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꿈속에서 마법을 훔치는 마법사-133화 (133/200)

왕립 아카데미 (4)

나는 맞은편에 앉아서 아침 식사를 하고 있는 앨리스에게 제반 사정을 설명했다.

“......해서, 그 괴짜 같은 엘프 때문에 오늘부터 왕립 아카데미로 강의를 나가봐야 해.”

“정말 이상한 엘프네. 으휴, 하여튼 이종족은 이래서 안 된다니깐.”

내 얘기를 들은 앨리스가 혀를 내둘렀지만, 이것은 황당하기 짝이 없었다.

“......너도 이종족이잖아? 심지어 지금도 용족인데.”

“나는 꼬리만 감추면 인간이랑 똑같거든?”

“엘프도 귀만 감추면 인간이랑 똑같던데?”

“뭐야! 왜 갑자기 나한테 불똥이 튀는 거야? 그냥 같이 엘프를 욕하면 우리 둘 다 행복해지잖니!”

“그러네...? 그런 방법이...?”

앨리스가 샐쭉한 얼굴로 그리 말했는데, 가만 생각해보니 솔로몬 저리 가라 할 정도로 지혜로운 발언이었다. 모두가 행복해지는 방법이라니.

“너 의외로 현인의 기질이 있구나? 아무튼, 강의 때문에 당분간은 수도에 머물러야 할 것 같아.”

“나야 상관없지만... 언제까지 하는 거니?”

“흐음. 글쎄? 빠르면 하루 만에 끝날 수도 있고, 길어지면 며칠은 더 걸릴 것 같은데.”

내가 강의를 맡는 기간은, 블랙 컨슈머 아스왈드가 언제 돌아오냐에 따라 달라진다.

오베르가 학장이 사람을 풀어서 그를 찾는다고는 했지만, 만약 상급 마법서를 구하러 멀리 떠난 거라면 하루 이틀 만에 붙잡아오지는 못할 듯했다.

그 괴짜는 기척이 거의 없고 날렵하니까.

“언제가 될지는 나도 잘 모르니까, 너도 기다리는 동안 심심하면 모험가 길드라도 가보든가.”

“저, 정말? 그래도 돼?”

앨리스가 반색하며 되물었다.

그녀는 이미 자유의 몸이 된 지 오래지만, 아직까지도 예전의 버릇이 남아있는 모양인지 뭘 하든 간에 내 허락부터 받으려고 들었다.

“뭔 소리야? 그거야 네 마음이지. 돈 벌어 오겠다는데 내가 말릴 이유도 없고.”

“그, 그럼 갈래! 할래!”

“그래, 수도 근처에 몬스터 서식 구역이 따로 있댔나? 거기서 착실히 몬스터를 잡으면서 전투 감각을 좀 키워둬. 나중에 네 도움이 필요할 수도 있거든.”

추후 ‘국왕 시해자’ 퀘스트를 본격적으로 진행하게 될 때, 앨리스의 도움이 필요할지도 모른다. 그녀는 아직 전투가 서투르다 뿐이지, 순수 화력만 놓고 보자면 어디 가서 꿀리지 않으니까.

“......응?? 내 도움이 필요하다구? 네가? 반대로 말한 거 아니니?”

그녀는 믿기지 않는다는 듯 왼쪽으로 고개를 꺾으며 손가락으로 자신을 가리키고는, 다시 오른쪽으로 고개를 꺾으며 나를 가리켰다.

“제대로 말한 거 맞아.”

“무슨 일인데?”

“내가 나중에 아주 강력한 사람과 싸울 거거든? 아니, 그 사람이 강력하다기보다는 권력이 막강하지. 그를 따르는 부하들도 많고. 분명 쉽지는 않을 거라... 네가 도와준다면 고맙겠어. 물론 강요는 아니니까 부담 갖지 말고.”

나는 그녀에게 솔직하게 털어놓았다.

‘왕’이라는 단어만 없을 뿐 이 정도면 거의 진실을 밝힌 거나 다름없었지만, 앨리스니까 그냥 말했다. 그녀는 내 동료 중에서도 배신할 가능성이 가장 낮은, 매우 신뢰할만한 존재다.

