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꿈속에서 마법을 훔치는 마법사-100화 (100/200)

네크로맨서 (2)

나는 참담한 심정을 감출 수 없었다.

살아생전 위풍당당했던 루터의 자기소개가 귓가에 맴돌았다.

─나는 피어슨 남작님의 적을 베는 검이자, 그분을 지키는 방패이며, 치열했던 요렌 전투에서 최후까지 살아남아 승리를 이끌어낸, 섬멸의 기사 루터다!

“......섬멸의 기사여. 어찌하여 몸만 오셨소.”

상당히 오그라드는 수식어를 자랑하던 루터.

영혼을 잃고 육신만 남아 네크로맨서의 꼭두각시가 되어버린 그를 애도하기 위해, 나는 그의 칭호를 불러주었다.

그와 벌였던 명예로운 결투가 떠오른다.

짧은 인연이었지만 아름다웠던 추억.

나는 그를 콜링 썬더로 지지고, 플레임 오브로 불태우고, 프로즌 더스트로 몸에 구멍을 내고, 윈드 블레이드로 기사의 생명인 오른팔을 잘라낸 뒤, 마지막으로 참수했다.

생각해보니 별로 아름다운 추억은 아니군.

아무튼.

나는 네크로맨서에게 일갈했다.

“네 이놈! 강자와의 결투에서 명예롭게 최후를 맞이한 기사, 루터의 육신을 더럽히다니!”

“뭣? 네놈도 루터 경을 알고 있나?”

“그래, 그에게 큰 도움을 받았었지....”

덕분에 100골드를 받았다고나 할까.

그러자 놈이 비열하게 웃음 지었다.

“크크크크크크.”

“......? 웃어?”

“크크크... 루터 경이 너의 은인인가 보군.”

그는 데스나이트에게로 가까이 다가가 어깨에 손을 올리며, 여유롭게 말을 이었다.

“루터 경과 인연이 있다고 하니 너는 특별히 살려 보내주마. 세르시아의 사냥개들만 남기고 돌아가라. 네놈도 은인과 싸우고 싶지는 않을 텐데? 승산도 없을 테고.”

“그게 무슨 개소리─”

“크크, 정말이다. 어차피 네놈의 나약한 육신은 언데드로 만들 만한 가치조차 없다. 저기 뒤에서 토악질을 해대고 있는 녀석들 정도는 되어야 가치가 있지.”

“뭔가 착각하고 있는 모양인─”

“괜찮아, 괜찮아. 이길 수 없는 상대에게서 도망치는 것은 비겁한 게 아니야. 네놈도 루터 경의 실력을 잘 알고 있지 않은가?”

“아니, 나도 말 좀 하자, 이 새끼야!!”

난 별말 안 했는데 어떻게 혼자서 대화를 계속 이끌어나가는 거지? 대단한 녀석이었다.

내가 버럭 소리치자, 네크로맨서는 도끼눈을 뜨고 나를 노려보았다.

“네놈이 기어코 죽음을 자초하는구나. 정녕 루터 경에게 사지가 절단되는 고통을 맛보아야 정신을 차리─”

“그 루터를 죽인 게 바로 나다.”

“......뭐?”

“내가 죽였다고.”

“.......”

녀석은 잠시 멍하니 나를 바라봤다. 그리고는 고개를 돌려 데스나이트를 쳐다보며 실소했다.

“푸, 푸하하핫! 들었나, 경? 저놈이 자기가 경을 죽였다고 하는데? 일개 길잡이 모험가주제에? 완전히 미친놈이야.”

미친 건 언데드와 대화하는 네가 아닐까.

“아니, 루터를 죽인 게 모험가라는 소리 못 들어봤어?”

“물론 들어봤다. 케른헴의 억울한 마법사라고 하는... 강력하지만 특이한 모험가가 결투재판에서 루터 경을 죽였다고 하더군.”

“어떻게 특이한데?”

“마법사인데 검을 쓰고, 늘 갑옷을 입고 다니는 젊은 모험.......”

