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트카 공방전 (2)
“예에? 드래곤의 피가 섞인 인간이요?”
나는 혼신의 힘을 다해 경악했다.
그런 끔찍한 혼종이 있다니?
아니, 무엇보다 드래곤이다.
모든 매체와 장르를 불문하고, 늘 최강의 생명체로 묘사되는 드래곤 말이다! 그런 존재의 피가 섞여 있다면 인간이라 할지라도 엄청나게 강한 게 아닐까 하는 걱정이 들었다.
“그렇게까지 당황할 건 없다. 녀석은 굳이 따지자면 인간에 훨씬 가까우니까. 까마득히 먼 조상 중에 드래곤이 하나 있었을 뿐.”
“아....”
하프도, 쿼터도 아닌 모양이었다.
수많은 세대를 거듭하며 인간의 피가 섞이고 섞여 드래곤의 잔재는 희미한, 그런 존재인가. 내가 생각하는 것만큼 강하지는 않은 듯했다.
“그런데 왜 체스터 백작령을 공격한다는 겁니까? 뭔가 이유가 있을 거 아니에요?”
“후, 이유라... 있긴 있지. 아주 어처구니없는 이유가.”
에드윈은 어이없다는 듯 한숨을 내쉬며 자신의 적발을 쓸어올렸다.
“우리 체스터 가문의 머리색이 붉다는 것, 그게 놈이 우리를 공격하겠다는 이유다.”
“무슨 그런 터무니 없는...??”
듣는 나조차도 헛웃음이 나올 지경이었다.
이건 뭐 교문 앞에 서 있는 학생주임도 아니고. 왜 남의 머리색을 가지고 시비를 건단 말인가.
“놈도 머리가 붉거든. 아마 레드 드래곤의 피를 물려받은 모양이더군.”
“그렇다고 그게 공격할 명분이 됩니까?”
“자네 말대로 그건 명분일 뿐이야. 놈은 자신이 침공하지 않는 조건으로 백작령 동부에 있는 페버툰 산맥을 달라고 요구했다.”
“페버툰 산맥이라면....”
내가 예전에 미노타우로스를 잡으러 갔던 숲 근처에 있는 산맥이다. 그때 함께 의뢰를 수행했던 토박이 모험가가 말하기로는, 제법 강력한 몬스터가 많이 서식하는 산맥이라고 했다.
실제로 의뢰수행 도중 그 산맥에서 트롤이 한 마리 내려와서 싸운 경험이 있었다.
“몬스터만 득실거리는 산맥은 왜 달라는 겁니까?”
“자신의 레어로 삼겠다고 하더군.”
“레, 레어? 와하하!! 와... 진짜 별종이네.”
과연, 세상은 요지경이다.
상당히 미친놈이 분명했다.
모습은 거의 인간이나 다름없는데, 머나먼 조상 중에 드래곤이 하나 있었다는 이유만으로 자기도 드래곤 행세를 해?
나는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고는, 에드윈을 슬며시 바라보며 물었다.
“그런 오만한 놈은... 그냥 에드윈 님이 몰래 가서 슥삭 썰어버리면 되지 않을까요?”
에드윈은 명예와 의무를 중요시하는 고지식한 스타일의 기사다. 척 보아도 기습 같은 건 그다지 선호하지 않을 듯해 보이지만, 상황이 상황이니만큼 충분히 고려해볼 만한 옵션이다.
그리고 내가 직접 그의 실력을 본 적은 없지만, 일반적인 기사보다는 강해 보였다. 결투재판에서 고개를 빳빳하게 치켜들고 피어슨 남작을 압박할 수 있었던 것은, 비단 그의 신분 때문만은 아니었을 테니까.
“......암살이 가능했다면 진작 그랬을 거다. 명예보다는 의무가 우선시 되는 법이니까.”
에드윈은 그런 멋들어진 대사를 읊으며, 씁쓸한 표정으로 술잔을 들이켰다.
“놈이 인간에 가깝다고는 하나, 용족이라는 건 부정할 수 없다. 드래곤의 권능을 일부나마 물려받았지. 그리 만만한 상대가 아니야.”
“드래곤의 권능...? 그게 뭡니까?”
