케이크처럼 마법을 쉽게 얻는 법 (2)
“아.”
눈을 떠보니 내 방이었다.
진짜 내 방은 아니고, 마탑에서 배정받은 방.
창밖으로 저물어가는 해가 보였다.
점심쯤에 클로이를 만났었으니, 한나절은 잔 듯 했다. 나는 침대에서 몸을 일으켰다.
“아오. 피곤하네 진짜.”
몸이 천근같이 무겁게 느껴졌다. 마나탈진은 몇 시간 만에 완전히 회복되지 않는다.
그냥 이대로 누워서 더 쉬고 싶었지만, 능력의 쿨타임이 3일밖에 남지 않았다. 3일 뒤 자정에 바로 꿈속으로 들어갈 수 있다는 걸 감안하면, 실제로는 이틀 밤밖에 남지 않았다고 볼 수 있다.
두 번의 밤 중 하나를 허투루 보낼 순 없다.
솔직히 이번 목표는 2주고, 3주고 투자해도 아깝지 않을 대상이었지만, 일단은 최선을 다해봐야 하니까.
나는 물에 젖은 솜처럼 느껴지는 몸을 이끌고 방을 나섰다. 공용 휴게실로 가니 역시나 로지가 있었다. 이제는 놀랍지도 않다.
“엘 님!!!”
“뭐, 왜.”
어쩐지 로지는 내게 늘 선보이던 음흉한 웃음 대신, 심술궂은 표정을 짓고 있었다.
“무슨 짓을 하신 거예요!”
“갑자기 뭔 소리야? 자다 나온 사람한테.”
“왜 클로이 님이 엘 님을 업고 방까지 오신 거냐구요!”
클로이가 나를 직접 업어서 데려왔다고?
보기보다 힘이 센 모양이다. 아니면 육체 강화 마법 같은 걸 썼거나.
나는 어깨를 으쓱하며 대답했다,
“아아, 그런 일이 좀 있었다.”
“네?”
“힘을 좀 많이 써서 잠들어 버렸어.”
“네에에???”
뭐지? 내 말이 어려웠나? 왜 이해를 못해?
“방음이 잘되는 다목적실에 단 둘이 들어가서 제자들을 쫓아낸 뒤 커튼을 치고 힘을 많이 써버렸다구요?”
“무, 무슨 말을 그렇게 이상하게 해.”
그때 다목적실에서 마법을 연습하고 있던 하급 제자 두 명이 목격담을 말하고 다닌 듯했다.
“마법을 테스트한 거다! 그러다가 마나 탈진 때문에 쓰러진 거고. 너는 대체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 거야?”
“네, 네? 저도 그, 그렇게 생각했는데요? 완전히 제 새, 생각이랑 똑같네요~.”
나의 진솔한 대답에 로지가 딴청을 피우며 말했다.
어쨌거나 나는 몸이 몹시 무거운 상태였기 때문에, 잠시 로지의 맞은편에 앉았다.
“하아. 피곤해 죽겠네. 너는 근데 무슨 휴게실 경비병이야? 뭐 하루 종일 여기에 있어.”
“저, 저도 다른 곳에 있다가 방금 온 거거든요?”
“흐흐흐. 퍽이나. 마탑에 와서 들은 것 중 가장 웃긴 소리군.”
내가 실실 웃자, 로지의 입이 삐죽 튀어나온다.
“그건 그렇고, 혹시 주류 판매점이 어디 있는지 알아? 기왕이면 마탑이랑 가까운 곳으로.”
“안 알려드릴 건데요?”
“네 것도 몰래 한 병 사다주지.”
“정문으로 나가서 왼쪽으로 세 블록 가다가.......”
***
─똑똑
─벌컥!
“어서와!”
연구실에 도착해서 노크를 하자마자 클로이가 문을 벌컥 열고 튀어나왔다. 그녀는 내 손을 바라보며 물었다.
“술도 사왔네?”
“빈손으로 오긴 좀 그래서요. 별 건 아닙니다.”
