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꿈속에서 마법을 훔치는 마법사-35화 (35/200)

메두사 레이드 (1)

승격 퀘스트를 완료하기 위해서는, 두 가지의 조건 중 하나를 충족시켜야 한다.

[하급 마법을 추가로 두 개 이상 배우거나, 에픽 등급의 몬스터를 한 마리 이상 처치하십시오.]

만약 메두사가 에픽 등급의 몬스터라면, 굳이 하급 마법을 두 개 배우지 않더라도 승격 퀘스트를 완료할 수 있다.

‘잘하면 시간을 단축시킬 수도 있겠어.’

하급 마법서 한 권이면 몰라도, 당장 두 권을 살 돈까지는 안 된다.

역시 레이드에 참가해보는 편이 좋겠지.

메두사에 대한 정보를 좀 더 알아봐야겠다.

“너희들도 레이드에 참여할 거야?”

“물론이다.”

“케른헴의 영웅이 될 수 있는 기회.”

“우리 형제의 이름을 드높일 것이다!”

도린 형제가 무슨 도원결의라도 하는 것 마냥 자기들끼리 손을 뻗어서 교차했다.

“위험하진 않을까? 밖에 있는 모험가처럼 전신이 석화되면 끝장이라며.”

“완전히 끝장은 아니다. 빠르게 해주(解呪) 마법을 받으면 된다고 하더군. 그리고 뭐, 눈만 마주치지 않으면 되는 것 아닌가?”

“그렇게 간단할 것 같지만은 않은데... 흠.”

단순히 메두사와 눈을 마주치는 것만 피하고, 다른 신체부위를 바라보며 싸우면 될까? 글쎄. 그럴 것 같지는 않았다.

그때, 익숙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엘 씨...? 어머, 엘 씨!!”

“아, 안녕하십니까.”

케른헴 모험가 길드의 여직원이다.

그녀는 접수대에서 긴가민가하며 나를 부르다가, 내가 인사하자 이쪽을 향해 다가왔다.

“한동안 안 보이셔서 저는 엘 씨가 케른헴을 버리고 떠나신 줄 알았어요!”

“아하하, 그럴 리가요. 여기에 돈도 맡겨뒀는데. 카트카에 좀 있었습니다.”

마침 잘 됐군. 메두사에 대해 도린 형제보다는 직원이 더 잘 알겠지.

“게시판을 보니 대규모 레이드를 감행한다고 하던데, 메두사가 그렇게나 위험합니까?”

“에휴... 네. 벌써 저희 길드에서만 열 명이 넘게 당했어요.”

“열 명? 길드 앞에 석상은 세 개뿐이던데요?”

“온전하게 회수한 게 그것뿐이니까요. 운반 중 파손된 것도 있고, 행방불명된 사람까지 포함하면 열 명이 넘어요.”

그녀가 착잡한 표정을 지으며.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엘 씨도 레이드에 참여하실 건가요?”

“예, 일단은 참여하는 쪽으로 고려중입니다.”

“다행이네요. 케른헴에 세 명뿐인 A급 모험가이시니 정말 큰 힘이 될 거예요. 그럼 레이드 때 세 분이 한자리에 모이겠네요!”

들어보니 다른 A급 모험가들도 참가하는 모양이다. 같이 의뢰를 수행해본 적은 없지만, A급이라는 등급으로 최소한의 실력은 보증된 자들이다.

‘토벌대 수준은 꽤 괜찮겠어.’

아마 용병 쪽에도 A급에 준하는 자들이 있을 테니, 화력은 괜찮을 것이다.

그럼에도 만약 메두사가 감당하기 어려울 정도로 강하다면, 그냥 퇴각하면 된다. 지난번 고대의 던전처럼 폐쇄된 공간에서 싸우는 것이 아니므로, 도망칠 공간은 충분할 테니.

“지금까지 알려진 메두사의 특징은 어떻습니까?”