네크로맨서는 설명하다가 무언가 위화감을 느낀 모양인지 뒷말을 흐렸다. 나는 고개를 끄덕이며 엄지손가락으로 나를 가리켰다.

“그게 나라고. 케른헴의 억울한 마법사.”

“서, 설마... 그럴 리가?”

녀석이 긴가민가하며 초조해했다.

“......그렇다면 지금 이 자리에서 보여주지. 내가 어떻게 루터를 죽였는지를!”

“무, 뭣?!!”

나는 크게 소리치며 루터를 잡았던 마법이자, 기습에 특화된 마법인 콜링 썬더를 캐스팅했다.

[금일 사용 가능한 ‘콜링 썬더’ - 5회]

─쿠르릉....

“.......”

“......?”

하지만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았다.

아득한 천둥소리만이 들려올 뿐.

‘아, 미친! 여기 동굴 안이었지!’

그렇다. 이곳은 동굴 깊숙한 곳.

하늘에서 시작된 벼락은 산 위에 떨어진 것이다.

“크크크크크! 아주 재미있는 농담이었다. 그렇다면 나도 답례를 해야겠지?”

녀석은 비릿하게 웃고는, 데스나이트의 어깨를 탁- 치며 소리쳤다.

“가랏! 루터 경! 놈의 거짓말을 일삼는 세 치 혀를 잘라버려!”

“아니, 거짓말 아니라고!”

데스나이트가 쏜살같이 쇄도해왔다.

─지이잉

[금일 사용 가능한 ‘스트렝스’ - 3회]

나는 즉시 육체를 강화하며 검을 치켜들었다.

─카앙!

결투재판에서는 한 번도 내게 닿지 못했던 루터의 검이, 마침내 내 검과 마주했다.

“루터...! 너는...!”

그의 투구 사이로 눈이 보인다.

생기를 잃고 반쯤 썩어버린 눈.

“......냄새가 지독해!”

─퍼억!

움직이는 송장이 가까이에 있으니 썩은 내가 너무 심했다. 나는 강화된 발로 그를 거세게 차버렸다.

“캬하아악!”

뒤로 날아가 동굴 벽면에 부딪힌 그는, 금세 몸을 추스르고 괴성을 내지르며 다시 달려왔다.

이번에는 오러를 동반한 채였다.

그의 검에 불길한 검푸른 빛이 일렁였다.

“그래, 검에서 빛이 나야 데스나이트답지.”

─카앙! 끼이이익!

오러가 실린 검을 막아내자, 칠판을 긁는 것 같은 불쾌한 소음이 발생했다. 하지만 그뿐이었다. 어째서인지 별로 힘겹다는 느낌은 받지 못했다.

나는 연속적으로 이어지는 루터의 검격을 어렵지 않게 막아냈다.

‘왜 이렇게 약한 것 같지? 원래 약했나?’

사실 루터가 얼마나 강했는지는 모른다.

결투 당시 원거리에서 일방적으로 신나게 마법만 날렸었기 때문에, 그의 실력을 몸소 체감해볼 기회가 없었다.

하지만 막상 이렇게 부딪혀보니, 검만으로도 해볼 만하다는 생각이 들 정도였다.

루터가 생각보다 약했던 것일까,

아니면 승격 이후로 내가 강해진 것일까.

“......뭐, 지금 그게 중요한 게 아니지.”

─츠츠츠....

[금일 사용 가능한 ‘체크 메이트’ - 3회]

발밑에서 짙은 황색을 띤 기운이 소리 없이 스멀스멀 피어올랐다. 그 기운은 곧, 나와 검을 맞대고 있는 루터의 몸을 타고 올라가며 잠식해나갔다.

“그, 그것은...?”

루터의 어깨 너머로 보이는 네크로맨서의 눈이 휘둥그레졌다. 그의 꼼지락거리고 있는 두 손 사이에는 뭔가 검은빛이 맺혀있었는데, 아마 내게 저주를 걸려고 꾸준히 시도하고 있었던 모양이다.

녀석은 체크 메이트를 보고 당황하며 소리쳤다.

“그것은... 저, 저주? 네놈도 저주술사였나? 그래서 내 저주가 먹히지 않은 것이었나!”

