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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작가의 마마보이-242화 (242/281)

공작가의 마마보이 242화

“후우…….”

통신을 끝낸 유우나 공주가 작게 한숨을 내쉬며 자리에서 일어나자, 이쪽 역시 통신이 끝난 것을 알고는 마법사와 함께 풍신이 안으로 들어왔다.

“괜찮으십니까, 공주님.”

“아, 네. 괜찮아요.”

“주안 공자님과는 이야기가 잘 되지 못한 것입니까?”

“그건 아니에요. 일단 손님들에게 갈까요?”

“예.”

유우나 공주의 표정이 밝은 것을 보니, 주안과의 통신이 나쁜 방향으로 간 것이 아님을 깨달은 풍신도 안심을 하며 방을 나서는 유우나 공주의 곁을 지키며 함께 방을 나갔다.

“그런데 대밀림의 분들, 달란트 부족의 분들이 데리고 온 대밀림을 침범했다던 그들은 어떻게 되었나요?”

“일단 왕궁 감옥에 가두어 놓았습니다. 다만, 쟈레스 자작은 어떻게 해야 할지…….”

남부 대밀림의 원주민들에게 붙잡혀 온 자국의 귀족들인지라, 이전에 없었던 이 일에 대해서 의견이 매우 분분한 상태였다.

비록 남부 대밀림이 미지의 땅이며 접근을 거부한다 해도 단지 그곳을 침범했다는 이유로, 그것도 방문의 목적이라 주장하는 귀족가의 일행들을 붙잡아 온 일은 꽤 큰 충격이었으니 말이다.

이런 풍신의 물음에 유우나 공주 역시 작게 한숨을 내쉬며 말했다.

“그가 단독으로 움직였을 리는 없죠. 그 위에 크샤나 후작이 있다는 것이야 뻔하니까요.”

“그렇긴 하지요. 쟈레스 자작은 크샤나 후작의 사람이니.”

“하지만…… 크샤나 후작의 위에 또 다른 이가 있다는 것을 주안 공자님이 말씀을 해주시더군요.”

“또 다른 인물이라……. 결국 제국이라는 말씀이군요.”

“예.”

풍신 역시 유우나 공주와 함께 오래 있다 보니, 나름 정치적인 상황에 대해서 알고 싶지 않아도 알 수밖에 없는 상황이었기에 어느 정도 정치판이 어떻게 돌아가는 것인지는 그 역시 알 수가 있었다.

“잘못하면 잔뜩 움츠러들어 있던 귀족파가 다시 일어설 수가 있습니다.”

“알아요. 주안 공자님으로 인해서 몸을 사리던 그들이 그에 버금가는 제국의 인물과 함께라면 그럴 가능성이 없지는 않겠지요. 하지만 그들에게 없는 것이 저희에게는 있어요.”

“그들에게 없는 것이라 하시면……?”

갸웃하는 풍신을 보며 유우나 공주가 생긋 웃으며 답했다.

“랭크 8이라는 절대자와의 연이라는 것이죠.”

제국에서 마르티네스 공작가와 견줄 수 있는 이라면 황가와 링베르가 공작가, 둘밖에 없었다.

그리고 황가가 그랬을 리는 없을 것이기에, 답은 결국 링베르가 공작가였다.

둘의 영향력이 비등하다는 가정하게 그 균형을 무너뜨릴 수 있는 랭크 8의 절대자가 마르티네스 공작가와의 인연이 있는 이상, 무게 추는 결국 마르티네스 공작가로 기우리란 것을 그녀는 알고 있었다.

그렇기에 주안의 말처럼, 크게 걱정을 하지 않을 수 있었으니 말이다.

“그분이 마르티네스 공작가, 주안 공자님의 손님이자 친분이 두텁다면 더 이상 귀족파를 두려워할 필요가 없어요. 오히려 주안 공자님이 해주신 말처럼 그들을 적당히 이용하면서 그들이 가져간 모든 것을 되찾아 올 때가 된 거죠.”

“주안 마르티네스 공자님이 큰 도움을 주셨군요.”

“예, 맞아요. 정말, 다 갚을 수도 없는 은혜를 베풀어주셨죠.”

“후우……. 확실히 어떻게 갚아야 할 것인지 매우 고민이 되는군요.”

“후훗. 그러면 풍신 경이 더더욱 워랜 경과 토미를 잘 가르쳐야겠죠.”

풍신이 두 제자를 거두는 것에 유우나 공주는 오히려 환영하였고, 이렇게 점점 더 마르티네스 공작가와 주고받는 것이 생긴다는 것은 왕가에도 너무나 큰 도움이 되었기에 진심으로 기뻤다.

풍신 역시 두 제자를 받아들이는 것은 부담이 아니라 바라는 일이었기에, 이것을 도움을 주는 것으로 생각을 해야 할지 사실 조금 고민이 되는 부분이기도 하였다.

“최선을 다해서, 주안 공자님이 만족할 수 있게 만들어 보겠습니다.”

“부탁드릴게요. 아, 그리고 일단 쟈레스 자작과 그의 사람들에 대한 것은 적당히 공표하도록 하죠.”

