던전 분쟁 (2)
결투재판.
직접 참가해본 적도 구경해본 적도 없지만, 무엇인지는 나도 알고 있다.
당사자간의 분쟁을 논리나 증거로 해결하는 것이 아니라, 결투를 통해 해결하는 것. 말만 ‘재판’일 뿐이지, 사실상 맞짱 떠서 이기는 놈이 다 갖는 아주 어이없는 행위라고 할 수 있다.
“......!”
“그, 그런!”
“결투재판이라니....”
피어슨 남작의 제안에 협상단은 당혹감을 감추지 못했다. 남작은 그런 그들의 반응이 사뭇 마음에 들었는지, 느긋한 어조로 말을 덧붙였다.
“이보다 공정한 해결 방법은 없다. 신께서 직접 옳고 그름을 판단해주실 것이니.”
헛소리.
내가 결투재판을 어이없는 행위라고 한 이유에는 이것도 있다. 단순히 강한 대전사를 내세울 뿐이면서, 그로 인한 승리가 신의 뜻이 반영됐다고 포장하기 때문이다.
신께서 내가 옳았음을 증명해주셨다, 라고.
물론 이건 내 개인적인 생각일 뿐. 어쨌거나 결투재판은 이 세계에서 나름대로 애용되는 분쟁해결수단이다.
“그렇지 않은가? 세르시아 교인?”
“......? 아, 저요?”
피어슨 남작이 내 가슴팍에 달려있는 세르시아 교단의 증표를 바라보며 말했다.
“그래. 네 녀석이라면 말이 좀 통할 것 같은데. 결투재판을 통해 세르시아 님께 판결을 받자는 말이다.”
그는 내가 세르시아 교인이라고 생각했는지 세르시아를 들먹이고는, 느긋하게 자신의 콧수염을 매만졌다.
“오, 거절합니다.”
나는 단칼에 거절했다. 이 제안에 응해봤자 내가 얻는 이득이 없기 때문이다.
결투재판을 벌인다면, 분위기상 우리 측 대전사는 당연히 내가 될 것이다. 상대는 기사일 테고.
일정거리를 벌리고 전투를 시작한다면 못 이길 것도 없겠지만, 무엇을 놓고 싸우느냐가 중요하다. 애당초 던전은 우리 건데, 왜 내가 그걸 놓고 결투를 벌인단 말인가?
이겨봤자 본전, 지면 손해.
이것은 매우 불합리한 제안이다. 피어슨 남작이 추가적인 조건이라도 걸지 않는 이상은 말이지.
나는 내 앞으로 떨어지는 몫 없이 결투를 할 생각은 없다.
“......뭐? 거절한다고?”
“예. 거절합니다.”
협상 내내 여유롭던 피어슨 남작의 표정이 왈칵 일그러졌다.
“왜지? 네 녀석이 믿는 신에게 부끄럽지도 않나?”
“조건이 너무 일방적이라고 생각하지 않으십니까. 그리고 죄송한 말씀이지만, 남작님을 신용하기도 어렵군요. 던전 입구도 강제로 점거하신 분인데, 과연 결투재판 결과에 순순히 따르실지 저희가 어떻게 알겠습니까?”
나는 그렇게 말하며 고개를 돌려 협상단을 바라봤다. 나 혼자서 결정할 수는 없는 노릇이니까.
─끄덕 끄덕
그들도 고개를 끄덕이며 무언의 동의를 표했다.
“하하... 이거 미치겠군. 크하하핫!!”
피어슨 남작은 뭐가 그렇게 웃긴지 한참을 끅끅대고 웃었다. 그는 이윽고 손가락으로 눈물까지 훔쳐가며 입을 열었다.
“흐... 설마 너희들이 결투에서 이겼을 경우를 걱정하고 있었을 줄은 몰랐군. 아주 재미있는 농담이었어.”
그는 자신이 결투재판에서 질 가능성은 조금도 염두에 두고 있지 않은 듯 보였다.
