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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작가의 마마보이-244화 (244/281)

공작가의 마마보이 244화

주안은 황도에 도착한 유우나 공주의 일행을 위해 이번에는 직접 마중을 나왔고 이런 주안을 가장 먼저 맞이해준 것은 이리엄 경도 아니고 실버론 하셀 자작도 아닌 메데아 대족장이었다.

“메데아 대족장님!”

“오, 마르티네스의 주안! 오랜만이다!”

풍신보다도 먼저 주안을 발견한 그는 주안이 가까이 다가오자 혼자 훌쩍 뛰어올라 주안의 앞에 착지하더니 느긋하게 주안을 맞이해주었으니 말이다.

수 미터를 그저 발 한번 구르는 것으로 많은 이들의 머리 위로 뛰어올라 넘어가는 그 모습에 다들 황당해했지만, 주안은 이미 그녀에게 안겨서 호수의 물 위를 달려 본 경험도 있는지라 크게 놀라지는 않았다.

오히려 이런 그녀의 행동에 즐거운 미소를 지어줄 뿐이었다.

이 많은 사람의 모습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자신의 행동을 고수하고 있는 그녀가 정말 대단해 보였으니 말이다.

“오시는 길은 힘드시지 않으셨어요?”

“재미있고 좋았다. 마르티네스의 주안이 소개해준 아가씨가 심심하지 않게 해주더구나.”

“헤에, 정말요? 그건 다행이네요.”

주안은 유우나 공주에게 부탁한 일이 잘 되었다는 것과 메데아 대족장 만족하는 모습에 안심하며 자신의 등을 팡팡 두드려주며 웃는 메데아 대족장의 행동에 웃어주었다.

그리고 주안은 이런 메데아 대족장과 인사를 나누다 시선을 돌려 실버론 하셀 자작과 이리엄 경에게도 감사의 말을 전했고 뒤이어 자신을 가만히 지켜보고 있는 유우나 공주의 모습에 싱긋 웃으며 다가갔다.

이런 주안이 다가오자, 유우나 공주나 풍신이 말에서 내려와 주안을 맞이해주었다.

“오랜만이에요, 유우나 공주님. 그리고 풍신 경.”

“예, 공자님.”

“오랜만에 뵙겠습니다, 공자님.”

마법 통신으로는 최근 연락을 주고받았지만, 이렇게 직접 마주한 것은 아스란 왕국을 떠나는 주안을 배웅한 이후로는 매우 오랜 만인지라 조금은 들뜬 듯 유우나 공주의 표정이 매우 밝았다.

“오시느라 정말 고생이 많으셨어요.”

“이전에 왔을 때에 비하면 훨씬 편했죠.”

“그렇긴 하지만, 이번에는 주위에 사람들도 많았고 조금 걸음을 빨리하셨을 텐데……. 힘드시진 않으셨습니까.”

“아니에요. 오히려 그게 더 좋았는걸요.”

“그렇습니까. 그러면 다행이긴 하지만…….”

주안의 걱정스러워하는 그 모습에 유우나 공주가 작게 웃음을 터뜨렸다.

몇 번인가 마법 통신을 통해 보고, 이야기를 나누었지만 이렇게 직접 다시 마주한 주안은 아스란 왕국을 떠나기 전의 그때와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

걱정이 많고, 배려도 많았으며 매우 조심스러운 그 행동들은 주안을 어디 거대한 가문의 후계자가 아닌 어디 돈 좀 있는 집안의 소심한 막내로 보이게 만들었으니 말이다.

“정말 괜찮았으니 너무 마음 쓰지 마세요, 공자님. 메데아 대족장님에게 이것저것 보여드리면서 오다 보니 저 역시 매우 즐거운 여행처럼 느껴졌는걸요.”

“그 부분은 정말 감사하게 생각합니다. 이상한 부탁이었을 텐데…….”

“이상한 부탁이라뇨. 제국의 다양한 부분을 책이 아니라 직접 볼 수 있었던 것도 제게는 큰 행운이었는걸요.”

“하하…….”

무엇을 위한 공부인지는 주안도 잘 알기에, 어색하게 웃어 줄 수밖에 없었다.

이전 삶에서의 제국에 대한 공부는 무너뜨리기 위함이었고 이번 생에서의 공부는 보고 배울 수 있는 장점을 가져오기 위한 공부일 터이니 말이다.

하지만 그 공부란 것도 주안의 입장에서는 도움이 되는 것들이니, 그래도 웃어줄 수 있었다.

“그런데 다른 분들은 안 보이시네요? 같이 오시진 않으셨나 보네요.”

유우나 공주는 주안과의 만남 자체가 기쁘기도 하였지만, 익숙한 얼굴이라고는 주안밖에 없는 것에 이상하다 싶었다.

풍신의 제자라고 할 수 있는 워랜도 보이지 않았고, 두 번째 제자가 될 토미도 보이지 않았으니 말이다.

그리고 이런 유우나 공주의 물음에 주안이 어색하게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아, 같이 오고 싶기는 하였는데……. 따로 갈 곳이 있어서 잠시 뒤로 미루게 되었습니다.”