설마 브레스 같은 걸 쓰는 건 아니겠지?
그렇다면 뒤도 보지 않고 도망가는 게 현명할 것이다.
“드래곤은 이 세상에서 가장 마나 친화적인 생명체다. 그리고 용언을 통해 캐스팅 없이 마법을 사용할 수 있지. 물론 놈은 그 정도까지는 아니지만, 인간치고는 방대한 마나량과 빠른 캐스팅 속도를 자랑하지.”
“오... 그럼 고위 마법사 수준인가요?”
“그건 딱 잘라서 비교하기가 어렵겠군. 놈이 상급 마법을 사용할 수 있는지는 불분명해. 다만 중급 마법은 빠른 속도로 난사할 수 있다고 한다.”
들어보니 나랑 좀 비슷한 타입 같은데?
나야 캐스팅 속도로는 둘째가라면 서러운 사람이다. 나보다 빠른 사람은 본 적이 없다.
그리고 마나량. 마나량은 타인과 객관적으로 비교하는 것이 불가능한 분야라 확실하지는 않지만, 나는 마나량이 많은 편에 속할 것이다. 왕을 섬기는 자를 처치할 때마다 능력치를 받으니까.
그런 것들을 바탕으로, 나는 중급 마법을 난사해서 싸우는 방식을 선호한다.
“......말하다 보니 자네랑 비슷하다는 느낌이 좀 드는데? 결투재판에서 그런 식으로 싸웠잖나.”
역시 나만 그런 생각을 한 게 아닌 모양인지, 에드윈이 눈을 가늘게 뜨며 그렇게 말했다.
“......혹시 너도 용족인가?”
“예?”
“농담이다.”
“.......”
뭐지?
어쨌든 그 용족이란 녀석은 감히 넘볼 수 없는 강자로 보이지는 않았기에, 웬만하면 에드윈을 도와주자는 쪽으로 마음이 기울었다.
그래도 약간 우려되는 부분이 있어서, 에드윈에게 단도직입적으로 물었다.
“용족을 해쳐도 드래곤의 보복은 없는 겁니까?”
“그럴 가능성은 없다. 드래곤은 동족이 죽어도 신경 쓰지 않을 정도로 무신경한 종족이니까. 애당초 이 근방에는 드래곤이 있지도 않아.”
그렇다면 후환은 없겠군.
“그럼 저도 돕겠습니다.”
“오, 이거 고맙─”
“잘 생각했어! 엘!”
지금껏 쥐 죽은 듯 술만 마시고 있던 클로이가 불쑥 소리쳤다.
“아잇, 깜짝이야. 뭡니까? 계속 조용히 계시다가 갑자기 왜 소리를....”
“에드윈 씨 얘기를 잘 들어보고 심사숙고하라고 조용히 있었지. 전쟁 경험이 없는 엘에게는 중대한 결정일 테니까. 내가 끼어들어서 방해하면 안 되잖아?”
나 스스로 결정할 수 있도록 배려해준 건가.
어쨌거나 클로이는 술잔을 든 손을 테이블 위로 뻗어 내게 향했다. 건배를 하자는 것 같았다.
“잘해보자구, 엘. 나도 전쟁은 처음이라 조금 긴장되네.”
클로이는 진작 에드윈의 도움 요청을 수락한 모양이었다.
‘하긴... 수배범을 잡는 이유가 전투 경험을 쌓기 위해서라고 했었지.’
예전에 청색 마탑을 떠나 카트카로 돌아오는 마차에서 그녀가 내게 한 말이었다. 왜인지는 모르겠지만 전투 경험을 원하니, 그녀로서도 이번 일은 구미가 당겼을 것이다.
“클로이 양과 자네 둘 다 전쟁 경험이 없다고 하니, 후방에서 화력 지원을 담당하는 게 좋겠군. 솔직히 두 사람은 우리 측 최고 화력이야.”
“알겠어, 에드윈 씨.”
“그러죠, 뭐. 저는 경험이 있기는 한데... 작은 전쟁이라서.”
─휙! 휙!
순식간에 클로이와 에드윈의 고개가 나를 향해 휙 꺾였다.
