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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작가의 마마보이-259화 (259/281)

공작가의 마마보이 259화

주안이 빠른 걸음으로 저택 정문으로 달려 나가자, 이미 그곳에는 저택 경비를 서는 병사들과 기사들이 정문을 가로막듯 벽처럼 서 있는 모습이 눈에 띄었다.

“아, 공자님.”

그리고 저택 정문으로 달려 나온 주안을 가장 먼저 경비 대장인 아르센 경이 맞이해주었다.

그런 아르센 경을 보며 주안이 말했다.

“아르센 경. 저를 찾는 분이 계시다고 들었어요.”

“아, 예. 이쪽의 이분이십니다.”

“…….”

아르센의 말에 앞을 가로막고 있던 기사와 병사들이 자리를 물러나 주었고, 주안은 한 걸음 앞으로 나서서 자신을 찾아온…… 마를렌의 이름을 언급한 한 사람과 마주하였다.

“저를 찾으셨다 들었습니다.”

처음 보는 낯선 이였지만, 주안은 무언가 이상하다는 것을 느꼈다.

다예프에서 온 사람으로는 보이지 않았으며, 그는 신관복도 걸치지도 않았다.

오히려 주안으로선 매우 낯이 익은, 동방 대륙의 뱃사람들이 자주 입는 옷을 입고 있었지만, 동방 대륙의 사람치고는 상당히 큰 키와 뱃사람 같지도 않은 호리호리한 체구.

게다가 서방 대륙인의 특징이라고 할 수 있는 화려한 푸른 머리카락을 한 매우 특이한 외모를 가진 사람이었다.

그리고 주안을 보며 시원스러운 미소를 지으며 팔짱을 끼고 있던 그가 말했다.

“아, 딱 보니 알겠네. 네가 주안 마르티네스지?”

“그렇습니다만…….”

“공자님, 모르시는 분이십니까?”

주안과 그의 대화를 곁에서 듣던 아르센 경은 주안이 이 남자를 낯설어하며 처음 보는 듯 대하자 표정이 살짝 일그러졌다.

당당하게 저택을 방문하여 친근하게 주안을 찾았으며, 주안 역시 워낙 이런 이들과 친밀한 관계를 가진 일이 많았기에 조심스러운 태도를 취했지만, 오랜만에 만나는 것이 아닌 서로 처음 본다는 태도를 취하자 아르센 경의 표정이 잔뜩 굳어졌다.

저택을 지켜야 하는 사람으로서 제대로 알아보지도 않은 채 주안을 찾은 큰 실수를 저지른 것이니 말이다.

아르센 경의 표정이 일그러지자, 다른 기사들과 병사들의 표정이 굳으며 변하였다.

그리고 이들의 이런 모습을 보고는 오히려 주안이 당황하며 말했다.

“잠시만요. 잠시 확인할 것이 있어요.”

그래도 혹시나 하는 생각에 주안이 아르센 경을 말리며 자신을 찾아온 그에게 물었다.

“혹시 다예프에서 오신 분이십니까.”

“다예프? 아니, 난 바다 건너서 왔는데?”

“바다 건너? 동방대륙이라는 말씀이세요?”

다예프가 아닌 그 먼 동방대륙에서 왔다는 것에 주안은 오히려 더 의아한 듯 고개를 갸웃했다.

“……너, 정체가 뭐냐.”

“메데아 대족장님?”

주안이 의아해하는 사이, 주안을 뒤따라 왔던 메데아 대족장이 주안의 곁에 서며, 아니, 주안을 보호하듯 곁을 지켜주며 그를 노려보았다.

이런 메데아 대족장의 기세를 느낀 것인지 아르센 경을 중심으로 한 저택 경비를 서고 있던 기사와 병사들이 제각각 검의 손잡이에 손을 올린 채 그를 경계하였다.

하지만 이런 이들의 날카로운 시선을 받으면서도 그는 오히려 곤란하다는 듯 뒷머리를 벅벅 긁으며 말했다.

“아니, 난 그냥 뭐 좀 알아보려고 온 것뿐인데…….”

“혹 성함을 여쭈어봐도 괜찮겠습니까.”

“내 이름? 카르카노.”

주안의 말에 간단히 답하며, 카르카노가 싱긋 웃어주며 말을 이었다.

“너도 바다 냄새가 짙은데, 바닷사람이라면 내 이름을 모르진 않을 텐데.”

“바다 냄새……?”

바다와 연이 깊지만, 그렇다고 바다 냄새가 날 정도의 바닷사람은 아니다.

그의 말에 주안이 더더욱 의문스러웠지만, 순간 그의 이름이 매우 낯이 익다는 것에 주안이 놀란 눈으로 그를 바라보았다.

