있는 아스왈드에게 물었다.

“그, 그럼 엄청 귀한 거 아닙니까?”

내가 마법사 인맥이 넓거나 마법에 관한 학식이 뛰어난 것은 아니지만, 그래도 여기저기에서 주워 들은 건 좀 있는 편이다. 특히나 순간이동처럼 특이한 마법이라면 소문이 안 날 수가 없다.

그런데도 내가 아예 못 들어봤을 정도라면, 엘프들이 꽤나 철저하게 감춰왔던 게 아닐까 싶었다.

“어떻게 엘프들한테서 이 귀한 마법을, 인간인 저에게 넘겨도 된다는 허락을 받아낸 겁니까?”

“필요없었습니다, 허락.”

“예? 허락이 필요 없었다고요?”

나는 고개를 갸웃하며 물었고,

아스왈드는 당연하다는 듯 대답했다.

“네, 훔쳐 왔습니다. 엘프의 숲에서.”

“야이, 미친놈아!”

나도 모르게 욕설이 육성으로 튀어나왔다.

이건 진짜로 미친놈이 분명했다.

“강아지!!! 나는 미치지 않은! 강아지!”

아스왈드 역시 욕을 먹고 가만히 앉아있을 인물이 아니었기에, 나에게 한층 더 격렬하게 삿대질하며 강아지를 연호했다.

“아니, 딱 봐도 중요한 마법서 같은데 이걸 훔쳐 오면 어떡해요 이 미친놈아! 내가 장물아비냐? 들키면 어쩌려고!”

“어디에도 없습니다! 훔쳤다는 증거! 강아지만 입 다물면! 나는 놀라운 도둑입니다!”

“......음. 그런가?”

듣고 보니 그럴싸했다.

나와 아스왈드가 입을 싹 닫으면 누가 알겠는가?

어차피 내가 훔친 것도 아니고, 내가 이 마법을 사용하는 모습을 엘프들이 목격할 가능성도 적다. 만약 목격당한다고 하더라도, 원래부터 내 마법이었다고 빡빡 우기면 자기들이 어쩔 텐가? 물증이 없는데.

그리고 무엇보다, 훔친 거든 뭐든 간에 이 마법이 너무 탐났다.

“잠시 이 마법서를 살펴봐도 되겠습니까? 어떤 마법인지 개요 정도는 읽어봐야 거래를 할지 말지 결정할 수 있을 것 같은데.”

“네, 허락됩니다, 살펴보는 것.”

내가 차분한 어조로 묻자, 방금까지 날뛰던 아스왈드도 급격히 차분해져서 대답했다.

나는 즉시 테이블 위에 놓여있는 마법서를 내 앞쪽으로 끌고 와서 펼쳤다.

“......이, 이건!”

내 눈이 부릅떠졌다.

[@*&$^@?&%#@(*[email protected]!*#@.......]

뭐라고 쓰여있는지 전혀 알 수 없었기 때문이다.

“아니, 미친. 이거 뭔데? 엘프의 문자입니까? 아예 읽을 수가 없잖아요!”

“아.”

아스왈드는 아차 싶은 표정을 지었다.

이 자식... 너도 이건 생각 못 했구나.

“아. 같은 소리 하고 앉아있네. 이런 걸 거래 물품으로 가져오면 어떡합니까? 당신이 번역이라도 해왔어야죠!”

“아. 아!”

그는 무언가 생각났다는 듯 입을 쩍 벌리며 다시 보따리를 뒤적거렸다.

그리고 곧, 돋보기처럼 생긴 무언가를 꺼내서 내게 내밀었다.

“이것은 번역기이다, 내가 사용하던, 통역기 없을 때.”

“......번역기? 이건 멀쩡한 거죠? 그 통역기처럼 고장 난 게 아니라.”

번역기가 고장 나서 마법서의 모든 내용이 아스왈드의 말투처럼 보인다면 정신이 나가버릴 것이다.