그래, 저주술사는 아니지만 이건 저주다.

너의 허접한 저주와는 다른 진짜 저주.

나는 고개를 빳빳하게 치켜들고 외쳤다.

“무슨 헛소리야! 이거 저주 아닌데?”

뒤에 엘미나랑 성기사가 있는데 내가 저주를 썼다는 거 큰소리로 떠벌리지 말라고!

그렇게 발뺌하며 슬쩍 고개를 돌려 뒤를 살폈다. 두 명의 수습 성기사는 여전히 구토하기 바빴고, 엘미나는 구토에 더해 해주마법까지 쓰느라 더 바빠 보였다.

다행이군.

“캬하아악! 카학!”

한층 더 강력해진 체크 메이트에 완전히 속박당한 데스나이트 루터는, 고개만 간신히 흔들어대며 괴성을 내질렀다.

나는 그에게 검을 겨누며 입을 열었다.

“루터. 너는 살아서도 내게 죽고, 죽어서도 내게 죽을 운명이구나. 미안하지만, 부관참시(剖棺斬屍)를.......”

아니, 관에서 시체를 꺼낸 건 내가 아니니까 부관참시는 아닌가.

“음... 그냥 참시(斬屍)해주마! 하앗!!”

나는 기합과 함께 루터의 목을 향해 검을 힘껏 휘둘렀다.

─터엉!

“.......”

내 검은 플레이트 아머에 튕겨져 나왔다.

아무리 스트렝스로 육체를 강화했다 하더라도, 오러 없는 검으로 갑옷을 베는 것은 무리였다.

─휘오오

[금일 사용 가능한 ‘윈드 블레이드’ - 4회]

“흠흠. 다시... 참시해주마!”

나는 헛기침하며 마법을 쏘아 보냈다.

쐐애액! 맹렬히 쇄도한 바람의 칼날은, 루터의 목을 갑옷째로 깔끔하게 절단해버렸다.

─툭! 데구르르....

두 번이나 주인을 잃은 머리가 힘없이 바닥을 굴렀다. 그러자 네크로맨서가 오열하며 자리에 주저앉았다.

“안 돼!! 루터 경!! 내 인생의 역작이 이렇게 허무하게....”

“허무하게? 네 인생도 곧 허무하게 끝날 거니까 잠깐만 기다려라.”

나는 네크로맨서에게 경고하며, 바닥을 구르는 루터의 머리를 집어서 그의 몸통 위에 올려놓았다.

“다시는 이런 추악한 모습으로 되살아나 이용당하는 일이 없기를.”

─화르륵!

[금일 사용 가능한 ‘파이어 애로우’ - 8회]

루터의 시체를 향해 불의 화살을 날려 보냈다. 완전히 잿더미로 산화해버리면 그 어떤 네크로맨서도 되살려낼 수 없겠지.

나는 불타오르는 루터의 시체를 뒤로하고, 네크로맨서를 향해 천천히 발걸음을 옮겼다.

─저벅. 저벅.

“사, 살려주십시오. 어, 억울한 마법사님...!”

녀석은 완전히 전의를 상실했는지, 자리에 넙죽 엎드려서 목숨을 구걸하기 시작했다.

“미안하지만 나는 나와 눈을 마주친 놈은 살려두지 않아.”

“그, 그게 무슨 말도 안 되는... 저, 저기에 있는 세르시아의 사냥개들도 마법사님과 눈을 마주쳤잖습니까...?”

“말대꾸?”

“아, 아닙니다.”

나는 납작하게 엎드려있는 그의 머리를 잡아서 들어 올렸다.

“어쩌면 우리가 협상을 할 수도 있을 것 같은데 말이야....”

“예, 예. 뭐든지 말씀만 하십시오...!”

내가 작게 속삭이자, 네크로맨서는 얼굴에 화색을 띠며 황급히 대답했다.

“......너 공격 마법 있냐?”

“어, 없습니다.”

“뭐? 그럼 협상결렬이다.”

