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꿈속에서 마법을 훔치는 마법사-52화 (52/200)

용병 등록 (1)

‘이, 이 자식... 뭐야...?’

나는 바닥에 쓰러져있는 A급 용병을 멍하니 바라봤다. 그는 미동도 하지 않고 있었다.

‘...설마 죽은 건 아니겠지?’

고작 한방에 나가떨어질 거였으면서 왜 그렇게 무게를 잡았는지 이해할 수 없었다. 나는 정말 대단한 강자를 마주한줄 알았단 말이다!

“헤, 헥스!”

“이, 이게 무슨...!”

길드 직원과 용병들이 쓰러져있는 A급을 향해 달려갔다.

“정신 차려보게!”

“숨 쉬어! 숨!”

“포션 가지고 있는 사람! 다 가져와!”

그들은 온갖 응급처치를 시도했다. 헥스라는 남자의 뺨을 때리기도 하고, 멱살을 붙잡고 흔들기도 했으며, 포션을 전신에 뿌려댔다.

나도 무고한 사람을 죽인 살인자가 되고 싶지 않았기에, 품에 지니고 있던 비상용 포션을 길드 직원에게 제공했다.

‘제발 죽지 마...! 너도 A급이잖아...!’

나는 손톱을 잘근잘근 씹어대며 기도했다.

A급이 고작 마법 한 방에 죽으면 안 되지.

내 기도가 하늘에 닿은 것일까.

용병들의 우악스러운 손길이 닿던 헥스의 몸이 들썩이기 시작했다. 그는 기침을 하며 숨을 토해냈다.

“쿨럭...!”

“오오, 헥스!”

“역시 이렇게 죽을 인물이 아니지!”

“믿고 있었다고!”

용병들이 환호성을 내지르며 안도했다.

이 녀석들 제법 의리가 있잖아?

어쨌든 나도 마음이 한결 가벼워졌다.

그대로 길드 직원에게 다가가서 물었다.

“그럼 저는 테스트에 통과한 겁니─”

“테스트는 다른 상대와 하셔야겠습니다.”

길드 직원이 그런 뜬금없는 소리를 했다.

“......네? 왜요?”

“살다보니 이런 경우도 있네요. 갑자기 마른하늘에서 날벼락이 떨어질 줄이야. 천재지변에 의해 테스트가 방해받기는 처음입니다.”

직원은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그는 내가 마법을 사용했다고 생각하는 것이 아니라, 단순히 우연의 일치로 날벼락이 헥스에게 떨어졌다고 생각하는 모양이었다.

“그거 제가 한 건데요?”

“...뭘 말씀이십니까?”

“제가 벼락을 내리치게 했다고요.”

“네? 하아.......”

길드 직원이 머리를 쓸어 넘기며 한숨을 내쉬었다. 그리고는 경멸스럽다는 눈초리로 나를 바라보며 말했다.

“이보세요. 이때다 싶어서 날로 먹으려고 하다니... 높은 등급에 눈이 멀었다지만, 너무 양심이 없는 거 아닙니까?”

이런 마법을 처음 보나? 그래도 대형 길드니 중급 마법을 처음 보지는 않았을 것이다. 사용할 줄 아는 용병도 있을 테고.

그저 ‘콜링 썬더’를 모르는 것 같았다. 전격 계열의 마법사는 희귀하고, 내 캐스팅 속도가 너무 빨라서 오해하는 듯했다.

“아니, 진짜로 제가 마법을 쓴 거라니까요?”

“자꾸 이러실 겁니까? 당신은 검을 들고 가만히 서있기만 했잖습니까! 여기 있는 모든 용병들이 다 목격했습니다!”

그가 언성을 높이며 용병들을 가리켰다. 용병들 역시 흥분한 기색이 역력했다.

“비열한 모험가자식! 운 좋은 줄 알아라!”

“헥스가 벼락만 맞지 않았다면 네놈은 호되게 당했을 것이다!”

“자꾸 그런 식으로 나온다면 가만두지 않겠다!”

험악한 분위기가 연출됐다. 여차하면 내게 달려들기라도 할 기세였다.

아니, 이미 무기를 꼬나들고 슬금슬금 다가오는 녀석도 있었다. 처음에 내게 도전장을 내밀었던 대머리 용병이었다.

“하.”

나는 웃음과 한숨이 뒤섞인 탄식을 내뱉었다. 그러자 내게 다가오던 대머리 용병이 발끈했다.

“웃어? 지금 상황에 웃음이 나오나?”

“그런 건 아닌데... 아무튼, 한 발짝만 더 가까이 다가오면 그쪽도 벼락 맞을 줄 아세요.”

“......뭐?”

녀석이 잠시 멈칫했다. 나는 그의 바로 앞 땅바닥을 손가락으로 가리켰다.

“잘 보세요. 거기에 다시 벼락이 떨어지게 해보겠습니다.”

“......??”

나는 즉시 마법을 캐스팅했다.