“그런 걸 뭐 하러 묻는 거니? 네가 도와달라고 하면 당연히 도와줘야지. 이 불의 여왕님이 당장 도와줄까?”

“아이고, 여왕님. 말씀은 감사합니다만 지금의 여왕님이라면 5분 컷입니다요.”

“뭐야! 안 도와줘!”

앨리스는 팔짱을 끼고 고개를 휙 돌려버렸다.

고민할 필요도 없다는 듯 당연히 도와주겠다고 한 건 고맙지만, 그건 사안의 심각성을 제대로 깨닫지 못해서가 아닐까 싶다.

나중에 다시 한번 얘기해 봐야겠군.

“아무튼, 나는 지금 바로 아카데미로 갈 거니까 너도 같이 나가자.”

***

나는 왕립 아카데미의 서쪽에 자리하고 있는 어떤 건물 앞에서 멈춰 섰다.

“이게 교수회관인가.”

건물에는 그냥 ‘서관’이라고만 쓰여있어서 긴가민가했지만, 아마 맞는 것 같았다.

교수회관은 동관과 서관으로 나누어져 있다고 하는데, 동관은 메이저라고 할 수 있는 기사학부와 마법학부 교수들이 사용하고, 서관은 그 외에 잡다한 학과 교수들이 사용한다고 한다.

오베르가 학장은 바로 이 잡다한 학과들을 관장하는 사람이다. 그래서 정령학 교수인 아스왈드의 대타 강사로 나를 채용할 권한이 있었던 것이다.

“......뭔 진상 고객 하나 때문에 팔자에도 없는 강사 노릇까지 다 해보네.”

나는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며 교수회관으로 걸어 들어갔다.

건물 안으로 들어서자, 누군가가 마치 기다렸다는 듯이 헐레벌떡 다가왔다.

“혹시 외부 강사로 초빙되셨다는 엘 님?”

“그렇습니다.”

“아, 안녕하세요, 강사님! 저는 강사님을 보조할 조교, 샐리라고 합니다. 언제까지 강의하실지는 모르겠지만, 계시는 동안에 시키실 일이 있으시면 언제든 제게 말씀해주세요. 열심히 하겠습니다!”

학부생쯤 되어 보이는 젊은 여자였는데, 그녀는 피로에 찌든 듯한 얼굴과는 달리 매우 활기차고 싹싹하게 인사했다.

“저도 잘 부탁드리겠습니다. 그런데 샐리 씨는 학부생인가요?”

“아니요, 학부는 작년에 졸업했고 지금은 정령학 심화 과정을 밟고 있습니다.”

심화 과정? 대학원생 비슷한 거였나.

그래서 저렇게 피곤함에 절어 있었군.

“오, 정령을 다루시는구나. 그럼 그 또라... 아니, 아스왈드 교수 밑에서 공부하시겠네요?”

“네... 저는 원래 그분의 조교입니다....”

조금 전까지만 해도 활기찼던 그녀가 갑자기 시무룩해져서 대답했는데, 그 심정이 충분히 이해됐다.

멀쩡한 사람도 아스왈드랑 5분만 대화하면 자신의 머리에 샷건을 쏘고 싶은 충동을 느낄 텐데, 매일 붙어있어야 하는 조교는 오죽할까.

“사무실, 감사할 것입니다. 안내해주면.”

“꺄아악!!”

“......?”

“앗, 죄, 죄송합니다, 강사님. 드디어 한숨 돌릴 수 있나 싶었는데 갑자기 그 말투를 들으니 저도 모르게 그만....”

머리카락을 쥐어뜯으며 떨리는 눈동자로 말하는 그녀는 PTSD를 앓고 있는 게 분명해 보였다.

“안내해드리겠습니다. 저를 따라오세요....”

어깨를 축 늘어트리고 앞장선 조교는, 나를 3층에 있는 작은 사무실로 안내했다.

비어있던 사무실이라 그런지, 안에는 업무용 테이블 두 개와 책장밖에 없어서 휑한 느낌이 좀 있었다. 당연히 책장은 텅 비어있었다.