“설마…….”

동방대륙에서, 바닷사람과 가장 가깝다는 인간을 초월한 존재.

인간에게 호의적인 절대자.

“……해룡 카르카노…….”

그런 그 존재가 주안의 바로 앞에 서 있었다.

* * *

주안은 저택 정문에 모인 이들에게 절대 함구하라는, 평소에는 하지 않는 명령까지 내려준 후 황급히 카르카노를 저택으로 안내하였고, 손님들을 위한 응접실로 향했다.

그런 그를 위해 자리를 마련하면서도 함께 온 세라타는 차와 다과를 준비하면서도 반신반의하는 듯 카르카노를 힐끗거리며 바라보았다.

그리고 세라타가 할 일이 끝나자, 조용히 인사를 한 후 응접실을 나갔고 응접실 안에 남은 사람은 주안과 카르카노, 그리고 메데아 대족장.

이 세 명뿐이었다.

“우와, 저택 밖에서도 대단하다고 생각은 했지만……. 안은 더 엄청나잖아? 대체 어떻게 하면 신성력을 이렇게 사용할 수 있는 거야? 건물이며, 땅이며, 이런 식기에…… 과자에까지 신성력이 있잖아?!”

“예, 뭐……. 그냥 하다 보니…….”

“진짜 여기서 사는 사람은 무병장수는 확정이겠는데? 근데 이 과자 맛있다? 역시 과자는 서방 대륙의 것인가…….”

넉살 좋게 혼자 떠들다, 과자를 집어 먹으며 좋아하는 카르카노의 모습에 주안이 작게 한숨을 내쉬었다.

곁에 있는 메데아 대족장이 긴장하고 있는 것을 보면 확실히 보통의 존재가 아님을 주안도 알겠지만, 하는 행동은 철없는 동네 형 같아서 괴리가 정말 컸다.

“한 가지 물어봐도 괜찮겠습니까?”

“응. 물어봐.”

“……여긴 왜 오신 것입니까?”

“내가 여기까지 온 게 그렇게 이상한가…….”

“보통 카르카노 님을 잘 아는 동방대륙의 사람이나, 뱃사람들이라면 믿을 수 없는 일이긴 하지요.”

동방 대륙을 떠나 서방 대륙에 발을 디딘 용은 전설로도 전해지지 않았던 일이고, 그 활동적이고 인간에게 친화적인 해룡이라는 카르카노 역시 동과 서의 바닷길에 자주 나타난다고는 하나 그뿐인 용이다.

서방 대륙 인근에는 나타나지도 않았으며 결국 그가 오가는 곳은 동방 대륙에 보다 가까운 해역이었으니 말이다.

이런 주안의 질문에 과자를 집어 먹던 카르카노가 차까지 홀짝이며 마신 뒤 빙글빙글 웃으며 주안에게 말했다.

“그거 다 헛소문인데? 나 몰래 여기 서방 대륙에 와서 놀다 간 일이 많은걸.”

“……진짜요?”

“응. 진짜. 뭐, 이런 내륙까지 온 것은 처음이긴 하지만……. 너희 가문의 항구도시라면 꽤 자주 찾긴 했지.”

“소문보다 더하신 분이시군요…….”

“응? 소문? 무슨 소문?”

“자유분방하고, 인간에게 호의적이라던 소문 말이 있었거든요.”

“헤에, 그래? 뭐, 나쁜 소문은 아니네. 그러면 나 말고 다른 애들은?”

주안의 말에 호기심을 가진 듯 카르카노가 눈까지 반짝이며 주안에게 물었다.

그리고 이런 그의 모습에 평소 상상하던 근엄하고 무섭고 다가갈 수 없는 무언가를 내뿜는 용에 대한 이미지가 와장창 깨지면서도 오히려 이런 모습 자체가 주안도 마음에 든다는 듯 희미한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지룡 사련화 님이야 사납다고 소문이 자자하시고, 궁룡 하랑 님이야 워낙 조용한 분이시라 알려진 것은 별로 없지만……. 그래도 많은 이들이 경외심을 가지고 있다고는 들었어요.”

“사련화 녀석은 여기까지 그런 소문이 났나 보네.”

즐겁게 웃는 그의 모습을 보니, 소문이 사실인 듯했다.

그리고 이런 그의 모습에 주안 역시 내심 안심을 하였다.

그가 소문처럼 인간들에겐 꽤나 호의적이고 살갑게 군다는 것을 느꼈으니 말이다.

“그리고 파사 님은…….”

“……너 파사에 대해서 어떻게 아는 거야?”

“예? 아…….”

순간 주안은 아차, 하며 쓴웃음을 지었다.