“자네 참전 경험이 있었나?”
“엘이? 언제? 원래 없었잖아?”
“아, 이번에 왕국 중부에 갔을 때 영지전에 몇 번 참여했었습니다.”
내 대답을 들은 에드윈이 사뭇 흥미롭다는 듯 턱을 쓰다듬으며 물었다.
“누구와 누구의 전쟁이었나?”
“밀러 백작님과 브룩스 자작의 싸움이었습니다.”
“호오, 밀러 백작가는 제법 강대한 가문인데. 좋은 경험을 했군.”
역시 에드윈도 귀족이다 보니, 다른 지역의 유력한 가문들은 줄줄이 꿰고 있는 듯했다.
“별로 규모가 큰 영지전은 아니었습니다. 참전 인원 중 과반수가 용병이기도 했고... 그때의 경험이 이번 전쟁에서 도움이 될지는 잘 모르겠네요.”
“그 정도면 충분하다. 용족 녀석이 부리는 몬스터의 대부분은 오크로 추정되니까.”
하긴, 대규모로 부려 먹기에는 오크 만한 몬스터도 없을 것이다. 지능이 높은 편이라 의사소통까지 가능할 정도니.
“흠, 그렇군요. 알겠습니다.”
***
이번 전쟁은 조금 특이한 점이 있다.
적이 언제 공격해올지 알 수 없다는 것이다.
내가 중부지방에서 겪었던 것 같은 영지전은, 귀족과 귀족 간의 싸움이며, 인접 영주들의 시선도 의식해야 한다. 그래서 공격 전에 관례대로 ‘선전포고’를 하는 게 아주 중요했다.
하지만 이번 상대는 귀족이 아니고 인간조차 아니다. 자신이 체스터 백작령을 언제 침공할 건지, 굳이 인간의 관례를 따르며 친절하게 알려주지 않는다는 뜻이다.
그런 연유로 카트카에 있는 체스터 백작의 병사들은 매일매일, 그것도 온종일 대기 상태를 유지하고 있어야 했다.
“물론 나는 아니지. 흐흐흐.”
당연히 나는 병사가 아니므로 그럴 필요는 없었고, 그럴 생각도 없었다.
“심심하니까.”
꿈속에 들어가는 능력의 쿨타임이 돌아왔다면 침공을 기다리는 동안 소일거리 삼아 수배범이라도 잡아봤겠으나, 아직 멀었다.
모험가 길드 역시 심심하긴 마찬가지. 침공군에 몬스터가 다수 포함되어 있기 때문에, 참전을 희망하는 모험가들이 많았다. 그들이 의뢰수행을 잠시 중단하는 바람에, 길드도 덩달아 잠시 위축된 상태였다.
그렇기에 몹시 무료했던 나는, 심심함을 달랠 수 있음과 동시에 유익하기까지 한 방법을 찾아냈다.
그건 바로 정찰.
그렇다. 나는 지금 정찰을 나와 있다.
“으음... 여기가 국경인가?”
용족이 레어로 삼겠다는 구실로 요구한 페버툰 산맥. 그 밑자락과 이어진 미노타우로스 서식지를 가로질러 나가니, 국경이 보였다.
국경이라고 뭐 철조망 따위가 있는 건 아니고, 그냥 평범하게 말뚝과 팻말이 듬성듬성 박혀있었다. 국경 너머에 바로 다른 나라가 있는 게 아니라서, 애써 삼엄하게 경계할 필요는 없다고 한다.
“놈들은 페버툰 산맥 뒤편에 자리 잡았다고 했으니까... 여기서 왼쪽으로 돌아가면 되겠군.”
정찰을 나오기 전에 정보를 얻기 위해 에드윈을 찾아갔었더니, 매우 반색하며 지금껏 모은 정보를 알려줬다. 놈들의 위치나 정찰병이 애용하는 루트 같은 것들을.
적 근거지 주변은 몬스터가 경계하고 있어서 일반적인 정찰병은 깊이 들어갈 수 없다고 한다. 그래서 내가 정찰을 나간다고 하니, 반색하며 정보를 내준 것이다.
“해가 저물어가서 그런가? 으슬으슬 춥네.”