얻어낼 만한 마법이 없다면 굳이 살려줄 필요가 없다. 나는 인상을 찌푸리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자, 잠시만! 저는 강령술과 저주를 좀 다룹니다. 저를 살려두시면 분명 도움이 될 겁니다!”

“흐음....”

강령술과 저주라.

나는 언데드를 일으키는 강령술은 습득할 수 없다. 그걸 맞으려면 일단 죽어야 할 텐데, 꿈속에서 죽으면 꿈에서 깨어나기 때문에 얻는 것이 불가능하다.

하지만 저주는 가능하다.

저주에 걸려서 죽거나, 죽지 않아도 세 번만 맞으면 되니까.

“너는 어떤 저주를 사용할 수 있지? 아, 맞다. 일단 내 동료한테 건 저주부터 풀어라.”

“예? 세르시아의 사냥개... 아니, 동료분들께서는 이미 저주를 푸셨습니다. 제가 동굴에 걸어두었던 저주의 원천까지도 말입니다.”

네크로맨서가 내 뒤를 바라보며 대답했다.

뒤를 돌아보니 과연, 엘미나가 해주에 성공한 모양인지 성기사들과 함께 바닥에 누워서 힘겹게 숨을 고르고 있었다.

역시 수석 사제는 달라도 다르군.

나는 다시 네크로맨서를 쳐다보며 물었다.

“내 동료들에게 건 저주는 뭐였지? 그게 네 주력 저주인가?”

“그, 그렇습니다. 제가 이 동굴에 쇠약의 저주와 구토의 저주를 가득 걸어뒀었습니다.”

“......뭐? 그건 무슨 형편없는 저주야?”

구토의 저주라니?

체한 사람들을 위한 저주인가?

수습 성기사는 그렇다 치더라도, 수석 사제인 엘미나마저 한동안 곤란하게 만들었던 저주였다. 그래서 혹시 강력한 저주인가 싶어 물어봤으나, 이름은 상당히 허접해 보였다.

“아닙니다...! 쇠약의 저주에 걸린 상태에서 구토의 저주까지 오랫동안 중첩되면, 식은땀으로 인한 탈수와 기력 소모로 종국엔 목숨마저도 위험할 수 있─”

“그러니까 그게 형편없는 거잖아!”

이 세상에 얼마나 멋지고 강력한 마법이 많은데 고작 탈수 효과라니. 그것도 이 동굴은 네크로맨서가 미리 저주를 잔뜩 준비해뒀기에 그나마 이만한 효과라도 나온 거다.

그딴 저주는 필드에서 거의 쓸모없다.

나는 뒤편에 누워서 쉬고 있는 엘미나를 흘끔거리며, 네크로맨서에게 속삭이듯 물었다.

“그런 거 말고... 내가 방금 데스나이트에게 썼던 것처럼 화끈한... 그런 건 없나?”

“저, 저에게 그런 고급 저주는 없습니다.”

“허? 없다고 말하는 게 능사가 아니란 걸 왜 아직도 모르지? 그럼 돈이 될 만한 거라도 가져와야 우리가 협상을 할 거 아니야!”

목숨이 어떻게 되든 상관없나?

협상의 기본적인 자세가 안 된 녀석이었다.

내가 윽박지르자, 녀석이 쩔쩔매며 대답했다.

“도, 돈이 될 만한 거...? 있습니다! 동굴 안쪽에 언데드를 만들기 위한 마법 재료가 남아있습니다.”

“그래? 그럼 안내해. 아, 일단 이것부터 쓰고.”

나는 품에서 마나 속박 고리를 꺼냈다.

이건 예전에 수배범을 잡을 때 사용하던 하급이다. 좋은 건 앨리스가 차고 있기 때문에 지금 가지고 있는 건 하급뿐이었지만, 일단 이거라도 채우기로 했다. 어차피 그리 강한 놈도 아닌 듯하니까.

네크로맨서에게 고리를 채우고, 그와 함께 동굴 안쪽으로 걸어 들어갔다.

“뭐야, 길목에 언데드가 좀 있네? 허튼짓 하려는 건 아니겠지?”

─화르륵!

─화르륵!

