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꿈속에서 마법을 훔치는 마법사-109화 (109/200)

대등하거나, 그 이상 (2)

“아아, 왔니?”

앨리스의 분위기가 좀 달라져 있었다.

뭐랄까, 여유가 흘러넘치고 자신감이 엿보인다고 해야 하나. 티안브리스의 모습을 취하고 있어서 그런지, 약간의 위압감마저 느껴질 정도였다.

앨리스가 나를 보며 인사하자, 도린 형제의 시선도 이쪽으로 향했다. 그들은 허겁지겁 내게 달려왔다.

“어, 억울한 마법사!!”

“드, 드디어 왔군!”

“왜 이렇게 늦게 오는 것인가!”

“뭐, 뭐야. 미친놈들아. 내 망토 붙잡지 마.”

나는 망토를 붙잡고 있는 그들의 우악스러운 손을 떼어내며 말했다.

“갑자기 왜 이러는 건데? 어라, 테도린. 너 얼굴이 왜 그 모양이야?”

못생겼다고 인신공격을 하려는 건 아니었다.

가까이에서 보니 테도린의 얼굴에 푸르딩딩한 멍이 들어있었기 때문에 한 말이었다.

“저 도플갱... 아, 아니. 앨리스 양이 때렸─”

“야! 말 똑바로 안 하니? 왜 말을 그렇게 해?”

“허엇! 미, 미안하오....”

앨리스가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 고압적인 자세로 윽박지르자, 테도린이 움찔하며 사과했다.

“......???”

뭐지? 망나니 중의 개망나니 테도린이, 말 한마디에 이렇게 껌뻑 죽는다고? 대체 무슨 일이 일어난 거지? 서열정리 매치라도 한 건가?

나는 테도린의 얼굴을 가리키며 물었다.

“야, 앨리스. 너 도린 형제한테 무슨 짓을 한 거야? 설마 얘 얼굴을 네가 이렇게 만든 거야?”

“내가 그런 거 아니야. 원래부터 못생겼었어.”

“아니, 미친. 그건 나도 알지. 그거 말고, 얼굴에 든 멍 말이야.”

자신을 두고 오고 가는 대화에 테도린이 버럭 하려고 했으나, 앨리스의 눈치를 슬쩍 살피더니 다시 의기소침해졌다.

“자꾸 짜증나게 굴어서 몇 대 때려줬어.”

“뭘 어떻게 굴었길래 사람을 때려? 그것도 널 돌봐주러 온 녀석들인데.”

상당히 의아했다.

내가 아는 앨리스는 조금 짜증났다고 해서 사람을 공격할 정도로 난폭한 성격이 아니다. 오히려 온순한 타입이다. 설마 개차반 같았던 티안브리스의 성정에 영향을 받은 건가?

어쨌거나 내 부탁을 받고 온 녀석들이 얻어맞았다고 하니, 내가 대신 따져 물었다.

그러자 앨리스가 도린 형제를 쌀쌀맞은 눈초리로 쳐다보며 입을 열었다.

“자꾸 버럭버럭 소리 지르잖아. 특히 쟤는 지하 묘지에서 처음 만났을 때 나더러 멍청하다고 했었잖니?”

“뭐야, 그게 다야? 고작 그런 이유로─”

“그리구 음식을 시켜달라고 했는데 안 시켜주는 거 있지? 밥 먹은 지 얼마나 지났다고 또 귀찮게 구냐면서 버럭버럭 소리치길래 나도 모르게 그만....”

“뭐? 야, 너희들이 잘못했네.”

웬만하면 도린 형제 편을 들어주려고 했는데, 이건 앨리스를 옹호할 수밖에 없었다.

어쩐지. 앨리스한테 음식을 안 줘? 그건 역린을 건드리는 것과 마찬가지다. 그녀는 음식만 잘 챙겨주면 어지간한 불편함은 군소리 없이 감내하는, 식탐의 제왕이다.

“잠깐. 그런데... 네가 어떻게 도린 형제를 주먹으로 이길 수가 있는 거지?”

앨리스는 덩치가 작다.