진짜로 별 건 아니었다. 주류 판매점에 수십 실버부터 골드를 호가하는 술까지 있었으나, 그냥 적당한 10실버짜리 와인을 한 병 사왔다.
본게임은 내일 밤이니까.
나는 그녀에게 와인을 건네주고 테이블에 앉았다. 어지럽게 놓여있던 문서들은 한편에 말끔히 정리되어 있었다.
“몸은 좀 어때? 괜찮아?”
“네, 조금 무거운 것 빼고는.”
클로이는 준비해둔 술잔에 와인을 따르며 물었다.
“정말 깜짝 놀랐다니깐. 엘이 그런 실력을 감추고 있었을 줄이야.”
“전 클로이 씨 마법이 더 놀랍던데요.”
“아니야. 그거 알아? 엘의 마법이 내 얼음 방벽을 뚫고 결국 다목적실 벽에 상처를 낸 거? 그 정도 위력이라면 정식 마탑원 수준은 되지 않을까 싶어.”
내가 벽에 상처를 냈구나. 방벽에 가려져 있어서 몰랐다. 물론 그렇다고 내가 정식 마탑원과 비등한 실력자라고 생각하지는 않는다.
라이트닝 블래스트를 제외하면 내가 쓸 수 있는 강력한 마법은 고작 중급 마법 몇 개가 전부니까.
“에이. 제가 어떻게 그분들과 비교가 됩니까.”
솔직히 정식 마탑원은 대하기가 어렵다. 마탑에서 돌아다니다가 마주치면, 가볍게 인사나 할뿐, 딱히 대화 상대가 되어 주지는 않는다. 그들은 자신과 나를 동등한 위치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사실 그게 맞다. 클로이가 특별할 뿐이지.
니콜스도 마찬가지다. 인자한 노인 같은 성격에, 대화를 몇 번 나눈 사이라고는 하나, 그와 나의 신분 차이는 어마어마하다.
내가 감히 마탑의 대스승에게 대련 따위를 요청할 수도 없고, 클로이처럼 편하게 술을 마시자고 먼저 제안하기도 어렵다.
“아직까지는 그렇겠지. 하지만 나는 엘이 금방 그들만큼 강해질 거라고 생각해!”
“아하하, 말씀만이라도 감사하네요.”
나는 어색하게 웃으며 머리를 긁적였다.
“진심이야! 어쨌든... 마시자아!”
클로이가 신난 얼굴로 술잔을 치켜들었다.
술이 그렇게 좋나. 생각해보면 ‘오늘의 기억’에서도 아침부터 혼자서 술을 먹던 그녀다. 나는 피식 웃으며 내 술잔을 그녀의 술잔에 부딪혔다.
─짠!
건배와 함께 우리는 흥겹게 술을 마시기 시작했다.
클로이는 무서운 속도로 술을 먹어치웠는데, 와인이 아니라 과일 주스를 마시는 게 아닐까 싶을 정도였다.
“에잇! 이건 너무 밍밍해.”
그녀는 연거푸 몇 잔을 들이키고 그런 무시무시한 말을 내뱉었다. 그리고는 연구실 구석에 있는 찬장으로 가서 새로운 술병을 꺼내왔다.
“술은 독해야 제 맛이지!”
“...벌써 얼굴이 빨개지셨는데요.”
말과는 다르게 클로이의 새하얀 얼굴은 불그스름하게 달아올라있는 상태였다. 하늘색 머리카락과 사뭇 대조되어 보였다.
“얼굴만 빨간 거야. 나는 멀쩡한 걸?”
“아하.”
술에 취한 사람 모두가 공통적으로 하는 소리였다. 나는 아직 안 취했어.
“아무튼... 빨리 오늘의 기억으로 돌아가고 싶다아. 거기서 마음껏 술도 마시구, 수배범도 잡으러 다니구.”
“근데 클로이 씨는 그 실력에 뭐 하러 수배범을 잡으러 다니십니까? 시시하잖아요.”
나야 마법을 얻기 위해 그랬다지만, 클로이는 아니었다. 그녀의 실력이라면 돈을 더 벌 수 있는 일이 얼마든지 있을 것이다.