뭐, 이해가 가지 않는 것은 아니다. 대외적으로 케른헴은 A급 모험가와 용병이 가장 강한 전력으로 알려져 있으니까.
“그래, 원하는 조건이 있는 모양인데 어디 한번 말해 보거라.”
“결투에서 패배한 쪽이 약속을 불이행하는 일이 없도록, 저희가 공증인을 준비하겠습니다. 물론 귀족으로요.”
판을 키우는 거다. 귀족이 참관하고 공증한다면, 제아무리 피어슨 남작이라 할지라도 쉬이 결과에 불응하지는 못할 것이다. 이건 클로이한테 부탁해볼까 싶다.
“뭐, 좋다. 합리적인 제안 같군.”
그가 고개를 주억거리며 수락했다.
일단 안전장치는 마련했으니, 나는 다음 조건을 말했다.
“조건이 하나 더 있습니다.”
“뭐지?”
“피어슨 남작님께서 직접 결투에 임해주십시오.”
─스릉
내 말이 끝나기가 무섭게, 피어슨 남작의 뒤에 서있던 기사가 검을 뽑아들었다.
“이런 발칙한...! 네가 감히 남작님께 그따위 망발을 하고도 무사할 것 같으냐!”
“......진정해라, 루터.”
남작은 손을 들어 흥분해서 소리치고 있는 기사를 제지하고는, 나를 바라보며 물었다.
“나를 지목하는 이유가 뭐지? 내가 만만하게 보였나?”
당연히 기사보다는 약해 보여서다.
“제가 남작님을 어떻게 보든지 간에 무슨 상관이 있겠습니까? 어차피 승패는 신께서 결정해주실 텐데요.”
“.......”
그는 말없이 나를 쳐다봤고, 뒤에 서있는 두 명의 기사는 분노를 억누르며 몸을 푸들푸들 떨고 있었다.
잠시간의 침묵이 흐른 뒤, 피어슨 남작이 다시 입을 열었다.
“그건 받아들일 수 없다.”
“그럼 저희도 결투재판을 거절하겠습니다.”
“그만! 내 인내심을 더는 시험하지 마라. 당장 케른헴에 전쟁을 선포하고 내 영토로 편입시킬 수도 있다!”
웃기지도 않는군. 이건 허풍이다.
다른 영주, 이를테면 카트카의 주인인 체스터 백작이 이렇게 협박했다면, 즉시 두 손 두 발 다 들고 항복했을 것이다. 그럴만한 능력이 있으니까.
하지만 상대는 소영주인 피어슨 남작.
그의 도시는 케른헴보다도 작다.
물론 그가 승리할 가능성이 더 높겠지만, 모험가와 용병의 비율이 특히나 높은 케른헴의 특성상 일방적으로 밀리진 않을 것이다. 먼저 공격해오니, 자기방어라는 정당한 명분도 생긴다.
고작 던전 하나와 버려진 땅을 먹기 위해 감수하기에는, 남작으로서도 부담이 크다는 뜻이다.
“......대전사를 쓰겠다. 대신 너희가 이긴다면 던전과 함께 백 골드를 얹어주지.”
피어슨 남작이 돌연 그런 제안을 해왔다.
“단, 나도 조건이 있다. 이것은 나와 케른헴 사이의 분쟁. 너희 측 대전사는 케른헴 출신인 네놈으로 지정해라.”
나를 원한다라.
이건 우리가 혹시 다른 지역 출신의 이름난 기사라도 영입할까봐 이러는 듯했다.
“잠시 상의를 해봐도 괜찮겠습니까?”
“그러도록.”
그가 손을 한번 내저으며 허락했다.
나는 즉시 협상단과 함께 상의하는 시간을 가졌다.
─다들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제 생각에는 나쁘지 않은 조건 같은데.
─괜찮겠어요? 엘 씨? 기사를 상대로.
─엘, 만약 자네가 대전사로 나가서 승리하기만 한다면 피어슨 남작이 제시한 금액의.......