“눈을 마주치면 안 된다는 건 알고 계시죠? 그런데 눈을 마주치지 않기가 아주 어렵다고 들었어요. 꼭 뭔가에 홀린 듯이 바라볼 수밖에 없게 되는... 그런 게 있대요.”

홀린 듯이 바라보게 된다고? 현혹 마법 같은 걸 쓰는 건가. 역시 단순히 눈만 피한다고 되는 게 아니었군.

“그리고 뱀을 부려요. 그것도 엄청나게 많이.”

“......뱀? 고작 뱀 따위가 많아봤자 별 문제도 아니잖습니까?”

“그냥 단순한 뱀이 아니에요. 몬스터로 취급해도 될 정도로 커다란 뱀도 많다고 해요. 사실 A, B등급의 실력자만으로 토벌대를 구성하지 않는 이유도 이거에요. 뱀을 잡아야 할 하급 모험가도 많이 필요하거든요.”

과연. 그래서 누구든지 참여하도록 권장한 거였나. 뱀을 부리는 1인 군단이라고 생각하면 될 것 같다.

“혹시 석화됐을 경우에 대한 대비책은 있습니까?”

“레이드에 참여하는 회복 마법사들 중에 해주 마법도 가능한 분이 몇 있어요. 장담은 못하겠지만... 완전히 석화되지만 않으면 회복이 가능할 거라고 하셨어요.”

“오호. 그렇군요.”

이 정도면 꽤나 괜찮았다. 아무리 버려진 도시라지만, 힘을 끌어 모으니 나름대로 구색을 갖췄다.

‘이것저것 신경 쓸 것 없이 나만 잘 준비하면 되겠군.’

레이드는 이틀 뒤라고 한다.

그 전에 카트카에 가서 마법서를 구매해야겠다. 지금 가진 돈으로 하급 마법 두 개를 구입하기는 어렵겠지만, 하나라도 더 배워서 스펙업을 해두는 게 좋겠지.

“이틀 뒤에 길드로 집결하면 되는 거죠?”

“네. 파티는 원하는 대로 구성해오시면 돼요. 다만 수색이 끝나고 본격적으로 전투가 시작되면, 엘 씨는 여러 개의 파티를 지휘하시게 될 수도 있어요.”

“......제가 지휘를?”

“참여하는 A급의 수대로 그룹을 나눌 계획이거든요. 엘 씨가 오신다면 세 개의 그룹으로 나누겠네요.”

나를 포함한 A급 모험가 세 명이, 각자 한 그룹씩 맡아서 지휘한다는 소리다.

“어우, 이거 왠지 좀 부담되네요. 어쨌든 알겠습니다.”

“너무 걱정하지 마세요. 앗, 저는 다시 일하러 가봐야겠네요. 그럼 그때 봬요.”

접수대 앞에서 어떤 모험가가 직원을 찾고 있었기에, 그녀는 나에게 인사하고 황급히 돌아갔다.

“흠. 그럼 파티를 어떻게 구성할까....”

전원 B급으로 채울 필요는 없을 듯했다.

메두사와 전투를 벌일 땐, 어차피 파티에 상관없이 한자리에 모일 테니까. 수색 정도만 같이 할 수 있는 수준이면 충분할 것이다.

“어이 형제들. 너희 파티 정했어? 없으면 나랑 갈래?”

“크흐흐. 역시 안목이 높군? 좋다. 우리 형제는 너와 함께 하도록 하지.”

도린 형제가 흔쾌히 받아들였다.

“그럼 C급은 충분하니까... B급 한두 명 정도만 더 추가하면 되겠네. 혹시 추천할 만한 사람 있어?”

“허! 이것 참 어이가 없군.”

“우리를 대체 어떻게 생각하는 것이지?”

“우리가 B급이다! 억울한 마법사!”

그들이 위풍당당하게 외쳤다.

“뭐? 너희 승급했어?”