슬슬 겨울이 오려는 모양이다.
차가워진 공기에 나는 망토를 여미고, 어둠 속에 몸을 숨겨 발걸음을 옮겼다.
그렇게 한동안 움직이니, 곧 앞쪽에서 움직이는 무언가를 발견할 수 있었다.
건장한 성인 남성 이상의 육체.
멧돼지처럼 불쑥 튀어나온 송곳니.
‘......오크군.’
아마 이 주변을 돌아다니며 보초를 서는 것 같았다.
잡아서 족치고 본진이 어디냐고 물어볼까 잠시 고민했지만, 그만두기로 했다. 이런 잠입 정찰은 은밀하게 행동하는 것이 아주 중요하다. 굳이 적을 건드려서 내 존재를 알릴 필요는 없겠지.
나는 놈을 우회해서 더 안쪽으로 향했다.
깊숙이 들어갈수록 보초병이 늘어났다. 그리고 그건 전부 오크였다. 하긴, 오크 이외의 몬스터는 뭔가 임무를 수행할 만한 지능이 없으니까.
‘아니, 근데 왜 불을 안 들고 다니는 거야?’
오크들은 횃불 하나 없이 어둠 속에서 주변을 경계하고 있었다.
덕분에 내 몸을 숨기기는 수월했지만, 반대로 놈들의 위치를 파악하기도 어려웠다. 오크와 인간은 엇비슷한 육체 능력을 지니고 있어서 시력도 비슷하기 때문이다.
잠입 속도가 더뎌지기 시작했다.
어두워서 내가 옳은 방향으로 가고 있는 건가 싶은 의문이 들 무렵, 횃불을 든 인간이 나타났다. 그는 가까이에 있는 오크에게로 다가갔다.
“별다른 이상 없나?”
“취익! 없다.”
보초병을 점검하러 다니는 사람인 듯했다.
그는 주변을 한번 쓱 둘러보고는, 다시 오크를 향해 입을 열었다.
“그렇군. 잔꾀 부릴 생각하지 말고 똑바로 경계하는 게 좋을 거다.”
“취익! 나를, 무시하나, 인간?”
오크가 발끈했지만, 저놈의 ‘취익’ 소리 때문에 우스꽝스러울 뿐이었다. 오크는 송곳니가 입 밖으로 튀어나와 있어서, 말을 할 때마다 저렇게 바람 새는 듯한 소리가 난다.
“널 무시하는 게 아니니까 진정해라. 난 단지 네가 경계에 실패해서 티안브리켄 님을 분노케 할까 봐 걱정하는 거다. 너도 알고 있겠지? 그분의 성격이 어떠한지.”
“취익! 티, 티안브리켄 님, 무섭다.”
“그래, 그러니까 임무에 충실 하라고.”
그는 바싹 긴장한 오크의 어깨를 탁탁 두드리고는, 다음 오크를 향해 떠났다.
‘......티안브리켄? 그게 용족의 이름인가?’
에드윈의 설명만 들어봐도 제정신이 아닌 놈 같았는데, 이름만 듣고도 저렇게 경직되는 오크를 보니 상당히 포악한 성격을 지닌 모양이다.
놈은 대체 어떤 마법을 쓸까?
중급 마법을 사용할 수 있다는 것 외에는 아직 정보가 없었다.
어쨌든 이름만 알아내고 돌아가긴 아쉬우니, 나는 좀 더 들어가 보기로 했다. 들어가는 건 힘들어도 빠져나오는 건 쉽다. 돌아갈 땐 굳이 정체를 감출 필요가 없어서 수틀리면 다 죽이면서 도망치면 되니까.
‘흠... 오크가 너무 많아서 육안으로만 피해 다니기는 어렵겠어.’
이제부터는 다른 방식으로 잠입해야 한다.
나는 이럴 때 쓰기 좋은 마법을 캐스팅했다.
[금일 사용 가능한 ‘일렉트릭 웹’ - 7회]
내 발밑으로 아무런 소리 없이 미세한 전류가 뻗어나가기 시작했다. 그렇게 뻗어나간 전류는 이윽고 이 일대에 거미줄처럼 촘촘하게 펼쳐졌다.