“이곳을 사용하시면 됩니다. 강의에 필요한 물품이 있으시면 저에게 말씀해주세요. 제가 아카데미에 요청해서 받아다 드리겠습니다. 혹시 더 궁금하신 점이 있으신가요?”

숙련된 조교가 속사포처럼 말을 쏟아냈다.

“아, 네. 제가 일단 수락하긴 했는데... 그 실전 격투 강의란 거요. 그냥 제 마음대로 가르쳐도 되는 겁니까? 아니면 아스왈드 교수처럼 해야 하나?”

원래 모든 교육 기관에는 교육 방침이라는 게 있다. 오베르가 학장이 자유롭게 가르쳐도 좋다고 하긴 했지만, 그래도 혹시 내가 놓친 지침이나 기본적인 매뉴얼 같은 게 있을까 싶어서 물었다.

“강의 내용은 오롯이 강사님의 재량입니다. 다만 아스왈드 교수님처럼 강의하시는 건... 조금....”

“조금...? 조금 뭐요? 별로라고요?”

내가 그렇게 되묻자, 조교는 은밀하게 고개를 두리번거리며 주변을 살폈다. 이건 굉장히 무의미한 행동 같았는데, 어차피 사무실엔 우리 둘뿐이었기 때문이다.

어쨌거나 그녀는 주변에 아무도 없다는, 너무나도 당연한 사실을 굳이 다시 한번 확인한 뒤에야 소곤소곤 말을 이었다.

“여러 교수님의 실전 격투 강의 중에서, 아스왈드 교수님의 수업이 가장 인기가 없거든요. 기존의 수강생들조차도 다른 교수님의 강의로 변경하고 있어요.”

“아.”

“솔직히 당연한 결과죠. 그렇게 두들겨 패기만 하는 수업을 누가 듣고 싶겠어요? 나 같아도 안 듣겠다. 폐강될지도 모르는 위기 상황에 강사님이 오신 거예요.”

“......그렇군요. 참고하겠습니다.”

그럼 두들겨 패는 건 곤란하겠군.

***

왕립 아카데미 내부에 있는 작은 숲.

아스왈드의 실전 격투 강의 장소인 이곳에는, 열 명의 학생들이 모여 수업을 기다리고 있었다.

“그거 들었어? 교수님이 갑자기 사라져서 오늘부터 이 수업은 외부 강사가 진행한다는 거.”

“들었다. 마법서를 찾으러 떠나셨다더군.”

“나도 들었어.”

“네? 전 처음 듣는데요. 외부 강사가 누구죠?”

쪼그리고 앉아있던 한 학생이 금시초문이라는 듯 묻자, 여기저기서 대답이 터져 나왔다.

“어제 귀가 터질 듯한 천둥소리 들었나? 그 천둥소리를 낸 마법사가 외부 강사라더군.”

“아니, 그거래. 며칠 전 임명된 명예 성자.”

“아니야. 메두사를 잡은 모험가라던데?”

“메두사를 잡은 게 아니라, 메두사라던데?”

“?”

“?”

일대에 잠시 정적이 흘렀다. 그리고 곧 외부 강사 메두사설을 주장한 학생에게 모든 이목이 쏠렸다.

“뭐? 에라이, 미친놈아! 그게 말이 되냐?”

“진짜라고! 너희는 중부의 메두사도 몰라? 눈을 마주친 상대는 반드시 두 눈을 뽑아서 죽여버린다는 그 잔혹한 용병 말이야.”

“기사 다섯을 살해했다는 그...?”

“잠깐만요. 왜 다들 말이 다르죠? 마법사, 성자, 모험가, 용병... 그래서 누구 말이 맞는 건가요?”

서로 다른 의견에 혼란함만 가중되어가는 가운데, 유일하게 전신에 갑주를 걸치고 있는 기사학부생이 희망 사항을 말했다.

“정체가 뭐가 됐든 간에 제대로 된 실전 격투를 가르쳐주시는 분이면 좋겠군. 뭐, 아스왈드 교수님의 강의도 맷집을 늘리기에는 괜찮았지만.”