“전쟁터가 아닌 이상 전투 경험을 쌓기에는 그만한 일도 없어.”
“전투 경험을 쌓기 위해...? 왜요? 이미 충분히 강하신데.”
“......그냥.”
그녀는 그렇게 대답하고 한동안 말없이 술잔을 바라봤다. 잠시간 어색한 침묵이 흘렀다.
“우리 다른 얘기 하자. 그래, 실습에서 있었던 일 얘기해줘!”
귀족으로 추정되는 그녀가 그렇게까지 전투 경험을 쌓을 필요가 있나 싶었지만, 더 묻지 않기로 했다.
“아, 네. 그러니까 무슨 일이 있었냐면.......”
클로이는 다시 해맑은 표정으로 돌아와서 내 얘기에 집중했다.
“......해서 제자리에서 방방 뛰어서 데스웜을 유인했는데, 아차차! 알고 보니까 그놈이 파이톤 씨한테 가고 있던 거더라고요? 아, 저는 죄인입니다.”
“꺄하핫! 파이톤거를 훔친 거야? 나빴네!”
이런저런 즐거운 대화가 이어지며 술자리가 무르익어갔다.
슬슬 밤도 깊어졌기에, 때가 됐음을 느꼈다.
“그... 아까 보신 제 마법 있잖습니까? 그게 정말 모든 마나를 소모하는 걸까요? 단순히 제 마나량이 부족한 걸 수도 있잖아요.”
“글쎄에... 솔직히 나도 구시대의 마법은 잘 모르겠거든....”
클로이가 술기운에 홍당무처럼 빨개진 얼굴로 말했다.
“흠흠. 그럼 니콜스 님이라면 어떨까요...? 그분이라면 구시대의 마법도 잘 아실 것 같은데.”
“스승님? 확실히 스승님이라면 뭔가 아실 지도 모르겠네.”
“지금 연구실에 계시려나. 아, 이 시간에 찾아가는 건 실례겠죠...? 아, 너무 궁금한데.”
“괜찮아. 내가 있는데 무슨 걱정이야? 바로 옆방이니 한번 가보자. 아직 주무실 시간도 아니고.”
그녀는 자리에서 일어나 터프하게 내 팔을 잡아끌며 옆방으로 향했다.
─똑똑똑
“스승님, 저예요. 클로이.”
“클로이? 들어오너라.”
허락이 떨어지자, 클로이가 문을 열고 들어갔다. 나도 그녀를 따라 들어갔다.
니콜스는 커다란 연구용 테이블 앞에 서서 뭔가를 들여다보고 있었다. 그는 곧 고개를 들어 우리를 바라봤다.
“이 시간에 무슨 일로... 아니, 설마 단 둘이서 술을 마시고 있었던 게냐?”
그는 빨갛게 물든 클로이의 얼굴을 보고, 서운한 표정으로 입을 열었다.
“이거 서운하구나, 클로이. 나는 쓸쓸하게 연구하고 있었거늘....”
“에이, 어제는 스승님이랑 마셨잖아요?”
“그렇다고 오늘도 쓸쓸하지 않은 건 아니란다.”
역시 술을 좋아하는 니콜스답게, 자신을 빼놓고 술자리를 가진 것이 서운한 모양이었다.
“그럼 저희랑 같이 드시겠어요? 안 그래도 스승님께 여쭤볼 게 있었거든요.”
“오늘은 시간이 너무 늦지 않았니. 너도 이미 많이 취한 것 같구나. 술자리는 내일 갖도록 하자꾸나.”
니콜스가 어린아이 타이르듯 클로이를 타일렀다.
“하지만 엘의 마법에 대해 여쭤볼 게 있단 말이에요. 구시대의 마법이요!”
“구시대의 마법? 호오. 그래, 무엇이 궁금한가?”
그가 호기심 가득한 눈을 빛내며 내게 물었다.
“아, 시간이 늦었으니... 괜찮으시다면 저도 내일 술자리에 함께해서 말씀드려도 되겠습니까?”