“고장 나지 않았습니다, 나의 번역기. 고장 난 것은 당신의 양심일 것입니다. 헛소리를 중지하고 서둘러 그것을 읽으십시오. 선택받은 자의 마법서는 내년에 줄 것입니까?”

“아, 알았어요. 거 되게 보채시네.”

나는 반신반의하며 번역기를 들고 마법서를 살폈다. 다행히 번역기는 제대로 작동했다.

마법의 이름은 아케인 텔레포트.

하늘에서 벼락을 소환해 벼락이 떨어진 지점으로 순간이동하는 마법. 특별히 거리에 제한은 없지만, 거리가 멀어질수록 마나 소모량이 기하급수적으로 증가해 사실상 목소리가 닿을 정도의 거리가 최대범위라고 한다.

‘......이 정도면 충분히 유용할 것 같은데?’

유효거리가 짧다는 게 조금 아쉬웠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쓰임새가 괜찮아 보였다.

물론 사용횟수, 캐스팅 딜레이, 마나 소모량 등 수많은 변수에 따라 활용도가 달라지겠으나, 최소한 비상 탈출 용도로는 사용할 수 있을 것이다.

“흠흠, 뭐 나쁘지는 않은 정도네요.”

상당히 마음에 들었으나, 나는 짐짓 점잔빼며 무덤덤하게 말했다.

표정 관리는 흥정의 기본이다.

특히나 라이트닝 블래스트 마법서처럼 가격이 정해지지 않은 물건이라면 더욱 그렇다. 최대한 속내를 감춰야 한 푼이라도 더 받아낼 수 있다.

아스왈드는 내가 내린 평가가 마음에 들지 않은 모양인지, 야단법석을 떨며 아케인 텔레포트의 훌륭함에 대해 역설했다.

“나쁘지는 않은?? 오, 나의 신! 끔찍합니다, 당신의 안목! 이 마법은 부족하지 않다, 선택받은 자의 마법에 비해서. 우리는 물물교환을 해야 합니다!”

그러면서 은근슬쩍 마법서의 1:1교환을 제안했다. 어림도 없지.

“흐음, 그래요? 근데 그럼 아스왈드 씨는 그렇게나 훌륭한 마법을 왜 안 배우신 거죠? 전에 저한테 다룰 수 있는 상급 마법이 없다고 하셨었잖아요.”

“.......”

“약 팔지 마시고 알파를 내놓으세요. 제가 라이트닝 블래스트는 상급 마법서 플러스알파에 팔겠다고 분명히 말씀드렸을 텐데요.”

“.......”

솔직히 아스왈드가 가져온 엘프의 상급 마법은 훌륭하긴 했으나, 아무리 그래도 고대의 마법과 1:1교환을 하기엔 무리가 있지 싶었다.

사전에 약속한 조건대로 상급 마법서에 더해 뭔가를 더 받아야 한다.

아스왈드는 잠시 침묵하며 눈만 대굴대굴 굴렸다. 뭔가 생각하는 모양이었다.

“눈 그만 굴리시고, 약속한 대로 갑시다. 빨리 다른 것도 꺼내 보세요.”

“삐빅, 통역할 수 없습니다.”

그는 돌연 기계적인 말투로 그렇게 말했다.

“......? 아, 진짜 왜 이러실까. 유치하게.”

“삐빅, 통역할 수 없습니다.”

딱 봐도 자기한테 거래가 불리하게 진행될 것 같으니 시치미 떼는 것 같았는데, 그는 최대한 당황스러운 표정으로 목에 걸린 통역기를 잡아 흔들며 실감 나게 연기했다.

“와... 가지가지 하시네요, 아스왈드 씨. 나이가 팔십쯤 된다고 하지 않으셨나? 입으로 효과음 내는 거 안 부끄러우세요?”

“삐빅, 통역할 수 없습니다.”

“시팔, 거래할 수 없습니다.”

