뭐지? 비위가 약한 편인가? 냄새가 고약하긴 해도 그 정도는 아닌 것 같은데.
“괜찮으십니까?”
“무, 문제없다네. 형제여.”
별로 괜찮아 보이진 않았지만, 성기사는 손을 한번 내젓고는 계속 걸어 들어갔다. 그리고,
“우웨에에에엑!!”
“구워어어억!”
얼마 지나지 않아 바닥에 주저앉아서 헛구역질이 아닌, 진짜 구토를 하기 시작했다. 그러자 엘미나가 황급히 소리쳤다.
“저주예요! 제가 해주를... 우욱!”
엘미나도 예외는 아니었다. 그녀는 헛구역질을 해가며 성기사에게 걸린 저주를 풀었다.
“고맙소! 수석 사제... 구웨엑!”
그러나 그것도 잠시일 뿐, 그들은 금세 다시 구역질을 했다. 구토하고 치료하고 구토하고 치료하는 헛된 사이클이 반복되자, 엘미나가 힘겹게 입을 열었다.
“이, 일단 이곳을 벗어나야 해요! 우욱...! 저, 저주에 오래 노출되면 목숨이 위험─”
“환영한다. 세르시아의 사냥개들이여.”
순간, 엘미나의 말을 끊고 동굴 안쪽에서 목소리가 흘러나왔다. 그리고 곧 검은 로브를 입은 사내가 모습을 드러냈다.
“크크. 다들 내 저주에 힘겨워하... 무, 뭣!”
“......?”
왜 혼자 웃다가 혼자 당황하는 거지?
“네, 네놈은 어째서 멀쩡한 것이지?”
“......? 그럼 너는 왜 멀쩡한데?”
“당연히 내 저주니까 그런 것이다!”
“나도 당연히 네 저주가 약해서 그런 건데?”
나는 여유롭게 받아쳤다.
세상을 저주하는 마법사께서 만드신 저주조차 내 마안을 뚫지 못하는데, 어딜 감히?
“이... 이익...!”
녀석은 이를 악물고 잠시 부들거리더니, 곧 평정심을 되찾고 비릿하게 웃었다.
“크크... 네놈이 나의 데스나이트를 보고도 그렇게 여유롭게 굴 수 있는지 무척 궁금하군.”
“데, 데스나이트?”
나는 진심으로 당황했다.
이 게임 속에서는 어떨지 모르겠지만, 자고로 데스나이트라 함은 안광을 내뿜으며 광선검 비슷한 걸 들고 다니는 매우 강력한 언데드가 아니던가?
“자, 보아라! 내 인생의 역작을!”
─절그럭절그럭
네크로맨서가 크게 소리치자, 안쪽에서 풀 플레이트 아머를 입은 누군가가 걸어 나왔다.
‘저게 데스나이트라고?’
내 상상 속의 데스나이트와는 사뭇 달랐다.
흉흉한 안광도 없었고, 광선검도 없었다.
겉보기에는 그저 평범한 기사에 가까웠다.
“......그냥 기사처럼 보이는데?”
“건방지구나! 일개 길잡이 모험가 주제에, 되살아난 기사를 무시하다니!”
죽은 기사를 언데드로 만든 건가.
그렇다면 실력도 기사와 비슷할 듯했다.
재료로 쓰인 기사가 생전에 얼마나 강했느냐가 관건이겠군.
놈은 자신의 데스나이트를 믿음직스럽다는 듯 바라보며 말을 이었다.
“루터 경. 아무래도 저놈에게 경의 실력을 보여줘야겠어.”
“......뭐? 루터? 그놈 이름이 루터라고?”
“그렇다. 네놈이 살아서 마지막으로 듣는 이름이 될 테니 똑똑히 기억해둬라. 크크크.”
“.......”
그거 내가 결투재판에서 죽인 기사 아니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