“괜찮긴 뭐가 괜찮냐? 너는 갑옷을 입고 있어서 쉽게 말하나 본데, 너도 로브를 입고 처맞아봐. 맷집이고 뭐고 그딴 강의는 아무 도움이 안 된다니까?”

“그렇다면 왜 계속 이 강의를 듣고 있나?”

“그래도 그 엘프가 마법사이기도 하잖아. 언젠가는 마법사가 싸우는 법도 알려주려나 싶어서 붙잡고 있었는데... 이렇게 갑자기 사라질 줄이야. 제길! 진작 다른 강의로 바꿀─”

그때, 풀숲을 헤치고 한 남자가 걸어들어왔다.

─저벅 저벅

체인 메일을 걸치고 있는 그는, 학생들 앞에 서서 어색하게 머리를 긁적이며 입을 열었다.

“음... 여러분이 실전 격투 강의 수강생이 맞습니까?”

“네.”

“맞아요.”

“아, 맞구나. 저는 아스왈드 교수가 돌아올 때까지 임시로 강의를 맡게 된 강사 엘입니다.”

엘은 자신을 소개하며 수강생들의 면면을 살폈다.

기사 지망생으로 보이는 학생이 한 명, 그 외에는 모두 마법사 계열로 보였다. 다들 갓 성년을 넘긴 듯 앳돼 보이는 얼굴을 하고 있었다.

“수강생 중 다수가 마법사인 것 같으니, 강의는 일단 마법사 기준으로 진행하겠습니다. 그리고 편의를 위해서 반말을 사용하겠습니다.”

엘이 그렇게 말하자, 한 수강생이 손을 번쩍 들어 올렸다.

“강사님, 실례지만 강사님은 무슨 일을 하셨었는지 말씀해주실 수 있나요? 메두사를 잡았다는 모험가 맞으시죠?”

“맞습니... 아니, 맞다.”

“봤지? 내 말이 맞지? 모험가 맞잖아!”

손을 들어 올렸던 수강생이 의기양양해서 주변에 소리쳤다. 그러자 다른 수강생도 지지 않고 질문을 던졌다.

“하지만 오베르가 학장님께서 강사님은 세르시아 교단의 성자라고 하셨는데요?”

“그것도 맞아.”

“중부에서 브룩스 자작가를 멸문시켰다는 용병 아니셨습니까? 저는 그렇게 들었습니다만.”

“그것도 틀린 말은 아니지.”

“제 친구는 강사님이 고위 마법사라던데요? 어제 강사님이 아스왈드 교수님의 상급 정령을 소멸시키는 걸 직접 봤다고 하던데.”

“그것도 맞는... 아니, 그만!!”

엘은 목소리를 높이며 질문을 중단시켰다.

이건 뭐 청문회에 나와 있는 장관 후보자라도 된 기분이었다.

“지금까지 너희들이 한 말은 전부 맞으니까, 이제 내 신상에 관한 질문은 그만 받겠어.”

엘이 피곤하다는 듯 머리를 쓸어넘기며 시인하자, 수강생들은 감탄하며 술렁였다.

“오오오!!!”

“전부 맞다고? 엄청난 분이셨잖아!!”

“크으. 수강 변경을 안 하고 버티길 잘했어!”

그들은 새롭게 등장한 외부 강사의 이력에 매우 만족했다. 저 업적들 중 하나만 달성했어도 충분히 대단하다고 할 수 있는데, 전부 달성했다니?

눈빛이 초롱초롱 빛나지 않을 수 없었다.

“자자, 조용! 나는 실전 격투라는 이 강좌의 이름답게 이론보다는 실전 위주로 가르칠까 하는데. 너희들은 어떤 걸 원하나?”

수강생들의 기대감이 더욱 부풀었다.

이 강사는 아카데미에 틀어박혀서 연구만 하는 기존의 교수진과는 달라도 뭐가 달랐다. 그는 불과 얼마 전까지만 해도 전장의 한복판에 있었던 사내.

진정한 ‘실전 격투’를 배울 좋은 기회였다.

“좋습니다!”

“인생은 실전이죠!”

“현장에서 바로 적용할 수 있는 생생한 전투 방식을 배우고 싶습니다!”