나는 슬쩍 내일 술자리에 참여하고 싶다는 의사를 내비쳤다.
“당연하지 엘! 스승님이랑 둘이서만 마시면 완전 지루하다구! 엘도 내일 무조건 와야 해!”
“이 녀석이...! 알았네. 그러도록 하게나.”
됐다.
***
다음날 밤. 또 다시 클로이의 연구실.
이곳에선 거나하게 술판이 벌어지고 있다.
‘속 쓰려 죽겠군....’
이틀 연속으로 술을 퍼마시려니 죽을 맛이었다.
하지만 나는 그것을 내색하지 않고, 매우 즐겁고 흥미롭다는 표정을 유지했다.
“오오, 그래서 참전을 결정하신 거군요!”
“크으! 그렇다네. 무고한 영지민들이 남부 야만족들에게 당하는 걸 두고 볼 수만은 없었지. 내가 소싯적에는 혈기왕성했거든.”
얼굴이 얼큰하게 달아오른 니콜스가 술잔에 담긴 독주를 마시며 말했다.
“소싯적이요? 지금도 혈기왕성하십니다!”
“껄껄껄! 내가 나이보다 젊어 보인다는 소리를 가끔 듣기는 하지.”
“제가 보기에도 그렇습니다. 자자, 한잔 더 받으시죠.”
나는 자리에서 일어나 니콜스의 잔에 술을 가득 채워 넣었다.
바닥엔 이미 몇 개의 빈병이 뒹굴고 있었다. 내가 이곳에 오기 전에 잔뜩 구입해온, 비싸고 독한 술들이다. 술값으로만 2골드가 넘게 들었다.
“그래서, 참전을 결정하신 후에는 어떻게 하셨습니까? 바로 야만족들을 휩쓸러 가셨습니까?”
“에잇! 엘! 스승님! 그 지루한 전쟁 얘기 좀 그만해요!”
대화에서 소외된 클로이가 팔짱을 끼고 잔뜩 심통이 난 표정을 지었다.
실제로 술자리에서 오간 대화는 대부분 전쟁에 관한 내용이었다. 라이트닝 블래스트에 대한 얘기는 잠깐만 했을 뿐. 애당초 그건 니콜스와 술자리를 같이 하기 위한 구실에 불과했다.
어쨌든 클로이에겐 미안한 일이지만, 나는 여기서 멈출 수 없었다. 이건 너무나도 중요한 일이었으니까.
“어허, 클로이 씨! 지루하다뇨! 남자란 자고로 전쟁 얘기에 가슴이 뜨거워지는 법입니다. 안 그렇습니까, 니콜스님?”
“그렇지! 역시 자네가 뭘 좀 아는구먼. 마탑에 있는 녀석들은 평화에 젖어서 전쟁의 묘미를 이해하지 못한다네.”
내가 클로이와는 달리 전쟁 얘기를 매우 흥미롭게 들어주니, 니콜스는 한껏 흥이 오른 상태였다.
“칫! 나도 술이나 더 줘!”
클로이가 단숨에 술을 들이켜고 잔을 내밀었다. 나는 미안한 마음을 가득 담아 술도 가득 담아줬다.
‘미안해, 클로이 씨! 나중에 귀여워해줄게!’
“하시던 말씀 계속 부탁드립니다. 니콜스 님. 제 평생 이렇게 흥미진진한 이야기는 처음 들어보네요. 뒷이야기를 듣지 못한다면 도무지 잠이 오지 않을 것 같군요.”
진짜로 나는 그때까지 잠들지 않을 것이다.
“그래... 내가 어디까지 얘기 했었지?”
“비열한 야만족 수백 명을 쓸어버리는 부분을 얘기하실 차례였습니다.”
“껄껄. 가장 재미있는 부분이군.”
클로이가 ‘재미는 무슨....’이라며 툴툴거렸지만, 니콜스는 개의치 않고 입을 열기 시작했다.
“그 시기에 야만족은 어디에나 있었지. 나는 남쪽에 있는 마을 하나가 습격당했다는 소식을 듣고 마탑원들과 함께 그리로 가고 있었다네....”