회복 마법사 리사의 모습에서 티안브리스의 모습으로 바뀌며 조금 커지긴 했지만, 그래봤자 평균적인 성인 여성의 체격이다. 떡대 좋은 도린 형제에 비하면 한없이 왜소하다.

“아아, 그거 말이니?”

앨리스가 씨익 웃으며 오른손을 들어 올렸다. 그러자 팟! 하고 불이 피어오르며 그녀의 손을 휘감았다.

“이걸 쓰면 힘이 강해지더라구.”

“......!?”

조금 옅긴 하지만, 저건 티안브리스가 사용하던 육체 강화 마법이었다.

나는 경악하며 앨리스에게 물었다.

“네, 네가 그걸 어떻게 써?”

“응? 다른 것들도 쓸 수 있을걸?”

“......뭐? 다른 마법도? 아.”

문득 깨닫는 바가 있었다.

그렇다.

그녀는 불사조만 복제한 게 아니었다.

앨리스는 나와 티안브리스의 싸움을 처음부터 끝까지 목도했었다. 그 치열했던 전투에서 티안브리스는 수많은 불 속성의 마법을 반복적으로 사용했었고, 앨리스는 그걸 전부 관찰했으니 복제하지 못할 이유가 없는 것이다.

‘......묘하게 흘러넘치는 여유와 자신감의 근원이 이거였나.’

물론 앨리스가 복제한 마법은 실제 주인이 사용하던 것에 비해서 어설프다. 일종의 모조품이라고 해야 할까.

좀 더 정확한 건 밖에 나가서 직접 마법을 쓰는 모습을 확인해봐야 알겠지만, 어쨌거나 앨리스가 갑작스럽게 강해졌다는 사실은 부정할 수 없다.

“이야, 잘됐네. 드디어 그토록 원하던 강력한 마법사가 됐네? 축하한다.”

“에헤헤, 고마워. 다 네 덕이야.”

앨리스가 배시시 웃으며 대답했다.

‘......이런 모습을 보면 성격이 안 변한 거 같기도 한데... 나한테만 그대로인 건가?’

도린 형제한테는 매우 고압적으로 굴었지만, 나를 대하는 태도는 여전히 사근사근했다.

하긴, 내가 앨리스한테 해준 게 얼만데.

그동안 먹여주고, 재워주고, 지켜주고, 심지어는 마법까지 배우게 해줬다. 그런 나한테 함부로 대하면 안 되지.

아무튼 그 오만하던 티안브리스의 얼굴로 저렇게 배시시 웃으니, 소름 돋을 정도로 위화감이 느껴졌다. 나는 가볍게 고개를 좌우로 흔들며 입을 열었다.

“자, 그럼 계산을 해야겠지?”

“응? 무슨 계산 말이니?”

“뭐긴 뭐야. 불사조를.......”

불사조를 내놔야지.

라고 말하려다가 근처에 있는 도린 형제를 의식하고 뒷말을 흐렸다. 이 녀석들은 마법을 훔칠 수 있는 내 능력을 모른다. 그건 앨리스도 마찬가지고.

“흠흠, 불사조를 소환할 수 있겠어?”

“아마 할 수 있을 것 같긴 한데... 아직 시험해보지는 못했어. 여관에서 그런 걸 소환하면 큰일 나잖니?”

“음, 그럼 지금 바로 도시 밖으로 나가서 확인해보자.”

앨리스가 불사조를 소환할 수 있느냐 없느냐에 따라서 내 향후 계획이 달라진다.

소환할 수 있다면 원래 계획대로 앨리스의 꿈속으로 들어가서 얻어내면 되고, 소환할 수 없다면 티안브리스의 꿈으로 들어가서 불사조를 얻어내야 한다.

당연히 전자가 내겐 편하다.

앨리스는 내 말을 곧잘 따르니까.

“아, 맞다.”

나는 앨리스와 함께 여관방을 나서기 전에, 주머니에서 금화를 한 닢 꺼내서 테도린에게 튕기듯 건넸다.

─팅!