열정이 끓어 넘치는 수강생들의 대답에 엘은 흡족하게 고개를 끄덕였다. 배우고자 하는 자세가 된 녀석들이었다.

“강사님! 마법사가 기사를 상대하는 법을 가르쳐 주십쇼!”

“기사를 상대하는 법? 좋다. 그거 중요하지.”

“오옷!!”

수강생의 입이 귀에 걸렸다.

이렇게 흔쾌히 승낙해주다니?

아스왈드에게는 몇 번을 요청해도 소용없었던 일이다. 기본이 중요하다는 핑계로 계속 두들겨 패기만 할 뿐. 하지만 역시 실전 파이터는 달랐다.

“그 전에 너희들의 수준을 알아야겠는데. 혹시 너희들은 중급 마법을 다룰 수 있나? 기사와 싸우기 위해서는 중급 마법이 필수다. 그 밑의 마법은 잘 안 먹히거든.”

“오오, 과연 그렇군요! 저는 두 개를 다룰─”

“저도 두 개의 중급 마법이 사용 가능한─”

“저는 아직 한 개밖에 다루지 못하는─”

저마다의 대답을 들은 엘은 내심 놀라워했다. 모든 수강생들이 적어도 중급 마법을 한두 개쯤은 다룰 수 있었기 때문이다.

어쨌거나 이만하면 기사와 싸울 수 있는 최소한의 조건은 갖췄다고 볼 수 있었다. 엘은 바로 강의를 시작했다.

“너희들도 알다시피 기사는 마법사의 천적과도 같은 존재다. 기사의 속도는 마법사가 감히 따라잡기 힘들며, 그들의 검에 맺힌 오러는 너희들의 습자지 같은 알량한 쉴드를 북북 찢어발기지.”

수강생들은 눈을 빛내며 엘의 말을 경청했다.

“기사가 근접해서 네게 검을 휘두른다면 이미 늦은 거다. 근거리 전투가 아예 불가능한 건 아니지만, 아직 너희에게는 무리일 테니 검이 목에 닿기 전에 사랑하는 사람의 이름이나 한번 외치도록.”

“.......”

“그렇기 때문에 기사는 접근하기 전에 처리해야 한다. 그러기에 가장 좋은 방법은 역시 선제공격이라고 할 수 있지. 자, 그럼 그 선빵을 어떻게 치느냐? 너 잠깐 앞으로 나와봐.”

엘은 기사와 싸우는 방법을 가르쳐달라고 요청했던 수강생을 지목하며 앞으로 불러냈다.

그는 얼떨떨해하며 걸어 나온 수강생에게 자신의 검을 뽑아서 건네줬다.

“그 검을 나한테 겨눠봐.”

“......네? 이, 이렇게요?”

“에헤이, 그게 아니지. 좀 더 위로 들란 말이야. 나는 반드시 네 목을 칠 것이다! 이런 느낌이 들게끔. 어?”

“저, 저는 마법사인데요...?”

엘은 억울하다는 듯 항변하는 수강생에게 대꾸하지 않고, 그의 자세를 교정해준 뒤에 말을 이었다.

“자, 너희들이 이렇게 검을 들고 자세를 취하면 상대 기사는 좋다고 자신을 소개할 거야. 뭐 누구를 섬기고 있고, 어디어디 전투에서 승리했고, 무슨 이명을 가졌는지. 구구절절.”

“......?”

갑자기 웬 예법 교육이지?

수강생들의 얼굴에 의문이 서렸다.

“명예를 중시하는 기사라는 족속의 특성상 십중팔구는 이럴 거다. 만약 기사가 자기소개를 안 한다? 그럼 먼저 화를 내버려. 당신은 명예도 모르냐고. 그러면 무조건 소개를 하게 돼 있어.”

“그, 그게 실전 격투와 무슨 상관이...?”

검을 들고 있는 수강생이 갸웃하며 묻자, 엘은 무슨 그런 한심한 질문을 하냐는 듯 당연하게 대답했다.

“무슨 상관이냐니? 그때 갈겨버려. 마법을.”

“예??”

“말 걸어놓고 기습하라고. 이게 실전이다.”

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