그는 눈을 감고 과거를 회상하는 듯 보였다.
“놈들을 마주친 곳은 마을 가까이에 있는 울창한 숲이었지... 수백 명에 달하는 야만족이 약탈을 막 끝내고 올라오던 중이었어. 놈들에겐 규칙과 질서라는 개념이 없었다네. 먹고 싶으면 먹고, 죽이고 싶으면 죽이고.......”
그렇게 설명은 한동안 이어졌다.
“......그런데 녀석들의 손에 무엇이 들려있었는지 아나? 사람의 머리였네. 마을 사람들의 머리를 줄줄이 꿰서 장신구처럼 가지고 다니더군.”
“저런...! 얼려죽일 놈들!”
“그래. 그걸 본 순간 눈앞이 캄캄해졌지. 그들에겐 일말의 자비도 보여줄 필요가 없었어. 그래서 나는....”
니콜스는 잠시 말을 멈추고 술잔을 들이켰다.
“숲과 함께 그들을 전부 얼려버렸다네.”
“와!!! 그게 어떻게 가능하신 겁니까!!!”
내가 광분하며 소리치자 니콜스가 깜짝 놀랐다.
“어이쿠, 깜짝이야. 껄껄. 얼음폭풍을 일으켰다네. 넓게 펼쳐져있는 그들을 한꺼번에 처치하려면 그 수밖에 없었거든.”
“이야! 과연 남부 학살자! 이런 대단한 분과 술을 마시게 되다니 영광입니다. 자, 한잔 더 받으시죠!”
“껄껄. 다 옛날 일이지.”
나는 계속 니콜스에게 술을 따라주며 재방송을 요청했다.
“어우, 얼음폭풍을 일으키신 얘기는 정말 인상 깊네요. 다시 한번 말씀해주시면 안되겠습니까? 한번만 듣기에는 아까운 얘기군요.”
“크으...! 좋네. 남쪽에 있는 마을 하나가....”
그렇게 몇 번이고 몇 번이고 반복했다.
클로이는 진작 테이블에 엎드려서 자고 있었다.
“놈들에게는... 규칙과... 질서라는....”
─쨍그랑!
만취한 니콜스가 술잔을 바닥에 떨어트렸다.
“이런. 괜찮으십니까? 아무래도 이야기는 여기까지만 들어야겠네요. 제가 옆방으로 모셔다드리겠습니다.”
나는 니콜스를 부축해서 연구실로 데려갔다. 그리고 벽면에 있는 간이침대에 그를 뉘였다.
“푹 쉬십시오, 니콜스 님. 얼음폭풍 얘기는 정말 흥미롭게 들었습니다.”
“고맙네....”
니콜스는 그대로 기절하다시피 잠들었다.
나는 다시 클로이의 연구실로 돌아와서, 니콜스의 방과 붙어있는 벽면에 의자를 놓고 앉았다.
“.......”
눈을 감고 정신을 집중하니 꿈꾸는 자의 위치가 느껴졌다. 클로이는 꿈을 꾸고 있었고, 니콜스는 아직 꿈을 꾸지 않고 있었다.
내 목표는 니콜스의 꿈이었기에, 나는 그가 꿈을 꿀 때까지 기다렸다. 클로이의 꿈에 들어갈 기회는 앞으로도 많다.
‘클로이 덕분에 여기까지 쉽게 왔군.’
그녀가 없었다면 니콜스와 술자리를 갖기 어려웠을 것이다. 아니면 시간이 오래 걸렸거나.
어쨌든 의자에 앉아서 한동안 기다리니, 니콜스가 꿈을 꾸기 시작한 게 느껴졌다.
나는 그대로 그의 꿈속으로 들어갔다.
─화아악!
앞쪽에 펼쳐진 건 울창한 숲이었다.
“케케케! 어딜 도망가!”
“으아악! 사, 살려주세요!”
그리고 뒤편에 있는 마을에선 무자비한 약탈이 벌어지고 있었다.
‘그럼... 니콜스가 오고 있는 중이겠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