던전 탐사 (3)
상대를 향해 무기를 겨눈 채 대치하고 있는 두 모험가 파티는, 서로 상반된 주장을 하고 있었다.
“정말 파렴치한 여자로군. 네가 단검으로 잭슨을 찌르고 달아나는 것을 우리가 분명히 목격했단 말이다!”
수염이 덥수룩한 모험가가 버럭 소리쳤다.
공격받았다고 주장하는 쪽은 회복 마법사가 없는 파티였다. 그들 중 한 명은 옆구리가 붉게 물들어있었다.
“그런 적 없다니까요! 제 동료들한테 물어보세요. 저는 던전에서 일행과 단 한순간도 떨어져있던 적이 없어요!”
반면에 결백을 주장하는 쪽은 회복 마법사 파티였다. 방금 억울하다는 듯 항변한 여자가 바로 회복 마법사다.
“말 같지도 않은 소리 집어치워라! 눈이 달려있다면 여기 잭슨의 옆구리를 한 번 봐봐라. 이렇게 명백한 증거가 있는데도 잡아뗄 셈인가!”
“그게 어떻게 증거가 되죠? 몬스터한테 당한 건지 누가 아나요? 몇 번을 말하지만, 저와는 상관없는 일이에요!”
양측 모두 확고한 신념이 있는 모양인지, 어느 쪽도 주장을 절대 굽히지 않고 있었다.
‘......이상하네, 진짜.’
도무지 이해할 수가 없는 상황이었다.
실제로 피를 흘린 사람이 있긴 있다.
하지만 회복 마법사가 뭐 하러 단검으로 사람을 찌르고 도망친다는 말인가? 모종의 원한관계가 있을 수도 있겠지만, 아무리 그래도 이런 무모하고 허접한 방식으로 복수하진 않을 것이다. 이건 말도 안 됐다.
반대의 경우도 이상하긴 마찬가지다.
회복 마법사의 말대로, 저 피를 흘린 남자가 몬스터에게 당한 거라고 치자.
그럼 뭐 하러 다친 동료를 이끌고 다른 파티에게 시비를 건단 말인가? 이틀밖에 안 지났으니 식량 문제도 아직 없을 테고, 장비를 강탈하기 위함이었다면 굳이 시비 걸 필요 없이 기습했을 것이다.
“그래... 끝까지 잡아떼겠다는 건가...?”
“잡아떼는 게 아니라 정말 아니라구요!”
“더 이상 말로는 안 되겠군.”
“말로 안 되면 어쩔 건데요?”
“네 옆구리에도 똑같이 구멍을 내주는 수밖에.”
분위기가 점점 심각해져 일촉즉발의 상황까지 치달았다. 당장이라도 서로를 향해 달려들 기세였기 때문에, 나는 서둘러 중재에 나섰다. 다른 건 제쳐두더라도 회복 마법사가 죽으면 곤란하니까.
─촤아악!
두 파티 사이의 공간에 물이 한바가지 퍼부어졌다.
[금일 사용 가능한 ‘워터 폴’ - 8회]
“......!?”
“무슨...?”
돌연 끼얹어진 찬물에 그들의 시선이 내게 집중됐다. 나는 그들 사이로 걸어가 그들을 갈라놓았다.
“다들 조금 진정하시는 게 어떻겠습니까.”
“엘 씨...? 엘 씨 맞죠? 카트카에서 뵌 적 있는데.”
“......저 사람이 엘?”
회복 마법사가 바로 나를 알아보며 이름을 불렀다. 반대편에 있던 모험가는 다른 지역 출신인 듯했는데, 내 이름 정도는 알고 있는 모양이었다.
“네, 맞습니다. 아무튼 서로 간에 오해가 있는 것 같은데... 그렇다고 싸울 필요까지 있겠습니까? 일단 무기는 내려놓으시죠.”
“.......”
“알겠어요. 엘 씨가 그렇게 말하신다면야.”
