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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작가의 마마보이-264화 (264/281)

공작가의 마마보이 264화

“아미엘 님!”

“…….”

주안이 활짝 웃으며 그녀를 반기자, 아미엘이 움찔 놀라며 몸을 움츠렸다.

낯선 장소이나, 주안의 방이라 그런지 무언가 묘한 기분인 듯했다.

다행이라면 이런 묘한 긴장감을 세냐나 마냐, 아냐가 아미엘에게 날아가 함께 있어 주자 금세 풀렸다.

그 때문인지 한결 여유로운 모습을 보이자 주안 역시 기분 좋은 미소를 지었다.

“이곳이 네 집이로구나.”

“그리고 제 방이죠.”

방 안을 가득 채운 신성력이 아미엘의 기분을 좋게 만들었다.

늘 그녀가 있는 대밀림의 세계수. 그리고 그녀의 방에서만 만나던 것과는 달리 이렇게 집으로 초대를 한 것에 주안 역시 조금은 들뜬 듯했다.

“따뜻하고, 포근한 곳이로고.”

“다 이것 덕분 아니겠어요.”

주안이 싱긋 웃어주며 왼손을 들어 성흔을 보여 주었다.

하지만 아미엘이 조용히 고개를 가로저으며 말했다.

“그것만이 아니다. 방의 분위기를 보아도, 네가 사랑받는 아이라는 것이 느껴져서 그렇단다.”

“하하……. 좀 그렇긴 하죠.”

과할 정도로 사랑해주는 엄마도 있지만, 세라타나 집안사람들 모두가 주안을 잘 대해준다.

그것은 단지 주인집 아들이라는 이유도, 마르티네스 공작가의 차기 공작이라는 이유도 아니다.

주안의 행동이 그들을 그렇게 만들었으니 말이다.

이것을 단지 방 안의 분위기만 보고 단번에 알아본 아미엘의 눈썰미도 대단했지만, 주안은 조금 부끄러운 듯 뭐라 말을 하지는 못 하였다.

그리고 이런 주안의 모습을 보며 아미엘 역시 조용히 미소를 짓다 이내 갸웃하며 말했다.

“그보다 아까부터 궁금한 것이 하나 있구나.”

“네? 궁금한 거요?”

주안을 보며 아미엘이 조용히 손으로 방의 한쪽 구석을 가리키며 물었다.

“……저 아이는 어이해서 이곳에 있고, 저러고 있는 것이냐.”

“아하하…….”

아미엘이 가리킨 장소.

바로 카르카노가 과한 예의를 차리며 아미엘을 향해 인사를 하고 있었다.

“처음 뵙겠습니다. 해룡 카르카노라고 합니다.”

“처음은 아니지 않느냐.”

“…….”

아미엘의 말에 카르카노가 움찔 놀라며 시선을 회피했지만, 아미엘의 시선이 거두어지지 않자 식은땀을 흘리며 어쩔 줄 몰라 한다.

“바로 어저께 카르카노 님이 방문해주셨어요. 저에 대해서 조금 알아보고 싶다 하셔서요.”

“너에 대하여? 어이해서?”

“그게…….”

이걸 말을 해도 되나, 고민이 되어서 그런지 주안이 카르카노의 눈치를 살폈지만 다행히 카르카노가 고개를 끄덕이며 말을 하여도 된다는 제스처를 취하자 안심하고 아미엘에게 말했다.

“실은 마를렌 님의 일 때문에 저에 대해서도 알아볼 필요가 있으시다 하셨어요.”

“마를렌이라…….”

그리고 아미엘이 조용히 카르카노를 보며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

“쓸데없는 걱정이었느니라.”

“예. 인정합니다. 그리고 시킨 건 하랑이지, 제가 좋아서 한 것은 절대 아닙니다.”

“잘못을 떠넘기는 것도 조금 그렇구나.”

“……죄송합니다.”

뭐라 변명을 하긴 하였지만, 아미엘의 쓴소리에 카르카노가 잽싸게 사과를 해주었다.

그리고 이런 그의 모습에 세냐가 고소하다는 듯 쿠후후, 하고 웃었지만, 주안은 조금 곤란한 듯했다.

용이라고 하면 이곳, 서방 대륙에선 조금 낯설고 멀게만 느껴지나 동방 대륙에선 정말 황제, 그 이상의 존재로 추앙받는 이들이다.

그런 이가 이렇게 자그마한 소녀의 앞에서 무릎을 꿇고 사과를 하고 고양이 앞의 쥐처럼 잔뜩 움츠려 있는 것이 정말 당황스럽게 만들었다.

“이 아이는…… 적어도 너희가 생각하는 일을 벌일 그러한 아이가 절대 아니다.”

“알고 있습니다. 어제 만나보고, 이야기를 나누며 저 역시 확신을 하였습니다.”