종종 하급 언데드가 모습을 드러냈기에, 혹시 모를 불상사를 막기 위해 모조리 태워버리며 이동했다.

“여깁니다.”

그는 나를 널찍한 공터로 안내했다.

그곳에는 온갖 사체가 썩어가며 풍기는 악취와 구더기가 들끓고 있었다.

“어우, 냄새... 그래서 돈이 되는 건 어디에 있는데? 설마 저것들이 돈이 된다고 말하는 거라면, 너도 저 사체 중 하나로 만들어주지.”

“그, 그럴 리가 있겠습니까? 자, 이걸 받으십시오.”

놈은 허둥대며 어디론가 달려가더니, 곧 검은색 유리구슬 같은 걸 가져와 내게 내밀었다.

“암흑 수정구입니다.”

수정구 내부에는 척 보아도 불길한 검은 기운이 연기처럼 넘실거리고 있었다.

“......이게 뭔데? 어디다 써먹는 거지?”

“수정구에 담겨있는 것은 순도 높은 악마의 기운입니다. 제가 얼마 전에 악마에게 제물을 바치고 새롭게 채워 넣은 거죠. 크크... 언데드에게 기운을 불어넣을 때 사용하시면 아주 좋습니다.”

“나는 언데드를 키우지 않는데?”

내가 그다지 흥미 없다는 듯 심드렁하게 대꾸하자, 녀석이 황급히 말을 덧붙였다.

“파, 파시면 되잖습니까! 네크로맨서뿐 아니라, 흑마법사라면 누구나 탐낼 만한 물건입니다. 게다가 악마의 기운은 마나와 비슷하기 때문에, 일반 마법사도 실험 재료로 사용할 수 있습니다...!”

“흐음.”

아무리 생각해도 별거 아닌 것 같았다.

이걸 구매할 만한 흑마법사를 찾는 게 어디 쉬운 일인가? 설령 그런 흑마법사를 만난다고 하더라도, 사이좋게 상거래나 할 게 아니라 제압하고 모든 걸 털어먹는 편이 낫다.

그렇다고 일반 마법사에게 팔자니, 마나석 정도의 가격밖에 못 받을 듯했다. 아니, 마나석보다는 조금 더 받으려나? 뭐, 그래봤자 큰돈은 아니다.

“이걸로는 부족한데... 루터를 두 번이나 죽여야만 했던 내 슬픈 마음을 달래기에는 너무나도 부족해....”

“이익...! 사, 살려주십시오. 저는 더 가진 것이 없습니다. 정말입니다!”

놈은 또다시 넙죽 엎드려서 빌기 시작했다.

흑마법사가 이렇게 볼품없어도 되는 거야?

어쨌든 돈은 더 없다고 하니, 정보라도 얻어 보기 위해 넌지시 물었다.

“내가 듣기로 흑마법사는 주변에 있는 인간의 부정적인 감정을 흡수해서 힘으로 사용한다던데... 넌 그렇지 않아 보이네?”

“그건 실력이 아주 뛰어난 자들이나 가능합니다. 저처럼 하위 악마와 계약한 자는 불가능한....”

“흠. 그럼 혹시 서큐버스에 관해 아는 게 있나?”

꿈속에서 욕망을 훔치던 정체불명의 여인.

세르시아의 말에 의하면 그건 서큐버스일 가능성이 있었다.

“서, 서큐버스 말씀이십니까? 그런 고위 악마는 저와 계약은커녕, 부름에 응답조차 해주지 않기 때문에 저도 잘.......”

“하아, 도움이 하나도 안 되네.”

“죄송합니다... 제발 살려만....”

쓸 만한 마법도 없어, 돈 될 만한 것도 없어, 아는 것도 없어.

나는 이 녀석의 처우를 결정했다.

“좋아, 살려주지.”

“저, 정말이십니까? 감사합니다...!”

“감사할 건 없고... 따라와라.”

이건 산 채로 세르시아 교단에 넘겨야겠다.

신탁을 받은 자가 네크로맨서를 잡아왔다?

내 수통을 성수로 가득 채울 수 있을 것이다.

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