회복 마법사 파티는 순순히 내 제안에 응하며 무장을 해제했다. 그러나 부상자가 있는 파티는 선뜻 무기를 내려놓지 못하고 있었다.
나는 그들을 바라보며 물었다.
“계속 그렇게 들고 계실 겁니까? 이쪽 분들은 이미 무기를 내려놓았는데요.”
“저 여자와 아는 사이 같던데... 당신도 한패 아니오?”
수염이 덥수룩한 모험가가 경계심 가득한 눈빛으로 말하자, 회복 마법사가 가소롭다는 듯 코웃음 쳤다.
“흥! 엘 씨가 공격하려고 마음먹었다면, 당신들이 무기를 들고 있어봤자 아무 소용없을 걸요?”
“.......”
결국 나머지 파티도 무기를 내려놓았다.
어쨌거나 두 집단을 붙여놓으면 안될 것 같았기에 서로 격리시켰다. 그리고 공격당했다고 주장하는 파티에 먼저 찾아가서 자세한 설명을 들어봤다.
“그러니까 몇 시간쯤 전의 일이오. 우리는 복잡한 갈림길 앞에서 어디로 가야할지 살펴보고 있었지. 그때 잭슨이 통로에 홀로 앉아있던 회복 마법사를 발견했다오.”
설명하던 털북숭이 모험가는 말을 잠시 멈추고, 저편에 있는 회복 마법사를 한번 바라봤다.
“분명히 저 여자였소. 옷도 완전히 똑같았지. 어쨌든 잭슨은 혼자 있던 저 여자에게 무슨 문제라도 있냐고 물으면서 다가갔소. 아무 대답도 없던 그녀는, 충분히 가까워지자 돌연 단검을 꺼내더니.......”
결론은 갑옷이 보호하지 못하는 옆구리를 찌르고, 복잡한 갈림길로 능숙하게 도망가 버렸다는 거였다. 그래서 바로 추격도 못하고 놓쳐버렸다고.
“흠... 일단 알겠습니다.”
나름 대화도 통하는 상대였고, 구체적인 상황에 대한 묘사까지 했다. 허무맹랑한 소리 같기는 해도, 거짓말을 하는 것처럼 느껴지지는 않았다.
나는 여전히 해결되지 않는 의문을 품은 채로 회복 마법사를 찾아갔다. 그녀는 내가 오자마자 기다렸다는 듯 억울함을 토로했다.
“저는 정말 억울해요. 상식적으로 회복 마법사가 혼자서 단검으로 사람을 공격한다는 게 말이 되는 소린가요? 게다가 제가 어떻게 저런 건장한 검사들에게서 도망칠 수가 있겠어요?”
“저분들 말로는 갈림길을 능숙하게 헤쳐 나가셨다고 하던데....”
내가 들었던 말을 슬며시 전달하자, 그녀는 어이없다는 반응을 보였다.
“그건 더 말이 안 되죠. 저희도 이곳에 온지 하루가 조금 더 지났을 뿐이에요. 저희도 헤매고 있는 걸요? 아니, 애당초 저는 저 사람들을 만난 적도 없어요. 회복 마법사가 혼자 던전 바닥에 앉아있다니? 그건 자살행위죠.”
그건 그렇다.
이렇다 할 공격 능력이 없는 그녀가 일행과 떨어져서 홀로 있었다는 건 선뜻 납득하기 어려운 대목이었다.
‘도대체 뭐지...?’
이해할 수 없는 것투성이였지만, 너무 깊게 생각하지 않기로 했다.
어차피 내 일은 아니었으니까. 나는 회복 마법사에게 도린 형제와 올리버의 치료만 받으면 충분하다.
그래서 나는 그들을 억지로 타협시켰다.
잭슨이라는 남자는 포션으로 상처를 대충 치료해둔 상태였는데, 완전히 아물지는 않았다. 그걸 회복 마법사가 마저 치료해주는 것으로 이 문제는 여기서 끝내기로 했다.