“네? 따로 갈 곳이라니요? 공자님의 저택으로 가는 게 아닌가요?”

갸웃하는 유우나 공주를 보며 주안이 잠시 머뭇거리다 말했다.

“집으로 먼저 갈 수는 없어서 말이죠.”

“집이 아니라면 어디…….”

하지만 이내 유우나 공주가 말을 멈춘 채 주변을 둘러보았다.

이곳에 있는 사람들은 마르티네스 공작가의 사람들도 있지만, 황실에서 나온, 그것도 황실근위대의 부단장과 그 소속 기사들도 있었다.

그리고 실버론 하셀 자작이 자신들을 맞이하러 국경까지 나왔던 이유를 떠올리고는 유우나 공주의 안색이 하얗게 변하였다.

“설마…… 황궁…….”

“예. 정답입니다.”

“…….”

밝은 표정으로 웃는 주안과는 달리 유우나 공주는 크게 한숨을 내쉴 수밖에 없었다.

그리고 이런 유우나 공주를 보며 주안이 애써 웃음을 참아내며 말했다.

“왜 그러십니까. 그래도 한때 남편을 찾으러 황궁에까지 오셨던 분이신데.”

“그, 그거야 그땐 급하기도 하고……. 으…….”

막상 그때의 그 일이 떠오르자 유우나 공주의 볼이 발갛게 변했다.

이전에 제국을 찾아 왔을 때야 더 이상 물러설 곳이 없었던 상황이었고 어떻게 해서든 나라와 왕가에 힘을 주기 위해 독하게 마음을 다잡고 왔었기에 정말 뒤로 물러서면 안 되던 상황이었다.

하지만 지금은 전혀 달랐다.

작게 쌓여간 희망이 어느새 부풀어 올라 상당히 커진 상황이었고, 주안으로 인해서 자신을 조금 더 소중하게 생각할 수 있는 여유까지 생겼다.

불과 1년 전만 해도 자신의 나이와는 전혀 어울리지 않는 어른스러움을 가졌고, 가질 수밖에 없었다면 지금은 조금씩 자신의 나이에 맞는 생각과 함께 미래에 대한 희망이 쌓여갔다.

그렇기 때문인지 황가라는 그 이름에서 오는 부담스러움과 그 무게에 혹시나 모를 자신이 가진 희망에 문제가 생기지 않을까 걱정스러울 수밖에 없었다.

“너무 부담스러워하지 마세요. 유우나 공주님.”

“네?”

그리고 이런 유우나 공주의 모습에 주안이 희미한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황가나 황궁 사람들이 주목하는 것은 유우나 공주님이 아니라 메데아 대족장님이시니, 전혀 걱정할 필요가 없거든요.”

“……그거 위로가 아닌데…….”

마치 안중에도 없다는 것을 직설적으로 표현을 하는 주안의 그 말에 유우나 공주가 입술을 삐죽이며 투덜거렸다.

하지만 주안은 이런 유우나 공주의 모습이 꽤 귀여웠던 것인지 자신도 모르게 웃음을 터뜨렸고, 이런 주안으로 인해서 유우나 공주가 기어이 볼까지 부풀렸다.

“흠흠.”

“음?”

그리고 이런 묘한 분위기의 두 사람의 모습에 끼어들 엄두가 나지 않았던 사람들이었지만, 실버론 하셀 자작이 헛기침하며 용기를 내어 다가와 말했다.

“방해해서 죄송합니다, 주안 공자님. 하지만 황제 폐하께서 기다리셔서…….”

“아, 참.”

그제야 주안도 길 한복판에 서서 시간을 상당히 잡아먹었다는 것을 깨닫고는 머쓱해졌다.

“일단 가시겠습니까?”

“네, 네.”

주안의 말에 유우나 공주도 고개를 열심히 끄덕였다.

그리고 풍신이 유우나 공주가 말에 오르는 것을 도왔고, 주안 역시 자신의 타고 온 말로 걸어갔다.

그리고 말을 타지 않고 튼튼한 두 다리로 여기까지 걸어온 메데아 대족장이 대단하다는 생각을 하며 그녀에게 말했다.

“그런데 메데아 대족장님.”

“음? 왜 그러나?”

“아, 다른 게 아니라……. 제가 전에 말씀드렸던 저희 제국의 황제 폐하와 곧바로 만나주셔야 하는데, 괜찮으신가 해서요.”

“킁. 별로 상관없다. 그보다 거기에 노밀의 워랜보다 강하고 저 두 남자보다도 대단한 자가 있다 들었다. 맞나?”

오면서 실버론 하실 자작과 풍신과 몇 번이나 검을 나누고 이야기를 하여서 그런지, 그런 두 강자가 인정하고 대단하다 칭한 바스티아노 백작에 대해 그녀 역시 호기심을 가지는 듯했다.

“아, 바스티아노 백작님이요? 당연히 있으시죠.”

“호오……. 그런가.”

“……싸우시게요?”

“쿠후후. 당연하지 않나. 유람차 나온 것도 아닌데 말이다.”