상의는 머지않아 끝났다.
우리는 결투재판을 수락하기로 결정했다.
나는 대전사로 나가는 대신, 길드 연합체에서 20골드를 받는다. 그리고 만약 승리할 경우, 피어슨 남작이 주기로 한 금액에서 80골드를 내가 갖는다.
즉, 이기면 도합 100골드를 받는다.
이정도의 미친 금액이라면 관속에 누워있던 시체도 벌떡 일어나서 싸우고 싶다고 할 것이다.
나는 피어슨 남작을 바라보며 말했다.
“결투재판을 받아들이겠습니다.”
***
카트카로 향하는 마차 안.
나는 클로이에게 공증을 요청하기 위해 카트카로 가고 있다.
─달그락달그락
결투재판은 이틀 뒤.
회담을 했던 곳과 같은 장소에서 한다.
내 상대는, 협상 당시 검을 뽑아들고 나를 위협했던 루터라는 이름의 다혈질적인 기사다.
결투는 어느 한쪽이 죽거나, 전투 불능에 빠지거나, 패배를 시인하면 종료된다.
“억울한 마법사! 도대체 왜 그런 정신 나간 제안을 수락한 것인가!”
마차에 함께 타고 있던 테도린이 버럭버럭 소리쳤다.
그에게 내가 결투재판의 대전사로 나선다는 소식을 전했더니, 나를 살날이 얼마 남지 않은 사람 취급하며 계속 들러붙어있었다.
“그것도 기사와 싸운다니! 내 여동생을 과부로 만들 셈인가!”
“아니, 왜 자꾸 부정 타게 그딴 소리를 해? 내가 이길 수도 있잖아.”
기사와의 대결.
도튼에서 기사에게 한번 호되게 당한 경험이 있었지만, 이번에는 나름대로 자신이 있었다.
그 당시에는 서로 너무 가까이에 있는 상태에서 전투를 시작하기도 했었고, 콜링 썬더도 1회밖에 없는 상황이었다. 이번에 세 방을 연속으로 갈기면, 의외로 쉽게 끝날지도 모를 일이다.
물론 기사라고 다 똑같은 수준은 아니겠지만, 나 역시 그때와는 달라졌다. 오러를 버틸 수 있는 검도 있고, 육체 강화 마법도 습득했다.
“기사와의 싸움을 자처하는 마법사라니! 억울한 마법사가 아니라 한심한 마법사였군!”
어쨌거나 테도린은 걱정되는 모양인지, 끊임없이 잔소리를 해대고 있었다.
“이기면 백 골드 받기로 했다.”
“......역시 진정한 사내는 강자와의 대결을 통해 성장하는 법. 억울한 마법사, 너는 훌륭한 사내군!”
과연 돈의 힘은 대단했다.
백 골드라는 소리에 테도린의 잔소리가 씻은 듯이 사라졌다.
‘그나저나 클로이 정도면 충분하겠지...?’
나는 클로이가 귀족이라는 것만 알뿐, 어떤 작위를 가진 가문 출신인지는 알지 못한다. 그녀가 딱히 언급하지 않았기에, 굳이 캐묻지도 않았다.
그래도 어쨌거나 귀족이다. 실력도 대단히 뛰어나고 청색 마탑의 정식 마탑원이니, 피어슨 남작이 쉽사리 무시하진 못할 듯했다.
물론 클로이가 수배범을 잡으러 나가있는 상태라면, 그건 좀 곤란하다. 그녀에게는 공증뿐만 아니라, 기사와의 전투에 대한 조언도 얻을 생각이었기 때문이다.
‘스마트폰 마렵네 진짜.’
그런 실없는 생각을 하며 카트카를 향했다.
***
─똑똑
“아버님, 접니다.”
“들어와라.”
피어슨 남작의 허락이 떨어지자, 그의 장남이 문을 열고 집무실로 들어왔다.
“그놈에 대해 알아낸 것이 있느냐?”