[금일 사용 가능한 ‘콜링 썬더’ - 1회]

─번쩍!

─꽈릉!

“우와아아악!!!”

아무런 전조도 없이 자신의 바로 앞에 벼락 한줄기가 내리꽂히자, 대머리 용병이 기겁하며 자리에 주저앉았다.

“이제 됐습니까? 다들 보셨죠?”

나는 당당하게 용병들을 둘러보며 결백을 주장했다. 마법 횟수 아깝네 진짜.

길드 직원이 얼빠진 표정으로 물었다.

“그, 그... 마법사셨습니까?”

“예? 알고 계시던 거 아니었습니까? 제 모험가패 확인하셨잖아요.”

자세하게 적혀있진 않지만, 모험가패에 검과 마법을 다루는 A급 모험가라고 쓰여 있다. 게다가 테스트 시작 전에 마법을 써도 되냐고 물어보기도 했고.

“그, 그렇긴 합니다만... 검을 뽑으시길래 검이 주력이고 마법은 보조수단으로 사용하시는 줄....”

검과 마법을 똑같이 잘 다루는 마검사라는 것은 존재하지 않는다. 보통은 둘 중 더 뛰어난 것을 주력으로 삼기 마련이다.

나는 마법 능력이 훨씬 뛰어나지만, 과거 하급 모험가시절부터 검을 사용해왔기 때문에 지금도 일단 검부터 뽑고 보는 버릇이 있다. 그것 때문에 착각한 모양이다.

“뭐, 대부분 그렇게들 생각합니다. 어쨌든 테스트는 통과인거죠?”

“무, 물론입니다. A급 용병 헥스를 쓰러트리셨으니, 그와 같은 등급을 받게 되실 겁니다.”

일단 등급 산정은 끝냈다. 이제 남은 일은 의뢰 수행 능력 검증.

나는 다음 절차를 밟기 위해 직원과 함께 용병 길드로 돌아갔다. 그는 접수대에 앉아서 서류뭉치를 훑었다.

“빨리 끝낼 수 있는 의뢰로 달라고 하셨으니... 이게 좋겠군요. 귀족 호위 임무.”

귀족 호위? 버려진 도시 출신의 모험가인 나로서는 꽤나 생소한 의뢰였다.

“도튼에서 동쪽으로 하루 정도 걸리는 곳까지 의뢰인을 호위하는 일입니다. 그곳에서 어떤 거래를 한다고 하는군요. 물론 거래품과 의뢰인의 복귀까지 책임지고 호위해주셔야 합니다.”

들어보니 의뢰의 내용은 별 거 없는 듯했다.

의뢰인이 귀족이라는 점만 빼면 상단의 마차를 호위하는 것과 비슷했다. 시간도 이틀밖에 걸리지 않으니 딱 좋았다.

“A급의 보수는 3골드입니다. 하시겠습니까?”

“오, 네. 하겠습니다.”

이것도 테스트의 일부인데 돈까지 주다니. 게다가 대도시라 그런 건지, 의뢰인이 귀족이라 그런 건지는 모르겠지만 단가가 제법 높았다.

“의뢰에 대한 세부적인 사항은 이 장소로 찾아가시면 의뢰인이 직접 설명을.......”

***

나는 의뢰를 수행하기 위해, 의뢰인을 만나러 가고 있다.

“......강하더군.”

A급 용병 헥스와 함께.

“아, 감사합니다.”

내 콜링 썬더를 맞고 쓰러졌던 헥스는 온몸에 포션세례를 받고, 회복 마법사에게 치료까지 받음으로써 다시 멀쩡해졌다.

헥스와 B급 용병 네 명이 이번 호위 임무를 함께한다.

“......아프더군.”

“아, 예.”

그는 아까전의 테스트에서 일부러 무게를 잡았다기보다는, 그냥 말투가 원래 이런 것 같았다.

“.......이번 의뢰를 무사히 마치도록 내가 잘 보조해주지.”

혹시 패배를 인정하지 못하고 날뛰면 어쩌나 싶었는데, 그렇지는 않았다. 차가워보였던 첫인상과는 달리 나름 괜찮은 사람처럼 보였다.

“오, 든든하네요. 잘 부탁드립니다.”

이번 호위 대상은 귀족인데 상인이다.

원래 권세 있는 귀족은 영지에서 발생하는 수입이 있기 때문에, 상업에 종사해서 돈을 버는 일을 저열한 것으로 취급한다고 들었다.

물론 모든 귀족이 작위가 있고 영지가 있는 것은 아니다. 이를 테면 마탑의 하급 제자 ‘로지 파텔’처럼. 작위와 영지는 그녀가 아니라, 그녀의 아버지가 가지고 있는 거니까.

이번 호위 대상도 그런 귀족이 아닐까 싶다.

어쨌든 길드에서 제공해준 약도를 따라 걷다보니 곧 목적지에 다다를 수 있었다.

제법 커다란 3층짜리 건물이었다.