주안이 아는 수호룡 파사란, 보다 먼 미래에 알려지게 된 용이기도 했고 그 이전까진 있는 것인지 없는 것인지도 모르는 허황된 존재로밖에 취급되지 않았다.

말이 좋아서 슌 제국의 수호룡이지, 그저 제국과 황가의 위엄을 드높이려고 적당히 구색을 맞춘 것으로밖에 취급하지 않는다.

그리고 그런 소문은 제노폴 제국에도 있었지만, 사실 아무도 신경 쓰지 않는 그러한 이야기들일 뿐이었다.

다만, 카르카노는 눈을 날카롭게 빛내며 주안을 주시하였고 메데아 대족장 역시 기세를 끌어 올려 이런 카르카노와 주안의 사이를 막아 주는 역할을 해주었다.

그러한 메데아 대족장의 행동을 무시하며 카르카노가 말했다.

“슌 제국 황실 직계 외에는 알지 못하는 일인데……. 이 먼 땅에서, 그다지 접점도 없는 네가 파사에 대해서 안다, 라…….”

“허황된 이야기로 치부될 수 있지만, 슌 제국은 우리 제노폴 제국과 어깨를 나란히 하는 나라인지라…….”

그리고 주안이 조용히 미소를 지으며 말을 이었다.

“그들 황실에 관한 이야기는 작은 것 하나라도 깊이 생각을 해볼 것들이지요. 무엇보다 동방 대륙과, 특히 슌 제국과는 인연이 깊은 게 바로 우리 마르티네스 공작가이니 말이죠.”

“그것만이 아닐 텐데?”

“…….”

주안의 말을 모두 믿지 않는 듯, 카르카노의 시선이 거두어지지 않았다.

그리고 뭐라 변명을 해야 할지 몰라 고민하는 주안을 보며 카르카노가 먼저 말했다.

“아미엘, 님이겠지?”

“예? 아…….”

“그분이 말씀을 해주신 것인가? 성흔의 아이, 주안 마르티네스.”

카르카노와 눈을 마주한 주안은 그 시선을 피하지 않았다.

그의 입에서 아미엘의 이름이 나오자 놀라긴 했지만, 이미 용과 접촉을 했다는 아미엘의 말을 들었기에 크게 놀랄 필요가 없었으니 말이다.

대신, 주안은 자신이 알게 된 파사에 대한 이야기를 아미엘을 통해서 듣게 된 것이 아닌지 오해를 하는 카르카노에게 딱히 다른 말을 해주지는 않았다.

다만, 주안은 그런 그의 시선을 피하지 않으며 똑바로 마주한 채 말했다.

“이곳에 온 이유를 듣고 싶습니다. 놀러 오신 것은 아닌 듯한데 말이죠.”

그는 주안을 찾아 왔고, 그 먼바다를 떠나 내륙까지 온 바다의 용이다.

그런 그가 단순히 놀러 왔다고 생각을 하는 이는 아무도 없을 것이다.

그리고 그는 주안을 만나러 찾아 왔고, 마를렌에 대해서까지 언급을 하였기에 주안은 그가 이곳에, 그리고 자신을 왜 만나러 온 것인지 궁금하였다.

“그렇게 긴장하지 않아도 괜찮아. 너를 어떻게 하려고 온 것도 아니니까 말이야. 그러니, 그쪽의 아가씨도 그만 노려보지그래?”

“……아가씨……?”

주안을 지켜보던 날카로운 시선을 거둔 채 카르카노가 넉살 좋게 웃어주며 눈웃음까지 지었다.

그리고 그의 말에 주안이 슬쩍 곁을 돌아보자, 작게 콧방귀를 뀌며 팔짱을 끼고 있는 메데아 대족장이 눈에 들어왔다.

“아미엘 님은 모두를 아이로 보셔서 대단하다 싶었는데, 카르카노 님은 또 다른 시선으로 보시는군요.”

여성은 맞지만, 근육질에 여기저기 상처도 나 있는 메데아 대족장을 순수하게 여성, 아가씨로 취급하는 용기 있는 사람이 나타날 줄은 몰랐다.

아니, 일단 사람은 아니지만 어쨌든 카르카노가 정말 보통은 아닌 듯싶었다.

“내가 이곳에, 너를 만나러 온 이유는 간단해. 하랑의 부탁 때문이야.”

“궁룡 하랑 님의 부탁이라니요? 그분이 왜……”

“하랑이 아미엘 님과 만난 건 알지?”

“……예. 아미엘 님에게 모두 다 들었어요. 신령산이 어떤 곳인지, 그곳에 무엇이 있는지. 그리고 제가 뭘 해야 하는지, 모두 말이죠.”

그 역시 이미 주안과 아미엘의 관계를 아는 이상, 딱히 숨길 것은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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