“그렇다! 네가 A급으로 승급한 뒤로 우리도 가만히 있을 수는 없다는 생각에 매일같이 피나는 노력을 했지.”

“이야, 잘했네! 축하한다.”

“크흐흐. 고맙군.”

이야기를 들어보니 내가 승급한 것에 자극받아서, 그 좋아하던 도박장도 끊고 의뢰와 훈련을 반복했다고 한다. 그러다 보니 며칠 전에 B급으로 승급했다고.

“그럼 뭐, 나머지 멤버는 적당히 구해도 되겠네. 그래도 기왕이면 회복 마법사가 하나 있으면 좋을 것 같긴 한데....”

아직 이틀이나 남았으니 한번 찾아봐야겠다.

일단은 카트카로 가서 마법서부터 사고.

***

─덜그럭덜그럭

카트카에서 케른헴으로 향하는 마차 안.

─탁!

읽고 있던 책의 마지막 페이지를 덮었다.

[마법 ‘차지드 볼트’를 배웠습니다!]

[금일 사용 가능한 ‘차지드 볼트’ - 4회]

카트카의 마법공방에서 구입한 전격 계열의 하급 마법이다. 가격이 무려 16골드나 했기 때문에, 이제는 돈이 얼마 남지 않았다.

하긴. 물가가 싼 케른헴에서 기초 마법 ‘파이어 애로우’조차 4골드 50실버였으니 그럴 만도 하다.

아무튼 마법서에 의하면 ‘차지드 볼트’는 단일 대상을 위주로 한 공격 마법이다. 전기로 이루어진 화살 같은 걸 쏘는 형식이다.

‘체인 라이트닝’처럼 연쇄적인 효과는 없지만, 위력은 더 강하다고 볼 수 있다.

“클로이가 없던 게 아쉽네.”

다시 카트카까지 간 김에 ‘오늘의 기억’에도 잠깐 들렀었다. 혹시 클로이가 있으면 메두사 레이드를 같이 가자고 권유해볼 생각이었는데, 아쉽게도 그녀는 없었다.

“도착했습니다!”

마부가 큰 소리로 도착을 알렸다. 나는 마차에서 내려 삯을 지불하고, 케른헴으로 들어갔다.

레이드까지 하루가 남은 상황.

도시를 왕복하며 마법서를 구매하느라 근 하루를 소비했다.

“슬슬 파티 구성을 끝내야겠군.”

아직 도린 형제 외에는 파티원을 정하지 못한 상태. 지금 이대로도 괜찮긴 하지만, 꼭 영입하고 싶은 사람이 한 명 있었다.

“제안에 응해줄까? 뭐, 가보면 알겠지.”

***

대망의 레이드 당일.

모험가 길드 앞은 레이드에 참여하려는 사람들로 북적였다.

“이야, 많이들 왔네.”

“크흐흐. 보수를 넉넉하게 주잖나.”

“그렇긴 하지.”

이번 레이드의 보수는 케른헴 길드 연합에서 지불한다.

나 같은 경우는 참여만 해도 2골드, 레이드에 성공하면 4골드를 추가로 받는다. A급이라 많이 받는 것도 있지만, 다른 등급의 모험가들도 꽤나 후하게 받는다. 위험수당이 붙는 셈이다.

“아직 출발까지 시간도 좀 남았고, 사람도 다 안 모였으니까 안에 들어가서 기다리자.”

나는 도린 형제를 데리고 길드 안으로 들어갔다.

당연히 내부에도 사람이 많았는데, 길드에서 A급이 속한 파티를 위해 따로 마련해둔 테이블이 있었다.

“엣헴.”

“엣헴.”

“엣헴.”

“아, 좀 그러지마. 쪽팔리게.”

지정 테이블에 앉은 도린 형제가 주변에 보란 듯이 어깨를 으쓱거렸다.