“네, 아버님. 그쪽에서는 나름대로 유명한 녀석이었습니다.”
장남은 피어슨 남작의 맞은편에 앉아서 자세히 보고하기 시작했다.
“이름은 엘. 케른헴 소속의 A급 모험가입니다. 그리고 겉보기와는 달리 마법사라고 합니다.”
“......마법사?”
그 소리에 남작은 코웃음 쳤다.
마법사가 기사와의 결투를 수락하다니?
“하, 이거 완전히 미친놈이었군. 주력 속성은 뭐라고 하더냐?”
“그게... 사람마다 말이 다릅니다. 누구는 불 속성이 주력이라고 하고, 누구는 전격 속성이 주력이라고 합니다.”
“그래서, 네가 판단하기엔 어떻지?”
“아무래도 불 속성의 마법사가 아닐까 싶습니다. 모험가들의 묘사를 들어보니, 엘이라는 사내는 플레임 오브를 쓸 수 있는 것 같더군요.”
놀라움으로 인해 남작의 눈이 조금 크게 뜨였다.
플레임 오브라면 불 속성의 중급 마법.
놈이 뭘 믿고 그렇게 건방졌는지 이해할 수 있었다.
“한낱 모험가 치고는 제법이군. 그게 놈이 가진 가장 강력한 마법인가?”
“제 생각에는 그렇습니다. 혹자는 그가 강력한 전격 마법으로 메두사를 처치했다고 주장하던데, 직접 목격하진 못하고 소리만 들었다고 하는걸 보니... 하층민들의 뜬소문 같습니다.”
피어슨 남작은 장남의 의견에 공감한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하층민들은 언제나 부풀려서 말하길 좋아하지. 내가 보기에는 그 메두사도 말이야... 라미아를 잡아놓고 메두사라고 우기는 게 아닐까 싶기도 해.”
케른헴에 메두사가 나타났고, 모험가들이 처치했다는 이야기는 그도 들어봤다. 그래서 알아보니, 그게 메두사라는 증거가 없었다.
사체가 증발했다는 말도 안 되는 소리로 둘러댈 뿐. 그저 그럴싸한 석상을 몇 개 만들어놓고, 자신들의 업적을 부풀려대는 것 같았다.
“놈의 신분이나 연줄은 어떻더냐?”
“평민입니다. 오래전부터 케른헴에서 하급 모험가 생활을 하며 살아왔더군요. 승급은 빨리한 편이지만, 딱히 귀족과의 연줄은 없었습니다.”
“그래, 그럴 줄 알았지. 언행에서 기품이라고는 전혀 찾아볼 수가 없었거든. 역시 걱정할 필요가 전혀 없었군.”
역시 예상대로 별 볼일 없는 녀석이었다.
중급 마법을 다루는 걸 보면 마법에 대한 재능은 좀 있는 듯했지만 딱 그뿐이다. 신분이야 말로 최고의 재능이다.
“그래도 플레임 오브를 쓰는 녀석인데... 희박하긴 해도 루터 경이 패배할 수도 있잖습니까?”
“결과에 상관없이 그냥 죽여 버리면 된다.”
장남의 걱정에 남작은 단호하게 대답했다.
“...하지만 그쪽에서 귀족을 공증인으로 세운다고 하지 않았습니까.”
“그놈이 데려오는 귀족이라고 해봐야 뻔하지 않겠느냐. 어딘가의 힘없는 몰락귀족에게 푼돈이나 쥐여 주며 데려오겠지.”
피어슨 남작은, 그들이 데려오는 공증인이 작위가 없거나 유력한 가문출신이 아니라면 얼마든지 무마할 자신이 있었다.
그들보다 더 큰 돈을 주면 되니까.
“그럼 처음부터....”
“크하핫! 그래. 루터가 패배할 일도 없겠지만, 만약 패배한다 해도 내가 평민에게 백 골드를 순순히 내줄 것 같았더냐.”