당연히 양측의 반발이 있었으나, 그럼 진짜 서로 죽일 거냐고 계속 설득하니 결국은 먹혀들었다.
“자, 치료해드렸으니 이제 됐죠?”
“......이번엔 이렇게 넘어가지만, 또 우릴 공격한다면 그땐 정말 가만히 있지 않을 거다.”
“흥, 뭐래. 누가 할 소릴.”
그들은 끝까지 서로 으르렁거렸지만, 곧 한 파티가 자리를 뜸으로써 갈등은 일단락됐다.
“휴... 어이없어, 정말.”
“너무 신경 쓰지 마라. 별 미친놈들을 다 보겠군.”
회복 마법사가 자리에 주저앉아 한숨을 토해냈고, 그녀의 동료들은 어깨를 토닥이며 위로했다.
그렇게 시간이 흐르니 그녀도 어느 정도 진정된 듯 보였기에, 슬슬 본론을 꺼냈다.
“이런 상황에 죄송하지만, 괜찮으시다면 제 동료들을 좀 살펴봐주실 수 있겠습니까? 물론 사례는 하겠습니다.”
나는 한참 전부터 의욕 없이 바닥에 앉아있던 도린 형제와 올리버를 가리켰다.
“외상은 없어 보이네요? 아무튼 알겠어요.”
그녀는 고개를 한번 갸웃거리고는 도린 형제에게 다가갔다. 그리고 그들에게 이런저런 질문을 던져가며 상태를 살피기 시작했다.
“으음....”
그렇게 미간을 좁히며 한동안 열심히 살피던 그녀가 이윽고 자리에서 일어났다.
“제가 보기에 이분들은... 저주에 걸리신 것 같아요.”
“예에? 저주요?”
나는 화들짝 놀라며 말했다.
저주라니. 이 얼마나 불길한 단어란 말인가.
듣기만 해도 괜히 큰일이 난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네. 뚜렷한 상처도 하나 없고, 하시는 말씀이나 증세를 보면 저주일 가능성이 높아요.”
“무슨 저주죠? 혹시 위험한 겁니까?”
저주의 종류는 매우 다양하다고 들었으나, 내가 직접 본 적이 있는 저주는 메두사가 쓰던 석화의 저주뿐이었다. 그리고 그건 매우 위험한 저주였다.
“저주는 제 전문이 아니라서 그것까지는 모르겠어요. 아마 중독의 저주나 쇠약의 저주? 상태를 보면 그렇게 위험한 것 같지는 않은데....”
아무래도 이 회복 마법사는 상처 치유 전문인 모양이었다. 그녀는 자신도 확신할 수 없다는 듯 고개를 가로저었다.
물론 내가 보기에도 도린 형제의 생명이 위중해 보이거나 하진 않았지만, 의아한 점이 하나 있어 그녀에게 물었다.
“저주는 흑마법사 같은 술자에 의해 걸리는 거 아닙니까? 저희는 그런 존재를 만난 적이 없는데요.”
“저주는 꼭 그런 식으로만 걸리는 게 아니에요. 매개체를 통해서도 걸릴 수 있거든요. 저주받은 물건을 만졌다거나, 또는 그런 장소에 오래 머물었다거나. 어쩌면 이 던전의 영향일 수도 있겠네요.”
이 이상하고 불길한 던전이라면 충분히 그럴 수 있을 것 같기도 했다.
그러고 보니 아까 나에게 회복 마법사의 행방을 알려준 용병 파티도 도린 형제처럼 힘이 없었다. 그들도 던전에 의해 저주에 걸린 거라고 하면 말이 되긴 하지만.......
“하지만 저는 멀쩡한데요...? 그쪽과 그쪽 일행도 멀쩡하지 않습니까? 좀 전의 모험가 파티도 그랬고요.”
던전에 의한 거였다면 모두가 저주에 걸렸어야 하지 않을까.