“공표라 하시면……. 설마 백성들에게 알릴 생각이신 것입니까?”

“그렇게 해야겠어요.”

“하지만…….”

잠시 머뭇거리는 풍신을 보며 유우나 공주가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더 이상 남부 대밀림의 원주민들은 우리가 생각하던 그러한 사람들이 아니에요. 풍신 경도 보셨죠? 그들의 범상치 않은 실력은 제가 봐도 정말 남달랐어요.”

“확실히……. 랭크 8이라던 메데아 대족장 외에도 그를 따라온 라쿰바라는 부족장 역시 랭크 7의 실력자였습니다.”

“게다가 그들이 타고 온 다이어 울프라는 것도 말이죠.”

현 서방 대륙의 산과 숲의 지배자에 가까운 것이 바로 다이어 울프였고, 그러한 것들을 길들여 타고 다니는 남부 대밀림의 원주민들은 더 이상 무식하고 야만적인 이들로 취급해선 안 되는, 그러한 단계를 넘어선 강력한 무력 단체나 마찬가지였다.

개개인의 실력도 대단했지만, 그러한 실력자들을 하나로 묶은 결속력과 그러한 이들의 가장 높은 곳에 있는 대족장의 능력까지.

아스란 왕국뿐만이 아니라 서방 대륙의 절대 강자라는 제국의 실력자들에게도 모자라지 않는 존재들임을 유우나 공주뿐만이 아니라 풍신마저 그렇게 느꼈다.

아니, 애초에 랭크 8이라는 메데아 대족장 한 명으로 인해서 그 힘의 균형이 바뀌게 된다 봐도 무방하였다.

“주안 공자님은 그분들의 남부 대밀림과 우리 아스란 왕국. 그리고 주안 공자님의 마르티네스 공작가의 세 단체를 묶어 하나의 사업, 교역을 하실 생각이세요.”

“허……. 정말입니까?”

짐짓 놀랐다는 듯 풍신이 한쪽 눈을 크게 뜨며 유우나 공주를 바라보았다.

그리고 유우나 공주는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어떤 사업인지 구체적인 내용은 황도로 가서 주안 공자님의 가족들, 벡브란 마르티네스 전대 공작님과 주레인 마르티네스 현 공작님과 의견을 나누어 봐야겠지만 주안 공자님이 추진하는 일인 이상 성사될 가능성이 매우 커요.”

“대밀림의 원주민과 아스란 왕국, 그리고 마르티네스 공작가가 함께 하는 사업이라니…….”

대체 어떤 사업을 하려는 것인지 풍신으로서는 감도 잡히지 않았고 유우나 공주 역시 마찬가지인 듯했다.

“하지만 손해를 볼 사업은 아니겠죠. 그것이 아니라면 황도로 초대를 했을 리도 없으니까요. 오히려 일방적으로 통보와 명령을 내리지 않고 조율을 하고 의견을 나누자는 그 말이 저는 너무나 고마웠어요.”

“공주님…….”

제국에서 이처럼 아스란 왕국의 사람들에 대해 인간적으로 대해주는 이들은 없었다.

그것도 황가 다음이라고 할 수 있는, 한때 아스란 왕국을 징벌하였던 그 마르티네스 공작가의 후계자가 아스란 왕국의 왕가와 그 공주에게 보여주는 것은 진심이 담긴 예우였으니 말이다.

“어떤 일이 될지 모르겠지만, 최선을 다해야겠죠. 이번 기회를 발판 삼아…… 더 이상 그 어디에도 휘둘리지 않는 왕가를, 나라를 만들어야 하니까요.”

그녀의 진심 어린 그 말에 풍신은 조용히 그녀를 바라보다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저 역시 공주님이 하시는 일을 끝까지 돕도록 하겠습니다.”

“고마워요, 풍신 경.”

처음 유우나 공주를 만났을 때부터 생각하였던 그녀의 곁을 지켜주는 일.

그것은 단순히 그녀의 목숨을 지키는 일이 될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조금씩 바뀌는 상황 속에서 풍신의 생각 역시 조금씩 바뀌었으니.

더 이상 그녀의 목숨을 지켜주는 것이 아닌, 그녀의 꿈을 지켜주는 것으로 말이다.

* * *

벡브란 전대 공작이 점점 황도에 가까워질수록 초조해지는 것은 황가와 링베르가 공작가 뿐만이 아니었다.

“후우…….”

주레인 공작 역시 매우 깊은 고민에 빠진 채 자신의 앞에 놓인 작은 종이를 뚫어지게 보며 연신 한숨을 내쉬었다.

“대체 뭘 그렇게 보면서 한숨만 내쉬고 계신 거예요?”

“으, 음?”

갑작스럽게 들린 그 목소리에 정신을 차린 주레인 공작이 고개를 들자, 언제 온 것인지 아내인 안젤라가 자신의 서재 안으로 들어와 마리아의 안내를 받으며 소파 쪽으로 걸음을 옮기고 있었다.