“?”

“거래할 수 없습니다! 내가 고작 마법서끼리 일대일 교환하자고 보름 넘게 강의까지 대신해준 줄 알아? 더러워서 당신이랑 거래 안 해!”

나는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리고 당장이라도 아카데미를 떠날 것처럼 사무실에 있는 내 짐을 주섬주섬 챙기기 시작했다.

그러자 아스왈드가 통역기를 높게 들어 올리며 기쁜 듯이 소리쳤다.

“앗, 나의 통역기, 다시 작동하는!”

소원권을 사용해서 길버트 채트먼한테 그냥 이놈을 죽여달라고 할까?

“선생님, 착석을 요청드리는. 나는 더 준비한 것이 있습니다.”

“아오, 내 그럴 줄 알았지.”

나는 다시 테이블로 가서 앉았다.

“어디 한번 꺼내 보세요. 더 준비했다는 거.”

“네, 이것입니다.”

그는 보따리에서 요구르트 크기만 한 유리병을 하나 꺼내서 내밀었다. 병 안에는 투명한 액체가 들어있었다.

“이게 뭡니까?”

“이것은 세계수의 눈물.”

“......세계수?”

세계수라면......

엘프들이 신처럼 모시는 거대한 나무?

나는 아스왈드가 내민 유리병을 받아서 자세히 들여다봤다.

“흐음, 눈물이라기엔 점성이 좀 높아 보이는데... 근데 세계수는 나무 아니에요? 나무가 눈물도 흘립니까?”

“네, 흘립니다. 도끼로 찍으면. 줄줄줄.”

“아잇, 나무 진액이라는 소리잖아!!”

어쩐지 끈적끈적해 보인다 싶더니만.

아니, 그보다 엘프가 그렇게 세계수를 도끼로 막 찍어도 되는 건가? 엘프한테 신성한 존재 아니야?

나는 거래가 끝나면 이 미친 엘프랑 다시는 상종하지 말아야겠다고 다짐했다.

“후우... 그래서 무슨 효과가 있는데요? 세계수의 진액에는.”

“진액 아닙니다. 눈물입니다. 아파서 울었습니다, 내가 도끼로 찍으니까.”

“제, 제발 묻는 말에나 대답해주세요.”

아, 진짜 현기증 나네.

“사람을 죽입니다, 세계수의 눈물은.”

“예?”

전혀 상상도 하지 못한 대답이었다.

내게 세계수는 뭔가 포근하고 따뜻한 그런 이미지였는데, 사람을 죽인다니?

“좋아 죽습니다, 연금술사에게 주면. 키힛.”

“.......”

“오베르가에게 주면 그는 즉사할 것. 키힛.”

“당신도 즉사하는 수가 있어, 자꾸 이러면.”

아스왈드는 뭐가 그렇게 즐거운지 혼자서 키득거리며 말을 이었다.

“생명력 가득합니다, 세계수의 눈물. 이것으로 만든 물약, 채워준다, 당신의 머리처럼 텅 비어버린 마나통.”

“마나를 회복시켜준다고요? 오베르가 학장님이 만든 탈진 방지 물약처럼?”

“탈진 방지 물약? 그것은 맹물이다, 세계수의 눈물로 제조한 물약에 비하면. 나는 탈진 자주 하는 강아지를 위해 가져왔습니다, 이것. 천만에, 천만에.”

뭐야, 의외로 센스가 있었잖아?

아스왈드는 라이트닝 블래스트를 사용하면 탈진한다는 사실을 알고 있다. 그래서 이런 것을 준비해온 모양이었다.

“오, 좋습니다. 근데... 좀 괘씸하네요? 이런 걸 가져왔으면 진작 꺼내셨어야지. 통역기가 고장 난 척할 게 아니라.”

어쨌거나 마음에 드는 물건이었다. 나는 세계수의 눈물이 담긴 유리병을 내 앞쪽에 내려놓았다.