“전장에서부터 내 부탁을 들어줘서 고맙다. 그걸로 좋은 방 하나 새로 잡아서 형제들이랑 한잔해.”

“오옷...! 그, 금화?! 이거라면 기절할 때까지 마실 수 있겠군! 크흐흐.”

B급 모험가로서는 쉬이 만지기 어려운 금화를 받아든 테도린은, 얼굴에 든 멍 따위는 금세 잊어버렸는지 함박웃음을 지었다.

***

체스터 백작령 남부에 있는 숲 지대.

일전에 ‘스트렝스’를 얻기 위해 수배범을 잡으러 한 번 와본 적이 있는 장소다. 인적이 상당히 드문 곳이었기에, 앨리스를 데리고 이곳으로 왔다.

“이쯤이면 될 것 같은데... 그건 그렇고 너 신분 하나 다시 파야겠다.”

앨리스의 외모가 바뀌면서, 기존에 발급받았던 모험가패는 무용지물이 되어버렸다. 도시를 드나들 때 검문에서 걸린다는 뜻이다.

다행히 카트카에서는 검문을 받지 않았다.

이는 어제 있었던 전쟁 덕분인데, 체스터 백작의 모든 병사가 참여했던 전쟁이니만큼, 성문을 지키는 경비병 중에 내 얼굴을 모르는 사람은 없었다. 거기에 더해 에드윈의 지시까지 있었다고 한다.

“신분? 카트카에서 모험가 등록을 하면 되는 거니?”

“아니, 그건 안 되지. 카트카에 티안브리스의 얼굴을 아는 사람이 넘쳐나는데. 나중에 다른 도시에 가서 발급받아야지.”

카트카 말고도 내가 검문 없이 자유롭게 출입할 수 있는 도시가 하나 더 있다.

바로 밀러 백작의 도시 ‘라니아’다.

그곳에서 나는 VVVIP이기 때문에, 검문을 받기는커녕 밀러 백작성에도 아무런 제한 없이 내 집처럼 드나들 수 있다. 실제로 거기엔 내 방도 있다.

나중에 상급 마법서를 받으러 갈 때, 앨리스도 데려가서 모험가 등록을 시켜야겠다. 그쪽 동네는 티안브리스의 존재를 모를 테니 별문제는 없을 것이다.

신분패를 발급받은 이후 앨리스의 거취는... 그녀의 자율 의지에 맡기면 되겠지.

“뭐, 그건 그렇고. 이제 마법을 써봐.”

“지, 지금 말이니?”

“왜 당황하는 건데? 그러려고 여기에 온 건데.”

나는 그렇게 말하며 앨리스에게서 몇 발자국 물러나 안전거리를 확보했다.

“.......”

“뭐해? 빨리해 봐.”

“.......”

“마법을 써보라니까?”

“.......”

“앨리스?”

어째서인지 앨리스는 입을 꾹 다문 채, 말없이 나를 응시하고 있을 뿐이었다.

“.......”

마치 던전에서 날 습격했던 때처럼.

나는 모종의 불안감을 느끼고 말을 이었다.

“너... 설마─”

“......싫어.”

앨리스는 돌연 고개를 푹 숙이고 주먹을 움켜쥐었다.

“......아무리 생각해도 못하겠어.”

“뭐를? 불사조 소환을 못 하겠다고?”

“아니, 너한테 마법을 못 쓰겠다구.”

“나, 나한테 마법을 왜 써?”

나는 뜬금없는 소리에 당황하며 되물었다.

그러자 앨리스가 발악하듯 빽 소리쳤다.

“......내가 너를 어떻게 죽이겠니!”

“미, 미친. 그, 그게 뭔 개소리야? 너 이 자식! 날 죽일 생각이었냐!”

“응? 이제 약속을 지키라는 거 아니었니?”

그녀는 눈을 동그랗게 뜨고 고개를 갸웃하며 말을 이었다.

“언젠가 내가 강한 마법을 얻게 되면, 그 마법으로 너를 죽여달라고 했었잖아?”

“아.”

그건 꿈속에서지.