“사람마다 개인차가 있으니까요. 사실 어디까지나 제 추측일 뿐... 저도 잘은 모르겠어요.”
“그렇군요... 이거 탐사를 중단하고 사제를 찾아가봐야 하려나.”
내가 고개를 주억거리며 혼잣말 하듯 중얼거리자, 옆에 앉아있던 테도린이 힘없이 끼어들었다.
“탐사를 중단하다니 그게 무슨 말도 안 되는 소리인가 억울한 마법사.......”
“너희 상태가 별로 안 좋잖아?”
“이깟 저주는 아무 문제없다....... 우리 형제는 진귀한 보물을 얻기 전까지는 던전에서 나갈 수 없다.......”
돈에 대한 집념은 박수를 쳐줄만 했으나, 이 상태로는 정상적인 탐사를 진행하기 어려웠다. 뭔가 해결책이 없다면 강제로라도 이들을 끌고 밖으로 나가는 게 좋을 것이다.
물론 출구를 찾는 것도 쉽지만은 않겠지만.
나는 지푸라기라도 잡는 심정으로 회복 마법사에게 물었다.
“해주 마법이 전문이 아니신 건 알지만... 혹시 이들을 치료할 수는 없으십니까?”
“제 회복 마법으로 증상을 완화시킬 수는 있어요. 다만 임시방편일 뿐, 완전히 낫게 하려면 해주 마법을 받으셔야 해요.”
“오오! 그럼 치료를 부탁드려도 되겠습니까? 돈은 바로 드리겠습니다.”
“아... 그게....”
그녀는 말을 흐리며 짐짓 곤란하다는 표정을 지었다.
“왜 그러십니까? 무슨 문제라도?”
“한두 분이면 몰라도 네 분이나 치료해드리기에는... 저도 일행을 위해 조금은 아껴둬야 해서... 죄송해요.”
아, 마법 횟수가 아깝다는 소리였다.
앞으로 무슨 위험한 일이 생길지 모르는데, 도린 형제와 올리버에게 회복 마법을 잔뜩 써버리기는 어려울 것이다. 자신들을 위해서 몇 회는 남겨둬야 하니까.
“흠. 그럼 저희가 자정까지 동행해드리면 어떻겠습니까?”
우리 파티를 치료해주면, 그녀의 마법 횟수가 초기화될 때까지는 내가 지켜주겠다는 뜻이다. 사실 자정까지 몇 시간 남지도 않았다.
“엘 씨가요? 정말요??”
“네. 치료받은 제 동료들이 제대로 움직일 수만 있다면.”
“알겠어요, 그럼.”
아까 다른 모험가 파티와의 갈등도 있어서 그런지, 흔쾌히 내 제안을 받아들였다. 그녀는 곧바로 한 명씩 치료하기 시작했다.
─화아아
가장 먼저 회복 마법을 받은 테도린이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다.
“이, 이 강력한 힘은...? 드디어 내 힘이 돌아온 것인가...?”
테도린은 자신의 손바닥을 쥐락펴락하며 중얼거렸다. 그리고는 곧 던전의 천장을 바라보며 외쳤다.
“크흐흐. 나 테도린이 돌아왔다!!!”
“미, 미친놈. 저분한테 치료비나 드려.”
당연히 치료비는 본인 부담이다.
어쨌거나 다들 치료를 받고 활기를 찾았다.
“넘치는 힘을 주체할 수가 없군!”
“적들은 어디 있는가!”
“짐, 제게 짐을 주십시오!”
회복 마법사는 난리를 피워대는 도린 형제와 올리버에게 주의사항을 전했다.
“이건 여러분의 몸에 생겼던 이상을 치료하면서 나타나는 일시적인 현상일 뿐이에요. 저주는 여전히 남아있으니, 언젠가는 다시 이전과 같은 상태가 되실 거예요.”
***
회복 마법사 파티와 함께 던전을 돌아다니길 몇 시간. 별다른 문제없이, 약속했던 자정에 가까워지고 있었다.