이쯤에서 거래를 수락하려던 나는, 혹시나 하는 마음에 마지막으로 한 번 더 물었다.

“......준비해오신 건 이게 전부인가요?”

“하아. 아직도 배가 고픕니까? 당신의 욕심, 세계수의 눈물보다 더 끈적끈적한.”

그는 넌덜머리 난다는 표정을 짓고는, 보따리에서 얄팍한 나뭇가지를 하나 꺼냈다.

“이것, 세계수의 파편이다. 떨어져 나왔습니다, 나의 어머니 세계수가 눈물을 흘릴 때. 이거라도 가지십시오.”

패륜아 아스왈드가 도끼질하다가 튄 나뭇가지라는 뜻이다.

“오, 그건 무슨 효과가 있는데요?”

“당신은 볼 수 없습니까? 이것은 나뭇가지이다. 나뭇가지에는 아무 효과 없다! 그 사실은 오크도 알고 있습니다. 너만 몰라.”

“......아무 효과도 없다고요? 하.”

근데 그걸 왜 그렇게 당당하게 말해?

내가 어이없다는 듯 헛웃음 짓자, 아스왈드 역시 지지 않고 헛웃음을 터트리며 따졌다.

“하. 또 입니까? 두 번 말하게 하는 것? 세계수의 파편을 이용해 너의 꽉 막혀있는 귀를 후비십시오. 이것은 충분히 튼튼하다, 당신의 뇌까지 후빌 만큼.”

내 뇌는 이미 공격받고 있는 것이나 다름없었다.

나는 황급히 라이트닝 블래스트 마법서를 꺼내서 아스왈드에게 던지듯 건넸다.

“제발, 이제 제 눈앞에서 사라져주세요. 제발!!!”

“키힛, 네, 선생님.”

아스왈드는 고대의 마법서를 받아들고 싱글벙글하며 사무실을 떠났다.

“하아....”

나는 천장을 바라보며 한숨을 내쉬었다.

새로 얻은 엘프의 마법서를 빨리 읽어보고 싶었지만, 괴짜 엘프와의 거래로 인한 정신적 피로도가 극심했기에 약간의 휴식이 필요했다.

그렇게 멍하니 천장을 바라보며 쉬고 있을 때, 도망쳤던 샐리가 스리슬쩍 모습을 드러냈다.

“저기... 아스왈드 교수님은 가신 거 맞죠?”

“예.”

“휴....”

문밖에서 얼굴만 들이밀고 있던 그녀는, 비로소 안도하며 안으로 들어왔다.

이제 와서 다시 생각해보면 이 여자도 대단했다. 그 미친 엘프 밑에서 용케도 자살하지 않고 버텼다니.

“근데 무슨 일이십니까? 그 엘프가 돌아왔으니 이제 제 강사 노릇도 끝났는데.”

“아, 강사님께 편지가 와서 전해드리러 왔어요.”

“......편지?”

“네. 카트카의 에드윈 체스터라는 분이 보내셨네요?”

그녀는 그렇게 말하며 내게 다가와 편지를 건네줬다. 편지를 봉인한 실링 왁스에는 체스터 백작가의 인장이 선명하게 찍혀있었다.

‘에드윈이 나한테 편지를 보낼 일은 없을 테고... 역시 티안브리스가 보낸 건가?’

나는 보름쯤 전에, 인페르노 습득 여부를 확인하기 위해 티안브리스에게 편지를 보냈었다. ‘두 배로 노력한 성과는 있었냐?’라고 써서 보냈는데, 아마 그것에 대한 답장이 온 듯했다.

왁스를 뜯어내고 꺼낸 편지지에는, 오만한 필체로 오만한 문장이 적혀있었다.

[위대한 용족의 노력은 그 결실을 맺었느니라. 이 하등한 인간 놈아.]

뭐야?

당신의 그 결실, 지금 훔치러 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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