“아니아니, 마음이 바뀌었어. 난 죽고 싶지 않아.”

“정말?! 다행이다....”

앨리스가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그리고 나 역시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그녀가 힘 좀 생겼다고 배신이라도 하는 줄 알았는데, 그런 건 아니었다.

아무튼, 다른 사람들과는 달리 앨리스에게는 적개심을 빌드업해둘 필요가 없다. 그녀는 내 지시를 곧잘 따르기 때문에, 꿈속에 들어가서 마법을 보여달라고만 하면 되니까. 거기에 뛰어들어서 죽으면 된다.

‘불에 타죽는 건 진짜 고통스러운데... 어쩔 수 없지.’

산 채로 불에 타는 고통이란 정말....

내가 겪어본 고통스러운 죽음 중 2위다.

참고로 1위는 ‘스트렝스’를 쓴 수배범에게 맞아 죽은 거다.

“그냥 네가 마법을 제대로 쓸 수 있나 확인해보려는 거니까, 허공에 대고 써봐. 음... 일단 플레임 오브부터 써볼래?”

“플레임 오브? 그게 뭐니?”

“아, 넌 이름은 모르나? 왜 그거 있잖아. 회전하는 불덩어리.”

“아아, 이거 말이니?”

─화르르륵!

앨리스의 머리 위에 불덩어리가 생성됐다. 그것은 맹렬히 회전하며 서서히 몸집을 불려 나갔다.

‘캐스팅 속도는... 뭐, 이 정도면 괜찮군.’

당연히 티안브리스보다는 느렸다.

나보다 느린 건 말할 것도 없고.

근데 이건 비교 대상이 잘못돼서 그렇지, 웬만한 마법사보다는 빠른 편이었다. 영지전에서 함께했던 밀러 백작의 중위 마법사보다도 빨랐다.

‘위력도... 나쁘지 않은 것 같은데?’

위력을 나타내는 지표는 불덩어리의 크기다.

나도 오브를 쓸 수 있기 때문에, 나름대로 객관적인 비교가 가능했다.

간단히 말하자면 내 ‘일렉트릭 오브’에는 한참 못 미치는 크기였지만, 내 ‘플레임 오브’와는 비슷한 크기였다.

내 플레임 오브는 결코 약하지 않다. 내가 지금까지 그 마법을 얼마나 유용하게 써먹었던가. 복제한 마법이 이 정도 수준이라면 매우 훌륭하다고 할 수 있겠다.

나는 가볍게 손뼉을 치며 그녀를 칭찬했다.

“이야, 훌륭한데?”

“저, 정말이니? 내 마법이 훌륭해?”

앨리스는 굉장히 들뜬 기색이었다.

“그래, 그거 하나만 있어도 모험가는 다 씹어먹겠다야. 아무튼, 그건 이제 바닥에 쏴버리고 다른 걸 써볼래?”

“응! 또 뭘 보여줄까?”

내 말대로 그녀는 즉시 바닥에 불덩어리를 쏘아 보내고는, 살짝 콧대를 높이며 물었다.

“음... 나도 이름은 잘 모르겠는데, 땅바닥에서 불기둥이 치솟는 마법도 쓸 수 있나?”

티안브리스를 상대하며 가장 까다로웠던 마법이다. 뚜렷한 전조 없이 바닥에서 불기둥이 솟아오르니, 잠시라도 집중이 흐트러지면 피하기 어려웠다.

“해볼게.”

그렇게 말한 앨리스가 땅바닥을 바라보며 잠시 집중하자, 곧 그곳에서 불기둥이 치솟았다.

─콰아아아!

‘이것도 티안브리스에 비하면 약하지만... 그래도 어지간한 기사한텐 먹힐 것 같은데?’

내 경험상 기사를 때려잡는 데에는, 이런 기습 형태의 마법이 좋았다.

고개를 천천히 끄덕거리며 불기둥을 감상하고 있으려니, 문득 나를 향한 앨리스의 집요한 시선이 느껴졌다.

“......?”

묘하게 기대에 가득 찬 눈빛.

“아, 이것도 훌륭하네.”