“오, 리사 씨도 그때 길드에 계셨었습니까?”
“네. 저도 엘 씨에게 맥주를 얻어먹은 걸요?”
회복 마법사의 이름은 리사였다.
그녀는 카트카에서 활동하는 모험가라고 했는데, 일전에 내가 트롤을 처치하고 모험가 길드에 있는 전원에게 맥주를 한 잔씩 돌렸을 때, 그녀도 거기에 있었다고 한다.
“그래서 아까 저를 알아보셨군요.”
“맞아요. 엘 씨는 나름 유명인사니까요. 얼마 전에 카트카 남부에서 활동하는 모험가 살해범도 잡으셨다면서요? 소문이 자자해요.”
‘이 정도면 신분은 확실하군.’
이런 세세한 사실들까지 알고 있는 걸 보면, 리사는 카트카에서 활동하는 모험가가 분명했다.
나는 품에서 회중시계를 꺼내 확인하며 말했다.
“슬슬 자정이 되어가는군요. 리사 씨 파티는 잠을 언제 잡니까? 저희는 던전에 있어도 웬만하면 밤에 자는데.”
“저희도 마찬가지예요. 밤낮이 바뀌면 피곤하거든요.”
“그럼 오늘 밤까지는 저희 파티와 함께하시는 게 어떻겠습니까? 불침번도 두 명이면 덜 심심할 테니.”
노숙을 할 때엔 인원이 많을수록 좋다.
당연히 그녀의 파티를 백퍼센트 신뢰할 순 없으니 불침번은 각 파티에서 한 명씩 뽑아 동시에 서야겠지만, 두 명이니 주변을 더 잘 경계할 수 있다.
“좋아요! 너희도 괜찮지?”
그녀가 해맑게 웃으며 동료들에게 의견을 물었고, 그들도 고개를 끄덕이며 동의를 표했다.
“그럼 일단 각자 흩어져서 노숙할 장소를 물색해보죠. 이 두개골 가득한 통로에서 잘 수는 없으니.”
지금 우리가 있는 곳은 수많은 해골이 노려본다는 것도 그렇지만, 무엇보다 통로라는 점에서 노숙에 부적합했다.
다른 사람들이 돌아다닐 수도 있으므로 위험하기도 하고, 깊게 잠들기도 어렵다.
“다들 노련한 모험가들이니 이미 알고 계시겠지만, 방 같은 걸 찾아주세요. 입구가 좁을수록 더 좋습니다. 아, 너무 멀리 가진 마시고요.”
“알았다!”
“네에.”
“알겠습니다.”
그렇게 우리는 각자 흩어져서 마땅한 장소를 찾아다니기 시작했다.
이 지하묘지는 대체로 해골이 그득한 통로와 갈림길이 대부분이었지만, 간혹 작은 방 같은 게 나올 때가 있었다.
아마 생전에 신분이 조금 높았던 사람들을 위해 별도로 마련 된 공간인 듯했다. 그런 방에도 항상 유골이 안치된 관이 들어있었다.
바로 지금처럼.
“오, 금방 찾았군.”
석관이 두 개 놓여있는 아담한 크기의 방이었다. 그래도 일행 모두가 충분히 누울 수 있을 정도로 보였다.
나는 방안으로 들어가 석관을 열어봤다. 혹시 자고 있는데 괴물이 튀어나오기라도 하면 곤란하니까.
안에는 역시나 앙상한 유골만이 담겨있었다.
그렇게 나머지 석관을 열어보려 할 때, 뒤에서 인기척이 느껴졌다.
“오, 리사 씨. 마침 잘 오셨네요. 여기서 자면 될 것 같습니다.”
“.......”
입구에 서있는 리사는 아무 말도 하지 않고 무표정하게 나를 바라봤다.
“혹시 여기가 별로 마음에 안 드십니까?”
“.......”
“이봐요. 리사 씨.”
“.......”
나는 슬며시 검집에 손을 가져다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