부자간의 비열한 웃음소리가 방을 가득 메웠다.
***
결투재판 당일.
던전 입구 주변은 케른헴에서 온 서른 명 가량의 모험가와 용병들로 북적거렸다.
이들은 단순히 구경만을 위해 온 것이 아니라, 피어슨 남작이 헛짓거리를 할지도 모른다며 길드장이 데려왔다.
“억울한 마법사! 자신 있겠지?”
“죽지만 말아라!”
“치료 사제님도 와계시니!”
도린 형제가 내 어깨를 주무르며 말했다.
놀랍게도 이 녀석들은 내가 다쳤을 경우를 대비해서, 세르시아 교단의 치료사제 엘미나를 섭외해왔다.
“아아, 그래. 고맙다.”
시키지도 않은 짓이지만, 어쨌거나 엘미나가 와있으니 마음이 한결 가벼워지는 느낌이었다.
사실 아까부터 계속 내 신경을 긁고 있는 게 하나 있었는데, 피어슨 남작이 이따금씩 나를 바라보며 교활하게 웃어댄다는 것이다.
‘이 새끼 뭔가 꿍꿍이가 있는 것 같은데....’
지금도 또 나를 보며 웃고 있다. 뭔가 내 기세를 꺾으려는 고도의 심리전인가 싶어서, 나도 그를 똑바로 응시했다.
그러자 그가 나를 향해 걸어왔다.
“네놈이 말한 공증인은 대체 언제 오지? 결투 시간이 점점 가까워지고 있는데 말이다.”
“조금 늦어지는 모양인데, 아마 곧 오실 겁니다.”
“하, 약속에 늦는 귀족이라니. 어떤 작자일지는 안 봐도 뻔하군.”
그는 그렇게 말하고는, 왜인지 묘하게 만족스러운 듯한 표정을 지으며 자신의 자리로 돌아갔다. 그리고 그곳에서 또 나를 바라보며 교활하게 웃었다.
“억울한 마법사. 저 미친 귀족은 왜 자꾸 너를 보고 비열하게 웃는 것인가?”
그 모습을 지켜보던 테도린이 그답지 않게 작은 목소리로 물었다. 지난번 여관에서는 귀족을 죽여야 한다느니 어쩌느니 큰 소리로 외치더니, 막상 귀족 앞에서는 극히 소심해졌다.
“나도 몰라. 네 말대로 미쳐서 그런 거겠지.”
어쨌거나 그렇게 어깨 마사지를 받으며 기다리고 있으니, 고급스런 마차 한 대가 등장했다.
─달그락달그락
그 마차는 케른헴 진영과 남작 진영의 사이를 유유히 가르며 들어와서 멈췄다. 곧 두 명의 남녀가 마차에서 내렸다.
클로이와 에드윈이었다.
원래는 클로이를 찾아갔었는데, 그녀는 이런 일에 있어서는 자신보다 에드윈이 더 적합하다며, 직접 그에게 약속을 받아냈다.
“엘! 여기야!”
클로이가 손짓하며 나를 불렀기에, 바로 그녀에게 걸어갔다.
“안녕하십니까. 클로이 씨, 에드윈 님.”
“그래, 반갑군.”
“오늘 자신 있지, 엘?”
그들과 인사를 나누고 있으니, 피어슨 남작이 다시 다가왔다. 그는 플레이트 아머를 입고 있는 에드윈에게 말을 걸었다.
“자네가 공증인인가? 나는 로빈 피어슨이라고 하네.”
에드윈은 누가 봐도 기사로 보였고, 젊었기 때문인지 남작은 자연스럽게 하대를 했다. 에드윈 역시 그를 바라보며 자신을 소개했다.
“그렇소. 본인은 이번 결투재판의 공증을 맡기로 한 에드윈 체스터라고하오.”
“체스터...?”
피어슨 남작의 얼굴이 급격하게 굳었다.
물론 그건 나도 마찬가지였다. 나도 몰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