“그, 그러니? 내가 다른 것도 보여줄게!”

앨리스는 신이 나서 여러 마법을 쏟아내며 자신의 기량을 뽐냈다.

─화륵!

화염으로 이루어진 검을 시작으로, 방패, 붉은빛이 번쩍이는 쉴드, 화염방사기처럼 뿜어져 나오는 불줄기 등, 이름조차 알 수 없는 다양한 마법을 선보였다.

‘와 씨, 이걸 다 복제했다고?’

하루아침에 앨리스가 너무 강해져 버렸다.

적어도 불 속성 마법에 한해서는 나 이상으로.

“어때? 어떠니? 응? 내 마법이? 어떤데?”

“대, 대단하니까 이제 그만해.”

대단하긴 했지만, 나는 이런 마법을 구경하러 온 게 아니다. 이미 앨리스가 사용하는 마법들의 더 강력한 버전을 티안브리스와 싸울 때 몸소 겪어봤으니까.

“이제 불사조를 소환해봐. 그게 제일 중요해.”

“불사조 말이니? 알겠어.”

앨리스가 자세를 고쳐 잡으며 심호흡했다.

“휴우... 이건 엄청나게 긴장되네. 내가 해낸다면 정말 좋겠는데 말이야....”

“다른 마법도 다 성공했잖아? 그것도 할 수 있을 거야.”

나는 내 소망을 담아 응원했다.

끄덕. 앨리스는 결연한 표정으로 고개를 흔들고는, 눈을 감고 집중하기 시작했다.

“.......”

앨리스는 집중하고 있었다.

“.......”

계속 집중하는 듯 보였다.

“.......”

아니, 집중하는 거 맞나?

왜 아무 일도 안 일어나?

그런 초조함이 밀려들 무렵,

─번쩍!

화르륵! 앨리스의 머리 위에 커다란 불덩어리가 생성되며 주변을 환히 밝혔다.

‘......성공하나?’

여기서부터가 중요하다. 티안브리켄은 여기서 실패했었다. 그래서 누나에게 뺨까지 맞았었지. 나는 앨리스가 생성해낸 불덩어리를 뚫어져라 쳐다봤다.

느릿느릿. 마치 점성 높은 용암이 흘러내리듯 굼뜨게 움직이는 불덩어리는, 서서히 새의 형태를 갖춰갔다.

“오오...!”

그럴수록 내 기대감도 점점 커져갔다.

과정은 조금 느렸지만, 결국 불사조는 완성되었다. 불타오르는 새는 날개를 세차게 펄럭이며 창공을 향해 날아올랐다.

─화르르르르륵!

불사조가 지나간 자리에 약간의 불길이 남으며, 마치 꼬리처럼 길게 늘어졌다.

“내가 해냈어! 해냈다구!”

앨리스가 뛸 듯이, 아니 정말로 방방 뛰면서 기뻐했다. 나 역시 진심에서 우러나온 물개박수와 함께 찬사를 보냈다.

“그렇지! 믿고 있었다, 앨리스!”

“나도 이제 당당한 마법사─”

─스르륵

“어어...? 앨리스...?”

갑자기 앨리스가 정신을 잃고 힘없이 넘어졌다. 나는 황급히 달려가 그녀를 붙잡았다.

“서, 설마...? 안 돼! 앨리스! 죽으면 안─”

새근새근.

“아, 그냥 잠든 거였군.”

단순한 마나 탈진이었다. 불사조로 인해 갑작스럽게 마나가 바닥난 앨리스는 쌕쌕거리며 곤히 자고 있었다.

나는 민망함에 머리를 긁적거리고 앨리스를 등에 업었다. 여기서 자게 둘 수는 없는 노릇이니까. 그대로 카트카를 향해 발걸음을 옮기며, 내 등에서 잠든 앨리스에게 작게 속삭였다.

“십년감수했네. 아무튼... 수고했다, 앨리스.”

이로써 앨리스는 제 역할을 다해냈다.

이제 남은 일은 내 몫이다.

오늘 밤, 습득, 성공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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