그리고 그런 아내가 소파에 앉는 그 모습을 지켜만 보던 주레인 공작이 슬그머니 자신의 책상 위에 놓여 있던 종이를 치워버리더니 그 역시 자리에서 일어나 안내가 앉은 소파 쪽으로 향했다.

“갑자기 웬일이오?”

“갑자기는 무슨…….”

입술을 삐죽이며 안젤라는 마리아가 조용히 잔을 채운 찻잔을 집어 들고 자신의 입에 딱 알맞은 온도의 차를 한 번에 쭈욱 들이키고는 주레인 공작에게 말했다.

“요즘 무슨 고민이라도 있어요? 밤에 잠도 제대로 못 자고, 밥도 잘 못 먹고…….”

“고민은 무슨……. 혹시 걱정해주는 거요?”

“설마요. 주안이가 당신한테 혹시 무슨 일이라도 있나, 저한테 물어봐서 그런 거죠.”

“녀석도…….”

직접 찾아와 물어보면 될 것을 제 어미에게 물어보는 것이 조금 그랬지만 그래도 자신을 걱정해주는 아들의 마음이 고마운 듯 미소를 지으며 마리아가 찻물을 채워준 찻잔을 들고 한 모금 마셨다.

“정말 아무 일 없으신 거 맞아요?”

“딱히 그런 일은 없으니 걱정 마시오.”

“흐응~ 그래요? 난 또 아버님이 오셔서 혼나지 않을까, 끙끙거리며 힘들어하는 줄 알았는데.”

“……내 나이가 몇인데 혼나는 게 무서워 그런단 말이오.”

조금 찔리는 부분이 없지는 않지만 그런 것을 나타내기에는 정말 부끄러운 일인지라 애써 태연한 척 주레인 공작은 찻잔을 기울였다.

물론 그런 주레인 공작을 매우 의심스럽다는 아내의 눈빛이 매우 따가웠지만, 애써 무시하며 말했다.

“그런데 정말 무슨 일이오? 그런 이유로 당신이 찾아오진 않았을 터인데.”

주안에게 떠밀렸다 해도, 아내와의 사이가 좋아졌다 해도 이렇게 찾아오는 일은 그렇게 흔치는 않았다.

있다면 주안이와 관련된 일로 화가 나서 문을 걷어차고 들어올 때 정도 외에는 말이다.

이런 주레인 공작의 물음에 무언가 좋지 않은 것을 느낀 듯 안젤라가 볼을 살짝 부풀리며 말했다.

“딱히 큰일은 아니고……. 그냥 어떻게 해야 하나 싶어서요.”

“무엇을 말이오?”

무슨 말인지 몰라 갸웃하는 주레인 공작의 모습에 안젤라가 싱긋 웃으며 자신의 부풀어 오른 배에 손을 올리며 말했다.

“우리 애 이름 말이에요.”

“…….”

“아직 안 정했잖아요. 우리 주안이는 금방 지어줬는데……. 하아, 나도 참. 이런 걸 이제야 고민하고…….”

“설마, 벌써 이름을 정한 거요?”

“그럼요!

“…….”

“그래서 말이에요, 이 이름은 어때요?”

그리고 자랑스럽게 안젤라가 눈을 반짝이며 말했다.

“우리 형이자 오빠가 될 주안이를 존경하고 잘 따르라는 의미에서, 안주라는 이름 말이에요.”

“……주안이를 거꾸로 부른 것밖에 안 되지 않소?”

“흐흥~ 주안이도 부르고 안주도 부르고, 좋잖아요.”

“그, 으음, 그렇구려.”

참 단순하다고 할까, 세상을 밝게 살아가기 정말 좋아 보이는 아내의 모습에 주레인 공작이 쓴웃음을 지었다.

이런 점이 좋아서 반하였고 결혼까지 한 것이긴 하지만, 때때로 자신이 자신과 같은 또래의 여성과 결혼을 한 것인지 아니면 조금 많이 어린 여동생과 살고 있는 것인지, 헷갈릴 때가 종종 있었다.

“그래서 어때요? 여자아이든 남자아이든, 안주라는 이름 괜찮지 않아요?”

“그, 그게, 그러니까…….”

“주안이한테는 아직 말 안 했는데, 동생을 안겨주면서 이름을 말해주고 싶거든요.”

스스로 생각하기에도 참 멋진 계획이며 주안이를 놀라게 해주고 싶은 바람이 잔뜩 담겨 기대 어린 눈으로 자신을 보는 아내의 모습에, 주레인 공작은 그 눈을 차마 마주할 수가 없었다.

그리고 자신의 서재 책상을 흘겨보다 깊은 한숨을 내쉬었다.

자신의 이런 깊은 고민의 원인.

주안이 가지고 온 한 장의 종이.

자신의 아버지가 떠안겨준, 아이의 이름이 적혀있다는 사실을 아무래도 아직 아내만 모르고 있는 듯했다.

그리고 이 사실이 알려지면 또 어떤 일이 벌어질지, 너무나 걱정되어 밤잠을 설치고 있다는 사실조차 알려 줄 수가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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