안으로 들어가자, 누군가가 기다리고 있었다는 듯 말을 걸어왔다.

“용병 길드에서 오신 분들이십니까?”

“네.”

“저를 따라오십시오.”

그는 우리를 3층에 있는 어떤 방으로 안내했다.

방 내부는 상당히 어두웠다. 그리고 무언가가 담겨있는 것으로 보이는 자루들이 가득했다.

곧 어둠속에서 중년의 남성이 걸어 나왔다.

“내 호위를 하러 온 용병들인가...?”

“그렇습니다.”

“잘 왔다. 나는 바그너라고 한다. 일단 앉아라....”

그가 소파에 앉으며 빈자리를 권했다.

나는 용병들과 함께 착석한 뒤, 그를 향해 질문을 던졌다. 이번 의뢰는 내 능력을 검증하기 위한 목적도 있으므로, 내가 주도적으로 진행해야 한다.

“이번 여정에서 저희가 특별히 주의해야 할 점이 있습니까?”

“나와 내 물건을 적들로부터 잘 보호해야겠지... 큭큭.”

그가 돌연 음산하게 웃으며 말했다.

“적이요...? 혹시 바그너 님을 노리는 적들이 따로 있습니까?”

“그래... 내 물건을 탐내는 녀석들은 아주 많지. 놈들은 내가 도튼을 벗어나기만을 기다리고 있을 거다.”

‘...많다고? 이거 위험한 거 아니야?’

그럼 그냥 도튼에 박혀계시지 왜 밖으로 나가냐고 묻고 싶었지만, 차마 고객에게 그렇게 말할 수는 없으니 참기로 했다.

“적들의 정체가 뭡니까?”

“뒷골목 깡패부터 나처럼 몰락한 귀족까지 다양하지... 큭큭. 하지만 너무 걱정하지 마라. 우리 A급 용병나리들에겐 아무 문제도 아닐 터이니.”

그를 노리는 사람은 많지만, 딱히 위험한 자는 없는 모양이었다.

하긴, 자기도 죽고 싶지는 않을 테니 적들보단 강한 수준으로 호위를 고용했을 것이다. 그 호위가 바로 우리고.

“내가 무슨 물건을 취급하는지 궁금한가?”

“네? 딱히 그렇지는....”

이 사람이 뭘 거래하는지는 별 관심 없다. 그냥 적으로부터 지켜주고, 용병 자격만 따면 되니까.

“그래... 궁금하겠지... 큭큭. 뭐, 같이 일할 사이인데 알려줘도 괜찮겠군.”

“아니, 괜찮습니다.”

그는 내 대답은 가볍게 무시하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리고 방안을 가득 채우고 있는 자루 하나를 가져와서 테이블위에 올려놨다.

“이건 중독성이 아주 강력하지....”

“...중독성이요?”

“그래... 한번 맛보게 되면 결국 다시 찾을 수밖에 없게 된다. 큭큭.”

그가 자루에 손을 집어넣어 안에 담긴 내용물을 한 움큼 쥐어서 꺼냈다.

하얀색 가루.

그의 손아귀에서 하얀색 가루가 흘러내리며 다시 자루 안으로 떨어졌다.

“너희들도 한번 맛볼 텐가? 큭큭큭.”

“시, 싫습니다.”

“왜지? 이걸 싫어하는 사람은 본 적이 없는데. 가격도 매우 비싸다.”

그는 비릿하게 웃으며 하얀색 가루를 재차 권했다. 마치 악마가 유혹하는 것처럼.

“기회를 줄 때 잡아라. 이걸 먹는다면 나를 호위할 때 기운이 날 거다.”

의뢰인은 아예 내 코앞까지 손을 내밀었다.

‘......이건?’

가까이서 보니 정체를 알 수 있었다.

나는 그것을 조금 집어 맛을 봤다.

“맛이 어떤가? 큭큭큭큭.”

“...달군요.”

뭔가 낚인 기분이지만, 이건 설탕이었다.

“그래... 가격 때문에 평민들은 좀처럼 맛보기가 힘들지.”

설탕은 고가의 기호품이다.

귀족들이나 즐겨먹지, 평민은 꿀을 먹는다.

“오늘 이걸 노리고 덤벼드는 녀석들이 있을 테니, 잘 지키도록 해라. 특히 베론 그 자식은 사병까지 준비시켜놨다더군.”

“사병이요?”

“그 놈도 몰락한 귀족이거든. 아직 휘하에 병사 몇 명이 남아있지. 정체를 숨기고 설탕을 강탈할 모양인가본데, 그래봤자 잔챙이들이니 너희들한텐 안 될 거다. 큭큭.”

몰락한 귀족의 사병이라.

사병은 귀족을 섬기고, 귀족은 왕을 섬긴다.

그럼 혹시...?

─똑똑

─바그너 님. 마차가 준비 됐습니다.

“알았다. 자, 그럼 출발하지.”

우리는 설탕을 가득 실은 마차와 함께 도시 밖으로 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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