전기의 거미줄 위에서 움직이는 모든 것들이 느껴졌다. 승격 이후로 범위가 늘어난 탓에 너무 많은 정보가 들어와 어질어질했으나, 작은 것들은 배제하고 큰 움직임에만 집중했다.
그렇게 오크의 경계망을 요리조리 피해 가며 한동안 들어가니, 어느 지점부터는 오히려 경계가 느슨해지기 시작했다. 아마 안전구역이라고 여겨서 그런 듯했다.
덕분에 한결 빨라진 속도로 움직일 수 있었고, 곧 녀석들의 주둔지로 추정되는 장소를 발견할 수 있었다.
‘와... 천 단위는 넘어가겠는데?’
산 밑자락으로 보이는 주둔지에는, 천막으로 만든 막사가 빼곡하게 자리하고 있었다. 막사 하나당 몇 마리의 오크병사가 들어있는지는 잘 모르겠지만, 어림잡아도 최소 천 마리는 넘어 보였다.
‘더 가까이 접근하기는 힘들 것 같고... 음?’
─번쩍!
미간을 좁히고 살펴보던 중이었다. 돌연 주둔지 좌측에 있는 협곡에서 붉은빛이 번쩍였다.
의아함을 느낀 나는 즉시 그곳으로 향했다.
협곡 위에 도착한 후, 납작하게 엎드려서 몸을 숨기고 고개만 내밀어 아래를 내려다봤다.
그곳에는 어떤 붉은 머리의 사내가, 벽을 노려보며 가만히 서 있었다.
‘저놈이 그 티안브리켄이라는 용족인가.’
아무래도 저놈이 우두머리인 것 같았다.
이 밤중에, 오크 주둔지 근처에 혼자서 서 있는 붉은 머리의 인간은 흔치 않을 테니까.
도대체 여기서 뭘 하고 있나 싶어서 숨죽이고 지켜보고 있을 때, 다시 한번 붉은 빛이 번쩍였다.
─번쩍!
‘......!!’
그의 머리 위로 플레임 오브와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거대한 불덩어리가 생성됐다. 그 불덩어리는 점차 새 비슷한 형상을 취하는 듯하더니, 이내 사라져버렸다.
“으아아아!!! 젠장!!!”
놈은 갑자기 광분하여 소리 지르며 길길이 날뛰었다.
“또, 또 실패야!! 제길. 으아아!!!”
분노조절 장애를 겪고 있는 듯 발광하는 녀석을 보고 있노라니, 무슨 일인지 대충 짐작이 갔다.
놈은 어떤 마법을 연습하는 중이었고,
실패한 것이다.
‘무슨 마법인지는 모르겠지만 상당히 강력해 보이던데... 아쉽군.’
생성되었던 불덩어리의 크기로 미루어보면 중급 마법은 아니었다. 상급 또는 고유 마법이 분명했다.
녀석이 그걸 온전하게 다룰 수 있다면, 어떻게든 방법을 찾아서 놈의 꿈속으로 들어가 볼만한 가치가 있어 보였으나, 그럴 가능성은 없는 듯했다.
─번쩍!
“으아아!!”
─번쩍!
“왜!! 왜 안 되냐는 말이다!!”
여러 차례 시도했지만 전부 실패했기 때문이다.
‘뭔 놈의 성질이 저렇게 더러워? 지가 실패해놓고서는... 이참에 확 죽여 버릴까?’
저 녀석 외에 특별히 강력한 자가 없다면, 죽이고 도망치는 게 불가능한 것은 아니다. 오크 따위만으로는 나를 막을 수는 없으니까.
생각해보니 진짜 괜찮은 것 같은데?
콜링 썬더로 기습해버려?
암살하자는 쪽으로 마음이 기울어갈 때였다.
“입 닥쳐라, 티안브리켄.”
웬 붉은 머리의 여자가 유유히 걸어오며, 소리 지르고 있는 사내를 타박했다.
“아직도 그 마법에 실패하는 주제에, 뭘 잘했다고 꽥꽥 소리 지르는 거지?”
“누, 누님...!”
......진짜 우두머리는 따로 있었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