“그러하면 다행이로구나.”

아미엘이 고개를 끄덕여주자, 카르카노가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아무리 자신이 용이라고 하여도 아미엘은 그 이상의, 보다 높고 보다 고귀한 존재라 그런지 대하기가 무척 힘들었다.

그리고 이런 카르카노를 도와주려는 듯 주안이 아미엘에게 말했다.

“실은 카르카노 님이 저희가 하려는 일을 곁에서 도와주시기로 하셨어요.”

“그러하느냐. 그러한 일이라면 나와 이 아이들만으로도 충분하단다.”

“그렇긴 하지만……. 그래도 언제 또 용의 보호를 받아 보겠어요.”

천진난만하게 웃으며 그렇게 말을 하는 주안이었지만, 아미엘은 그런 주안의 미소 속에서 무언가를 느낀 듯했다.

“많이 불안한가 보구나.”

“그게…….”

답지 않게 애써 밝은 모습을 보이고는 있으나, 그게 불안 속에서 나타나는 것임을 알게 된 아미엘이 주안을 안쓰럽게 바라보았다.

그리고 대신 조용히 손을 뻗어 주안의 머리를 쓰다듬어 주며 말하였다.

“불안해하지 말거라. 아무 일도 없을 것이다. 그곳에서 네가 해야 할 일은, 네가 이 집에서 해준 일과 비슷하니 아무 걱정을 하지 않아도 된다.”

“…….”

아미엘의 말에 주안이 정곡을 찔린 듯 입을 꾸욱 다물었다.

“혹여 무슨 일이 일어나더라도, 나는 너를 끝까지 지켜 줄 것이니 말이다.”

아미엘의 다정하면서도 단호한 그 말에 주안은 자신의 불안이 쓸데없었던 것임을 느끼고는 안심하였다.

그리고 이런 두 사람을 보며 카르카노가 손을 들어 말했다.

“저희 용들 역시 곁을 지키도록 하겠습니다.”

“그래. 힘이 되어 주도록 하거라.”

“예!”

큰 소리로 카르카노가 아미엘의 말에 답하자, 주안이 작게 웃음을 터뜨렸다.

다른 용들을 만나 본 일은 없지만, 저 모습만 보아도 카르카노가 상당히 특이한 용이라는 것을 느낄 수가 있었다.

* * *

“그런데 저희 부모님은 만나보시지 않고 가셔도 괜찮으시겠어요?”

집을 몰래 빠져나오는 것은 일도 아니었고, 아미엘은 상당히 서둘러 대신전으로 향하기를 바라였기에 할 수 없이 집을 나왔다.

그리고 이런 아미엘의 모습이 이해가 되는 한편, 그녀를 부모님에게 소개해 주고 싶었던 주안이었기에 조금 아쉬운 듯했다.

이런 주안의 심정을 깨달은 듯 아미엘이 작게 한숨을 내쉬며 말했다.

“미안하구나. 지금은 이 일이 더욱 급하여서 말이다.”

“아니에요. 어차피 다음에 할아버지 오셨을 때 만나는 게 더 낫겠다 싶기도 해요.”

“다음이라……. 그래. 다음에 꼭 다 같이 만나도록 하자꾸나.”

“예.”

밝게 웃어주는 주안과는 달리 아미엘의 표정은 조금 어두웠다.

그리고 함께 오게 된 세 요정 꼬맹이 중 유일한 세냐만이 그런 아미엘의 어깨에 앉아 있었고, 그런 아미엘의 곁에서 대신전으로 안내하는 것은 주안의 역할이었다.

그러한 주안의 뒤로는 메데아 대족장과 함께 카르카노가 뒤따르고 있었지만, 두 사람은 딱히 대화를 나눌 사이도 아닌지라 그저 묵묵히 주안의 뒤를 따라왔다.

대신 주안은 대신전으로 향하는 길에서 보이는 황도의 모습들을 하나하나 자세하게 설명을 해줌으로써 그녀에게 자신이 살고 있는 이 땅에 대해서 알려주었다.

자랑 비슷한 것일 수도 있었지만, 주안의 입장에선 메데아 대족장에게 해준 것처럼 아미엘에게도 보다 많은 것을, 세상이 어떻게 변했고 어떠한 형태로 발전을 이룬 것인지 보여 주고 있었다.

그리고 아미엘 역시 이런 주안의 말에 귀를 기울이며 집중하였다.

“저쪽이 세냐가 엄청 좋아하는 제과점이고, 저기가 아미엘 님이 좋아하시는 술을 샀던 술집이에요.”

“어, 엄청 좋아하는 건 아니거든요?! 세라타가 해주는 게 더 맛있거든요!”

“호오, 저기가 그 술집이라는 말이더냐.”

버럭 소리를 지르는 세냐와는 달리 아미엘은 흥미롭다는 듯 눈을 반짝일 정도였다.