“하긴…….”

남부 대밀림의 바깥을 단지 구경하기 위해서, 그리고 주안의 부탁만 가지고 나온 것은 아니었다.

워랜을 통해 바깥 주민들의 강함을 느꼈고, 주안으로 인해 남부 대밀림의 원주민들에 대한 평가도 들었다.

나쁘진 않지만, 그 인식에 대해 변화를 주고 싶은 것도 대족장으서의 역할이자 그녀가 바깥으로 나온 이유이기도 했다.

주안의 부탁은 단순한 계기였으니 말이다.

사납게 미소를 짓는 메데아 대족장의 모습은, 그 투기가 그대로 전해져 와서 그런지 조금 실력이 있는 기사들이 식은땀을 다 흘릴 정도였으며 강자라고 불리는 실버론 하셀 자작이나 풍신, 이리엄 등의 기사들은 소름이 돋을 정도였다.

“자, 메데아 대족장님. 다른 분들이 힘들어하시잖아요.”

“음? 아, 그런가. 크흠.”

주안이 조용히 신성력을 뽑아내어 그녀를 감싸주었고, 이내 너무 기분을 냈다는 것에 자신의 실수를 깨닫고는 메데아 대족장이 작게 헛기침을 하였다.

“그래도 바스티아노 백작님이 굉장히 좋아하시긴 하겠어요. 사실 현재의 저희 제국에선 그분을 상대할 사람이 전혀 없거든요.”

“호오……. 그거 더더욱 마음에 드는군.”

마치 자신처럼, 남부 대밀림 내에서 상대할 존재가 없기에 무료함을 느끼는 것처럼 말이다.

공감이라고 할까.

메데아 대족장에겐 제국의 황제를 만난다는 것보다 강자라고 평가받는 바스티아노 백작과의 만남을 더욱 기대하는 듯했다.

그리고 사실 주안 역시 바스티아노 백작과 그녀가 만나 어떤 대련을 펼칠지, 기대를 하였으니 말이다.

그것을 통해 확실히 보여주는 것이다.

남부 대밀림뿐만이 아니라 마르티네스 공작가에 애먼 짓을 하면 어떻게 될 것인지를 말이다.

* * *

황궁 입성에 대해 긴장한 것은 유우나 공주만이 아니었다.

아니, 오히려 이쪽은 유우나 공주 정도만이 긴장했을 뿐 풍신이나 메데아 대족장은 여유로웠고 주안의 입장에선 엄마랑 자주 방문하는 외할아버지 집이라는 인식이 너무 강해서 말 그대로 느긋한 방문이나 마찬가지였다.

그리고 이런 긴장감을 가진 것은 방문하는 이들이 아닌, 방문을 받는 쪽이나 다름이 없었다.

특히 메데아 대족장이 오는 것을 알게 된 황도 인근의 고위 귀족들이라거나 황궁 내의 대소신료들, 무력을 담당하는 기사들 등이 이러한 부류에 속했다.

귀족이나 대소신료들이야 랭크 8이라고 알려진 메데아 대족장이 마르티네스 공작가와 연계되어 있다는 것에서 권력 구도가 어디로 바뀔지 몰라 예의주시하며 긴장하는 것이었으며 무력단체인 기사들은 혹시나 모를 일에 대해 대비를 하며 긴장을 하는 것이지만 말이다.

그리고 안내된 방에서 주안과 마주한 채 꽤 오랜 시간을 기다리던 메데아 대족장이 작게 투덜거렸다.

“킁. 복잡하군.”

“죄송해요. 아무래도 절차라는 게 있다 보니…….”

“이해한다. 오면서 다 들었다.”

황성에 들어온 뒤 안내를 받아 특별한 방으로 오게 된 주안과 메데아 대족장이었고 이렇게 마주 앉아 시간을 보내는 것 자체에 몸이 찌뿌둥한 것인지 그녀답지 않게 투덜거릴 정도였다.

“그런데 정말 따로 옷을 갈아입거나 하시진 않으셔도 괜찮으시겠어요?”

유우나 공주는 다른 방으로 안내되어 황제 폐하를 만날 준비를 하였고, 많은 시녀의 손에 의해 꽃단장을 준비 중이었지만 메데아 대족장은 전혀 달랐다.

그녀가 한 일이라고는 주안의 손에 의해 깨끗해졌다, 정도뿐이지 따로 옷을 갈아입거나 다른 치장을 한다거나 하지는 않았다.

주안은 그런 그녀를 존중해주었기에 사람들을 모두 물렸지만, 그래도 처음 만나는 자신의 외할아버지이자 황제 폐하에게 그녀에 대한 좋은 인상을 심어주고 싶은 마음까지 감출 수는 없었다.

“나는 이게 편하다만……. 꼭 갈아입어야 한다면 그렇게 해주겠다. 그게 예절이고 예의라면 어쩔 수 없지.”

메데아 대족장 역시 주안의 말에 따라주려는 듯 고개를 끄덕이자, 오히려 주안이 미안해하며 손사래를 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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