아무튼 그렇게 앉아있으니, 누군가가 내게 다가왔다. 검을 차고 있는 기골이 장대한 남자였다.

“이 테이블에 앉은 걸 보니... 자네가 A급 모험가 엘인가?”

“예, 맞습니다. 그런데 누구신지...?”

“반갑군! 나는 찰리라고 하네. 마찬가지로 A급이지.”

“아! 그 유명한 찰리 씨셨군요. 반갑습니다.”

내가 하급 모험가였던 시절에 이름만 들어봤지, 직접 보는 건 처음이었다. 케른헴처럼 규모가 작은 곳은, 길드에서 A급을 직접 찾아가서 의뢰를 넣기 때문이다.

그가 손을 내밀며 악수를 청했다. 손바닥이 무슨 솥뚜껑 같았다.

“하하핫! 유명은 무슨. 자네가 더 유명하지. 던전에서 구울을 처치했다는 소문은 귀가 따갑도록 들었다네. 아주 뛰어난 마법사라던데, 오늘 잘 부탁하네.”

“저야말로 잘 부탁드립니다.”

생긴 것처럼 성격도 시원시원한 사람이었다.

그는 내 팔뚝이 흔들릴 정도로 격렬하게 악수를 하고는, 자신의 테이블로 돌아갔다.

테도린이 게슴츠레한 눈으로 나를 쳐다봤다.

“길드에서 지정 테이블을 마련해주고, A급이 먼저 찾아와서 인사까지 하다니. 출세했군? 억울한 마법사.”

“아아, 이제 출세한 마법사라 불러라.”

그 뒤로도, 또 다른 A급을 비롯한 여러 명의 모험가들이 내게 다가와서 인사를 하고 갔다.

“근데 출세한 마법사, 네가 섭외했다는 다른 파티원은 누구인가?”

“너도 아는 사람이야. 지난번에... 아, 마침 저기 오시네.”

하얀색 법복을 입은 여자가 길드 문을 열고 들어왔다. 나는 자리에서 일어나 손을 흔들며 그녀를 불렀다.

“엘미나님! 여깁니다!”

그녀가 다가와 인사하며 테이블에 합석했다.

“다들 안녕하세요?”

“오오, 반갑소!”

“안녕하시오!”

“환영하오!”

도린 형제가 헤벌쭉한 표정으로 그녀를 반갑게 맞이했다.

나는 어제 세르시아 교회를 찾아가서 엘미나를 섭외했다. 그녀는 신성력을 이용하는 사제답게 저주도 풀 수 있다고 한다.

물론 엘미나 역시 완전히 석화된 것은 풀기 힘들다고 했지만, 모험가 회복 마법사보다는 뛰어나다.

“그런데 사제님이 어쩌다가 이런 일에까지 참여하셨소? 교회에서 반대하지 않았소?”

“후훗. 아니에요. 예전에 던전에서 엘님에게 받은 도움을 갚고 싶다고 말씀드렸더니, 흔쾌히 허락해주셨어요.”

테도린의 질문에 엘미나가 살포시 웃으며 대답했다.

사실 메두사는 도시의 안전을 위협할 수도 있는 존재니, 교회에서도 도움을 주고 싶어 했다.

다만 던전에서 수습 성기사를 잃은 뒤, 아직 인력이 충원되지 않아서 사제만 지원해주기로 했다. 엘미나 말고도 두 명의 치료사제가 모험가 길드와 용병 길드에 한 명씩 배치됐다.

어쨌든 엘미나의 합류가 든든한 모양인지, 테도린이 특유의 웃음을 흘렸다.

“크흐흐. 이거 갑자기 자신감이 치솟는군? 고대의 던전을 정복했던 그 멤버라니. 가슴이 두근거릴 정도다.”

“자신감은 좋지만, 가슴은 원래 두근거린다.”

─레이드 출발하겠습니다!

모험가 길드 직원이 큰 소리로 시작을 알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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