“그건 그렇고…… 인간의 세상을 이렇게 직접 나와서 보고 곁에서 느껴보니, 정말 많은 것이 달라졌다는 것이 실감이 되는구나.”

“뭐, 이곳이 유별나긴 하지만…… 대체로 치안이 잘 유지되는 곳은 비슷하지요.”

아미엘의 말에 카르노가 한 마디를 해주었다.

그리고 그의 말에 주안도 동의한다는 듯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조금씩 차이는 있어도 사람 사는 곳은 대부분 비슷해요. 북적거리는 곳은 북적거리는 대로, 한산한 곳은 한산한 대로……. 웃고 떠들고 즐기고, 그리고 바쁘게 움직이면서 살아가죠.”

“……인간은 언제나 그러하였지. 자신들의 발전을 위해 나아가는 것엔 주저함이 없었고, 힘겨운 일에는 함께하며 슬픔도 즐거움도 같이 나누었으니 말이다.”

이종족들도 크게 다르지 않았다 하지만, 인간은 그러한 점이 유독 강했다.

그들의 발전에 대한 욕구, 타인의 위에 서고 싶다는 욕망.

정복에 대한 욕심.

그것은 폭주로 이어져 세상을 끝내버릴 수 있는 위험한 것이기도 하였지만, 그렇기에 인간의 발전 속도는 상상을 초월한다.

그리고 그러한 것을 잘 절제한 세상이…… 바로 지금의 이 세상.

눈앞에 펼쳐져 있는 지금 이곳, 이 장소가 아닐까 싶었다.

“분쟁이 없다면, 세상은 이런 모습이라 생각은 하였다. 그리고 그곳에는 인간도, 이종족도 함께 하는 그런 세상을 꿈꾸었지.”

“……아마 그것은 조금 힘들 것입니다. 인간의 발전에 대한 욕망은 인간들에게만 포함된 일이니 말이죠.”

“안다. 알기에 안타까워하는 것이다.”

카르카노의 말에 아미엘이 안타까워하자, 주안이 조심스레 말했다.

“지금은 그렇지 않다 생각해요. 달란트 부족을 받아들인 것도, 어떻게 보면 이제는 더 이상 다른 것에 대한 배척을 끝낼 수 있는 계기가 될 수 있으니까요.”

“그래. 네가 애써 준 덕분이구나.”

“제가 한 것은 없어요. 그저 자리를 만들어준 것뿐이니까요. 다른 모든 것은 메데아 대족장님이 스스로 얻어 낸 결과일 뿐이에요.”

“그 계기라는 것은 그 어떠한 것보다 중요하다. 그것을 잡느냐, 못 잡느냐의 차이로 모든 것이 바뀌는 것이니 말이다.”

단순히 소개를 해주었다고 하지만, 그 자리가 평범한 자리는 아님을 아미엘도 잘 안다.

적어도 이 대륙 내에서 그러한 자리를 만들 수 있는 사람은 흔치 않을 것이고 그러한 자리를 마련한 주안의 능력도 인정할 수밖에 없으니 말이다.

“킁. 자신을 너무 낮추는 것도 나쁜 버릇이다. 마르티네스의 주안.”

“아하하…….”

그게 또 불만스럽다는 듯, 메데아 대족장의 말에 주안으로선 웃을 수밖에 없었다.

* * *

황도 대신전은 확실히 황도에 지어진 만큼 규모는 제국 내에서 가장 컸지만 화려하다고 할 수는 없었다.

그저 튼튼하게 지어졌으며, 큰 특색 없이 대부분이 그저 새하얀 돌로 지어진 황도 대신전은 일단 크기에는 확실히 압도당하지만, 그보다 경건한 마음이 절로 나오게 만드는 분위기에 있었다.

“나쁘지 않구나. 아니, 아주 마음에 드는구나.”

그리고 이런 대신전을 보며 아미엘 역시 매우 마음에 든다는 듯했다.

주안이나 세냐야 황도 대신전이 매우 익숙하였기에 별다른 느낌은 없으나, 아미엘이나 카르카노는 그게 아닌 듯했다.

단지…….

“음…….”

“메데아 대족장님은 조금 별로이신가 보네요.”

“이런 곳은 나와, 아니, 우리 부족과는 잘 맞지 않는다.”

북적거리고 떠들썩한 것을 좋아하는 달란트 부족에게 조용하고 차분한 대신전은 그녀의 말대로 상성이 잘 맞지 않는 듯했다.

“일단 들어가시겠어요?”

“그러도록 하자.”

미리 말을 하고 온 것은 아니나, 주안이 대신전 안으로 들어서자 주안을 알아본 신관들이 먼저 나서서 주안에게 다가왔고 주안은 이런 신관들의 안내로 일단 대신관을 만나러 걸음을 옮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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